w.랄라
평소에 아가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
늦둥이 동생이 있는데 동생을 키우느라 애기들에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건지 잠깐 보는건 상관없지만 계속, 하루종일 보는건 딱 질색이다.
그런 나한테 뭐? 임신? 말도 안돼!
기성용
“ 여보. ”
나를 심각하게 부르는 남편. 표정만 봐도 무슨 얘기를 꺼낼지 다 알겠다. 피임약을 꾸준히 먹는 나를 향해 처음엔 화도 내보고 짜증도 부렸지만 꿋꿋이 말을 듣지 않는 나에게 지친건지 이젠 그냥 타이른다. 그런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떡해. 아기가 싫다고!!!
“ …왜. ”
“ 나 너 닮은 딸 보고싶어- ”
이럴 줄 알았어. 대답 대신 입을 삐죽거리는 내 앞으로 와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는 남편.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내 단호한 표정이 점점 풀려가는걸 본건지 이젠 애교도 부린다. 아 자기야~ 응?
“ 뭐야 징그럽게 ”
“ 나도 딸바보 소리 들어보고싶단 말이야. ”
“ ……아 진짜…. ”
“ 아 자기야 응? 하나뿐인 남편의 소원인데? ”
그럼 하나지, 둘이야? 저렇게 쫄라서 낳으면 옆에서 놀아주고 쳐다보고 하는건 쉽겠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 하는 나는 얼마나 힘든데. 이런 내 생각을 읽은건지 한숨을 한 번 쉬곤 갑자기 종이와 펜을 들고왔다. 그리고 종이 윗부분에 커다랗게 썼다. 부부생활 11계명? 그건 결혼하고 몇 일 안되서 쓴건데. 떡하니 거실에 걸려있구만. 내가 뭐하냐는 듯이 쳐다보고 있으니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거 다시 적자! 수정할게 많아도 너~무 많아.
그러더니 원래 있던 10계명을 그대로 옮겨쓰는 남편. 10번까지를 다 똑같이 쓰고 11을 썼다. 그리고 펜 뚜껑을 닫고 잠시 생각하더니 날 쳐다봤다. 그리고 눈이 휘어지게 이쁘게 웃더니 다시 종이로 고개를 돌렸다.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며 쓰는 11번.
“ 11번. 우리 아가 돌보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하기! ”
“ 치…오빠 바쁘잖아. 지키지도 못할꺼면서. ”
“ 절대!!! 그럴 일 없어! 정말이야 진짜! ”
“ 내가 어떻게알아. 낳고보자- 이런식이지? 나빠 정말. ”
“ 야 여보. 너가 더 나쁘다. 남편을 이렇게 못믿냐? ”
뭘 저렇게 당당하게 말해. 맨날 늦게 들어오면서. 당연히 못믿지- 하며 남편을 살짝 흘겨보니 남편도 알긴 아는지 괜히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쉬며 테이블 위로 엎드리는 남편. 남편은 원래 아가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였다. 조카들을 보면 자기 딸인 마냥 잘 놀아주고, 어디 음식점이나 밖에 가서 귀여운 아가들이 있으면 이쁘다고 다가가 말을 걸며 장난을 치곤 했다. 그런 남편에게 내가 너무한건 아닌지…… 한 번 믿어봐?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덴 뭐가 있을거같은데.
밤새도록 잠도 안자고 생각해봤다. 그리고 결과는, 허락. 여섯시가 되자 알람이 울렸고 남편이 깨기 전에 얼른 껐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던 새로 쓴 ‘ 부부생활 11계명 ’ 을 액자에 넣어 원래 10계명이 있던 자리에 걸어놨다. 아침을 하고 있는데 왠일로 일찍 깬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어제 일로 살짝 삐진건지 항상 해주던 뽀뽀도 해주지 않았다. 흥- 후회할껄? 남편은 씻고 나와서 천천히 거실로 걸어갔다. 요리 하던걸 잠시 멈추고 남편을 계속 지켜봤다. 남편은 천천히 쇼파에 앉아 신문을 읽다 티비를 켰다. 티비 옆에 아마 11계명이 걸려있지 싶은데. 맞았다. 남편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점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 여보!!!! ”
“ 왜그래 아침부터- ”
“ 진짜진짜 사랑해!! 내가 다 할게!!! 앞치마 벗어 빨리!! 스트레스 받으면 안돼 진짜! ”
“ 아 내가 지금 임신했어? 호들갑 떨지마세요 여보- ”
내게 찐하게 뽀뽀를 해 주더니 거실을 빙빙 돌며 크게 웃는 남편. 저렇게 웃는게 대체 얼마만이야. 그렇게도 좋을까? 정신 없이 거실을 방황하던 남편은 또 다시 내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이번엔 또 무슨말을 하려고. 남편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몸을 가까이 밀착시키며 말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올게, 사랑해-
구자철
친구의 간절한 부탁으로 딱 3일만 친구의 아기를 키우게 된 우리 집. 친구라곤 나 하나밖에 없는 친구 때문에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어릴 때 말고는 이렇게 놀러 가 본 적도 없다는 친구에게 가지마라고 할 수도 없고. 싫지만 억지로 알았다고 했다. 생긴건 이쁜데. 고생길이 열렸네, 열렸어.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애기를 왜 그렇게 낳기 싫어하는지도 오빠한테 보여주고. 이 예쁘지만 미운 아가의 이름은 수현이였다. 수현이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집이 떠나갈 듯이 울었다. 그런 수현이를 달래고 또 달래봐도 멈추지 않는 울음소리. 결국 울다 지쳐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온 남편. 오자마자 수현이를 보고싶다며 소란을 피우길래 제발 오빠가 봐달라고 말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
“ 잘 할 수 있어? ”
“ 그럼! 이 오빠를 뭘로 보고! ”
“ 애기 키워봤어? 난 못하겠다. 하루종일 시달렸어. ”
“ 응, 봉사활동 할 때 해봤지. ”
그리고 덧붙이는 말, 애기들도 잘생긴 얼굴은 알더라-. 아 예예~ 잘나셨어요~ 깐족대며 말하니 수현이나 보여달라며 재촉하는 오빠. 조용히하라고 하며 보여주니 이쁘다고 볼을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작은 손바닥에 손가락을 놔둬보기도 하고. 그러다 깰…… 깼네. 순간 짜증이 난 나는 오빠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아 이틀은 또 어떻게 버텨!! 쇼파에 기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티비를 틀어 보고있었다. 어느새 수현이의 울음은 그쳤고 뭐지싶어 방문을 열어보니 언제 울었냐는 듯 방긋방긋 웃으며 오빠와 놀고있는 수현이. 오빠를 쳐다보니 씩 웃는다. 진짜 의외네.
둘째날은 오빠가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뭐 어제 힘들 나를 위해 월차를 내고 왔대나 뭐래나. 믿긴 어렵지만 오빠가 안나가면 나야 좋으니 그냥 알겠다고 했다. 난 그냥 띵가띵가 놀기만 했다. 가끔씩 집안일을 했다. 그마저도 오빠가 도와줬고, 수현이에 관한 모든건 거의 오빠가 했다. 고마웠다. 내가 무슨 일을 하려고만 하면 오빠가 내 앞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 씁! 자기는 앉아만 있으세요- ”
“ 나 진짜 괜찮은데. ”
“ 맨날 힘들잖아. 오늘은 내가 다 할께. ”
솔직히 말해서 감동받았다. 비록 하루뿐일지라도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준다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그리고 수현이랑도 엄청 친해져서 잘 놀고. 이 남자라면 정말 믿어도 되는거겠지. 그렇게 공주 대접을 받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날이 되었다. 마지막날은 원래 오빠가 쉬는 날이였다. 수현이를 데리고 피크닉 가자는 오빠.
“ 갑자기 왠 피크닉? ”
“ 날씨 좋잖아. 너랑도 놀러안간지 꽤 됐고- ”
살짝 늦게 일어났더니 온갖 준비를 다 하고 씻기만 하라는 오빠. 어리둥절하게 준비를 대충 하고 오빠 차를 타고 근처 큰 공원으로 갔다. 수현이와도 놀고 오랜만에 사진도 많이 찍고 많이 웃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애기가 엄마 아빠를 닮아 이쁘다는 말도 들었다. 아니라고 말할려는 순간, 오빠가 먼저 선수쳤다. 감사합니다!!
친구가 여행에서 돌아오고, 수현이를 보낼때가 되었다. 난 수현이와 그렇게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3일동안 정들었는지 아쉬웠다. 옆에 서 있는 오빠를 보니 나보다 더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무룩해져 쇼파에 늘어져있는 오빠. 가만히 오빠의 옆으로 가 앉았다.
“ 수현이 이쁘지. ”
“ 응. ”
“ 오빠는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
“ 음…다 좋은데. ”
“ 그럼 둘 다 낳을까? ”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닥만 쳐다보던 오빠가 깜짝놀라 날 쳐다봤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걸 억지로 참고 오빠를 쳐다봤다.
“ 오빠. 침 떨어질라. ”
“ ……진심이야? ”
“ 응. 진심. ”
“ 갑자기 왜? ”
“ 그냥. 3일동안 오빠 보니까 낳아도 될 것 같아…아! 오빠! ”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날 세게 끌어안는 오빠.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나도 민망하게 있는 손으로 오빠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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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항상받구요 댓글 많이 써주세용!!!
바빠서 오늘은 별말없이!!!!!!!!! 안녕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