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창조주님, 여기서 뭐해요?"
처음 보는 그가 또 나를 반긴다.
구름성
03
"......."
"......."
들어오라는 말에 그러긴 했다만, 정작 집무실 안에서 날 바라보는 그를 보니 차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냥 그가 주는 숨막힘이 있었다. 괜찮아, 하며 내 손을 잡아주는 유타에 잠깐 뿌리칠까 생각했지만 일단은 뭐라도 잡아야할 것 같아 그러도록 두었다. 태일, 재현은 그를 보곤 오랜만이라며 웃어보였고, 그들에 황자는 고개만 끄덕였다. 자리를 옮겨, 황자, 태일, 재현이 나란히 앉고 유타와 나는 그 마주편에 앉았다. 정면을 응시하면 곧바로 황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잠깐씩 그의 얼굴을 보려는데, 그럴 때마다 그와 눈이 마주쳐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방금 또, 또 눈마주쳤어. 내 시선 처리가 어색했는지 그가 먼저 내게 말을 꺼냈다.
"뭐 하고싶은 말 있습니까?"
"... 네?"
"아니, 자꾸 보길래."
"아, 아뇨. 그런건 아니고."
내 답에 그러냐며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때에, 내가 황자를 보고자 했던 이유가 생각났다. 그래, 저 얼굴 보자마자 아무 생각도 안났는데 하려던건 마저 해야지.
"저, 황자."
"...... 네, 말하세요."
"난 여기 어떻게 온거죠? 눈을 떠보니 당신 방이였어요. 그리고, 당신 말소리도 들렸던 것 같아요."
"......"
내 말에 한참 이야기꽃을 피워가던 태일과 재현, 옆에서 아직도 내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유타까지 황자에 긴장된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그들과 상반되게 황자는 살짝 미소를 띄고선 정확히 내 눈을 맞춰 대답했다. 차가운듯, 아닌듯한 말투로.
"꿈은 왜 꾸는지, 꿈 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당신 의지로 들어온겁니다."
"우리가 끌어당긴게 아니라."
내 의지로 들어온거다, 라 말하며 시선은 여전히 내 눈으로 고정되어있는 그를 차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더러 제멋대로 들어왔다고 한거였나. 부르지도 않았는데, 내 의지대로 와서.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하며 있는데, 아- 하며 다시 황자가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그 일로 부른겁니다, 다들."
"왔으면, 돌려보내야죠. 우리 창조주님."
".............."
".............."
".............."
황자의 말에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유타의 손 힘이 스르륵 풀리는게 느껴진다. 그 외에 태일도, 재현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넓은 응접실 탁자만을 응시하고 있다. 아, 벌써 정이 들었나 왜이러는거야. 나도 모르게 내 손을 놓으려던 유타의 손을 다시 붙들어 잡았다. 이제서야 뿌리를 내렸다고 했다. 그 삭막한 곳에서 뿌리를 내렸다고 좋아했었다. 나더러 고맙다고 했다. 진심이였는데, 온 마음 다해 꺼낸 말 같았는데. 황자의 말에 아무도 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내가 먼저 입을 뗐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내가 여기에 온 이유."
분명 이유없이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아주 어렸을 적 이 곳에 왔을 때도 이유없이 오진 않았을거다. 무언가를 지키려했거든, 누군가를 사랑하려했거든, 수많은 이유들이 있었을거다. 그래, 어차피 내가 만든, 내가 창조주인 이 꿈에서 그렇다면 난,
"안돌아가요."
"그 이유 찾을 때까지."
=====
잠깐 나를 두고 얘기할 게 있다며 나머지는 황자의 집무실에 있고, 나 혼자 그곳을 나와 집무실 복도 벽에 기대 앉았다. 앉자마자 한숨부터 나온다. 첫 만남부터 어긋난 느낌에 영 기분이 찝찝하다. 날 보고파 했다길래 기대했는데, 막상 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아서 실망스럽기도 했다. 황자, 그 빼고는 다들 날 반기는 분위기였는데.
"은인한테 이러시면 안되지."
내가 이걸 다 만들었다는데. 이러면 안되는거지.
처음엔 말도 안돼, 하며 부정했지만 지금만큼은 창조주라는 타이틀을 걸고 아주 혼쭐을 내주고 싶다. 내가, 내 꿈에 있겠다는데! 뭐, 돌아가는 법도 오는 법도 모르는 무능력자지만. 애꿎은 복도의 꽃잎만 만지작거리며 그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저 병사들 소리려니, 하는데 그 발소리가 점점 내 곁으로 가까워지다 바로 내 옆에서 멈췄다. 그리고,
"우리 창조주님, 여기서 뭐해요?"
그 말을 따라 고개를 들자,
"안녕?"
처음 보는 그가 나를 또 반긴다.
+++++
여주가 나간 뒤, 아직 남아있는 넷은 아까 여주의 발언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유타는 해맑은 표정으로 그렇게 하자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고, 재현은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는게 좋겠지만 이 곳이 꿈 속이라는 위험부담이 있어 잘모르겠다고 답했다. 태일은 반드시 돌려보내야한다는 입장이였다. 그 셋의 의견을 민형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녀의 의지였다. 의지가 확고하다면, 그녀의 꿈 속 인물들은 속수무책으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벌써 여주가 그러기로 했어요. 못 바꿔요."
"달래봐야지."
"무슨 수로요. 더군다나 돌려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거 알잖아요."
"너도 알잖아, 여기 더 있다간 여주가 위험하단거."
말 그대로 꿈 속이다. 그것도 보통 꿈 속이 아닌, 그녀가 그녀 내면 깊숙한 곳에 만들어 놓은 일종의 감옥과도 같은 꿈. 쉽게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그런 꿈. 이 곳에서 때를 놓쳐 나갈 수 없게된다면 그녀는 현실 세계에서 영원히 잠든 상태로 있을 것이다. 태일은 그게 겁났다. 자기들 곁에 남아준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가장 우선시해야 할건 그녀의 삶이니까. 어차피 눈을 뜨면 다 사라질 것들, 여기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지기 전에 그녀를 내보내야 했다.
"오늘 아침 열렸을테니, 이제 다시 3일 남았어."
3일 마다 이 곳 꿈 속 세계엔 현실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린다. 그 문이 열리는 곳은 아주 오래 전 민형이 없애려 했던, 하자드. 3일 남았다는 말에 다들 한숨만 내쉬는데, 유타는 여주를 보낼 수 없는 모양인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도영이, 도영이를 데려오면."
도영. 그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일제히 유타를 바라본다. 어쩌면 일종의 금지어인 그. 하지만 유타도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이나마 여주가 이 곳에 오래 머물 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뿐이니까.
"유타야, 아무리 그래도-"
"......... 아직 보내기 싫어요."
"조금만,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 얼마만에 보는건데, 얼마나 기다렸는데 내가."
울먹이는 유타를 보던 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소용 없다는듯 유타에게 말했다.
"어차피 부른다해도 안올거야. 그럴 놈이냐, 걔가."
"웬걸, 이미 왔는데?"
".............!"
"안녕~ 오랜만이다, 그치?"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그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
Fuzzy, 마법사, 도영
"왕자님! 오늘은 어디 가세요!!"
"아 잠깐 요 밖에!"
"아 안된다니까요! 전하께서 오늘 하루는,"
"마리, 부탁해. 알지? 내가 마리 많이 좋아하는거?"
".. 아, 아.. 진짜..."
천진난만하다. 걱정 따윈 없는 모습이다. 또 어찌나 발랄한지.
며칠 전 몰래 왕국을 나섰다가 사고친 이력으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외출 금지령까지 받았건만, 그의 비서에게 윙크 한번을 날려주고는 유유히 성을 떠난다.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비서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또 넘어가고 만다.
"아, 가볼까요?"
혼잣말을 하며 기지개를 쭉 피던 도영이 검지 끝으로 허공에 무언가를 슥슥 그리더니 얼마 안있어 그의 전용기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오늘은 좀 먼 곳을 가려나보다. 도영이 검지 손가락에 낀 반지를 한번 돌리고나니, 무색 투명했던 반지 보석에서 황국을 나타내는 투명한 하늘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도영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다시 손가락으로 뭔가를 그려내더니, 종이와 펜을 만들어내어 종이에 짧게 슥슥 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오셨으니, 나도 환영 좀 해야지. 아, 오래 걸리겠는데."
다 쓴 모양인지 곧 전용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문 틈새로 종이가 날아가더니 곧 그의 비서, 마리의 손바닥으로 안착했다. 마리는 자신의 손에 도착한 편지를 보자마자 대충 알겠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보나마나, 김도영.
[미안! 좀 오래 걸릴 것 같아. 수고해! -사랑해 마리.-]
"마지막 이 말만 없었어봐, 하여튼간에."
또 그렇게 마리는 그에게 넘어간다.
더보기 짜잔! 도영이 등장!
오늘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 찾기 너무 힘드네요 ㅋㅋ 저번편 데이지 한번 더!
암호닉 [빵싯빵싯] [윙윙] [하쿠] [디보] [써니호] [슈비둡] [맠둥이] [초록] [도랑] [어피치] [오렌지] [잼잼] [오렌지 스파클링] [재현나라곤주] [쟨니] [0806] [빵자] [골든로드] [왓더젓가락] [띠용이] [에벳] [피자] [꼬앙] [크림치즈빵] [뿌뿌] [재뇨니] [꼬미]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