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희 - 여우비(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OST)
내 사랑 바보 06 |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울 앞에 섰다. 이리저리 얼굴을 들여다보니 왠일로 피부트러블 하나 없이 피부도 깨끗한게 마음에 들었다. 몇일전부터 화장품 가게에서 받아온 팩을 썼더니 확실히 피부가 탱탱해진 느낌이였다. 나처럼 태환형도 설레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띠링- [쑨양 나오고 있지? 난 다와가] 흥얼거리며 폰을 보다가 화들짝 놀래서 시계를 봤더니 약속시간이 다되가고 있었다. 세상에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옷장을 열어서 이옷저옷 대볼 시간도 없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데이트날 입을거라고 사뒀던 옷은 생각도 못하고 흰 셔츠와 검은진 바지를 꺼내 입고 허겁지겁 머리를 손질했다. 신발을 신고 나가기전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체크하고 달려나갔다. 이상하다‥. 분명히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거지‥. “ 쑨양! 여기! ” “ 으아, 많이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 태환형과 만나기로 했던 광장에 도착해서 무릎을 짚은채 헥헥 거렸더니, 형은 빙그레 웃으며 아니라고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계속 미안해요. 미안해요. 했더니 형은 미안한거 알면 오늘 재밌게 놀아달라고 해서 고개를 한참 끄덕거렸다. 겨우 숨을 진정하고 힐끗 태환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해보았다. 몇일전에 미용실에 갔다 왔다더니 많이 길었던 머리가 조금 더 짧아져있었다. 방학이 끝난 후 가을로 접어들며 날이 급속도로 추워지고 있었다. 추위에 익숙한편은 아니지만 많이 타는편도 아니라, 그러려니 했는데 태환형은 추위에 엄청 약했다. 오늘은 포근해보이는 하늘색에 흰 줄무늬가 들어가있는 니트를 입었다. 바지는 하얀바지로 잘못입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적절히 상의와 잘 어울렸다. 멍하게 보고 있다가 시선이 마주쳐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황급히 돌렸다. “ 쑨양, 떡볶이 먹어봤어? ” “ 뭔 볶이? ” “ 떡-볶-이-. ” “ 떠, 떡볶이? 아니요. ” “ 그래? ” 마주 본 형은 작게 웃더니 내 손목을 이끌고 작은 분식집으로 향했다. 이곳에 꽤 자주 왔던건지 주인아주머니께서 형을 크게 반겨주며 나를 힐끗보더니 친구도 잘생겼다며 넉살좋게 웃어보이셨다. “ 매운냄새나. ” “ 매운거 못먹어 쑨양? ” “ 아니. ” “ 그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거야. ” “ 매워요? ” “ 음‥, 매콤달콤? ” “ 매운데 어떻게 달아요. ” “ 먹어보면 알아. ” 눈썹을 꿈틀거리며 형을 지그시 바라봤다. 어떻게 음식이 매운데 달콤할 수가 있다는건지 이해가 가지않아서 음식이 나올때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잠시 후 떡볶이 2인분과, 튀김, 어묵, 순대 등등 각종 분식 음식이 주욱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원래 태환형이 자주와서 많이 먹은건지 그렇게 많이 시키는대도 아주머니는 놀라지않고 오히려 더 많이 음식들을 얹어주었다. “ 형, 그러고보면 엄청 많이 먹어요. ” “ 나? 음‥. 수영을 해서 그런가. ” “ 그거마저 안했으면 데굴데굴 굴러다녔을거야. ” “ 허허, 왜 이래. 너도 많이 먹잖아. ” 사실 나도 적게 먹는 편은 아니였는데 태환형과 먹다보면 항상 좀더 과하게 먹게됐다. 뭐라고 해야할까‥. 지기 싫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때의 나는 쓸데없는 승부욕에 집착했던거 같다. 뭐, 덕분에 나는 한국에 들어온지 반년만에 체중이 꽤 늘었다. 수영부에 들어가면서부터 운동량이 늘어서 다행히 더이상 찌지는 않았지만, 중국 친구들이 봤으면 왜 이렇게 돼지가 됐냐고 할 판이였다. “ 자, 아 해봐. ” “ 이게 떡볶이? ” “ 응, 떡볶이야. 맛있어. ” 물끄럼히 하얀떡에 붉은양념을 묻힌것을 보다가 입을 벌려 한입에 받아먹었다. 태환형은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옳지, 그래그래. 꼭꼭 씹어먹어-. 라며 키득거렸고 미간을 찌푸렸다가 시선을 내려서 입안에 들어온 음식을 마저 음미했다. 떡은 쫄깃했고, 양념은 매콤한게 입에 착착 감겨왔다. 그리고 형의 말대로 매콤하다 끝에 달달함이 느껴졌다. 신기해서 목을 울렁여 넘기고 포크를 들고 다시 한입 먹었다. “ 맛있지? ” “ 응, 맛있어요. ” 맛있는 음식을 발견했다는 즐거움에 떡볶이를 순식간에 다 해치웠다. 형은 웃으며 누가 안 훔쳐먹는다며 천천히 먹으라고 했고, 왠지 머쓱해져서 뒷목을 긁적이며 다른 음식도 천천히 먹었다. 나는 이상하게 어렸을때부터 음식을 먹다가 잘 흘렸다. 항상 학교에 갔다오면 옷이 더러워져 어머니께 혼나는게 일상이였다. 그럼에도 색이 밝은계열의 옷을 좋아했다. 그건 커서도 딱히 변하지 않았다. “ 쑨양, 너 그러다가 옷에도 흘려. 좀 조심해서 먹어. ” “ 응. ” 아니나 다를까 하는 새하얀 셔츠에 온갖 음식들을 줄줄 흘렸다. 태환형은 먹다가말고 포크를 입에 문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뒤늦게 그 시선을 느끼고 힐끗 내려다봤을때 새하얀 옷은 이미 더러워져있었다.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입꼬리를 쭉 늘어뜨렸다. 그리고 괜히 투덜댔다. “ 그러길래 내가 밥은 나중에 먹자고 했잖아요. ” “ 턱에 구멍났어? 어휴, 진짜‥ ” 미간을 짚으며 형은 한숨을 푸욱 쉬다가 아주머니께 행주를 얻어와 우선 셔츠를 급한대로 닦아주었다. 하지만 하얀 셔츠에 묻은 것들은 생각보다 쉬이 지워지지않았고 결국 포기한 태환형은 다 먹었으면 얼른 옷사러가자며 아직 덜먹어서 포크를 들고 있는 나를 닥달했다. “ 천천히 가면 안돼요? ” “ 안돼. 난 이런거 못 보고있는다고. ” “ 아, 형‥ ” “ 일어나. ” “ 그치만 아직‥ ” “ 자업자득이야. 그러게 누가 그렇게 흘리래? ” “ 아‥ ” 결국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분식집을 계산하고 나오며 입꼬리를 끝없이 쭈욱 늘어뜨리고 있었더니, 태환형은 애써 무시하다가 바람에 헝클어진 내 머리를 슥 쓸어주며 달래듯 뺨을 살짝 꼬집었다. “ 입이 아주 땅으로 꺼지겠다. 이따가 도너츠 먹으러 가자. 너 좋아하는거 그거, 그 뭐냐 글레이즈드? 뭐야 그거. 암튼 다 먹게해줄게. ” “ 도너츠? ” “ 그래, 도너츠. ” “ 두개 이상? ” “ ‥다 드셔요. ” 그 말에 또 바보처럼 베시시 웃었다. 나는 중국에서도 도너츠 라는 빵을 참 좋아했었다. 워낙 입이 어린아이 입맛이였고, 한국에 와서도 도너츠를 자주 찾았다. 태환형은 생각보다 단것을 그렇게 즐기는 타입이 아니였다. 뭣보다 음식을 많이 먹지만 몸에 나쁜건 찾지않는 주의였다. 그래서 도너츠를 거의 먹지 못하게 하였고, 가끔가다가 도너츠 가게에 가더라도 두개이상은 절대 못먹게했다. 몰래 도너츠 가게에 갔던적도 많았는데 이상하게 형에게 매번 들켰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흘리고 먹는 버릇 때문이였던거 같다. “ 근데 나한테 맞는 옷이 있을까요? ” “ 찾아보면 있겠지. 우리 나라 사람들 요즘 평균 신장이 꽤 늘었으니까. ” “ 통이 큰건? ” “ 그건 줄여야지. 어쩔 수 없잖아. ” “ 옷수선집? ” “ 그런거 돈 아까워. 내가 해줄게. ” “ 바느질도해요, 형? ” “ 남자 둘이서 살았으니까. ” 형은 아무렇지않게 대답하며 상가로 들어갔고, 나는 순간 아차. 하고 잠시 멈춰섰다. 생각을 좀 하고 말하자. 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두어번 콩콩 쥐어박고 서둘러 뒤따라갔다. 형은 마치 여자들처럼 꼼꼼히 옷을 하나하나 살폈다. 옷을 잘 못고르거니와 패션에 큰 관심이 없는 내가 가진 옷들은 대부분 셔츠였다. 형은 그래서 셔츠코너 보다는 후드티나 카라티 코너 주변을 돌고 있었고, 나는 할 일 없이 멍하게 있다가 형을 놓치면 우왕좌왕거렸다. 혼자 사람들 사이에 불쑥 솟아있는 그런 나를 형이 찾으러 왔고, 목줄을 매어놓기전에 잘 따라다니라고 신신당부했다. 가끔 태환형은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않게 말하는거 같았다‥. “ 이거 어때? ” “ 괜찮아요. ” “ 이건? ” “ 괜찮네요. ” “ 이거는 좀 그런가? ” “ 괜찮은데요. ” “ 이거 좀 짧겠지? ” “ 괜찮아요. ” 형은 옷을 하나하나 들어서 내 몸에 대어보고, 다시 가져다놓길 반복하다가 눈썹을 꿈틀이더니 눈에 힘을주고 날 쏘아봤다. 움찔이며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 귀찮아? ” “ 예? ” “ 아까부터 대답이 다 한결 같잖아. ” “ 그런거 아니에요. ” “ 나는 더 예쁜거 골라주려고 머리아프게 고민하는데 ” “ 그런거 아니래두요. ” “ 그냥 갈까? ” “ ‥어휴. 내가 그래서 나는 옷을 잘 못본다고 했잖아요. ” 왠지 욱하는 느낌에 목소리마저 울먹여버렸다. 그런 내 모습에 더 당황한 태환형은 그냥 해본 소리라며 달래주었다. 물끄럼히 형을 보고 있다가 분홍색의 캐릭터가 그려진 후드티가 눈에 띄였다. 눈을 깜빡이며 그걸보다가 빨리 오라는 형의 성화에 팔을 뻗어 옷을 집어들고 졸졸 따라갔다. “ 이거 괜찮겠‥? 뭘 들고다니는거야? ” “ 예? ” “ 맘에 드는 옷이라도 찾은거야? ” “ 아니, 그게. ” 형은 내 손에 들린 옷을 가져가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너한테 작아 쑨양- 하고 다정하게 타이르는 목소리에 머리를 긁적이다가 시선을 데구르르 굴렸다. “ 형꺼‥ ” “ 뭐라고? ” “ 태환한테 잘 어울릴거 같아서‥ ” “ 나? ”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환은 잠시 옷을 빤히 내려다봤다. 왠지 부끄러워져서 안절부절하며 서있다가, 형이 괜찮다고 했던 옷을 뺏어들고 탈의실 안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문을 닫고 벽에 이마를 콩콩 찧었다. “ 멍청이. 분명 마음에 안들었을거야. ”
한숨을 푹 쉬며 태환형이 들고있었던 옷을 내려다보았다. 빨간 기모후드티였다. 꽤 두꺼운 느낌에 옷을 만지작 거렸다. 하여간 자기가 춥다고 나까지 두껍게 입으라는건가. 키득거리며 옷을 보다가 셔츠 단추를 풀어 벗어내고 고개를 밀어넣어 옷을 입어보았다. 오오,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형은 눈썰미가 꽤 좋았다. 옷은 작지도 크지도 않게 딱 맞았다. 추위를 그닥 안타는 내게 아직은 좀 두꺼운 옷이였지만 그래도 포근한 느낌이 썩 좋았다. 이거 괜찮다. 이거 하자고 해야지. “ 태환‥, 응? ” 문을 열고 나오자 앞에 서있어야할 태환형이 보이지않았다. 불안함에 두리번 거리며 형을 찾고 있었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손가락으로 어깨를 콕콕 찔렀다. 뒤를 돌아보니 살짝 뺨을 붉게 물들인 태환형이 시선을 다른곳에 둔채 서있었다. 내가 아까 손에 쥐고 있던 그 분홍색의 후드티를 하늘색 니트대신 입고 있었다. 물끄럼히 형을 보고있었더니 홱 돌아서며 발걸음을 옮겼다. “ 무슨 남자가 분홍색이야. ” 그렇게 말 하면서도 옷을 벗지않은채 계산대로 걸어갔다. 기분이 좋아져서 헤헤, 거리며 형의 뒤를 따라가 내 것과, 태환의 것을 같이 계산하고 상가를 빠져나왔다. 비록 디자인은 달랐지만 비슷한 계열의 후드티를 입고있으니 꼭 커플티 같아서 더 기분이 좋았다. “ 음, 무슨 영화보지? 쑨양 어떤거 좋아해? ” “ 애니메이션. ” “ … ” “ 왜요. ” “ 애도아니고‥ ” “ 형도 만화 좋아하잖아요. ” “ 영화관에선 안봐. ” “ ‥그럼 이거? ” 아무생각없이 내가 집은 영화는 공포영화였다. 태환형은 상관없다는 얼굴로 그래. 라고 하더니 표를 끊으러 가버렸다. 뒤늦게 어떤 영화인지 알게되었고, 손사례를 치며 다른거 보자고 했을때는 이미 상영관으로 올라가고 있을때였다. 음료수를 손에 쥔채 좌석에 앉아서 다리를 달달달 떨었다. 태환은 여유롭게 팝콘을 오물거리며 예고편들을 보고있었다. “ 혀, 형. 우리 그냥 다른거 볼까요? 내가 표 다시 살게. ” “ 왜? 돈 아까워. 그리고 이거 평점 좋아. 재밌데.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형!! 이라고 소리치고싶었지만 울상을 지은채 다시 시선을 굴려 스크린을 바라봤다. 나는 공포영화를 못본다. 그렇다고 멜로영화를 잘보는거도 아니였다. 워낙 눈물이 많아서 슬픈 영화나 감동적인 영화는 되도록 잘 안보려했다. 그러다보니 훈훈한 애니메이션류들을 자주 봤는데, 하필이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공포영화라니. 영화가 시작되며 내 불안감은 극에 달았다. “ 우와! 대, 대박. 헐! 으악! ” 옆자리에서 그런 감탄사가 들렸던거 같은데,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않았다. 내가 뭘보는지도 기억이 안났다. 1시간 30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줄 몰랐다. 영화가 끝나고 태환형은 조금 남은 팝콘통을 흔들며 웃었다. “ 아, 재밌다. 그치? 근데 생각보다 소리 없이 잘보네? 비명 지를 줄 알았는‥ 쑨양? ” 눈 앞에 뭔가 왔다갔다 거렸다. 희마하게 태환형의 손가락이 보였던거 같은데 그대로 시선이 돌아가더니 이내 천장이 보였고, 어두워졌다. 눈을 떴을때 나는 영화관에 있는 직원룸에 누워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깜빡였더니 휴대폰을 보고있던 형과 시선이 마주쳤다. “ 정신이 들어? ” “ ‥여긴? ” “ 멍청아, 무서운거 못보면 못본다고 말을 해야할거 아냐. ” “ 에? ” 멍하게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가 끝나자말자 기절했다. 사실 영화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나는걸 보면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안되서 기절한듯 했다. 멋쩍게 웃으며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영화관을 나왔다. 형은 계속 바보, 겁쟁이, 멍청이 거렸고 모두 맞는 말이라 가만히 있었다. 아직 진정이 안된듯 머리가 어질거린다고 했더니 그럼 카페에 가서 좀 쉬자며 형은 내 손을 이끌었다. 묵묵히 길을 걸어가다가 도너츠 가게가 보여서 우뚝 멈춰섰다. 형은 내 손목을 잡고 가다가 휘청이고는 돌아봤다. “ ‥여기 가자고? ” “ 아까 먹게 해준다고‥ ” 사실 또 형이 일장 연설을 늘어놓을까봐 조심스럽게 말을했다. 형은 잠시 나와 도너츠 가게를 번갈아보더니 한숨을 푹 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웃으며 쫓아갔더니 태환은 그렇게 좋냐며 괜히 흘겨봤다. “ 아까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이걸 이만큼 집어왔어. ” “ 8개밖에 안되는데? ” “ 이따가 저녁도 먹어야되잖아. ” “ 8개밖에‥ ” “ 어허. ” “ … ” 입술을 삐죽이며 도너츠 두개를 내려놓고 6개만 집어왔다. 그래도 많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포기안하고 버텼더니 결국 도넛 6개와 커피 한잔, 주스 한잔을 사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말자 도넛을 입에 물고 웃었더니 형은 커피잔을 작게 흔들거렸다. “ 도넛에 커피를 먹어야지, 무슨 오렌지주스야. 쌍으로 달잖아. ” “ 커피는 쓰잖아요. ” “ …내가 애를 데리고 다니는구만. ” “ 커피는 몸에 안좋아요. ” “ 얼씨구? 도넛 먹으면서 할 소리는 아닌데? ” “ 이건 간식이고. ” “ …뉘예뉘예, 알겠쯥니다~ ” 태환은 두손 두발 다들었고, 도넛을 먹으며 어느새 공포영화는 잊어갔다. 도넛을 먹는 사이에 형이 폰을 만지작 거렸고, 찰칵찰칵 거리는 소리가 여러번 들렸다. 정신없이 먹다가 문득 소리에 고개를 들었더니 또 찰칵하고 소리가 들렸다. 미간을 찌푸렸더니 태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완전 바보같이 찍혔어. 푸하하하, 으아. 바보같아. ” “ 뭐야, 형 왜 몰래 사진 찍고 그래요. ” “ 대놓고 찍는데 니가 눈치가 없는거지. ” “ 아, 왜그래요. 지워요. ” “ 왜? 귀여운데? 메인으로 해놔야지. ” “ 누가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하지마요. ” “ 뭐 어때? ” 폰을 뺏으려 손을 허우적 거렸지만 결국 뺏지 못했다. 복수 할거라며 내 폰을 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매번 태환형의 사진은 너무 예쁘게 찍혔다. 콩깍지가 씌여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마냥 모든게 예쁘고 좋을 시절이였다. 도넛을 두개쯤 남겨놨을때 손을 털고 태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의 이야기, 교수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수영 이야기. 매번 하는 대화들이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 그러고보니 쑨양은 여자친구 몇명 사겨봤어? ” “ 그건 왜요? ” “ 인기 많았을거 같아서. ” “ 별로 없었어요. ” “ 왜? ” “ 일단 너무 크니까. ” 주스에 꽂힌 빨대를 입에 물고 쪼옥 빨아들였다.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던 태환형은 시선을 굴리더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 키가 큰게 불편할때도 있구나. 언제부터 컸는데? ” “ 음‥ 어릴때부터 항상 컸던거 같아. ” “ 누구 닮아서 그렇게 큰거야? ” “ 어머니, 아버지 두분다 크셔. ” “ 진짜? 몇인데? ” “ 어‥ 아버지가 188정도 되고, 어머니가‥ 174라고 했던가 그러셨어요. ” “ 우와‥, 핏줄부터가 남다르네. ” “ 별로 큰게 썩 좋진않아. 적당히 커야지. ” “ 그건‥ 그럴거같다. 아무래도 우린 동양인이니까. 그러고보니 중국은 자식을 한명 밖에 못둔다지? ” “ 음, 아무래도. 그런걸 정부에서 단속 한다고 하더라구요. ” “ 그런걸 꼭해야하는건가. 그래서 출생신고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던데. ” “ 잘모르겠어요. 워낙 그런 일들은 나랑 거리가 멀어서. 근데 외동이라서 좀 외롭긴해. ” “ 하긴 혼자서 자라니까‥. 나는 따로 살긴했지만 누나가 있었는데. ” “ 누나요? ” “ 응. 고등학생이 되면서 연락이 끊겼던거 같아. ” “ 아‥ ” 궁금했다. 태환의 모든것이 궁금했다. 누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름은 뭔지, 몇살인지, 형을 많이 닮았는지 궁금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연락이 끊겼다고 하는 태환의 얼굴이 너무 슬퍼보였다. 애꿎은 빨대만 잘근잘근 씹어댔더니 형은 금새 다시 웃어보였다. “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찾아보려고. ” “ 찾을 수 있을거에요. ” “ 그치? 찾게되면 같이 보러가자. ” “ 내가요? ‥왜요? ” “ 어렸을때 난 항상 우리 누나한테 물었거든. 누나, 나 이거해도 돼? 누나, 나 이렇게 할까? 누나, 이거 먹어도 돼? 누나, 이거 가져도 돼? 하고. 그래서 물어볼거야. ” “ 뭐를? ” “ 누나, 얘가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데 평생 믿어도 되는걸까? 하고. ” “ … ” 할 말이 없어서 뺨을 긁적였더니 태환형은 웃으며 걱정스러워 보이는 내 뺨을 감싸잡아 꾸욱 눌렀다. 덕분에 입술이 쭉 튀어나와 붕어처럼 되었다. 장난스레 입술을 뻐끔뻐끔 거렸더니 푸흐흐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 분명 우리 누나는 응. 이라고 대답해줄거야. 항상 그렇게 웃으면서 말해줬으니까. ” “ 이쁠거 같아요. ” “ 응? ” “ 형의 누나. 굉장히 이쁠거 같아. ” “ 음‥, 쪼끔 이뻐 쪼끔. ” “ 에이, 그래도 누나인데. ” “ 몰라, 내가 보기엔 안이쁜데 인기는 많은거 같더라. ” “ 푸흐, 형 어린애 같아. ” 형은 그저 웃으며 언젠가 꼭 누나를 찾으면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 생각보다 멀지않은 시일에 누나를 찾게 됐었지만, 그게 그렇게 우리에게 큰 시련을 가져다줄거라곤 그땐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우리는 도너츠 집을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웃긴 악세사리를 서로에게 씌워주고 웃기도 하고, 스티커사진을 찍어 서로 나눠가지기도 하고, 악세사리를 좋아하는 형을 위해 팔찌를 하나 사주었더니, 너도 해- 라는 말에 같은 팔찌를 함께 끼기도 했다. 어느새 해는지고 거리의 불빛들이 반짝였다. 우리는 간단히 스파게티로 배를 채운후 느끼한 느낌을 잠재울겸 술 한잔만 하고 집에 가기로 했다. “ 쑨양~ ” “ … ” “ 야 임마~ 형이 부르면 대답을 해야지, 쨔샤. ” “ … ” 도수가 높다는 한국 술도 내게는 도수가 낮은 편이라 아무생각 없이 마시다가 뒤늦게 생각났다. 태환형은 술이 약한 편이였다. *** “ 쑨양, 쑨양. ” “ 응. ” “ 사람들 이상한 말해. ” “ 중국어에요. ” “ 쑨양도 해? ” “ 중국 사람이니까요. ” “ 나만 못해? ” “ 형은 한국 사람이니까 못하는게 맞아요. ” “ 진짜? 바보라서 모르는건 아냐? ” “ …바보 아니래두요. ” “ 그치만‥ ” “ 그런 말 하지말아요. 하면 화낼거야. ” “ 화내? ” “ 응. ” “ ‥알았어. ” 혹시나 추울까봐 목에 매어준 목도리 매무새를 다시 잡아주고, 손을 꼭 잡은채 공항을 빠져나와 두리번 거렸다. 항저우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했다. 공항 바로 옆에 있는 터미널로 가서 버스 표를 끊고 잠시 자리에 앉아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 쑨양 ” “ 예? ” “ 쑨양의 어머니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 “ 아‥ ” “ 응? ” “ 좋은 분들이에요. ” “ 나 싫어하지 않을까? ” “ 왜 싫어해요. ” “ 그냥‥ ” “ 괜찮아요. 형도 좋아해주실거에요. ” “ 진짜? ” “ 형은 착하니까 누구든지 다 좋아할거에요. ” 조금 불안해 보이는 형을 달래며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로 가는 동안 형은 낯설은 풍경에 창문에 코를 박고 계속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잠시 피곤함이 몰려와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잤을까 나를 깨우는 손길에 눈을 스르륵 떴더니 태환형이 보였다. “ 쑨양, 다들 내려. ” “ 어? ” 고개를 들어서보니 어느새 항저우에 도착해있었고, 사람들은 이미 거의 다 빠져있었다. 놀래서 몸을 황급히 일으켰고, 버스에서 내렸다. 전화를 하기위해 공중전화기를 찾으려 두리번 거리는데 형이 자꾸만 팔을 잡아당겼다. “ 쑨양, 나 저거. ” “ 잠깐만요. ” “ 저거 먹을래! ” “ 잠깐만, 잠깐. ” “ 저거!! ” 공준전화를 찾아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자리에 서서 버티는 통에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보았더니 태환은 만두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침을 먹은 후 아무것도 먹지못해서 배가 많이 고플거란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졌다. 시선을 굴리다가 짧은 중국말을 가르쳐주며 돈을 손에 쥐어주었다. “ 전화하고 갈테니까, 저기에 서서 그렇게 말하고 받으면 돼요. 어디 가지말고 앞에 서있어요. ” “ 응응. ” “ 어디 가면 안돼요. ” “ 알았어. ”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점점 해가 지고 있어서 서둘러야만 했다. 형이 만두집 앞까지 가는걸 보고 서있다가 공중전화 부스로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전화를 했다.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도 힐끗힐끗 시선은 만두집을 향해 있었다. “ {네, 네. 얼마나 걸려요? 근처라서 금방이라구요? 알았어요. 네, 거기 있을게요. 네.} ” 간단하게 통화한 후 전화를 끊고, 짐을 챙겨 서둘러 만두집으로 향했다. 서있어야할 형이 보이지 않아 철렁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만두를 포장하던 직원에게 태환형의 인상착의에 대해 말했더니, 손가락을 뻗어 어딘가 가리켰다. 시선을 돌려보니 선물가게 앞에서서 두리번 거리는 뒷모습이 보였다. 성큼성큼 걸어가 어깨를 잡아 거칠게 돌려세웠더니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인상을 쓴 태환이 보였다. “ 어디 가지말라고 했잖아! ” “ 아파! ” “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요! ” “ 아프다고! ” “ 여기서 잃어버리면 다신 못찾는다구요! ” “ 아프다니까, 쑨양! ” “ 말도 안통하는데서 죽고싶어요? ” “ 아파아파! ” “ 계속 떼쓰고 이렇게 말 안들을거냐구요! ” “ 쑨양 이거 놔! ” “ 도대체! ”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이 아릿거려왔다.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감싸쥐었고 시선을 돌려보니 아버지가 서있었다. 움찔하고는 시선을 떨궜다. “ {뭐하는 짓이야, 쑨양.} ” “ {…아무것도 아니에요.} ” “ {울고있잖아.} ” 고개를 돌려보니 태환형은 어느새 눈물을 가득 머금고 훌쩍이고 있었다. 애써 시선을 외면 했더니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 쑨양 싫어… ” 주먹을 꾹 쥐었다 놓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버지는 내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울먹이는 태환을 달래어주었다. 형은 아마도 나와 닮은 모습에 내 아버지라 생각한건지 순순히 눈물을 뚝 그치려 하고 있었다. “ 미안해요, 형‥ ” “ 미워‥ ” “ 미안해요. ” “ ‥그러지마. 아무대도 안갈게‥ ” “ ‥미안해요. ” 먼저 선듯 태환형이 손을 내밀어준 탓에 지끈거리는 두통을 뒤로하고 손을 다시 맞잡았다. 간단하게 아버지라고 제대로 소개를 하고, 차에 타고서 한동안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는동안 옆 자리에 앉은 태환은 계속해서 만두 떨어뜨렸어. 맛있었는데, 만두‥ 하면서 중얼 거리고 있었고, 한국어를 모르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물어왔다. “ {만두, 만두요.} ” “ {만두?} ” “ {아까 사줬는데 떨어뜨렸나봐요.} ” “ {터미널 근처 음식은 별로 안좋은데.} ” “ {너무 먹고싶어해서요.} ” 아버지는 백미러로 힐끗 형을 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작게 웃으며 말했고, 중국어를 모르는 태환은 나를 다시 바라봤다. 미안한 마음에 어깨를 살짝 감싸안아 주물러주며 해석해주었다. “ 집에가서 저녁먹을때 만두 사주신데요. ” “ 만두? 진짜? ” “ 응. ” 해맑게 웃는 태환을 본 아버지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앞을보고 운전하셨다. “ 쑨양, 중국어로 안녕하세요가 뭐야? ” “ 왜요? ” “ 인사해야지. ” “ 음‥, 니하오- 라고 하면 돼요. ” “ 니하오? ” “ 그렇게 글 읽듯 말고, 니-하오. ” “ 니-하오~? ” 잘했다는 뜻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형은 베시시 웃더니 입을 오물거리며 집에 가는 내내 니하오 니하오 거렸다. 집 앞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어머니가 한달음에 달려나와 우릴 반겨주었다. 태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푸욱 숙이며 니하오 하고 작은 목소리로 웅얼였다. 어머니는 당신을 위해 인삿말을 연습한 형이 대견스럽다며 크게 웃으시며 니하오니하오- 하고 답변해주었다. 그 모습에 형은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쑨양, 많이 말랐구나.} ” “ {저번에 왔을때 너무 살이 쪘던거에요.} ” “ {한국에 가기전보다 말랐는데?} ” “ {전 괜찮아요.} ” “ {‥엄마는 네가 걱정된다.} ” “ {괜찮아요. 일주일정도 머무를거 같으니 형을 잘 부탁해요.} ” “ {그건 걱정말고 너도 푹 쉬다가 가거라. 얼굴이 많이 안좋아.} ”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채 내 얼굴을 매만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아 떼어놓으며 작게 웃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태환은 따라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왜그래요, 형? ” “ 아니야. ” 고개를 붕붕 내젓더니,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어머니를 따라 먼저 들어가버렸다. 지그시 보다가 따라들어가 익숙하지만 조금은 낯선 집안의 향을 들이켰다. 오랜만에 오는 집이였다. “ 형 이리와요. 중국에 있는동안 내 방에서 같이 잘거야. ” “ 쑨양 방? ” “ 응. ” 짐가방을 들고 방문을 열어 들어갔고 불을 켰다. 태환형이 들어오는걸 확인한 뒤 문을 닫았고, 형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내 방은 딱히 특이할게 없었다. 내 키에 맞춘 큰 침대와 책상, 그리고 책장, 어릴때 수영하며 받았던 상을 정리해놓은 장식장, 또 좋아해서 모으다보니 꽤 많아진 인형들. 태환형은 아니나다를까 인형들 앞에 멈춰서서 이것저것 조물거리며 그 자리에 앉아 가지고 놀았다. “ 잠바는 벗고 놀아요, 형. ” “ 응 ” 대충 대답하더니 옷을 그자리에 쏙 벗어놓고 다시 인형을 매만졌다. 그 모습에 작게 웃으며 다가가 옷을 집어들고 탈탈 털고 옷장을 열어 넣어두었다. “ 쑨양집엔 인형이 많아. ” “ 어릴때부터 모아서 그래요. ‘ “ 우리집에 있는거도 다 쑨양거야? ” “ 그건 형꺼에요. ” “ 내꺼야? ” “ 내가 선물해준거에요. ‘ “ 그럼 쑨양꺼네? ” “ 내가 줬으니까, 형꺼죠. ”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린 태환은 내가 짐가방을 풀고 정리할동안 계속해서 인형만 매만지고 있었다. 후드티 위에 목도리를 여지껏 두르고 있는게 보여서 다가가 목도리를 풀어주다가 멈칫하고 잠시 옷을 물끄럼히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시선이 마주쳤고, 형은 시선을 내리며 옷깃을 살짝 잡고 들었다 놨다. “ 이 옷 좋아. ” “ 어‥ 그거 어디서 났어요? 없던데‥ ” “ 내가 숨겨놨어! ” “ 에? ” “ 아껴입으려고 숨겨놨어. ” 형은 베시시 웃으며 옷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놨다하다가 후드를 쑥 눌러썼다. 태환형이 입고있는건 우리가 함께 첫데이트 했던 날, 내가 골라주었던 분홍색에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후드티였다. 언젠가 집안 정리를 할때 그게 생각나 보고싶어서 찾아봤는데 없어서 버린줄로만 알았는데, 여지껏 들고 있었다. 그때를 태환도 무의식중에 기억을 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저 옷이 마음에 든건지 잘모르겠지만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져 목도리를 집어들고 일어나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방을 나왔다. 뭐라 말을 거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화장실로 급히 들어가 물을 틀고 찬물에 얼굴을 씻어내렸다. 눈물도 씻어내려가길 바라며 얼굴을 한참 문질러댔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얼굴이 따끔거리는게 느껴질무렵 고개를 들고 거울을 봤더니, 참 못난 얼굴이 보였다. “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노력해봐도‥ 난 강해질 수 없나봐. 형‥, 태환형.} ” 가슴 한구석이 너무 욱씬거려서 가슴팍을 움켜쥐고, 한손으론 세면대를 잡아 몸을 지탱한채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않을 만큼 끅끅거리며 울음을 삭혔다. 눈물이 날때 눈물을 참는 방법을 찾을수가 없었다. 강했던 태환형이 너무 그리웠다. 항상 그렇게 달래주며 웃어주던 태환이 너무 보고싶었다. 옆에 있지만 나날이 나는 외로워졌고, 지쳐갔다. 이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알 수도 없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나도 태환형도 서로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다. 그거 하나만은 여전히 변하지않은 사실이였다. “ {쑨양, 밥 다 됐으니 같이 나와서 밥먹으렴} ” 울음을 삭히느라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감고 있었고, 마침 어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식사를 하라고 했다. 여태껏 인형만 만지작대던 형도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나를 바라봤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 힐끗 태환을 내려다보며 작게 웃었다. “ 배고프지‥. 밥 다 됐데요. ” “ 밥먹어? 만두도? ” “ 만두가 그렇게 먹고싶어요? ” “ TV에서 봤는데 중국 만두 많아. ” “ 중국 만두가 그렇게 맛이 있는건 아닌데‥ ” “ 그치만 중국하면 만두래. ” “ 자장면이라고 안해서 다행이네요. ”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함께 방에서 나왔다. 아직 어머니 아버지가 어색한 태환은 내 등뒤에 숨어서 조심스레 식탁을 쭈욱 훑었다. 원래 내가 있으면 어머니는 항상 상다리가 휘어지게 밥상을 차렸는데, 오늘은 더더욱 그래보였다. 힐끗거리며 보니 한국음식도 꽤 보여서 어머니가 형을 많이 생각해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죄송해지고 감사해졌다. “ {얼른 앉아서 먹어.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 ” “ {형은 다 잘먹어요.} ”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 “ 형, 이리와서 앉아요. ” “ 응? 응응. ” 내 옆자리에 앉은 형은 젓가락을 손에 쥐고도 쉽사리 음식을 손대지 못했다. 형이 밥을 먹기만 기다리는 부모님들 역시 편하게 밥을 먹지 못했고, 어색한 기류속에 나만 난감하게 됐다. 먹기 싫냐고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한참 젓가락 끝만 입에 물고 야금야금 거리는 형을 보다가 문득 하나 떠올랐다. 태환형은 처음에 아무렇지않게 나에게 다가왔었던 것과 달리 낯을 엄청나게 가렸다. “ 형, 혹시 불편해요? ” “ ‥조금. ” “ {왜 그런거니? 어디가 아프니?} ” “ {아, 아니에요. 형이‥ 낯을 많이 가려요.} ” 작게 웃으며 태환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잠시 부모님은 태환을 보다가 소리내어 웃으셨다. 그 모습에 형은 고개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렸고, 부모님이 무어라 말을 하자 형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 역시 웃으며 그 말을 해석해주었다. “ 형이 귀엽대요. 막내아들 같대. ” “ 내가? ” “ 응. 그러니까 너무 불편해하지말고 편히 밥 먹으래요. 아니면 부모님들이 자리를 비켜주신다고‥ ” “ 아니야, 아니야. 가, 같이 먹어. ” “ 괜찮겠어요? ” “ 응, 괜찮아. 나 어린애 아니야. 쑨양보다 나이 많아. ” 잠시 태환을 내려다보다가 부모님께 형이 괜찮대요. 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태환형은 그렇게도 노래를 부르던 만두 하나를 집어서 입안에 넣었고 몇번 오물오물 거리다가 헤실헤실 거리는 얼굴을 내보였다. 그러다가 자신의 풀어진 얼굴에 놀래서 흠칫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부모님은 내심 귀여워서 빤히 보고 있다가도 혹시 불편해 할까봐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숙여 신경 안쓰는척을 하셨고, 그런 모습에 속아넘어간 형은 휴- 하고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만두 하나를 집어 먹으며 베시시 웃었다. 식사시간은 순조롭게 흘러갔고, 불평없이 태환형은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 내가 한 밥보다 맛있죠? ” “ 응? ‥아, 아니야. ” “ 거짓말. 맛있었죠? ” “ ‥쪼,쪼끔…? ” “ 중국에 있는 동안 맛있는거 잔뜩 먹어요. 나는 요리 잘 못하니까. ” 웃으며 거실 소파에 앉아 후식으로 사과를 오물거리는 형의 머리를 쓸어주었고, 형은 아니야 쑨양것도 맛있어. 라며 나를 되려 위로해왔다. 거실에서 잠깐동안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말을 해석해줘야하는 입장이라 나는 아무말없이 말을 전달해주었고, 잠깐 사이에 부모님과 태환은 금새 친해졌다. 체력이 약해진 태환은 아직 채 밤이 되지않았는데 피곤해했고, 나는 그런 형을 방에 데려가 재우고 방에서 다시 나왔다. 거실에는 아직 부모님이 앉아 계셨다. “ {쑨양, 넌 몸이 괜찮은거니.} ” “ {걱정하시지 말래두요.} ” “ {…그래. 그래도 생각보다 저 아이는 밝은거 같아서 다행이구나.} ” “ {원래부터 다정한 사람이니까요.} ” “ {‥우리는 좀 놀랐다, 쑨양.} ” “ {…} ” 왠지 손끝이 시려와서 손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더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네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보다, 저런 상태의 사람을 돌보고 있다는것에 놀랐다는 말이다.} ” “ {죄송해요. 이렇게 지내라고 유학 보내준게 아닌데.} ” “ {죄송해할것 없다. 사실 처음에 말을 들었을땐…, 화도 났단다. 네가 뭣하러 남을 그렇게 돌보고 보살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 “ {…} ” “ {쑨양, 하나만 물어보자꾸나.} ” “ {뭐를요?} ” “ {너는 저렇게 변해버린 저 아이도 처음 마음 그때처럼 사랑하고 있는거니?} ” “ {…아.} ” “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 “ {‥저는 괜찮아요. 먼저 들어가볼게요. 내일 해야할 일이 있어서.} ” 그 자리를 도망치듯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킬 길이 없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다 태환형의 뒤척이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천천히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혹여나 깨어날까 바들거리는 손을 살짝 얹어 뺨을 쓸어주었다. “ 음‥쑨양…. ” 놀래서 손을 황급히 때려다가 새근거리는 숨소리에 마음을 내려놨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아버지의 그 질문에 한번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역겹고 화가나기 시작했다. 아까 그렇게나 울었는데 또 눈물이 쏟아질거 같아서 고개를 푹숙이고 눈가를 손으로 꾹 막은채 윽윽 거리기 시작했다. “ ‥쑨양…? ” 잠에서 깬 태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울음이 멎지않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계속 윽윽, 거리는 소리만 내었다. 이불을 걷어내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쑨양‥, 울어? ” “ ‥아니에요. ” “ ‥울지마, 쑨양. ” “ …안울어요. 얼른 자요. ” “ 쑨양…, 울지마. 울지마. ”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태환형이 나를 품안에 끌어안았고, 나는 그 품에 안겨 소리죽여 울었다. 놓을 수 없는 끈이 나를 조여올때면 너무나 괴로웠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분명 나는 후회할거다. 태환을 버렸다는 자괴감에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 “ 형, 태환형… ” “ 응, 쑨양 나 여기있어. 여기에 있어. ” “ 어떻게 하면 좋죠. 어쩌지. ” “ 쑨양… ” “ 내가 이렇게 될걸 형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모질게 나를 버리려고 했었어요? ” “ … ” “ 그러면 차라리 더 모질게하지. 정말 내가 태환형을 죽도록 미워하게 만들지…. ” “ 미안해… ” “ 이젠, 이젠 돌이킬수도 없잖아. ” “ 쑨양‥ 미안해… ” “ 사랑해요. ” 형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채 계속 사랑한다고 말했다. 태환형이 내 뺨을 감싸잡아 고개를 들어올렸고, 이내 입술 위로 말랑한 입술이 맞닿았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아픈 눈을 한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젠가 태환형은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내게 말 했었다. ‘ 내가 많이 힘들게 하더라도, 나를 사랑해줄 수 있겠어, 쑨양? ’ 그때의 나는 분명 확신에 차있었다. 당연하다고 언제까지라도 사랑하겠노라 그렇게 다짐을 했었다. 그때가 떠올라 더더욱 서러워졌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태환에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왜 내가 이러는지, 왜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태환형이 내게 미안하다 사과해왔다. 나는 대체 이런 형에게 무슨 짓을, 무슨 부담을 주려고 이렇게 울며 매달리는걸까. “ 내가 힘들게해서 미안해… ” 그렇게 울고있는 나보다 아픈 표정을 하고서 보는 이 사람을 나는 더이상 놓을 수 없었다. |
" {중국어} "
팊.
주말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거라곤 글 쓰는거 밖에 없는거 같아요 ㅇ<-<
이번화 분량조절 실패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스크롤바를 즐기세요 여러분 ㅋㅋㅋ
읽기 힘드셨죸ㅋㅋ여러분의 심정이 이해갑니닼ㅋㅋ하지만 전 분량조절따우 못하는 못난 작가니깤ㅋㅋㅋㅋ
요건 작가의 쓸데없는 징징대는 소리입니다 패스하셔도 좋아요 ㅎㅎ |
그나저나 제가 아마 조만간 암호닉때문에 공지글을 한번 올리지않을까 싶어요.. 댓글을 달아주시고 안달아주시고는 저에게는 그냥 읽어주시는거로도 감사하지만 암호닉을 신청해놓으시고 안보이시는건ㅠㅜ 후에 받을 메일링때문이라는 생각밖에 안들어서 씁쓸합니다.... 제가 현재 그,그를 메일링 하지않는 이유가 그때문입니다.. 암호닉 없이도 매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한번 암호닉 신청후 안보이시다가 특전이 있다거나 뭐가 있다라고 하면 나오시는분들... ㅠㅜ 이렇게 되면 더이상 특전같은 메일링은 하지않겠습니다 댓글이 없는거보다 암호닉 잠수가 더 슬퍼요 여러분 ㅠㅜㅜ 저는 댓글이나 암호닉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저 읽어주시는거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려요 ㅠㅜ 암호닉 여러분들 저는 정말 다 기억하고 있어요! 암호닉이라는거 자체가 작가가 기억해주길 바래서 신청하는거라고 저는 들었고 알고 있어요 (근데 사실 그,그 메일링을 하지않는 이유는 암호닉 분들 중에 학생분들이 많으셔서 시험이 다 끝나길 기다리는 거에요!) |
이번편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여러분은 제 사랑입니다 행쇼~S2
암호닉도 사랑입니다S2 |
촹렐루야, 감수성, 아스, 매치드, 박태쁘, 탱귤, 코난, 샤긋, 쌀떡이, 농민밭일꾼, 또윤, 유스포프후작, 리엔, 마린페어리, 륜(히륜), 샤몰이, 빈츠, 백구, 나나, 양양, 박쑨양, 아롱, 오동통, T, @히히, 레인, 옥메와까, 렌, 행쇼S2, 태쁘, 부레옥잠, 피클로, 광대승천, 소어, 카리스, 대후니요정, 썬샤뿌잉, 햄돌이, 햇반보이, 응응, 부은눈, 비둘기, 빠삐코, 까망이, 허니레인, 초코퍼지, 용용죽겠지, 카르페디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