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kerBell
그 때 그 자리에서 확실히 말했어야 했다.
아직도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너와 다르게
니 앞엔 너를 친구로만 생각하지 못하는 내가 있다는 걸 말했어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
친군데 누가 오해를 하겠냐며 표정이 굳어진 채 말을 하는 너에게
아직도 내가 너를 좋아해서 널 그저 친구로만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해버리면
다시는 너와 친구로도 지낼 수 없을까봐
영영 마지막일까봐
그게 무서워서,
- .........그래, 친구지 우리. 괜히, 내가 예민하게 반응했네... 근데 난, 나 때문에 혹시라도 니가 오해받으면 내가 너한테 피해ㅈ...
- 성이름, 니가 그런 걸 왜 신경쓰는데. 그런 거 신경쓰지 말라고.
- ....
- ..미안, 화내는 거 아니니까 또 그렇게 정색하지 말고.
- ..응
- 니가 걱정 안 해도 예전처럼 우리 둘이 떡볶이도 먹으러 가고, 니가 좋아하는 팅커벨도 보고...
뭐, 다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말라고 멍청아.
-
예전처럼 지내자는 너의 말 몇마디에
그렇게 너를 끝까지 밀어내겠다던 오랜 내 다짐은 한순간에 녹아버렸다.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머리로는 밀어내야 된다고,
마음으로는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헷갈린다.
-
별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다
다음에 또 만나자는 너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집에 돌아왔다.
멍한 상태로 씻고 나와 핸드폰을 보니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성이름? 아직도 이 번호 쓰는 거 맞나.]
[권순영?]
[오, 아직도 쓰네ㅋㅋㅋ 번호 바꿨으면 어쩌나 심장 쫄렸네ㅋㅋㅋㅋ]
[바꿀걸.]
진짜 바꿀걸.
너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서 불안하다.
[뭘 또 바꿀걸이야, 사람 섭섭하게ㅋㅋ 집은 잘갔지? 연약한 척 하다가 누구한테 잡혀가면 큰일난다.]
[..뒤져 진짜. 권순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성이름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있냐. 많이 한가해보이는데 놀자. 오랜만에 둘이서]
한편으론 이 상황이 꿈 같은 한 편의 동화책 같기도 하다.
예전과 같아서,
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서로밖에 없던 그 어린 날의 우리와 꿈을 이룬 채 만난 지금의 우리가 너무 똑같아서.
[뭐, 그래. 둘이서 놀자. 오랜만에]
그렇게 니 옆에 더 이상 다가가지 않겠다고 했건만,
니 말 하나에 이렇게 쉽게 내 마음이 바뀌는 걸 보니까
마치 내가
예쁘게 불어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여린 꽃 한송이가 된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앞으로 절대 모르는 척 하려고 하지마. 나한테 시키지도 말고. 그럴 마음 없으니깐]
[니가 모르는 척 하면 끝까지 아는 척 할거야. 너가 짜증낼 때까지 할거니까 그러지마 절대.]
마지막 두 문자엔 답장을 할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히 만난 너와 예전처럼 같이 문자를 나누고 있다는 것도
앞으로 너와 만날 일이 많아질 것 같은 것도
내가 너를 더 이상 밀어낼 수 없는 것도
모든 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다.
그런데도 너 때문에 괜시리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음.. |
늦게 와서 죄송해요 분량이 좀 짧은 것 같기도..... 다음엔 더 예쁘게 써서 갖고 올게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