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dal wave.
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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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숲속에 가장 큰 나무의 나뭇가지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사시사철 푸르러 블루벌드의 자랑이었던 나뭇잎이 좌우로 흔들리다 나뭇잎들 사이로 동그랗고 붉은 빛을 띄는 머리가 불쑥 내밀어졌다. 나뭇가지와 바람으로 여기저기 붙은 나뭇가지와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보아하니 통금시간을 맞추어 재빨리 집에 들어오듯이 뛰어 온 것이나 무엇에 쫓기어 헐레벌떡 뛰어 온 것 같은 행색이었다. -그가 뛰어오는 폼이나 겁에 질린 얼굴은 후자에 좀 더 알맞았다.- 뛰느라 헉 헉. 몰아치는 숨을 고르면서도 조마조마하면서 뒤를 살살 살피는 모습이 체형이 고운 여자 같지는 않았다. 아주 잘 다져진 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목구미나 울대뼈를 보면 단박에 남자라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남자는 뭐가 그리 급한지 숨을 다 몰아쉬지도 못한 채 어두운 숲속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남자의 나이쯤이면 붙어있을 굳은 살 조차 배어있지 않은 하얀 맨발로 검은 숲의 중심지를 향해 힘것 달리고 있었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탁,탁,탁, 거리는 남자의 달음박질소리가 검은 숲을 가득 채우고, 남자의 흰 다리에 붉은 생채기가 3개 더 생겼을 때, 남자가 갑자기 우뚝, 그자리에서 서버렸다. 허억 거리며 멈춘 남자가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경련이 일은 남자의 왼쪽다리에 투명한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 이번 사냥감은 꽤 커. 그 분께 선물로 드리면 아주 좋아하실 거야. ”
듣기 좋은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순식간이었다. 검고 위협적인 셰퍼드였다. 헥헥 거리는 숨소리와 입맛을 다시는 듯이 뚝뚝 흘리는 투명한 타액은 남자의 발등을 순식간에 젖게 만들었다.
‘ 뒤로 도망칠 수 있을까? 아니야, 그렇게 한다면 그대로 이 까만 개의 먹이가 되어 버릴 거야. ’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자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한때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란 자신이 것만, 지금 머릿속에서의 상황은 남자를 무뇌아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비참했다. 남자가 침착하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나 둘씩 유니폼이라도 되는 양 정장바지에 흰 셔츠를 빼입고는 어깨에 걸쳐놓은 검은 자캣을 입고 있었다. 날카로운 은 나이프를 들고있는 놈들도 있었지만, 한방이면 바로 세상에 발도 못 내밀 것 같은 소총을 들고 있는 놈들이 더 많았다. 두려움에 벌벌 떠는 남자의 손을 셰퍼드가 할짝- 핥아 올라갔다. 마치 음식의 먹기 전 간을 보는 것 같이 자신을 상대하는 셰퍼드를 보니 남자의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
“너무 떨지마, 아직 널 죽일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널 죽이면 내가 손해를 보거든. ”
남자에게 말을 건넨 낯선 사람은 아마도 여기 있는 놈들 중 가장 높은 직급의 사람인 듯 했다. 그것은 남자의 타고난 직감이었다. 어릴 적, 자신이 습득한 생존의 방법이었다. 말을 건넨 그는 아무런 무기조차 들지 않고, 남자의 앞으로 조금씩 다가왔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조차 남자의 귓속에 들어오지 않고 모조리 튕겨내고 있었다. 남자는 패닉, 그 자체였다. 또 다시 검은 셰퍼드가 손가락을 핥자, 셰퍼드의 타액과 바람을 만나 시원해지자 남자의 눈이 번쩍, 하고 뜨였다. 자신의 눈 앞으로 큰 손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가 남자의 붉은 머리채를 한 손에 쥐어 잡아 검은 놈들이 있는 곳으로 힘껏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남자는 그대로 힘을 잃고 자빠졌다.
“ 그 놈, 왕족이야. 회색빛 눈에 그 얼굴, 어디서 많이 봤나 했는데…. 역시 그놈의 아들이었어. 어쩐지 왕자의 시체가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더라. ”
그는 내동댕이쳐진 남자에게 다가가 흰천으로 둘러싸인 옆구리에 신발 코를 세게 박았다. 커억 하는 신음과 함께 고개를 젖힌 남자가 자신의 두 손으로 옆구리를 움켜잡았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 김 한빈, 여우 새끼처럼 재빨리 숨으면 못 찾을 줄 알았어?”
다시 한 번 그가 한빈의 붉은 머리채를 잡았다. 비웃음. 남자가 한빈과 눈을 마주하고는 입꼬리를 섬뜩하게 말아 올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오른손을 높이 들어 한빈의 오른쪽 뺨을 사정없이 쳐댔다. 몇 번 때리지 않고도 입술이 터지고 뺨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나려 해도 이미 다리는 정신과 따로 놀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머리채가 잡힌 채로 몇번이고 넘어졌다. 한빈이 남자에게 저항했다. 발버둥을 치고, 남자의 손을 세게 움켜잡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남자가 한빈을 때리는 강도였을 뿐,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한빈의 비명소리와 함께 검은 숲의 달빛이 차올랐다. 언제나 그렇듯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블루벌드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만, 이미 썩어 문드러진 블루벌드에 밤하늘은 필요없었다. 한빈이 정신을 잃고 나서도 밤하늘은 더욱 맑고 더 없이 반짝였다.
모든 것이 시작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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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국은 똥손을 주체하지 못했어요ㅜㅜㅜ그래도 바비아이짱짱ㅠㅠㅠㅠㅠ00에 지원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빈이라도 나왔으니...살려주세요..♥
사랑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