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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학개론 02 (Past Times_태일)

By  고기로케








순간 뭐에 홀린 것처럼 그 목소리를 넋이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조금 느린 템포의 저음 파트가 시작되니 들려오는 목소리가 희미해져 벽에 손바닥을 대고 귀를 바짝 가져다 대었다. 숨 쉬는 것도 잊은 사람처럼 그저 홀린 듯 옆방에서 흘러나오는 그 노랫소리를 내 귀에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굴까, 어떻게 생긴 사람이길래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는 것일까. 호기심이 머리끝에 다다르다 못해 저 위로 터져버렸다. 금방이라도 연습실 방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가서 옆방의 그 사람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방에서 잠자코 곡 카피를 하고 있으라는 보컬 선생님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 시동을 걸다 만 엉덩이를 떼었다 붙였다만 반복했다.

이러면 안 되지. 정신 차리자. 계속 이렇게 옆방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다가는 선생님께 꾸중을 들을것 같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다시 연필을 들었다. 휴대폰의 재생 버튼을 눌러 카피하다만 곡을 다시 틀었다. 연필을 든지 몇 초 되지 않아 다시 들려오는 옆방의 노랫소리에 내 집중력은 또다시 공중분해가 돼버렸다.

이어폰이라도 귀에 꽂아야지, 하며 가방 속을 뒤졌는데 항상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던 이어폰을 그날은 이상하게 가지고 오지 않았더라. 그냥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연필도 놓고 휴대폰의 음악도 멈추었다. 의자에 축 늘어져 천장을 보며 옆방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귀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눈을 감고선 목소리 좋다며 혼자 되뇌던 때, 후반부의 고음을 정말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아, 안되겠다.

그 순간에는 정말 눈을 질끈 감고 미친척했다. 아니, 정말 그 땐 미쳤었을지도.

하얀 문에 달린 손잡이를 힘차게 돌리고서는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환한 연습실 안에는 영문모를 얼굴을 하고서는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이 있었다.

그래, 내가 문태일을 처음 만난 건 중학교 3학년 때의 그날이었다.






[NCT/동영/태일/재현] 방송학개론 02 (Past Times_태일) | 인스티즈









태일 시점





다가오는 보컬 경연에 한참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다른 애들을 봐주러 간다고 내게 계속 연습을 하고 있으라 말씀하시고는 연습실 방문을 꼭 닫아주며 나가셨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서 다시 반주를 틀고 노래를 했다.

노래가 가장 어려운 후반부 고음 부분에 다다르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목소리를 올렸다. 아, 고음 성공.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던 찰나에,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 선생님이 벌써 오셨나, 하는 생각에 문이 열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고개를 돌린 그곳에서는, 양볼에 홍조를 가득 띈 채로 날 바라보고 있는, 난생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





‘오빠 저랑 음악 같이 해요!’


밥을 먹으려 수저를 들었을 때, 뜬금없이 그 애가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갑자기 그 애의 잔뜩 상기된 목소리가, 발그레해진 얼굴이 머릿속에서 저녁 내내 머릿속에 떠다녔다.

내가 워낙에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그런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당차게 내 번호를 물어보던 그 애의 모습에 놀라 아무 말 못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벙져서 번호만 찍어주던 내 모양새가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하며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여주’


책상 앞에 앉아 휴대폰 연락처 목록에 선명히 보이는 그 애의 이름을 보았다. 번호 교환한지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는 그 애가 궁금해졌다. 순간 내가 왜 이 애의 연락을 기다리는 거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도 이 기분이 이상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머리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털며 방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휴대폰의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혹시 그 애인가 싶어 책상 위의 휴대폰을 얼른 집어 열어보았다.


‘오빠 안녕하세요! 저 오늘 그 김여주 예요.’


그 문자를 보자마자 나는 머리를 닦던 수건도 잊은 채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닥을 흥건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








“그래, 이건 이렇게.”

여주와 연락을 하고 지낸지는 한 두세 달쯤 지난 시점이었다. 방학이라서 더 그랬던 건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 곡 작업을, 연습을 같이 하곤 했다. 어제는 내가 기타를 조금 칠 줄 안다니까 곧바로 눈을 반짝이며 제 기타 선생님이 되어 주란다.


“아니, C 코드는 여기 세 번째 손가락이 위로 한 줄 더 올라와야지.”

“이렇게?”


이렇게 밝고 사람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아이는 처음 봤다. 자칫하면 무례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성격인데, 이 애는 무례하긴 커녕 긍정적이고 예의도 발랐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애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열정적이라 나도 이 애가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만나면 만날수록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들었고, 호감이 쌓여갔다.


“근데 너 요즘 나한테 은글슬쩍 말 놓는다?”


작은 손가락을 낑낑 움직이며 코드를 짚는 여주에게 농담조로 말을 던졌다. 내 말에 그 애는 안 그래도 큰 눈을 튀어나올 것처럼 뜨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다고 팔자 눈썹을 해 보였다. 그런 그 애가 너무 순수하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됐어. 장난이야. 그리고 난 상관없으니까 나한테 말 놔도 돼.”

“에 그래도…”

“진짜로. 난 그게 더 편한데.”


말끝을 흐리는 그 애를 보며 어깨를 살짝 으쓱여 보였다. 진짜 괜찮아. 제 무릎에 얹어놓은 기타가 무겁고 불편했는지 기타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그 애에게서 기타를 잡아 내 무릎 위로 가져가며 말했다.


“그럼… 말 놓는…다?”


말을 어렵사리 마치고는 내 눈치를 보듯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으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 애가 나는 정말로 예뻐 보였다.








***








그날은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가 걸려 몸살이 심하게 도졌던 날이었다. 한번 몸살이 나면 정말 미친 듯이 아픈 성향이라 그날은 일어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그저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대충 찬장에 있는 약을 찾아 물과 함께 꾸역꾸역 넘기고서는 다시 침대 위로 쓰려졌다. 혼자 사는 탓에 공복에 먹은 약이 살짝 메스꺼웠다.

약기운에 다시 잠에 빠져들려 하던 참에 배게 옆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여보세요.”

- 오빠 오늘 거기서 한 시… 오빠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애의 목소리에 시간을 확인했더니 그럼 그렇지, 항상 그 애와 만나던 시간이 삼십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것도 잊어버리고 난 쟘에 들어버릴 뻔했다. 오늘은 못 만나겠다고 미리 말해주지 못한 탓에 미안한 감정이 들어 목소리를 가다듬던 때에 그 애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저 너머로 들려왔다.


- 오빠 아프지? 지금 기침하고 완전 난리 났네…

“아니야, 별로 안 아파. 근데 여주야, 오늘은 연습…”

- 가만있어 봐. 오빠 집이 초등학교 옆에 아파트라고 했지? 오빠 혼자 산다며. 기다려봐. 내가 삼십분 내로 갈게.

“어? 지금 집에 온다고? 여주야? 여보세요?”


전화가 끊어졌다. 전화기를 붙들고 한 오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집에 오겠다는 그 애의 말이 자동적으로 리플레이되었다. 전화기를 한 번 보고, 내 방 상태를 보고, 내 몰골을 한 번 보았다. 지금 정말 거지꼴인데… 망했다.

말을 안 듣는 몸을 억지로 욕실까지 이끌고서는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했다. 솔직히 그땐 내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잘은 몰랐다. 그저 그 애가 당장 와서 내 추한 꼴을 본다고 상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어 본능적으로 그랬다.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가지를 대충 침대 밑으로 밀어 넣고, 티셔츠도 새로 내어 갈아입었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양말 한 쪽을 침대 밑으로 아무렇게나 밀어 넣던 중,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오빠!”


현관문을 열자 양손에 가득 뭘 싸가지고 내 앞에서 또 팔자 눈썹을 해 보이는 그 애의 얼굴을 보자 뭔가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뭐 해?”

“에헤이. 오빠는 들어가서 그냥 죽은 듯이 누워있어. 아니다 죽은 듯이는 아니고… 그냥 가만히… 죽으면 안 돼.”


주방에 서서 뭘 열심히 하는 그 애의 어깨너머로 뭘 하나-하고 보았다. 그러자 오히려 내 등을 떠밀고선 친절하게 손을 잡고는 침대까지 데려다주었다. 내 몸이 온통 불덩이여서 그런가, 처음 접하는 그 애의 손이 차가웠다. 너 손이 차가워,라고 말하자 내 걱정 말고 오빠 몸 걱정이나 하라며 귀여운 핀잔을 주었다.



“가수된다는 사람이, 몸살 걸려가지고는 목 다 부어서 어떡해.”

“그러니까 너도 오빠처럼 이렇게 아프지 말고 몸 관리 잘 해. 자기도 가수된다는 사람이면서.”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관리하거든요? 속상하게 왜 아파 아프긴. 이거 먹고 약 먹어.”


그 삼십분 만에 죽까지 사 와서 날 먹이는 그 애였다. 내가 먹는 모양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지, 내 손에 있던 숟가락을 제 손으로 가져가 죽을 숟가락 한가득 떠서는 팍팍 좀 먹으라며 입 앞까지 대어 보였다.


“우와. 나 떠먹여주는 거야?”

“어? 어… 아니 오빠가 좀처럼 안 먹으니까 그런 거 아냐. 자, 숟가락. 얼른 먹어.”


내 장난스러운 말에 토끼눈을 하고는 날 가만히 바라보다 당황한 듯 이내 숟가락을 도로 내 손으로 가져갔다. 그 애의 표정에 난 또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 했다.


“네가 떠먹여줘 그냥.”








“내가 죽 냉장고에 넣어 놨으니까 그거 렌지에 데워서 먹고 약 꼭 먹고.”

“알았어.”

“유자차 가져왔으니까 그것도 꼭 먹고. 그게 감기에 그렇게 좋대.”

“응응.”

“아 또…”


현관문 앞에 서서 엄마처럼 뭘 계속 챙겨주는 말투에 연신 알았다며 현관문을 열어줬다. 늦게 가면 위험하잖아, 얼른 가.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같이 나서려는 날 보고서는 손사래를 치며 집에 가만히 있으란다. 괜히 와서 번거로운 일만 하다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 나는 그래도 밑에까지는 배웅해주려 했는데, 그것도 싫댄다.


“그럼 집 도착하면 전화 꼭 하고.”

“알았어. 오빠나 몸조리 잘 해.”


현관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얘기하는 그 애였다.


“오빠가 미안해. 괜히 너 오늘 고생시킨 것 같다.”

“고생은 무슨, 오빠가 아픈 마당에…”

“오빠가 맛있는 거 엄청 사줘야겠다, 그치.”


내 말에 또 싱긋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내 엘리베이터가 왔다고 내게 손을 흔들고서는 현관문을 닫았다. 그 애가 막상 가니까 조용해진 집이 굉장히 허전해 보였다.

주방으로 가서 그 애가 보온병에 가져온 유자차를 침대로 가져왔다. 보온병 컵에 유자차를 넘치지 않을 정도로 가득 담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목에 느껴지는 따뜻하고 달달한 유자차에 그 고사리 손으로 직접 이걸 만드는 상상을 했다. 무의식적으로 그 애 생각을 자꾸 하는 내가 나 자신도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 애 생각을 할 때마다 전해지는 이 따뜻한 느낌이 나쁘진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무지 좋았다.

그렇게 나는 침대에 누워서 잠에 들지도 못하고 휴대폰을 붙들고선 집에 잘 도착했다는 그 애의 연락만 기다렸다.








***







일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고, 늦가을로 접어들던 어느 날이었다. 방학 때처럼 빈번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여주를 만나곤 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 애를 만나면 만날수록 그 애에 대한 마음은 확실해져 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습을 하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그 애의 연락을 기다렸다. 밤이 늦었지만 자기 전에는 잔다며 문자를 꼭 하던 애였기에 기다렸다.

하지만 매일 열 시가 되면 잠에 들던 애가 열시가 넘도록 아직 문자가 없었다. 무슨 일인지 의문이 든 나는 먼저 연락을 하려 문자 함을 열었다. 그때, 갑자기 여주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여보세요?”


화면에 그 애의 이름이 뜨자마자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저쪽에서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주야?”

- …오빠.

“뭐야. 너 울어?”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말을 꺼내었는데, 어째선지 목소리가 잠긴 채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바로 알았다. 얘가 울고 있구나, 뭔 일이 있구나. 그 애의 처음 듣는 그런 목소리에, 나는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고서는 휴대폰을 더욱 세게 쥐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집에 부모님은?”

- 오빠 나 지금 집 나왔어…


얘가 이런 애가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집을 나왔다는 말에 순간 반사적으로 당장 그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늦가을이라 밤이 늦으면 쌀쌀하고, 또 무엇보다 시간이 늦었으니 위험하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밑도 끝도 없이 당장 가겠다고 했다. 대충 얇은 외투를 챙겨서 곧장 그 애의 아파트 입구로 갔다. 다행히 거리가 가까워 금방 닿을 수 있었다.

가로등 불빛을 도움 삼아 닿은 그곳에서 놀이터 벤치에 쪼그려 앉은 그 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얇은 티셔츠 한 장만 걸친 채 작은 어깨를 떨고 있는 그 모습에 내 외투를 벗어 그 애의 어깨에 살짝 둘러주었다.


“김여주. 시간 늦었어. 일단 부모님 걱정하시니까 집에 들어가자. 응?”

“싫어.”

“그럼 오빠한테 얘기해봐. 왜, 무슨 일이야.”


그 애는 살짝 머뭇거리더니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떼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나 노래하는 거 반대하셔.”

“보컬 학원도 처음에 성적 좋으면 보내주신다 해서 악착같이 성적 올렸는데, 막상 음악에 집중하다 보니까 성적이 또 떨어지더라. 그래서 성적도 떨어지고, 가수는 아무나 하는 건 줄 아냐면서, 그러시더라.“

“나 되게 힘들게 말 꺼냈는데, 화부터 내시는 거 보고 그냥 눈물이 먼저 나왔어.”


얘기를 하던 중에 울먹거리다가 결국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떨리는 등이 너무 안쓰러워서, 그 마음 온전히 이해는 다 못하지만 그래도 상처받은 마음을 내가 보듬어주고 싶어서, 그 애를 그냥 품에 안았다. 너무 서럽게 우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코끝이 찡해져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다며, 이해한다며, 서럽게 우는 그 애를 더욱 세게, 내 품에 들어오도록 끌어안았다.








방송학개론 02 (Past Times_태일)

By  고기로케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겨울방학은 끝나고, 개학식이 다가왔다. 여주와 알고 지낸지는 반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뭔가 굉장히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가까워진 만큼, 내가 그 애를 생각하는 마음도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어져갔고, 그래서 나는 개학 한 날 이렇게 생각했다. 그 애가 고등학생이 되는 날, 고백을 해야겠다고.

그 애가 이미 고등학생이었다면, 난 벌써 연애하자고 말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 애가 어른스럽고 성숙해 보여도, 중학생을 애기를 건들지는 말라는 친구들의 말에 살짝 양심이 찔려서 그랬다. 어쨌든, 난 그 애의 고등학교 입학식 날 연애하자고 고백을 할 예정이었다.


“오빠, 또 노래 경연 나간다며?”

“…어? 어 그치. 나가지.”

“이 오빠가 오늘 왜 이리 정신이 없어.”


개학을 하고 일주일 후에, 우리는 밥이나 먹자며 학교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음식을 주문하는 그 애의 얼굴을 빤히 보며 개학식 날 세웠던 내 계획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었다. 상상만 해도 벅차고 설레어서 입꼬리가 씰룩거렸지만, 아직 그 애가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몇 달이나 남았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했다.


“이 오빠가 또 정신없는 거로는 일등이지, 안 그래? 뭘 또 새삼 스리.”

“어이구, 자랑이시네요.”


입술을 쭉 내밀며 놀리는듯한 말투로 내 말에 대꾸를 한다. 그런 모습마저도 귀여워 보여서 그냥 실없는 웃음이 막 새어 나왔다. 가끔 여주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풀어놓으면, 사랑꾼 납셨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럼 나 오빠 하는 거 보러 간다?”

“암, 그래야지.”







***







노래 경연이 있는 날이었다. 여주가 와서는 긴장하지 말라며 물이랑 비타민을 챙겨주고 간 덕분에 살짝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다행히도 실수 없이 무대를 잘 마친 탓에 상을 받을 수 있었고, 기분 또한 최고로 좋았다. 얼른 그 애에게로 달려가 축하받고 싶었다.

경연 대회가 끝나고, 앞자리에 있던 내가 뒷자리 관람석에 앉아있던 그 애에게로 다가가려 하던 때, 어떤 사람이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던 나는 그 사람이 내민 명함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래, 캐스팅이었다. 나는 노래 경연이 끝난 직후 소속사에 캐스팅을 당했다. 캐스팅 매니저같이 보이던 그 사람은 내 연락처를 받아 적고는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며 저만치 사라졌다. 그 사람이 가버린 후, 나는 그 자리에 몇 초동안 손에 달린 명함만 바라보며 명하니 서있었다. 나는 캐스팅을 당한 것이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꿈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캐스팅…헐.”


명함에 박힌 기획사 로고를 다시 한 번 보며 행복한 생각에 잠겨있었다. 저 멀리 내게 다가오는 여주의 모습에 얼른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 애를 끌어안고 이 기쁨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뒤의 일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었다.







***








나는 결국 몇 달 후 그날 캐스팅 당한 회사에 들어가 연습생이 되었다. 연습생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게, 정신력도 강해야 하고 체력도 강해야 했다. 학교를 가지 않는 날에는 일찍 일어나 연습실에 가 밤늦게까지 연습하다 집에 들어오고, 학교를 가는 날엔 학교를 마치고 연습실에 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빠진 생활에 그 애와는 어쩔 수 없이,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지게 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회사에 들어온 이상 연습생 신분으로 연애를 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나의 그 행복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애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난 그저 그 애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NCT/동영/태일/재현] 방송학개론 02 (Past Times_태일) | 인스티즈








다시, 현재





“형.”





어 왜. 냉장실의 중간 칸에서 맥주캔을 꺼내든 태일이 재현의 짧막한 부름에 답했다.





“여기 왜 오신 거예요?”





냉장실의 채소칸을 열어보던 태일은 갑작스러운 재현의 물음에 하던 행동을 모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형 김여주 좋아하죠?”





그 순간 아주 또렷하게 들려온 재현의 말은 태일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뭔가 모를 긴장감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하지만 태일은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재현의 눈을 똑바로 보고서는 이렇게 답했다.


“어. 좋아해.”






-

오늘 분량은 탤과 여주의 태일시점 과거사입니다!
여전히 동영이 분량이 없...ㅎ 다음 회부터 늘릴꺼니깧ㅎ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암호닉 신청은 자유롭게 해주시면 됩니다!





하튜


꼬미 / 재현아 윤오해 / 재횬짱 / 고기로케러브 / ㅇㅇㅈ / 우재 / 우주 / 맠둥이 / 미뇽천사 / 127 / 더꾸 / 이마크 / 달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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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5.87
ㅇㅇㅈ 입니다!! 태일이와 이런일이 있었군요ㅠㅠ좋아했지만 사귈수 없었던 사실이 너무 안타깝네요픂ㅍ
7년 전
독자1
재현아윤오해
7년 전
독자3
이렇게 한 멤버씩 과거 이야기가 나오능건가요ㅠㅠㅠ 막상 사귀면 되게 능글맞고 잘해줄 성격 같은데 연애금지령이라니.. 왜이렇게 여주의 인생은 험난할까요..8ㅅ8 재현이가 물어봤는데 저렇게 당당하게 말해줘서 괜히 기분 좋네용ㅋㅋㅋㅋ❤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당~
7년 전
독자2
아좋다 글잘읽었어요!! 고맙습니다❤️
7년 전
독자4
아....심쿵.....그랬군요ㅠㅠㅠㅠㅠㅠ 태일이도 참 오래전부터 여주를 좋아했네요ㅠㅠㅠㄱr슴 ㅇr픈 L.O.V.E story.....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암호닉'데스티니'로 신청하겠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5
더꾸입니다! 크으...태일이ㅠㅠ오늘도 잘 보고갑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7년 전
독자6
와 태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연습생이된건 진짜 좋은일이지만 고백도 못하고 지금까지ㅠㅠㅠㅠ....넘. 안타까워요ㅠㅠㅠㅠ잘보고 가요 작가님!!
7년 전
독자7
으ㅘ.....심쿵......[오렌지]로 암호닉 신청합니다..ㅜㅜ
7년 전
독자8
헐 태이리 과거 넘 맘 아픈 거 아닌가요...8ㅅ8 ㅜㅜㅜㅜㅜㅜㅜ 여태 속앓이만 했을 태일이 생각하면 내가 우르먹... 그나저나 태일이 어마어마한 순애보네요 그 어린 학생 시절 부터 여태 여주만 좋아하다니 ㅜㅜ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4.1
작가님 저 우주에요. 태일이맘은 ㅜㅜㅜㅜㅜㅜㅜㅜㅠ 여주 좋아하는거 눈치는 까고 있었지만ㅜㅜㅜ 글로보니 더 슬프네유ㅠㅠㅠㅠㅠ군데군데 이름넣는게 잘 안되어 있어요!
7년 전
비회원40.173
127이에요! 태일아ㅠㅠㅠㅠ 오빠ㅠㅠㅠ 마음 아프네요ㅠㅠㅠㅠ 고백도 못하고 있었구나ㅠㅠㅠㅠ 근데 여주 성격 부럽네용 적극적이야...!! 작가님 다음화 기대할게요!
7년 전
독자9
아 꼬미입니다.. 태리오빠 과거 넘나 찌통..ㅠ.ㅠㅠㅠㅠㅠㅠㅠ헝헝헝헝헝 마치라잌 내 첫사랑 같네요ㅠㅠㅠㅠ엉어엉엉엉ㅇ
7년 전
독자10
ㅠㅠㅠㅠ 진짜 문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완전 이제야 읽은게 넘 슬픈 ㅠㅠㅠㅠㅠㅠㅠ 최고에요 진짜루 동영이랑 재혀니 버전? 암튼 이야기도 보고싶어욤 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1
작가님 [꿀돼지]로 암호닉 신청하구 갑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ㅜ!!♥️
7년 전
독자12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랑 태일이 서로 좋아하는 사귀지를 못해ㅠㅠㅠ 마음이 아픕니다ㅠㅠㅠㅠ
7년 전
독자13
아... 태일아ㅠㅠㅠㅠㅠ 진짜 너무너무 좋아해서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간절했던 꿈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어지지 못했네요ㅠㅠㅠㅠㅠ 이제 어쩌면 좋나요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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