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큰 키. 넓은 어깨.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너의 그 얼굴 만큼은
소년이였다.
부모는 애초에 없었다.
호스트였던 아버지는 재수없게도 삼류조폭 마누라를 꼬셔 죽을만큼 얻어맞고 집 마당에서 죽었다.
미인이셨던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입학 무렵 집을 나갔다.
동네 어른들은 나를 손가락질했다.
'불쌍한 놈, 애비는 제비고 애미는 집나가고...쯧쯧, 저놈도 놈팽이나 되겠지 뭐"
고가의 시계와 명품 수트, 반짝이는 구두까지. 모든 건 완벽했지만, 어느하나 내것은 없었고, 씨발놈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해도, 이 일을 해오면서 나는 단 한 번도 한 순간도 후회한적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였고, 그 길은 꽤나 내 발에 잘 맞는 길이였으니까. 준수한 외모, 현란한 말 솜씨, 적당한 품위, 그리고 매너. 빌어먹을 아버지의 피를 제대로 물려받은 나는 '호스트'에 아주 적합했다. 모두가 퇴근할 시간에 출근하고, 모두가 출근할 시간에 퇴근하는 일은 꽤나 재미있었다.
그러나 나는,
난생 처음, 이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지금, 내 눈 앞에 멀뚱히 서서 웃고있는 녀석을 보며.
"너 뭐야?"
"어? 어...저 모르세요?"
"네가 누군데"
"재효형님이 말 전해준다 하셨는데?!"
그 새끼 또 까먹었나보지. 위아래로 훑어보니 꽤 나 긴 기럭지에 누님들 좋아할만한 덩치에 낮고 부드러운 저음, 노란 머리칼은 꽤 부드러워 보였다. 하지만, 괜히 마음에 걸리는 한가지는 하얀 얼굴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반짝이는 두 눈. 두 눈과 마주하는 순간, 난생 처음 내가 수치스럽다 느꼈다. 당황스러운 감정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을 때, 녀석이 나에게 손을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표지훈이에요! 표, 지, 훈!"
"......새로 온..?"
"아, 네네! 재효형님이, 형님한테 배우라고 하셨는데..?"
씨발, 내가 무슨 신입교육이야. 그런건 박경이나 시킬 것이지. 성격이 더러워 신입은 서글서글한 박경이나 유권이 녀석한테 보내는데 왜 이번에는 내가 됬는지 이해할수가 없다. 뻗은 손을 일부로 잡지 않았는데도, 무안하지도 않은지 여전히 손을 내밀고 서있다. 이 놈 역시 보통 고집은 아닌것 같은데 앞으로 좀 피곤하게 됬다 싶어 한숨이 나왔다.
"어어, 한숨 쉬며 복 나가요!"
"뭐래 병신이, 너 본명 쓰냐?"
"아뇨, 피..오? 예! 피오 라고 했어요! P.O! 영어로.."
"그래, 나는 지코. 본명은 우지호지만, 본명 불리는거 안 좋아해. 부르지마. 그리고 난 시간약속 안 지키는거 싫어하니까 꼭 지키고"
"오오, 지코형? 근데, 지호형이 더 좋은데? 우지호형!"
꼭 하지말란거 하는 새끼가 있다. 도대체 내말은 뭘로 쳐들은건가.
"본명싫다고. 지코형이라 불러!"
"아, 알았어요!"
큰 덩치에 안 맞게 입이 툭 튀어나와서는 불퉁하게 퉁퉁거린다. 하, 삐지기도 하냐? 가지가지한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 어제 네탕이나 뛰어서 너랑 상대할 몸이 아니다."
"에? 우왁! 형, 섹스 잘해요? 네탕이나 뛰어요?"
이 미친새끼!!! 깜짝놀라 녀석을 보는데, 정말 방금 그 입에서 '섹스'란 단어가 나온게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순진무구한 표정을 하고 있다. 너,너 그런 단어 입에 담지마. 네? 뭘요? 섹스요? 야! 하지마! 왜요!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이 미친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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엌. 쓰고싶다 쓰고싶다고 난리쳤던 우표픽을 결국 쓰네요...하...
안녕하세요 호빵맨들?
세균맨이에요ㅇㅇ
호빵맨이 뭐냐고 하신다면,
그대와 나 둘 만의 애칭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