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 나들이
Prologue
그러니까, 내 학창시절은 X나 평화로웠다. 시비를 거는 사람이 딱히 없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그 싫어하는 사람 중에 남자도 있었지.
X발. X나 평화로웠다, 이거다.
내 친구 이석민은 말했다.
"야, 윤여은! 한 번 사는 인생, 너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
딱 거기까지. '지', 하고 말을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그 입을 닥치라며 내가 틀어막아 버렸으니까.
"왜 때려!"
너 방금 맞을만 했잖아. 이석민이 멍청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여은아, 폭력은 좋지못, 역시 쨍쨍한 해로 마무리 하기 전에 입은 틀어막혔다.
석민아, 거기까지 하렴.
멀쩡한 오라버니, -그래. 이게 아마 내 인생의 최대 복이 아니었을까?- 윤정한이 이석민의 입을 톡톡 때린다.
아, 아- 형 아파요! 그럼 너 말로 우리 여은이를 아프게 하질 말던가.
오, 오빠 X나 감동 받을 ㅃ, 여은아, 너도 그 입 닫아. 오빠한테 X나가 뭐니, X나가. ...응.
우리의 하굣길은 이랬다. 삼학년 윤정한, 일학년 윤여은, 일학년 이석민.
"와, 나 또 버리고 간다 여은이."
2학년 권순영.
시끄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두 명과, 안 시끄러운듯 시끄러운 한 명을 달고
그닥 조용하지 않은 성격이 함께
오손도손-이란 표현이 이럴 때 쓰이는 건 아니라고 배운 것 같다- 길을 걷는다.
언덕의 학교를 내려와 버스정류장까지 걸리는 애매한 8분이라는 시간을 ,
꼭 느리게 걷는 윤정한 때문에 2분을 더해 완벽한 10분을 만들어서야 도착한다.
느릿, 느릿.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앞서 언급된 것 처럼 1학년, 열 일곱살이었던 시절의 윤여은이다.
보다시피 멀쩡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다니고 있는 학교 생활을 했고,
"...죽겠다."
지금은 방송작가일을 하는, 한낱 대한민국의 20대를 달리는,
그런 청춘을 나름대로 유용히 쓰고 있는 여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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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없다면,
조용히 사라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