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
이 배엔 정상인이 없어.
내가 미쳤지, 아무리 급해도 이런 배를 타다니.
제발...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무사하길 빌어줘.
"유권아!"
선장이 사라지자마자 난 계단을 내려가서 어디론가 가려던 권이를 잡아 세웠어.
그리고는 슬쩍 선장실 문이 닫힌 걸 한 번 더 확인하고는 물어봤지.
"아까 선장이 뭐라고 한거야?"
"쿡... 알고 싶으면 개소리 해봐."
아니, 이 솅키까지 날 물로 보나...
"멍!"
그러나 난 이제 망설임이 없음.
살기 위해 난 이미 많은 걸 포기했다. 포기하면 편해지느니...ㅅㅂ
내 개소리에 신난 김유권이 실실 쪼개면서 배의 후미 쪽을 가리키길래 쳐다보니
거기엔 재효가 청승맞게 바느질을 하고 있더라.
ㅉㅉ...
출항 사흘 만에 바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은 상선이 있었는데,
뭐 오는 배 마다 않는 게 해적인지라 사뿐히 털어주었지. 근데 그 배에서 자기는 수영 못 한다고 제발 빠뜨릴 바엔, 어라?
"악!"
측은하게 보며 첫 만남을 회상해 보는 사이에
웬 빨간 앵무새가 날아와 재효에게 어퍼컷을 먹임.
헐...
그 모습을 목격한 나와 권이는 누가 그러잔 것도 아닌데 동시에 선실로 들어옴.
저 작은 앵무새한테 걸리면 아주 주옥되는 거야.
소리라도 들릴 새라 선실 문을 조용히 닫고 나랑 권이랑 마주보고 후우, 숨을 내쉼.
그러려고 그런 것도 아닌데 권이랑 나랑 숨도 참고 있었어. 아 생각해 보니까 웃기네. 시바류ㅠ
웃기지?
앵무새 하나가 뭐라고?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저 앵무새는 지코 선장이 키우는 앵무샌데,
이름은 박경이라고, 정체가 불분명해.
그냥 보기엔 보통 앵무샌데, 말도 너무 잘하고 무엇보다
시도 때도 없이 날라와서 불꽃 싸다구 날림.
컹.
사실 그래봤자 깃털 좀 달린 날개라서 맞아도 그렇게 아프진 않은데,
진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게 해... 저건 그냥 맞아봐야 알아. 말로는 설명 못 해. ㅠ
깃털도 새빨게서 불시에 날아들어 싸다구 맞으면 진짜 말그대로 불꽃 싸다구.
놀람과 수치스러움의 연타.
선장하고는 애기일 때부터 같이 자랐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앵무새도 샌데, 그게 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고.
근데 친하긴 겁나 친한 듯.
사실 그깟 새 한 마리 띠꺼우면 날 잡아서 잡아 족치면 되는 건데,
보통 능글맞은 게 아니라서 잘 잡히지도 않고, 잡히면 막 소리 지르는데 그 때 선장한테 걸리면 진짜 주옥 된다고...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더라.
직접 시도해볼 생각은 없음. 우리 배 카리스마 넘버 원 이민혁도 박경은 피해다닌다.
새 주제에 인간하고, 그것도 선장 같은 싸이코랑 같이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지가 선장이랑 동급인 줄 알고 시시때때로 아무나 괴롭힘. 불시에 와서 뺨 때리고 날아가는데 그거 맞으면 현자타임 찾아온다.ㅠ
근데 나 사실 박경 모이 주는 것도 담당함......
난 우리 배에서 새모이를 담당하는 이태일이라고 해. 헤헷.
모이주려고 방에 들어가면,
혼자서 횃대 위에서 어깨춤 추고 있거나 코파고 있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내가 지어낸 거라고 생각하지?
......
맨날 보는 나도 볼 때마다 멘붕...
재효 얘기는 다음에 기회 혹시라도 생기면 해줄게.
근데 그럴 일 없을 듯.
솔직히 재효는 가진 거라곤 오로지 깔 몸뚱아리 하나 밖에 없는 비루한 존재라 할 얘기도 별로 없어.
푸드득.
조심해. 앵무새 날개 소리가 들리면 그냥 달리는 거야.
작은 앵무새는 건드리든 안 건드리든, 아주 그냥 주옥되는 거야.
핀다고 뭐 없음 |
http://instiz.net/name_enter/1243609 소재 감사합니다! (<-앵무새 짤 있음) 저 그 때 허락받은 익인16이에영. 고3익인 화이팅! http://instiz.net/name_enter/1235976 필명 바꿔서 신알신 다 없어졌어영...죄송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