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LEAP
01: 끝과 시작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희미하지만 기억나는 몇몇 일부의 내 기억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나는 그와, 그러니 정확히 말하자면 순영이와 사귀던 사이였다. 그런데 며칠인지는 기억은 잘 안나는데 순영이가 어느 날 헤어졌는 거 같다. 아니, 갑자기 없어졌던가. 내가 그렇게 울었던 것도 모두 순영이가 내 곁을 떠나서 그런 거 같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몇몇 중요한 사건만 흐릿하게 기억이나고 나머진 전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그 기억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했어도 내 기억이라는 수면 깊숙히엔 있을 거라 믿었는데 아니였다. 내 수면 속 깊숙히 박혀있는 기억들은 전부 기억하기 싫어서 기억하면 더 슬퍼질까봐 내가 그 상황을 부정하며 없앴나보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보는 순영이의 얼굴에 그만 눈물이 흘러버렸다. 흐릿하던 잔상이 아니라 무척이나 뚜렷한 잔상이라서. 눈가에 고인 눈물을 떨구려 눈을 감았다.
"순영이는 그럼 어디에 앉을래?"
"그럼 전 저 아이 옆에 앉아도 될까요?"
순영이가 짚은 사람은 바로 나였고 난 빠르게 눈물을 지웠다. 너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 기쁜데 난 너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 나지않아서 슬퍼, 순영아.
순영이는 내 옆자리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가 운 탓일까 내 기억과 다른 전개가 되어가고 있는 거 같다. 저녁 노을처럼 짙은 네 눈동자가 날 빨아들이고 있는 거 같다. 왜, 울고 있는거야? 순영이가 내게 손을 뻗어 내 눈물을 닦으려 하였다. 나는 그만 놀라 뒤로 얼굴을 내빼어버렸고 순영이는 허공을 맴도는 손을 거두었다.
미안해, 순영아. 난 아직 이 현실을 받아드리기엔 시간이 부족한가봐.
"내가 부담스러웠다면, 미안해."
"그냥 네가 울고 있어서 그런거야. 왜 우는지 알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사실을 말해준다면 넌 믿을까. 아직은 무리겠지.
"슬픈 생각이 잠시 났어. 그래서..."
"그렇구나, 어떤 일인지는 몰라도 힘냈으면 좋겠다. 울고 싶을 땐 펑펑 울어도 돼."
어제 과거로 돌아오기 전 기억이 났던 네 목소리와 일치하다. 또 눈물이 나올려고 하잖아. 난 미래에서 왔는데 너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게 별로 없어. 우리의 첫만남은 어땠는지, 그리고 우린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난 몰라. 너의 하나뿐인 연인이었지만 난 우리 둘의 추억들을 기억을 하지 못해. 너의 첫 연인이었는데. 괜한 자책감이 생겨 고개를 푸욱 숙였다.
"또 울려고 해. 울지 말라니깐."
"미안해, 순영아. 내가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슬픈 때엔 펑펑 울어도 돼."
내가 너의 그늘이 되어줄 수 있다면 너를 포근하게 감싸줄게. 순영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계속 떨어지는 슬픔을 닦아내었다. 내가 과거에 온 것도 너와 분명 상관이 깊게 있을거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가 왜 내 곁에 없어졌는지 찾아낼게. 나의 내면에서 너를 부르는 걸 이제야 깨달았으니깐 기억들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거야. 조그만한 희망들을 꼭 쥐고 너와 다시 한 번 시작해볼게.
내가 없는 나는 무척이나 위태위태했으니깐 난 그런 미래의 나를 바꿀거야. 더 이상 울지 않고 너를 지켜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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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이너봉. 나 왔..."
"너 울었냐? 그리고 옆에 얘는..."
과거나 지금이나 부승관은 늘 시끄러웠다. 승관이는 7살 때부터 현재까지, 그러니 947일 전인 그 때까지 친한 친구였다.
"오늘 온 전학생. 순영이, 권순영."
"안녕, 잘 지내보자. 너는..."
"나는 승관. 부승관이라고 해."
"이너봉 불... 아니 소꿉친구."
아, 이래서 순영이랑 승관이랑 서로 연락할 수 있었던 거구나. 언뜻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과거...의 모습이 지금 이 상황과 딱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나마 비슷했다. 내가 울고 있었다는 지금의 상황만 제외한다면. 앞으로 천천히 되돌려 놓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머리가 저릿했다. 오늘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거 같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내가 어찌되는 건 상관없다.
그저, 947일이 지난 미래로 돌아오게 되면 분명 내 곁에 너가 있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설상 순영이가 나를 떠난게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고 해도, 그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이젠 주어졌으니깐. 순영이가 없으면 얼마나 난 흉해질지 알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왔으니, 순영이를 되돌리면 나는 다시 포근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겠지. 그 풋풋한 십대의 사랑도 함께 느껴질 수 있겠지. 쓸쓸하고 고독한 현실 속에 찌들어 살던 나와 달리 십대의 난 찬란하게 빛났으니깐. 조금이나마 내가 느끼던 쓸쓸함을 덜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너봉 뭔 그렇게 생각을 오래하냐. 예전답지 않네."
"그냥. 아, 너희들은 만약에 말야..."
"연인이랑 헤어져서 슬퍼하고 있었는데 한 순간에 과거로 돌아가 연인과 첫만남을 가졌던 그 날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떨 거 같아?"
"음... 헤어지기 전으로 되돌리려고 애쓸 거 같아."
"근데 그건 왜?"
내가, 그 상황에 있거든. 목구멍으로 뜨뜻한 덩어리가 올라왔다. 말하면 안 되겠지. 뜨뜻한 덩어리를 삼키려고 침을 삼켰다.
"그냥... 그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어떨까해서."
"아, 맞다. 너봉아. 나랑 매점 같이 갈래?"
"아니, 승관이랑 갔다 와."
"왜? 넌 안 가? 맨날 가던 매점 죽도리가?"
지금 가게 된다면 아마도 난 펑펑 울 거 같아. 나를 감싸던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리고 이미 울었지만, 내 기억 속 그를 만나서. 난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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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에 가지 않고, 난 자리에 앉아 골똘히 생각했다. 왜 순영이는 내 곁을 떠나게 되었을까. 947일. 그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이렇게 생각하며 생긴 한 가지 확신이있다.
난, 그를 되돌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직까지 그를 보면 두근거리는 가슴이 모든 걸 증명해주고 있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몸소, 증명해주고 있다.
난 947일 안에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내 기억의 조각들을 차근차근 찾아 내어 미래의 날 행복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
촑글 감사합니다ㅜㅜㅜㅜ 프롤인데 암호닉 잘 받았습니다ㅜㅜㅜㅜㅜ 신알신도ㅜㅜㅜㅜ 감사합니다ㅜㅜㅜㅜ 봉덜 ㅜㅜㅜㅜ 사랑합니다ㅜㅜㅜㅜㅜ 더욱 노력하는 쑨리프 되겠습니다ㅜㅜㅜㅜ제잘제잘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 [스틴] [냐하] [꽃단] [민규스치마] [연잎] [순두부] 울히 암호닉분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