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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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연애.8]
“식기 전에 마셔요.”
“고마워”
우현이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들이 킨 성규가 커피가 입에 맞지 않은지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 입맛과 다름없는 성규를 아는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이 귀여운지 웃으며 네모난 각설탕 몇 개를 성규의 커피 속으로 퐁당 빠트렸다.
“집에 갔을 줄 알았는데. 어디 갔다 왔어요?”
“그냥, 잠깐.”
시답지 않은 성규의 대답에 그저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자신에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인 서류 몇 장을 챙겨 들더니 성규에게 내밀었고 우현이 내민 서류를 받아든 성규는 서류를 천천히 살펴보다 맨 아래 적힌 익숙한 이름을 보고는 우현을 바라봤다.
“계약했어요.”
“벌써?”
고개를 끄덕이는 우현에게 성규가 그래도 계약서인데 글씨가 이게 뭐냐며 자리에도 없는 성열을 타박했지만 우현은 차마, 그런 성규에게 성열이 싸인 하는 내내 자신이 노려보느냐고 성열이 눈에 띄게 덜덜 떨었다는 사실을 말 할 수가 없었다.
“아직 집에 안 갈 거면 같이 가요.”
“그래.”
“잠깐만 기다려요. 이성열 건만 처리하고 올게요.”
성규에 손에 들린 서류를 들고 일어선 우현이 책상에 어질러 있던 서류 몇 개를 더 챙기더니 비서에게 자신이 부탁한 서류가 준비되었다는 확인을 받고는 성규에게 금방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사무실을 나서려 문고리를 돌린 순간 성규가 그런 우현을 불렀다.
“우현아”
성규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에 고개를 돌린 우현이 말없이 자신을 쳐다만 보는 성규의 모습에 손에 쥔 문고리를 놓으려했지만 성규가 웃으며 잘 갔다 오라 손을 흔드는 모습에 우현이 놓으려던 문고리를 다시 꽉 쥐고는 웃으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금방 다녀오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듯 사무실을 빠져나간 우현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성규에게로 돌아왔고 성규는 그러한 우현을 아까 그 자리 그대로 소파에 앉아서 반겨주었다. 가자. 성규의 말에 우현이 약간은 거칠어진 숨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성규는 그러한 우현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내일부턴 회사에 나오지 말아요.”
“응”
“..........”
“출발 안 해?”
“해야죠.”
왜냐고 한 번쯤은 물을 줄 알았던 성규가 순순히 알았다고 대답을 하자 우현이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성규를 바라봤고 성규는 그러한 우현의 표정이 바보 같다며 밉지 않은 타박을 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조금 더 싸늘해지는 자동차 공기에 우현이 히터를 높이며 걱정스럽게 성규를 바라봤지만 성규는 그런 우현의 걱정이 무색 할 만큼 너무나 곤한 표정으로 잠에 빠져 있었다.
자동차의 시동을 끈 우현이 아직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성규를 바라보며 더 재우고 싶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밖에서 동태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마음에 성규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집에 다 왔어요. 집에 다왔다는 우현의 목소리에 눈을 뜨기는커녕 오히려 우현의 품으로 파고드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차에서 내리더니 성규가 앉은 조수석 문을 열어 성규를 등에 업었다.
“추워”
“잠에서 깼으면 내려오죠?”
“싫어. 춥단 말야.”
“당신 얼마나 무거운지 몰라서 하는 소리죠?”
“이건 내가 무거운 게 아니라 남사장을 향한 내 마음이 무거운 거야.”
말도 안 되는 성규의 말에 결국, 우현이 웃음을 터트렸고 우현이 웃을 때마다 들썩이는 어깨에 자신의 몸도 함께 들썩인 성규가 웃지 말라며 흔들리는 어깨를 때리며 자신도 우현을 따라 웃었다. 결국 웃느냐고 힘이 든 것도 모른 채 집에 도착한 우현이 성규를 침대에 내리려하자 성규가 우현의 목에 두른 팔에 힘을 빼지 않아 우현도 성규와 함께 침대 위로 넘어졌다.
“이것 좀 놔 봐요. 밥 먹어야지.”
“이봐 남씨.”
“남씨? 이제 아주 막 나가자는 거예요?”
“그래 남씨. 남씨 넌 밥 못 먹고 죽은 귀신이 붙었어? 왜 자꾸 나만 보면 밥을 못 먹여서 난리야”
“밥을 먹어야 힘을 내죠. 맨날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주제에 밥도 안 먹으면 얼마나 더 무기력해지려고”
“나 무겁다며? 앞으로 남씨한테 맨날 업어달라고 할 건데 나 무거우면 남씨 힘드니까 이참에 다이어트나 하지 ”
“다이어트는 무슨, 거기서 십 키로는 더 쪄도 나 당신 하나쯤은 거뜬히 들 수 있으니까 다이어트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요.”
“허세는”
실없이 웃는 우현을 자신의 품으로 더 끌어당긴 성규가 이내 자신의 팔을 푸르고 자신을 마주보기 위해 몸을 돌린 우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얼굴 좀 보려고 돌린 몸에 얼굴은 보지도 못하게 품속으로 쏙 사라진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침대 끝에 아무렇게나 펴져 있던 이불을 끌어 성규의 몸에 덮어주고는 성규의 머리 아래로 자신의 팔을 끼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자요.”
고개를 숙여 성규의 머리칼에 입을 맞춘 우현이 품으로 더 파고드는 성규를 끌어안아 부드러운 머리칼을 성규가 잠에 들 때까지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었고 성규는 그러한 우현의 손길에 감기지 않을 것만 같았던 눈이 감겨지는 걸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겠다는 우현의 목소리에 그저 누워서 손을 흔들며 배웅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세차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성규가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대자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너무나 다정한 음성이 핸드폰을 타고 흘러나와 성규의 귀로 들어갔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도 자는 거예요?”
“몇 시야?”
“3시”
“정말?”
귀에 댄 핸드폰을 떼고 시간을 확인 한 성규가 정말 우현의 말대로 세시 하고도 칠분이 더 지나있는 시계를 보더니 앓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자신도 지금 일이 끝났다며 밥이나 같이 먹자는 우현의 말에 알겠다며 전화 속 우현에게는 보이지도 않을 고개를 끄덕이자 우현이 어떻게 알았는지 그럼 데리러가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끊겨진 전화를 한참이나 귀에 대고 있던 성규가 살짝 뜬 눈으로 비틀거리며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여태 머리도 안 말리고 뭐했어요?”
“귀찮게. 알아서 마르겠지”
“이대로 나갔다가는 마르기도 전에 다 얼어버릴걸요?”
듣기 싫은 잔소리와 다르게 성규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손은 한 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웠고 우현에 손에 맞춰 움직이는 바람은 뜨겁기 보다는 따뜻했다. 혹여나 따뜻한 바람이 뜨거울까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던 우현의 양 손은 성규의 머리칼이 보송보송하게 다 마르고 나서야 멈췄다.
***
“왜 이렇게 늦어?”
“왔으면 빨리 들어가자 배고파.”
웬일로 이런 고급스러운 곳을 데려왔나 싶은 마음을 묻기도 전에 어디서 나타난 건지 잔뜩 쭈그린 포즈로 나타난 명수와 성열이 빨리 들어오라는 말을 남기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고 우현은 그런 둘을 황당하게 바라보는 성규의 손을 잡아 끌었다.
“얘네랑 같이 먹는 거야?”
“대놓고 싫은 티 좀 그만 내지?”
“티 났냐? 그럼, 다행이네. 티내려고 한 말인데.”
“허여튼, 야 이성열 김성규 존나 밉상이지 않냐?”
“너만 할까?”
무심한 성열의 말에 웃음을 터트린 우현이 뒤따라 들려오는 고함에 깜짝 놀라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서로 자신들을 어디다가 비교 하냐는 성규와 명수의 말에 성열 본인은 정작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메뉴판을 살폈고 성규와 명수는 그런 성열의 모습을 보더니 서로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으르렁 거렸다.
“여기서 까지 와서 싸우지 말죠?”
“내가 왜 이 추운 날 밖에 까지 나와서 저 둘이랑 밥을 먹어야 되는 건지.”
불만이 가득한 성규의 말에 자신들 또한 같은 마음이라며 우현을 쳐다보는 통에 졸지에 셋의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우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메뉴판을 펼쳐들었다.
“공적으로 만든 자리니까 다들 불쾌해도 좀 참죠?”
“공적이라니?”
“데뷔가 확정이 되도 막상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데뷔가 무산이 되고, 데뷔가 확정되지 않아도 투자자가 정해지면 당장 데뷔를 할 수 있을 만큼 투자자가 중요한 건 다들 알죠?”
우현의 말에 가장 이쪽 일을 잘 알고 있는 명수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명수의 대답에 우현이 손에 든 메뉴판을 내려놓고는 자신의 옆에 앉은 성규를 바라봤다.
“투자자를 찾았어요.”
“찾아?”
“성규씨랑 이성열의 모든 걸 알고서도 투자를 해 주겠다는 투자자를 찾았어요.”
우현의 말에 도대체 정신 나간 놈들이 몇 명이냐며 이렇게 빨리 구해진 걸 보니 사기꾼이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지만 우현은 그런 명수의 태도에도 여전히 여유롭게 웃으며 자신의 지갑에 있던 명함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너도 알지? 지금 여기에 오고 계시니까 무례하게 굴지 말고. 내가 굳이, 성규씨와 이성열 뿐 아니라 너까지 부른 이유가 뭐겠어?”
“저, 정말 여기서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진짜? 정말?”
“그래. 이 자리는 너한테도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잘해”
우현의 대답에 오버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갑자기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성열은 그런 명수의 모습에 명수가 내려놓은 명함을 들어 확인하려는 순간 굳게 닫힌 문 밖에서 정적을 깨트리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종업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명수가 황급히 우현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런 둘의 모습에 성열 또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단 한 사람 자신만 일어나지 않은 걸 확인한 성규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들어 온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는 그대로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이제 막 도착 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가수 엘이라고 합니다.”
“장우영입니다. 실물이 훨씬 괜찮으시네요.”
“과찬이십니다.”
답지 않게 격조를 쓰며 가식적인 미소를 짓는 명수의 모습보다 그런 명수의 옆에서 똑같이 인사를 하는 성열보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봐 놓고서도 성열과 명수와 심지어 우현에게 까지 인사를 마치고는 자신에게도 손을 뻗는 우영의 모습에 성규가 할 말을 잃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우영입니다.”
암호닉 신청해신 분들 잘 봤습니다 ^_^ 감사드려용
암호닉은 정리해서 다음편에 확인 올려드릴게요.
여러분 날씨가 너무 추워졌어요 따뜻하게 옷 입어야 돼요!!
엄마께서 말씀 하시길 멋부리다 얼어 죽는대요....ㅋ
다들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