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그의 바다 (백예린)
(파일 재생에 오류가 있어서 지웠습니다! 8ㅅ8)
"あったら、 わすれてください。" (있다면, 잊으세요.)
구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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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면 뭐합니까, 아무도 안챙기는데."
다들 뭐가 그리 바쁜건지 이미 다같이 조찬을 먹고 나갔다는 말에, 쓸쓸히 방 안에서 밥을 깨작이는 중이다. 아, 깨작이는 건 아니구나. 꿈이여도 이렇게 밥이 잘넘어가는걸 보아하니. 그렇게 마지막 한 입을 넣으려는데, 갑자기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도영, 도영이였는데.
"....... 안녕, 창조주."
그는 왜 날 찾아왔던걸까. 뜬금없이 다가와 안겨놓고서는 자기 이름 불러달라고 했다가.
"... 잘자, 창조주."
이름 불러주니까 휘이익 가버리고 말야.
"여주님, 조찬을 마치시면 황자님께서 '어제 그 길'로 오시라 전해오셨습니다."
"... 어제, 그 길요?"
"네, 여주님."
그 길? 그 길이면... 황자랑 간 곳이라고는 하늘빛 꽃.. 아, 그 곳.
"아, 꽃길이요?"
"...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아 저 알고 있어요! 저, 근데 씻으려면 어떻게..."
"곧 준비하겠습니다."
"... 예.. 감사합니다..."
누군가 내게 고개를 숙이는건 처음이라 덩달아 90도 인사를 하곤 미처 못 먹고 있던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우물대며 어제 도영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데, 그러고보니 그 때 같이 있던 아가는 뭐였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러러, 천러.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말야.
"요정인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꼬마 손님이었네, 또 만들었네 우리 창조주."
근데 도영에게도 보였던 것 같은데? 아 복잡해 복잡해.
결국엔 침대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 하얀 천장만 바라보니, 한숨만 푹푹 내쉬어진다.
"아 모르겠다, 나도 내가 여기서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는데. 걔가 누군지 어찌알아."
"여주님, 상 치울까요?"
"아, 네네!"
"상 물리고 나면 바로 외출 준비 도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정확히 알 것 같다. 앞으로 해야할게 너무나 많다는 것. 내가 누구인지, 이 사람들은 다 뭔지 나도 모르는 이 곳에서 적응하다보면, 하나씩 알아가겠지. 10여년 만에 이 곳에 온 이유를, 다시 여기에 빠진 이유를.
"감사합니다!"
일단 살아보자, 일단은.
==+===
'여주야... 여주야.....'
".. 여주야!!!!!"
또 악몽을 꿨다. 여주가 사라지는 끔찍한 꿈. 하자드에 먹혀, 이 곳 구름성이 모두 사라지는 그런 꿈.
유타는 식은 땀을 닦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나쁜 생각들은 나쁜 기운을 불러온다. 유타는 머리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었다. 물러나라고, 떨어지라고.
"야!!!! 유타!!!!"
쿵쾅대며 잔뜩 화가난 태일이 유타의 방 문을 발로 차며 들어왔다. Moonshiny, 태일이다. 태일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온 몸에 이불을 꽁꽁 싸맨 채 유타에게 다가갔다. 태일의 나라는 언제나 따뜻해서 추운게 어떤건지 전혀 모르는 태일이 이렇게 덜덜 떠는건 유타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 어... 좋은 아침.."
"뭐, 좋은 아침? 죽을래?"
"저기 콧물.."
흘러내리는 콧물에 유타가 조심스레 휴지를 내밀자, 태일은 아씨- 하며 코를 팽 풀어버린다. 유타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태일을 멀뚱히 바라봤다. 태일이 유타를 흘깃보며 한숨을 짓다, 침착하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유타 침대의 이불까지 몸에 둘둘 싸매며.
"너 악몽꿨지."
"그걸 어떻게 알았,"
"너 때문에 지금 이 건물 전체가 얼음장이야!!!"
침착하게 말하긴 무슨. 너무나 순수하게 놀라는 유타에 태일이 발끈했다. 유타는 Blue, 말 그대로 우울하면 그 끝을 보는 나라의 왕이었다. 그의 나라 또한 그 같아, 살 수 있는 식물은 너무나 희박했다. 하지만 창조주, 그녀가 다시 돌아오고나서 좀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영 먹히질 않았던거다.
"어린 애도 아니고 제어를 못 해, 왜. 다들 덜덜 떨고 난리났어."
"아.... 미안."
"됐고, 나와. 밥먹게."
"응.."
"그리고,"
"......?"
"웬만해서는 웃고다녀. 아직 있잖아, 여주."
태일의 그 말을 듣자마자 유타는 마음 속에서 무언가 탁, 하고 풀린 느낌이 들었다. 갑갑하고, 죄여오고. 숨이 막힐 것만 같았는데.
"응, 알아. 아직 여기에 있다는거."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살 것 같았다. 아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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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쯤으로 기억하는데..."
분명 기억한다. 아니, 기억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예쁜 꽃나무는 처음이였기에, 이 드넓은 황궁 안에서도 단박에 어디있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아니 왜 없어?"
나무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뭔데? 현재는 고등학교 자퇴지만, 나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 신분이었다. 더군다나 공부도 바닥치는 수준이 아닌, 아니 지금 무슨 길 찾는거 가지고 내 학력 운운해야되는거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이젠 다리에 힘도 남아나질 않는다. 근처에 아무 돌덩이 위에 앉아, 나무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으니 여기가 천국이지 뭐야.
"기 빨린다, 기 빨려."
"뭐 문제 있어?"
"네에- 아무래도 나무에 발이 달린, ... 응?"
응? 하며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면, 햇살을 등진 채로 날 내려다보고 있는-
"てつだってあげましょうか。" (도와줄까요?)
".... 유.. 유타!"
==+===
어제 잠깐 동안 떨어져 있던 유타는 산책을 하다, 내 목소리에 이 곳으로 왔다고 했다. 어제보다 뭐랄까, 좀 더 웃음기가 방싯방싯해진 유타는 나와 나란히 걷다, 내 앞에 서서 날 바라보며 거꾸로 걸었다. 유타, 다쳐! 라 말하면,
"여주가 말해줘, 위험한게 있으면."
- 이렇게 말해버려서 괜시리 부끄러운 상태에 아무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계속 날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살짝씩 피해가는 것도 잠시, 일단 유타에게 물어나 봐야겠다 싶어 걸음을 멈추곤 유타에게 물었다.
"유타."
"응? 왜?"
"하늘빛 꽃나무 숲 알아요?"
"꽃나무? 하늘빛?"
"응응. 되게 예쁜 곳."
유타의 눈을 보며 간절히 답을 바라는데, 그와 달리 유타는 이상한 듯 날 내려다 보았다. 마치, 넌 뭘 본거냐는 듯이.
"그런거... 없어."
"... 응?"
"이 곳에... 그런 곳은 없는데..."
"아닌데! 나 봤어요! 막 반짝반짝거리고 하늘빛의 벚꽃마냥 흩날리는... 그니까.. 그니까.."
"여주야."
유타는 잠시 내 눈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젓고서 씩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내 눈을 피하며.
"あったら、 わすれてください。" (있다면, 잊으세요.)
".... 에?"
"... 아니야, 아무것도."
유타가 가끔 일본어를 할 때마다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단 말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일본어 수업 좀 열심히 들을 걸 그랬나보다. 분명 중요한 말을 한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거에다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영 걸린다는 표정을 하며 계속 멈춰있자, 유타는 내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자, 산책도 다 했으니까 돌아갈까?"
"아니아니, 나는 저기 가야-"
"가자 얼른!"
"아, 아니 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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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어딜 그렇게 다녀와?"
"아, 산책 좀."
결국 유타의 손에 이끌려 다시 황궁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어찌나 잡는 힘이 센지, 유타는 여기까지 오는 내내 날 놓지 않았다. 꽃나무에 대해 다시 말을 꺼내려하면 유타는 다른 말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아는 것 같았다. 안그렇다면 이렇게 티날 정도로 그가 얘기를 피할 리가 없었다. 황궁 접대실 안에는 마침 다들 모여있었고, 역시나 그곳에 황자는 없었다.
"황자는 어딨어요?"
"황자? ... 글쎄."
이 곳에서 계속 기다린 걸로 보이는 재현이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아리송했던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그래, 분명 그 꽃나무는 있다. 유타가 없다고 했던 그 나무는, 그 예뻤던 그 곳은 이 곳에 있어. 그러니 기다리고 있을거야, 날.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텐데.
"나, 아무래도 다시 가봐야겠어요."
"여주야, 잠깐-"
"......"
...... 아.
"보고싶었는데, 너무 보고싶었는데."
왜 하필, 또.
"..... 굿모닝?"
"..... 네."
뒤를 돌자마자 시야로 들어온건 도영이었다. 여전히 미소 띈 얼굴이며, 말투며. 어젯밤 일은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앞에 서서는 날 대하고 있었다. 내 생각대로 아마 그는 취했던거다. 그러려니, 하며 그를 지나쳐 가려는데 내 앞을 막고 허리를 숙여 나와 눈을 맞춘다. 장난스러워, 정말 장난끼 가득한 얼굴이다.
"어딜 가려고?"
"....... 황자한테요."
"... 아, 민형이."
황자 이름을 꺼내자마자 내 앞에 선 도영은 실소를 내뱉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둘이 사이가 안좋은건진 몰라도 도영은 황자란 말에 그닥 탐탁치 않은 듯 보였다. 웬만해서는 다들 친한 것 같던데. 잠시 생각하다 기다리고 있을 황자 생각에 그럼 이만, 하며 다시 움직이려던 찰나,
"어딜 가."
그대로 손이 잡히고 말았다. 잡은건, 뭐 역시.
"... 지금 여기 없잖아요,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여주야, 설마 아까 그 꽃나무... 그거 민형이가 오라고 한거였어?"
"......."
중간에 유타의 물음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유타는 탄식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나중에 물어보자. 지금은 가야해, 약속인걸.
"가볼게요."
"가지마."
".... 가야해요."
"어차피 돌아와."
"왜 막는건데요."
이상했다. 막을 이유가 없는데, 도영은 끝까지 내 손목을 놓지 않고 보낼 수 없다 말하고 있다.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어젯밤 러러가 말해준 것 처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왜, 왜 그런 표정 짓는건데.
"먹구름이야, 누나."
당신은 왜 먹구름인건데.
"손목 놔줘요."
"..... 갈거잖아."
".. 일단 놔줘요, 아파요."
"약속해, 안가겠다고."
"왜 자꾸 막냐고 물었잖아요!!!"
그의 손을 뿌리치려하면 할수록, 손목으로 힘이 가해져왔다. 도영은 불안한 눈빛으로 날 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에 대해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이 상황에서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놔줘."
도영과 나 둘을 잠자코 보고 있던 재현이 말했다. 재현은 이 쪽으로 다가와 내 손목을 잡고 있던 도영의 손을 떼어놓았다. 얼마나 세게 잡았던지 손목은 빨갛게 자국이 나있었다. 물론 얼마 안 가 사라지긴 했지만.
"......."
"가봐, 여주야. 기다리겠다."
재현은 날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서 가보라며, 내 등을 떠밀어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마치 씁쓸해 보이긴 했지만 괘념치 않은 채, 난 고개를 끄덕이며 접대실을 나섰다.
"또 시작이네. 혼자 착한 역하기."
"........"
"답답한 놈."
"........."
"쟤가 좋으면 된거라서, 별로 욕심나진 않네."
++++++
여주는 황자를 찾으러 나가버리고, 접대실 안은 다시 고요하다. 중간중간, 재현의 찻잔 소리가 들릴 뿐. 얼마 안 가, 차를 한 모금 마시던 재현이 아까 유타의 말이 거슬렸는지 유타에게 물었다.
"유타, 근데 아까 꽃나무.. 무슨 말이야?"
"여주가, 여주가 꽃나무를 봤다고 했어. 하늘빛 꽃나무."
"....... 하늘빛?"
재현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이 곳은 온전한 여주의 꿈 속. 여주, 창조주 그녀 외엔 그 누구도 어떤 것이든 만들어낼 수 없었다. 하늘빛 꽃나무, 처음 듣는 곳이었고 이 곳에 그런 곳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 그런 곳은 없어. 있을 수가 없어."
재현은 강하게 부정하며 심각해진 얼굴로 유타에게 말했다. 유타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만 쉴 뿐이었다. 태일이 그런 유타를 보다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여주에겐 뭐라고 말했어?"
"그런 곳은 없다고... 있다고해도 잊으라고하긴 했는데..."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유타의 자신없는 대답에 탁자 위로 발을 올리며 조용히 듣고 있던 도영이 툭 내뱉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자신의 말로 조용해진 분위기에 슬며시 눈을 떴다. 다들 자신에게로 시선이 집중된 것에, 도영은 싱긋 웃다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소리야."
"다들 알면서 왜그럴까?"
"..........."
도영은 왜들 그러냐는 눈빛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자기 의지가 있다면, 못만들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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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 Mark Lee]
미세하게 움직이는 바이탈 사인. 복잡한 호스 사이로 앳된 얼굴의 소년이 잠들어있다. 지금 자신의 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의료기기를 알고는 있는건지, 너무나도 좋은 꿈을 꾸는 것 같이 평온하다. 그의 침대 끝엔 'Mark Lee, 17' 그의 이름과 나이가 적혀진 진료카드가 달려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부모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오늘도 교회에 들러 아들의 건강을 빌고 온 모양이었다.
'삐, 삐, 삐-'
평화로웠던 순간도 잠시, 병실 안으로 불안한 바이탈 사인 소리가 채워진다. 안좋은 소리에 일어난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옆에 잠들어있는 남편을 깨웠다. 적신호였다.
".. 민형아, 민형아!!! 여보 빨리 아무나!!"
"어, 어!! Anybody out there?!" (거기 누구 없어요?!)
"민형아!!!"
민형, Mark Lee. 시끄러운 와중에도, 그는 고요하게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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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민형이의 정체가 드뎌!! ㅇㅅㅇ 그나저나 즐거운 추석 보내고 계신가요? 맛있는건 많이 드셨구요?! 송편은요!!? 저는 아주 배부르게 잘 보내고 있습니다 ㅋㅋㅋ 매번 늦게 찾아오는데도 꾸준하게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보면 너무 행복해요 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이틀남은 연휴 (비록 주말이지만!) 즐겁게 보내시고, 저는 다음 8화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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