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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코 전체글ll조회 768l 7

 

 

 

 

 


날씨가 참 좋다.
바람은 서늘한데, 햇살은 꼭 봄볕마냥 따뜻했다. 열려있는 창문 틈 새로 이름모를 새 몇 마리가 지저귀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원 벤치에 앉아 햇살을 마음껏 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 가기엔 공원은 너무 멀었고 내 다리는 너무나 짧았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눈안 가득 햇살이 들어찼다. 행복한 느낌이 들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지만 보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전부터 의사에게 항암제를 투약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리 싸워봤자 이길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몇 일을 더 살겠다고 꾸역꾸역 그 지독한 암덩어리와 싸워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반대할 줄 알았던 의사는 의외로 순순히 내 요청을 들어주었다. 아마 그도 내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예상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보다도 내 몸을 잘 알고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대신, 그는 내게 모르핀을 조금씩 놓아 주기 시작했다. 갈 때까지만이라도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사실, 나도 내 몸이, 내 숨이 멎을 때가 다 됐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두렵지는 않았다. 요즘은 조금 다행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드디어 날 놓아주는구나. 내 몸이. 내 세상이.


재효가 올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그 때까지만이라도 버틸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마지막으로 널, 보고 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나의 마지막을 지켜볼 너에겐 너무나 큰 고통이고 충격이겠지만. 나는 너무 이기적이어서 너에대한 미안함보다는 널 보고싶은 마음이 더 컸다. 미련하나 없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떠나간다는 사실을 시리도록 슬프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안재효 너였다.

 

'형의 마지막 사람이 되게 해줘. 이태일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한달 전, 이미 바짝 말라버린 내 두 손을 그러쥐고서 네가 말 했다. 그 때에 넌 웃고있었지만 난 그 안에서 너의 울음을 보았다. 차마 내 앞에서 대놓고 울 수가 없었을 너는 웃음으로 울고있었다. 그 모습이 날 더 슬프게 만들었다. 내가 가고난 뒤에 혼자 남을 네가 아파할 게 두려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분은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있기 때문에 차마 네 마음을 받아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동안 위태롭게 지켜오던 마음이 그 날 너의 고백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날, 나는 너에게 안겨 울었다. 울면서 빌고 또 빌었다. 무슨 벌이던 다 받을게요. 마지막으로 이 사람 잠시만 제게 주세요. 제발.

그 뒤로 재효는 매일 날 찾아왔다. 매일 날 찾아와 말을 걸어줬고, 함께 대화를 나눴다. 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후에도 그 일에는 변함이 없었다. 혼자서만 얘기를 하는 재효의 모습이 안쓰럽고 또 슬퍼 종이와 펜으로 대답을 하기도 했다. 요 며칠 새, 펜을 들 힘도 없어진 뒤로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재효가 하는 얘기를 듣고만 있게 되긴 했지만, 아무튼 며칠 전까진 그렇게나마 대화를 나눴었다.

어제 재효는 대학 얘기를 했었다. 수시에 붙었으니 앞으로는 눈치보지 않고 여기에 읽찍 올 수 있다고 그랬다. 잘 했다고, 멋있다고 말 해주고 싶었지만 입을 열어도 나오는 건 가쁜 숨소리밖엔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재효는 알았다는 듯 머리를 쓸어주었다.

 


'내일 일찍 올게, 형.'

 

문득 재효가 어제 했던 얘기가 생각나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았다. 약속한 시간이 다 돼 가고 있었다. 아마 20분에서 30분 정도 뒤에는 재효가 병실에 도착할 것이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널 보고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는 오늘을 넘기짓 못할 것이라는 걸. 지금처럼 무겁기만 하던 몸이 갑자기 가벼워져 붕 뜨는 느낌이 들 때에면, 어쩌면 이대로 하늘까지 날아가 버릴지도 몰라, 하는 유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젯밤에 밤새 속을 개워냈더니 조금 피곤한 느낌이 들어 이내 눈을 감았다. 조금만 자야지. 재효가 오면 깨울거야.


재효가 깨우면, 난 깰 수 있을까?

 

 

 

 

-

 

 

 

 

"형! 이태일!"

 

네 목소리가 들린다.

 

"형, 정신차려! 제발!"

 

다급하게 소리치는 네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있었다.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네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태일이 형, 정신이 들어?"

 

바보야, 왜 울고 그래.
말 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울고있는 네 모습을 초점없을 눈으로 올려다보니,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일 것만 같았다. 언제 씌워졌는지 내 얼굴의 반절을 덮고있는 산소호흡기로, 힘겹게 숨을 이어갔다.

 

"형. 제발 죽지 마. 조금만 더 있다 가. 응?"

 

다 알고 있었잖아. 왜 그래. 너 나랑 안 울기로 약속 했으면서.

 

"우리 놀러가자. 단풍구경도 하러가고, 좀 더 추워지면 스키도 타러가자. 나 형이랑 하고싶은게 너무 많아, 가지 마. 제발.."

 

못 가는거 알잖아. 우리 그런 얘기는 꺼내지 않기로 약속 했잖아.


어떻게든 날 붙잡아두고 싶었는지 다급하게 말을 이어가는 재효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힘겹게 손을 올려 그 얼굴을 쓸어주었다. 순간 급하게 이어나가던 말소리가 뚝 하고 멈추더니, 이내 그 눈이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떨리는 숨소리 사이사이로 작은 너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왜 난 네 마음을 받아줬을까, 그건 이렇게 널 아프게 할 뿐인데.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니 이내 내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재효야. 너한테 너무 고맙다고 말 하고 싶은데, 왜 나는 이렇게 약한걸까. 말 안해도 알지? 너무 고마워. 희망도 미련도 없던 내 세상에 넌 한 줄기 빛이었어.

 

"형…."

 

나한테 행복이 어떤건지 다시 기억나게 해줘서 고마워. 혹시 다음 생에도 만날 수 있다면, 그 때에도 나한테 먼저 고백 해 줄래?

 


"가지 마, 제발."

 

아니다, 넌 가만히만 있어. 내가 너 데리러 갈게. 내가 꼭 데리러 갈 테니까, 답답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야 해. 알았지?

 

'사랑해.'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 짜내어 거의 입모양으로 말 하듯, 너에게 이 말을 전해주었다. 그 뜻이 전해졌는지 이내 너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나는 이내 더이상 들어올려지지 않는 눈꺼풀을 다시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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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쓰라는 열병은 안 쓰고 지금 뭐 하는지 모르겠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효일 새드가 보고싶은데 찾아도 없어서...결국 목마른놈이 우물 팠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생각한대로 아ㄴ나와서 슬프지마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열병 기대하고 오셨을 독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내일 올릴게여......ㅎ....때리지만 말아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전 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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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엉엉엉엉ㅠㅠㅠㅠㅠㅠㅜㅠ아련하고좋다ㅠㅠㅠㅜ쓰읍매우바람직하네요....♥
11년 전
독자2
열병다끝난다면.....효일에게 손을뻗어주세요용사여♥♥♥
11년 전
우지지코
ㅋㅋㅋㅋㅋㅋㅋㅋ열병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아잉.....
11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4
어훅 효일ㅇ이다효일 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7
헐대박아나소금쟁이가이금글을이제야...하...저를매우치세여;;아겁나좋아진짜나울꺼임아아ㅠㅠㅠㅠ나울면작가님이토닥토닥해줘여ㅠㅠ
11년 전
독자8
헐 댜ㅐ박..ㅜㅡ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대박이네여 아 왜이렇게 아련해요 작가니뮤ㅜㅠㅠㅠㅠㅠㅠㅠ아 진심 좋다...큐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9
아침부터눈물날뻔..울컥했시유ㅜㅜ흑흑ㅎ흑흐그그흑ㄱ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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