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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퀼트 전체글ll조회 507l 5




오늘따라 하늘도 공기도 모든 것이 시리다. 그 시린 공기를 뚫고 오늘따라 한적한 한강을 걷고 있는 내 볼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나는 아무런 병도 없고 건강한데, 너는 과연 이 날씨에 어떨까. 천식이 있어 날씨를 비롯한 많은 것에 영향을 받던 네가 생각나 다시 가슴이 쓰려온다.


이 시린 공기에 어떻게, 넌 좀 괜찮아?


또, 또. 또 네 생각으로 모든 게 이어진다. 집에 박혀 있다가도 울컥울컥 치솟는 네 생각에 야상과 목도리를 달랑 두르고 이렇게 뛰어 나왔는데도 여전히 나오는 건 네 생각이고, 네 걱정이다.


너에게 무감각해졌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우린 합의하에 안녕을 고했을 뿐이다. 그런데 네가 없다고 이제와서 이렇게 아파오는 가슴이 원망스럽고 슬프다. 공기는 여전히 시려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가라앉혀주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섞인 소음, 그리고 내 귓가에 맴돌고 있는 건 한 때 네가 불러준 노래. 너와 나는 노래 듣는 취향이 참 달랐다. 넌 랩이 들어간 힙합 장르를 좋아했다면 난 발라드, 알앤비.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취미와 성격을 가지고 있던 우리지만 용케도 우린 사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나에게 이어폰을 주며 틀어준 노래.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멜로디가 나오고 있었다.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긴 반주가 끝나고 보컬의 목소리가 나올 때 쯤. 내 귀는 이어폰보다는, 내 옆에서 바로 들리고 있는 네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듣기 싫지 않은 목소리로 너는 내 옆에서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눈을 살짝 감고 내 어깨에 몸을 살짝 기대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널 빤히 바라보다가 나도 천천히 눈을 감았었다. 너의 목소리에 맞춰 나도 같이 입을 열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4분이 넘지만 가사는 저 한 문장밖에 없던 노래를 끝까지 따라 불렀다.


그 때도 우리 여기 있었어, 지호야. 우리 그 날도 여기서 같이 한강에서 있었어. 그 날도 공기가 시리고 차가웠어. 그 날 너는 춥다고 징징댔고, 난 그럼 카페나 들어가지 왜 춥게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널 핀잔줬었어. 그래도 같이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나서 우린 추운 것도 잊고 둘이 손을 꼭 붙잡고 한강만 바라보고 있었어. 그 때 난 아마 좀 설렜어. 참 오랜만에도 설렜었어.


태일이 형.


시끄러.


태일이 형.


난 안 들려.


태일이 형.


"부르지 마!"


혼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주변에 사람이 없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마 다들 날 이상하게 봤을 것이다. 갑자기 코 끝이 찡하니 아려오고 속에서 뭔가 왈칵왈칵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우린 왜 이렇게 됐어, 지호야.


형, 나는요.


노래를 끝내고 한동안 서로에게 기대어 앉아있다가 네가 입을 열었다.


항상 형 목소리가 들려요.


으응.


듣기 싫을 때도, 좀 조용해졌으면 싶을 때도 형 목소리가 들려요. 싸워서 형이 미울 때도 형 목소리가 들려요.


뭐야, 거짓말. 어떻게 내 목소리가 맨날 들리냐.


진짠데. 형은 안 그래요?


난 안 그런다, 바보야.


그러자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던 너. 나도 뭐가 그리 우스웠는지, 너를 따라 웃었다. 그 땐 들리지도 않던 네 목소리가, 네가 내 곁을 떠나고 없을 때에야 들린다. 네가 날 설레게 해주려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던 그 때와는 달리, 지금은 아무리 막으려 해도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천천히 느릿느릿 걷고 있던 발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너를 찾아서. 나는 네가 지금 어디있는지 모른다. 다만 달리고 싶을 뿐이다. 뛰다 보면 네가 나올 것 같아, 지호야. 내가 뛸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얇은 운동화를 신은 발바닥이 아파오고 숨이 가쁘다. 차가운 공기와는 정 반대로 몸에서는 열이 나오고 있다.


우린 참 멍청했어.


어떻게 말 한 마디로 모든 관계를 정리하려 했을까, 우린. 처음의 설렘따위 없이 편한 사이가 되었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이 변한 것도 아닌데. 난 그 때 나를 몰랐었던 것 같아. 난 너에게 질린 게 아니었나봐, 지호야. 내가 잘못 생각했나봐.



네가 옆에서 없어졌을 때 난 조금 아프고 말 줄 알았어. 홀가분해질 줄 알았고 더 편해질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난 이게 뭐야. 더 괴롭고 힘들어. 오늘따라 날은 더 추운데 옆에서 춥냐고 물으면서 손 잡아줄 깐죽이가 없단 게 더 춥게 느껴져. 까불어도 안 혼낼테니까 다시 돌아와, 지호야. 내가 너무 멍청했어. 내가 너무 멍청해서, 너한테 그런 말을 했던 거야. 내 말을 들은 넌 표정이 없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너도, 서로에게 무감각해져서 질려가는 중일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지금은? 지금은 나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난 우린 좋은 사랑을 했다고 자부했어. 좋게 사귀었고, 좋게 끝냈다고. 근데 그게 아닌가봐. 아직 끝이 안 났나봐. 네 쪽에선 몰라도 내 쪽은 아직 끝나려면 한참 먼 것 같아.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바람 때문에 마르고, 그 위를 다시 눈물이 덮고. 숨이 가쁘고, 목이 아프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내 앞에 낯익은 뒤통수가 나타날 때 까지는.


"우지호!"


걸음을 멈추자 그제야 찬 공기를 마구 들이킨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거 봐, 난 건강한데도 목이 이렇게 아파. 그런데 넌 오늘같은 날씨에 어때. 몸은 좀 괜찮아? 묻지 못할 안부를 혼자 건네며 숨을 몰아쉬었다.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며 내 앞의 낯익은 뒤통수만 바라볼 뿐이었다. 천천히 그 뒤통수가 돌려져 나와 마주서게 되고 내 눈에선 그쳐가던 눈물이 또다시 왈칵 터졌다.


"지호야."


내가 미안해.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


"자꾸...자꾸..."


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지호야. 우린 정말 의외인 곳에서 공통점을 찾곤 했으니까. 지호야, 이제 다시 시작하자. 서로의 감정을 잘못 알고 실수하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서로 의지해주자. 우지호.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네 얼굴은 조금 멍청하게 보인다. 매서운 눈매지만 내가 볼 때는 그저 귀여울 뿐이다. 너와 내 간격은 점점 좁아지고 있고. 너는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쿡 찌르면 너도 눈물을 흘릴 것 같다.


공기는 여전히 시리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네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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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참 좋아하는 노랜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듣게 됐네요

그냥 코일이 쓰고 싶었어여...ㅁ7ㅁ8근데 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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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겁나좋아...♡
11년 전
독자2
흐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헤어지고아직도 못잊는사람이있는뎅ㅠㅠㅠㅠㅠㅠㅠ이거보니까징짜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터지네ㅠ......조흔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당!!
11년 전
독자3
ㅠㅠㅠㅠ좋구나ㅠㅠ
11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ㅜㅠㅜㅠㅜ다시시작하는거야ㅠㅠㅠㅠㅜㅜㅠㅠㅜㅠㅠㅠ이제헤어지지마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5
헐.....아련아련st.....조으당..♥
11년 전
독자6
아니 무슨 글에 반하고 커플링에 반하고 브금이랑 내용이랑 딱 맞는 거 첨봐여.. 사랑합ㅇ니다
11년 전
독자7
헐좋다ㅠㅠㅠㅠ
11년 전
독자8
사랑한다요
11년 전
퀼트
이게 그 어색한 존댓말이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사랑해 너인마 이렇게 너아닌척조신하게달고그러면 혼나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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