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넘어서, 혀가 꼬인채 술 안 취한척 나에게 뭐하냐며 전화를 걸어 온 네 목소리에 나는 화장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디건을 안들 수 없었다.
어디냐니까 알코올 기운이 차오르는지, 말을 얼버무리는 너. 굳이 말 안해도 어딘지 알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포차 네개 중 하나를 가봤는데 역시나.
무슨 일이 있었는건지 잔뜩 놓여있는 빈 소주병들. 너는 내가 온지도 모르고, 취해서 식탁에 고꾸라져 있었다.
"너 뭐해. 집 가자."
평소 같으면 혼자서 갈 수 있다고 가라고 할텐데, 순순히 내 말을 듣고 일어서는 너. 오늘따라 온순하다.
평소 취했을땐 그래도 비틀비틀 걷더니, 오늘은 얼마나 취했으면 걷지도 않았는데 내 쪽으로 몸을 기운다.
"윤기야."
"...응.."
"너 많이 취했어."
".....달..... 이..쁘다...."
많이 취했다는 말에 동문서답하는 너. 하긴, 술 취한 사람이랑 무슨 이야길 제대로 하겠니.
술 취한 너랑 어깨동무하며 집으로 오는 길이 오늘따라 짧게만 느껴진다.
얘 제대로 취한것같은데 미친척 내 진심이나 이야기 해볼까. 내일이면 까먹을 것 같은데.
"윤기야."
"......."
"나 너 좋아해. 내일이면 까먹겠지...."
"......."
"...... 정말 취했나보다 너ㅋ 하긴 술 취한 사람이랑 무슨 ㅇ.."
어디서 나온 힘인지 갑자기 어깨를 돌려 세우더니 갑작스레 입을 맞추어 오는 너.
내일이면 이것도 까먹겠지.
"사랑해"
-
"윤기야 안녕!"
"응 안녕"
역시 까먹었나보다.
하긴 어제 술이 얼마나 취했는데..
"자기야. 뭐 먹으러 갈래."
내가 방금 잘못 들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