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
"....여보세요"
"누나 저 집 앞 놀이터에요."
"...나갈게...."
지금 시계가.. 아 2시. 얼마나 급하면 집 앞에 먼저 찾아왔을까.
혼자 어둠 속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한시라도 마음이 급해 자던 옷 위에 가디건 하나 챙겨들고 그대로 뛰쳐 나왔어.
"정국아."
"...누나...."
"미안 많이 기다렸지?"
다짜고짜 보고싶었다며 안기는 너.
너의 흰 피부와 똘망한 눈이 잘 어울리는 향기로운 복숭아 냄새는 어디로 가고,
살짝 풀린 눈에 안 어울리는 알코올냄새에 목 끝까지 '정국아 우리 낮에도 봤잖아.' 라는 말이 나왔지만 집어 삼켰어.
그 대신, '누가 우리 정국이 이렇게 먹였니' 라는 말과 함께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요즘 날이 얼마나 쌀쌀한데 반팔을 입고 있니 넌."
내 말을 듣고 있는건지 안 듣고 있는건지, 너는 나를 부둥켜안고 떨어질 생각을 안해.
그래서 나는 '너가 추울까봐' 너를 더더욱 세게 안아줬어.
그렇게 5분이 지났을까.
"정국아. 자니?"
대답이 없다. 잠이 들었나보다.
엄청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요함. 눈 깜빡이는 소리까지 다 들려. 심장 뛰는 소리까지 들릴까봐 겁나.
하긴 들키면 뭐 어때. 정국이는 만취 상태고 지금 자고 있는걸. 내 마음 고백해도 전혀 상관 없는데.
"정국아. 사실 내가 너를 좋아하는것 같아."
너의 머릿카락을 쓰다듬어주며 말했어.
"이렇게 고백 할 줄은 몰랐는데.. 너를 부둥켜 안고 지금 고백하고 있다는게 조금 믿기지가 않아."
그리고 귓가에 말했어.
"잘자."
그때일까 고개를 돌려 살짝 입을 맞춰오는 너에 나는 눈을 감았어.
너는 입 안까지 복숭아맛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