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저 보러 오셨어요?"
"....아메리카 한잔요."
"에이 저 보러 오신거 다 아는데요? 맨날 혼자 드시던데, 뭐 오늘은 제가 말동무라도 해드릴까요?"
넌 내가 건넨 카드를 받아 결제하면서 연실 웃으며 이야기했어. 방실방실. 뭐가 저리도 좋은지.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너를 보며 나는 '저 사람 아무한테나 저럴까?' 이 생각을 했지.
좋게 생각하면 붙임성이 좋은거고, 안 좋게 생각하면 꼬리치는거잖아.
나한테만 저러면 좋겠는데말이지.
난 싱긋 웃고, 카드를 낚아채듯이 받고, 매일 그랬듯이, 창가에 위치 해 있는 테이블로 터벅터벅 걸어갔어.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가방에서 노란색 노트과 까만색 펜을 꺼냈어.
오늘은 저 사람에 대해 써볼까.
-
낯선 곳에 있어서 더 아름다워 보인다.
너는 내게 낯섦 그 자체이다.
-
뭐라고 더 써야할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난 너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어.
모든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미소인데,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너의 미소는 정말 따뜻해보여.
커피 흘리는 실수. 실수 한 뒤 긁적이는 머리카락. 그리고 눈치보는 너의 눈빛.
아, 이 사람 정말 순수해보인다.
-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것들도, 너를 스치면 담고 싶을 만큼 특별해진다.
소국 같은 미소와 숨바꼭질 같은 순수함.
모든 것이 태어나서 처음 느ㄲ
-
마지막 문장을 적을때였을까.
카운터에서 주로 듣는 너의 목소리가. 내 자리에서 잔잔한 음악을 뚫고 작게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가
내 자리 옆에서 갑자기 크게 들리니, 난 마치 야동을 보다가 들킨 아이처럼 황급히 노트를 숨겼어.
"카푸치노 나왔습니다."
"저 이런거 시킨적 없는데요?"
"네, 알아요. 제가 먹을거거든요. 그리고 여기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네?"
"오늘은 제가 살게요."
".... 알바는요..?"
"저 알바시간 끝났는데요."
분명 내가 카페 들어올땐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바깥을 보니 해는 온데간데 없고 밝은 둥그런 달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어.
-
낯선 곳을 여행할 때 동네에서 봤으면
평범한 것들도 유독 아름다워 보인다.
내가 보던것보다 유별나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 있어서 더 아름다워 보인다.
너는 내게 낯섦 그 자체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것들도, 너를 스치면 담고 싶을 만큼 특별해진다.
소국 같은 미소와 숨바꼭질 같은 순수함.
모든 것이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낯선 곳 한가운데 서있다.
당신의 부족함까지 완벽해 보이는.
- 비밀편지, 박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