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유타/재현] 죽은 자들의 도시
W. 붐바야
01
: 일생에 단 한번뿐인 인연
게이트를 보면서 절대로 이 곳을 안지나겠지. 수십번이나 생각했었다. 그 바램은 헛된 바램이었고 수 많은 게이트를 통과해 결국 이 곳에 와버렸다. 24구라는 이 곳을.
1구에 있었던 나는 24구에 도착하자마자 풍겨지는 썩은 냄새와 역겨운 시체 냄새, 그리고 황무지인 그 곳을 바라봤다. 제발 꿈이길 바랬다. 난 입술을 질끈 물었다.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을까. 안내요원이 보였고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갔다. 그리고 허름한 낡은 집 앞에 서더니
" 앞으로 여기서 지내면 된다. 고등학교 졸업은 해야되니 교복 입고 당장 학교에 가도록 해라. "
" .... "
" 믿기지않겠지만 이게 현실이야. 넌 이제 노블레스가 아니니 앞으로 조심해라. "
그 말에 난 인상을 찌푸리면서 남자를 쳐다봤다. 살짝 비웃더니 그 남자는 네가 유일하게 1구에서 온 사람이야. 잘 살아남아. 라며 짤막하게 말하고는 가버렸다.
헛웃음이 나왔다. 유일하게 1구에서 온 사람. 그게 나라니. 난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고 허름한 집에 들어갔다. 딱 혼자 살기에 좋은 집이었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내가 즐겼던 피아노도 없었다. 망할 꼰대. 무리하게 계약하더니 부도나고 살해당하고 난리야. 이런 좆같은 곳에서 뭘 하라는건지 막막했다.
우선 학교는 가야될 것 같아서 그 남자가 준 교복을 봤다. 누가 쓰던건지 냄새가 났다. 겨우 입고 이 곳을 나와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었다.
집이나 밖이나 냄새는 여전했다. 걷다가 멈칫했다. 갑자기 짜증이 솟구쳐 올라와 오만상을 찌푸리고 냅다뛰었다. 아무 생각 하기싫었다.
1구에서 유명한 대기업의 딸이였고 피아니스트의 유망주이자 언제나 사랑받았던 내가 왜. 비극적인 삶을 맞이해야되는건지.
이해하려고 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남핑계를 하고싶지않아도 난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뛰다가 멈칫한 곳은 다름이 아닌 학교였다.
역시나 허름하고 금방 무너질 것 같았다. 멍하니 학교건물을 바라보는데 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여자였다. 그리고 뒤에 더 있는 여자들.
내 앞에 있던 여자는 담배꽁초를 물고 내 얼굴 앞에서 연기를 내뱉더니 푸흐흐 웃어댔다. 머리색이 아주 다양했으며 교복상태는 엉망이였다. 소위 말하는 양아치였다.
" 드디어 찾았네. 담배 필래? "
" 지금은 피고싶은 마음 없는데. "
" 그래? 그럼 궁금한게 있는데 네가 유일하게 1구에서 온 사람 맞지? "
" .... "
" 아무말도 없는거 보니 맞나보네. 이 학교로 전학 온 기념으로 신고식 해야되지 않겠어? "
싱긋 웃으면서 그 순간 내 머리채를 낚아챘다. 그리고 주먹으로 내 명치를 때렸다. 짧은 신음소리를 외쳤고 누군가가 내 두 팔을 잡았다.
그리고 날 때리던 여자는 내 눈높이를 맞추더니 내 볼을 쓰담았다. 그리고 뺨을 때리고 내 턱을 잡더니
" 너 오늘부터 살아남기 힘들거야. "
" ... 뭐? 나한테 왜 이래!! "
" 네 죄는 1구에서 온 죄야 "
그 말을 하고서는 내 머리채를 잡고 학교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학교 뒤에 있는 공터였다. 거기에는 남자들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나를 발견하더니 웃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 유명한 1구에서 온 애? 라면서. 1구에 온 게 왜 잘못된건지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바닥에 던졌고 어떤 한 남자애가 다가왔다.
내 볼을 쓰담더니 와. 1구여자애들 다 이쁜가봐. 존나 이쁘네 씨발 따먹을까? 이런 개소리를 해댔다. 난 곧장 그 남자애한테 침을 뱉었다. 이내 정색을 하더니 주먹으로 내 얼굴을 내리쳤다.
덕분에 코피가 흘러내렸고 그 남자는 썅욕을 하면서 내 와이셔츠 잡고 흔들었다. 곧이어 한두개의 단추가 뜯겨나갔고 속옷이 보였다.
그리고 내 두 팔을 잡고 위로 올리더니 남은 단추를 풀어헤쳤다. 발버둥쳐봐도 그 힘 센 손으로 내 팔을 꽉 누르기만 했었다.
" 놔!!!!! "
" 씨발. 침 뱉었으니까 벌 받아야지 안그래? "
" 종은 말할때 꺼져 씨발. "
" 이쁜애가 입이 존나 험하네. 원래 이때쯤에 울지않냐. 울고싶은 모습 보고싶은데. "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싫었다. 정말 오늘 하루는 끔찍했다. 제발 눈 감았다가 뜨면 평소같았던 그 날이길 빌고 또 빌었다.
" 어? 재현아 우리가 금방 간다고 했잖아. "
하지만 어떤 여자의 목소리로 인해 내 꿈은 무너졌다. 눈물이 나왔다. 콩쿠르대회 나가서 상 못받았을때도 일찍이 어머니가 돌아가실때도 아버지가 살해 당했을때도 울지않았더 내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다. 곧이어 내 팔을 잡고 있었던 남자의 손이 풀리고 난 바로 상체를 일으켜 벽에 바짝 기댔다. 그리고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1구에 온 애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지금 뭐하는 짓이야. "
잔뜩 화가 난 목소리였고 날 잡았던 남자애는 웃으면서 그 남자의 어깨를 잡더니
" 그래서 데리고 왔잖아~ 왜 이렇게 화나있어. "
" 내가 데리고 오라고만 했지. 때리고 와이셔츠 뜯고 따먹으라고 한 적은 없는데 "
라며 어깨를 잡았던 그 손을 잡고 비틀었다. 그리고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그 남자는 발로 남자의 배를 찼다. 그리고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더니 머리채를 잡고 뺨을 여러번 때렸을까.
입술 사이에 흐르는 피. 그리고 주위는 기죽은듯 조용해졌다. 그 남자를 잡고 무리들 향해 던지더니
" 이 새끼 데리고 다 꺼져. "
그 남자의 말에 애들은 후다닥 사라졌고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외투를 벗어 내게 던졌다. 그리고 입으라는 듯 턱으로 까닥였고 난 얼떨결에 입었다. 그 남자를 쳐다봤을까.
명찰이 눈에 보였다. 정재현이라고 석자가 박힌 명찰. 그 남자의 이름은 정재현이었다. 그는 담배를 꺼내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나와 눈높이를 맞춰서 앉더니 살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게 그 아이, 아니 정재현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난 아 아이를 만난 것이 일생일대의 후회였다.
죽은 자들의 도시
한적한 유흥업소의 거리 빛나는 네온사인 간판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 보였던 ' D ' 라는 간판. 검은 모자를 푹 쓴 한 남자가 그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익숙한 듯 바에 앉아서 한 바텐더에게 칵테일을 주문했다. 유일하게 그 바텐더만이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것저것 흔들더니 잔에 칵테일을 따랐고 그 남자 앞에 건넸다.
한 모금 마시고는 가방에 무언가를 꺼내더니 꾸깃해진 종이를 바텐더에게 건넸다.
" 도장. 확실하지? "
" 역시 당신은 실패하는 날이 없네 "
" 됐고 돈이나 입금해. "
"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 가게의 소중한 사람인데. 또 의뢰 받을거야? "
" 아니 됐어. 이번 턴은 쉴게. 다른사람한테 부탁해. "
" 그러지. 아 참. "
바텐더는 잔을 열심히 닦다가 담배를 피고 있던 그 남자에게 말했다.
" 당신에게 좋은 소식인지 모르겠지만 알아두는게 좋을 듯해서. "
" 뭔데 "
" 24구에 1구에서 온 사람이 있어. "
바텐더 말에 멈칫하더니 칵테일잔을 내려놓았다. 그게 무슨소리냐는 표정으로 바텐더를 쳐다봤을까. 바텐더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 오늘 들어왔더군. 심지어 여자애야. 사람들은 그 여자애가 유일하게 1구에 온 사람이라고 믿고있어. "
" .... "
" 사실은 당신이 첫번째로 들어온 1구의 사람인데 말이지. "
" .. 누군지 알아? "
" 알아보도록 하지. 왜 궁금해? "
바텐더 말에 그 남자는 아무말 안하더니 칵테일 한 모금 마시고는 모자를 똑바로 쓰고 나갈려고 할 쯤 멈칫하더니 뒤돌아 바텐더에게 말했다.
" 응. 궁금해서 그래. 어떤 애가 죽은 자들의 도시(City of the Dead)에 들어왔나싶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