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 01
굳이 같이 양호실까지 따라가겠다는 녀석을 만류한 채 혼자 양호실로 향했다. 수업 중이라 조용한 복도에 내 발걸음소리만 울리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내 반 앞을 지나가니 보통은 수업 중 빠진 학생을 찾아야할 선생님은 내가 없다는게 익숙한 듯 수업을 이어나갔다. 말안해도 양호실로 간 걸로 처리되겠지. 양호실에 도착하자 역시 잠겨있는 문. 바로 옆 화단 밑을 더듬거리니 열쇠가 잡힌다. 대충 문을 따고, 다시 걸어 잠궜다. 이 몸상태로 혹시나, 그 날파리들과 마주친다면 진짜 좇되는 거니까. 보일러를 키고 하얀침대에 엎어지니 온 몸이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그 녀석은 괜찮을까..."
내가 남걱정 할 때는 아니지만, 표지훈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 웃어도 성질 좀 있어보이데 그래도 날파리들은 몰라도 우지호는 힘들 것이다. 나때문에 휘말렸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어 배게에 얼굴을 더 깊이 파묻었다. 1학년 때 만 해도 주변에 친구들은 많았다. 같이 맛집도 찾아가고, 집에 놀러가서 밤새도록 게임도 하고, 여자얘기도 하고....나는 정말 평범한 남고생이였을 뿐이다. 그리고 2학년 학기 초, 아무생각없이 복도를 뛰어다니다가 전날 패싸움에 몸상태가 말이 아니던 우지호를 밀쳤던게 화근이였다. 싸해진 주변공기도 눈치 못 채고, 그저 웃으면서 미안미안을 외치고 다시 급식실로 뛰었었다. 그게 내 인생 최고의 실수가 될 지 누가 알았을까. 우지호는 그 자리에서 즉시 반응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때도 그랬다. 아무말없이 넘어진 채로 가만히있었고, 내 미안하단 소리에 힐긋 내 명찰을 훑기만 했다. 녀석은 항상 바로 다음날이나, 그 이튿날 족쳐버린다. 나도 그 케이스였고.
"......내일이나, 모레...."
*
어느새 잠들었던건지 눈을뜨자, 바로 옆에서 커피를 타던 양호선생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이마에 손을 올린다. 우리학교에서 유일하게 날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사람. 재효쌤. 얼굴도 잘생겼고, 젊고, 키도 커서 여기가 남고만 아니였더라도 인기폭발이였을텐데 항상 아쉽다. 아무말없이 다시 눈을 감는 나를 물끄러미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이내, 조금 흐트러졌던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는 배 위를 토닥인다. 눈물이 날 것같다.
"항상 느끼지만, 쌤은 진짜 엄마같아"
"엄마맞아, 엄마해봐. 태일애기"
"아씨! 애기아니랬다"
큭큭 그래그래, 장난스럽게 내머리를 흩트러 놓는다. 말은 안하지만, 이런 농담이 내 눈물을 참게 해주려 일부로 던지는 농담이란걸 잘 안다. 정말 애기를 보살피듯 배 위를 토닥이는 손이 너무 좋다. 초등학교 때 이혼하신 부모님에 이모집에 얹혀사는 나로써는 부모님 품 속을 생각나게 만드는 손길이다. 우지호패거리에게 맞고다니는 것에 재효쌤이 여러번 교무회의 때에도 항의했던 걸로 알고있다. 그때마다 교과 교직원도, 담임선생님도 아니라며 퇴짜맞은걸로 알고있는데 그게 꽤나 미안했던지 저번에는 날 끌어안고 울기도 하셨다. 마음도 여리고, 너무 착하다. 나에게 미안할껀 하나도 없는데, 당장 미안해야할건 우지호지, 쌤이 아니다. 제대로된 부모도 없고, 성적도 중하위권, 딱히 성격히 싹싹하고 살가운 성격도 못되고, 담임 눈 밖에 나는것도 무리도 아니다. 나는 이렇게 수긍하고 사는데, 쌤은 그게 안되나보다.
"태일아, 전학...생각 해봤어?"
"안가, 교복 다시 맞출 돈도 없고..전학이 쉬운것도 아니고, 가봤자 어차피 소문은 퍼지는데 뭘"
"교복은 선생님이 구해줄께, 담임선생님한테 부탁도 드려보..."
"쌤, 자꾸 그러지마,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 진짜 쌤한테 죄 짓는 기분이야"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재효쌤을 보다가 몸을 돌렸다. 우지호에게 쳐맞는 것 따위 이제 참을만하다. 그나마, 녀석 앞에서 단 한번도 울지않았던 것이 마지막 내 자존심을 지킨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조차들정도다. 그러나,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겪기 싫다. 이미 태생부터가 원치않던 태생이였으니까.
*
"워!"
"뭐, 뭐야!"
"선배, 진짜 애기같이 자네요. 작아서 그런가"
어느새 다시 잠들었었나보다. 재효쌤은 어디간건지 보이지않았고, 표지훈이 내 앞에서 헤실 웃으며 서있다. 너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물으니 다쳤어요. 하면서 다시 바보같이 웃는다. 다쳐? 어디를? 우지호한테? 얼굴여기저기를 뜯어봐도 상처하나 없고, 교복도 깨끗하다.
"우지호한테 맞....은거 치곤 얼굴이 깨끗한데"
"우지호가 누구에요?"
".......네가 야하다고 했던.."
"헐! 그 사람이름이 우지호에요? 이름도 섹시하다. 대박"
병신소리 지껄일꺼면 꺼져 병신아. 내 말에, 에이, 질투해요? 하며 능글맞게 어깨를 툭툭 쳐댄다. 덩치는 산만한게 생긴건 원숭이같이 생겨서 보통 친화력이 아니다. 한참을 잤더니 머리도 몽롱하고, 발음도 뭉게진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어느덧 3시. 많이도 잤네. 점심도 굶고 정신없이 잔 모양이다.
"아, 근데 어딜 다쳐?"
"뻥인데요. 수업 너무 지루해서요, 아프다고 하고 도망왔더니, 귀여운선배가 여기 딱!"
"....너 지금 나 가지고 놀지?"
선배가 장난감인가, 가지고 놀게? 하긴 좀 귀여워서 같이 놀 맛은 나요. 선배취급 아닌 취급을 하면서 옆 침대에 벌러덩 눕는다. 흥흐흐흥, 알수없는 콧노래를 부르며 휴대폰을 건네더니 무언갈 보여준다. 뭐 임마, 이게 뭐...
"푸학! 이게 뭐야!! 으하하하하"
"왜요? 완전 잘생겼죠?"
괴상하게 인상을 쓰고 마카로 잔뜩 낙서한 얼굴로 헤벌쭉웃고있는 셀카에 진짜 크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놈 했는데 너 진짜 미친놈 맞구나. 이거말고 또 있다면서 여러장 보여주는데 진짜 뒤짚어졌다. 터진입가가 아물지도 못했는데, 아파도 웃음이 나왔다. 미친놈 덕에 하루에 참 많이도 웃는다.
"선배 그렇게 웃는거 처음봐요, 진짜 귀엽네"
".......개소리하지마, 그거 누가 해준거야? 친구들?"
"아뇨, 우리 여왕님"
"....여왕님?"
있어요, 완전 도도하고 시니컬한 여왕님. 묘하게 웃는 얼굴이 즐겁다. 게이라더니, 그 여왕님도 남자인가. 혹시, 애인? 그러고보니 녀석이 게이라는데 전혀 거부감도 안든다.
하긴, 나만 안좋아하면 되지, 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녀석을 보다가 다시 도로 누웠다.
또 자요? 무슨상관. 4시되면 깨워. 안일어나면 어떡해요? 아, 일어나거든? 깨워, 알았지?
"......안 일어나면 뽀뽀해도되요?"
뭐래, 병신이.
*
와, 암호닉 신청 무한 감동.
암호닉 확인하셔요.
0201
피오공수
대박
새싹
탤탤
음, 이거 막 완결은 피코해달라고 하시는 예쁜이들도, 오일해달라고 하시는 예쁜이들도 있던데,
사실, 저 완결까지 구상따윈 없.....그냥 쓰고싶을때 막 쓰고 그자리에서 나혼자 꼴려서 쓰는....
그냥 전체적으론 일단 피오총공이에여...
아직 저도 모르니까.ㅋㅋ.ㅋ..ㅋ.ㅋ....끝까지 봐주셔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