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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냐니 전체글ll조회 1834l


본글은 타사이트에도 업로드 되었던 글입니다.












"야 야 김단. 내가 오늘 누구를 봤게~?"





북적이는 강의실. 서로 오티 때 친해진 친구들과 인사 한마디씩 나누는 동안 나는 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1,2학년 성적을 버리고 놀러다니니 3학년이 돼서야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자격증, 토익, 성적.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학사경고로 가득찬 성적표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했다. 그런데 가영이는 그런 내 심정을 모르는지 오자마자 글씨를 쓰는 팔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덕분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다가 시원하게 삐져나갔다. 나는 가영이를 한 번 째려보고 화이트를 집어들었다. 아직도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가영이에게 무심하게 말했다.






"동석오빠 아니면 말 꺼내지 마."


"그놈의 동석오빠. 너 이번에 16학번 애들 얼굴은 아냐?"


"애기들 얼굴 내가 알아서 뭐해."


"잘도 애기다 이년아. 걔네가 니네 집 동생들인 줄 알아?"


"아침부터 똥을 못쌌냐? 왜 시비야."


"아니 책만 보지 말고 내말 좀 들어봐. 내가 아침에... 헐 쟤야 쟤."







가영이가 다급하게 내 팔을 쳤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아프다고 하니 빨리 봐보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가영이가 가리킨 곳에는 한 남자애가 있었다.










"봐봐. 대박이지 쩔지."


"쟤가 누군데."








가영이는 내말을 듣더니 정말 모르냐며 되물었다.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지. 내가 진짜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가영이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진짜 어디가서 우리학교 다닌다고 하지마. 이번에 쟤 들어오고 난리났는데 어떻게 너만 몰라?"


"알빠야. 쟤가 뭐하는 앤데."


"쟤가 전정국이라고 신입생 중에서 제일 잘생겼다고 다른 과까지 소문 다 났어."


"신입생이면 애네. 넌 애가 좋냐?"


"야 잘생기면 오빠지. 그리고 끽해야 2살 차이가 뭔 애야. 얘는 자기보다 어리면 다 현이랑 동갑인 줄 알아."


"야 현이는 심했다. 걔 이제 중학생인데."


"어찌됐든. 진짜 잘생겼다구 쟤 진짜."


"진짜를 두번이나 말해도 난 잘 모르겠다."


"하여튼. 아 나 다음 강의 들으러 간다."


"..."


"사람이 간다고 하면 좀 쳐다봐라 이년아."


"잘가."







나는 여전히 책에 코를 박을 기세로 앉아있었다. 가영이는 내 등짝을 한 번 세게 때리고 저가 가야 할 강의실로 향했다. 입에서는 혀차는 소리가 나왔고 손은 등을 문지르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올해에는 자격증도 따야하고 봉사활동도 해야 하고 성적도 올려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은 것도 머리가 엄청 좋은 것도 아닌 내가 마냥 놀 수는 없었다. 1,2학년 때 싸지른 정도면 충분하니 지금은 그것들을 치워야 할 때다.



책의 구멍이 나겠다 싶을정도로 글자를 읽어댔다. 주변에 누가 왔다 갔다 하는지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책 글씨와 내 글씨에만 신경을 쏟아부었다. 아 이러다 장학금 받으면 어쩌지.



말도 안되는 자신감이 생겨 슬쩍 강의실을 훑었다. 문득 아까 가영이가 말했던 전정국인가도 있나 하고 보는데 그 애는 없었다. 별 감흥없이 다시 책을 보려 고개를 숙이는데 눈 앞에 캔커피가 보였다.



누구지 싶어 바로 고개를 드니 아까 전정국이 앞에 놓인 의자를 뒤로 돌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다행이 그 애가 먼저 검지를 세워 쉿-하고 말려줘서 참사는 막았다.



전정국은 내가 저의 행동을 보고 입을 가리자 눈을 둥글게 말고 웃었다. 말갛게 웃는 것이 분유 광고에 나오는 아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뭐 잘생긴 것 같기는 하네. 동석 오빠같은 느낌이 없긴 하지만.




내가 계속 전정국을 쳐다보자 그가 내손에 커피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내 손에서 볼펜을 뺀 뒤 저가 돌렸다. 뭐야 싶어 얼빵한 표정을 지으니 안경까지 두 손으로 벗긴다. 저를 쳐다보는 내 눈을 보고 한 번 웃고는 말했다.







"선배님 공부도 좋지만 쉬면서 하세요."


"어..어?"


"그리고 전 16학번 전정국이라고 합니다. 스무살이고요."


"아 뭐 16학번이면 당연히.."


"스무살은 애기가 아니죠?"


"..."









망했다. 전정국이 내가 한 말을 들었나보다.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아는 척을 할 줄은 몰랐는데. 괜시리 민망해 식은땀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저를 지나쳐 강의실 어딘가를 응시하자 책상을 통통 두드리며 말한다.










"선배님은 몇 살이세요?"


"23살..."


"저희 누나랑 동갑이시네요. 누나라도 불러도 되죠?"


"그래 마음대... 어?"


"누나라고 할게요. 와 첫날부터 누나 생겼어!"










정국은 약간 애교를 섞은 목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우리 집 현이놈보다 애교가 많네. 나도 하하 하며 억지로라도 웃기는 했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연하남








a기업 회장 외동 손자. 입학 수석. 각종 화려한 수상경력. 그런 후배가 우리학교에 입학한 것도 우리과인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타과 친구들에게 가벼운 자랑을 할 수 있을정도이다.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은 참 난감하다.








"단이 누나~"








또 정국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안길 것처럼 팔을 뻗고 달려오길래 옆으로 비켜섰다. 미안 난 키가 작아거 키 큰 사람이 세게 안기면 죽는 병에 걸렸어. 물론 입 밖으로는 못꺼내는 말이다.



정국은 벌리고 있던 팔을 확 내리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뭐 라는 느낌의 표정을 짓고 그를 쳐다봤다. 그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렸다. 어릴 적에 봤던 동생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누나 뭐예요. 내가 반가움을 이렇게나 표시하고 있는데!"


"그래 그래 나도 반가워."


"그럼 우리 반가운김에 밥이나 먹을까요?"


"미안 나 연강 끝나고 알바야. 넌 친구들이랑 먹어."


"뭐야... 대신 내일은 진짜 나랑만 먹어요. 다른 사람 빼고 나하고만."


"그..그래."


"새끼 손가락 걸어주면 믿고 갈게요."










나는 정국이 내민 새끼 손가락을 밀어내지 못하고 고리를 걸어주었다. 세게 거는 걸로도 모자라 복사에 도장까지 찍어줬다. 그제서야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가야한다며 발걸음을 옮기자 '내일 봐요-' 라고 말하며 저도 갈 길을 갔다.



연강은 무슨 3시간 공강이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고 돌아서는 길은 죄책감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쟤는 나한테 밥도 먹어주자고 하고... 내가 너무 심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도와 미안하다는 감정이 섞여 머리가 어지러울 때 문자가 한 통 왔다. 미리보기로 뜬 발신자의 이름은 전정국이었다. 그리고 그 문자는 내 죄책감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누나 오늘 공강인 거 다 알아요. 그래도 나는 내일 기다릴래요. 내일 봐 누나.'








가영이에게 정국과 있었던 일을 말하고 문자를 보여주니 내 등짝을 마구 때린다. '이게 아주 복에 겨워서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 하고 말하면서 말이다.


한참을 맞으면서도 가영이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했다. 친구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그렇고 나조차도 그 애를 굴러 들어온 복이라 생각하니까. 근데 복이 굴러 들어온 거면 뭐해.








"남자가 아니라 애긴데."


"또 또 그소리! 야 전정국 걔는 너네 집에 있는 석이, 민이, 현이랑은 다르거든? 온 세상 어린 애들이 다 네 동생이냐?"


"그래도.. 애는 애야. 너야 오빠가 많아서 그런 얘기가 나오겠지만 나는 아니라.. 아야!"


"나 지금 만나는 사람 나보다 8살이나 많거든!"


"자랑이냐 이년아!"


"자랑 못할 건 뭐야? 내가 너였으면 동네에 소문내고 다녔을 걸? 얼마나 괜찮은 애야, 걔가. 집안 빵빵해, 잘생겼어, 성격도 좋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친구는 말하다 흐뭇해졌는지 제 얼굴에 미소를 걸고 있었다. 그 모습이 뭐라 형용하기는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도 다음말은 조금 궁금하니 맞장구를 쳐주기로 했다.









"결정적으로 뭐."


"너를 좋아하잖아."


"..."


"할 말 없지? 그럼 게임 끝이야. 야 너는 그런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널 좋아한다는데 왜 그렇게 버티고 있어?"


"걔는 그냥 동생이니까..."


"야 너 석이랑 키스하는 상상해봐."


"시발 더러워."









무심코 튀어 나온 욕에 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친구는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아니 솔직히 석이랑 키스라니 너무 심하잖아. 가영이는 입을 막고 저를 쳐다보는 나를 보며 눈을 반짝이면서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전정국은 어때?"


"뭐래..."


"아니 동생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상상도 못할 거 아냐."











친구의 말을 듣고 눈을 꼭 감았다. 까맣게 보이는 배경 위로 전정국의 얼굴을 떠올려봤다. 정국은 상상에서도 웃고 있었는데 입술 사이로 보이는 이가 순정만화처럼 삥-하고 빛났다.



미소를 머금은 상상 속 정국이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내 목을 부드럽게 감쌌다. 상상 속 나 역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가 푸흐 소리를 내며 작게 웃었다. 그 콧바람이 입술 언저리에 닿아 간지러웠다. 그리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찾고있었다.










"야 김단."


"어?"


"너 귀 진짜 빨게."


"그, 그래?"


"와 무슨 상상을 했길래 귀까지 빨게져? 변태야?"


"자꾸 이상한 소리하지. 난 도서관 갈 거야."


"그래 가라. 난 누구랑 다르게 진짜 연강이라서."










가영이를 한 번 흘겨보고 강의실을 나섰다. 뭐가 키스하는 상상이야. 왜 그런 걸 상상하면서까지 걔 생각을 해 내가. 그리고 애기상대로 키스라니 말이나 돼 그게?



그녀의 말도 안되는 발상에 혼자 씩씩대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학구열이 넘치는 학생들 덕분에 도서관 자리는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한 자리를 사이에 두고 띄엄띄엄 앉아 꼭 누군가의 사이로 들어가야 했다.




그나마 넓어 보이는 자리를 골라 책상 위에 책을 올려 두었다. 책상 앞에 앉아 적절한 위치로 의자를 살짝 끌어 당겨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바로 공부를 시작하려 펜을 들고 책을 펼치는데











"저기요."










아 이게 뭐야. 공부하고 책읽기 바쁜 도서관에서 핑크빛 로맨스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정말 아니지싶다. 하필 마주쳐도 전남친 옆자리라니. 심지어 얘때문에 휴학까지 했었는데 여기서 만나? 재수없게.










"잠깐 얘기 좀 해요."










전남친은 나를 쳐다보며 작게 속삭이고는 먼저 도서관을 나섰다. 그가 나간 문이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저거랑 뭔 얘기를 해 내가.



긴 고민 끝에 따라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래 찔리는 것도 없는데 가자. 몇 마디만 나누고 들어오자. 하고 생각하며 그가 열고 간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당당한 걸음으로 문을 열고 그에게 갔다.




그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고 있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내 것도 뽑아 주는 배려는 없었다. 나 같았으면 쟤 것도 뽑아 줬을텐데... 아니야. 뭐가 아쉬워서. 기대할 가치도 없는 애니까.










"누나. 나랑 헤어지고 나서 일부러 선배들 만났다면서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나와 그는 내가 고백한 것을 계기로 사귀게 되었었다. 저 나이 또래와는 달리 어른스럽고 성숙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환상은 어느 날 한 방에 박살났다. 나에게 불만을 표하는 횟수가 늘어나더느 느닷없이 꼰대질하는 내가 지겹다며 말도 안되는 욕설을 담은 카톡 몇 통이 날아왔었다.



처음엔 미안하다고 말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트집 잡는 것들 뿐이었다. 혹시나 했던 내가 '너 다른 여자 생겼어? 그래서 이러는 거야?' 하고 물으니 그걸 이제 알았냐고, 바보냐며 오히려 내가 욕을 들었어야 했다.



이런 게 큰 트라우마로 작용한 건지 나는 한동안 살면서 매일 봤던 남동생들 얼굴도 잘 쳐다보지 못했다. 생김새라든가 닮은 구석은 전혀없었지만 그 나이 또래 애들을 보면 전남친이 먼저 생각나니까. 선배들을 일부러 만났다는 것도 이 일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대답 없이 땅만 바라보니 기가 찬다는 듯이 웃었다. 그 소리가 귀에 정확하게 박히는데 귀가 멀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참나 나 때문에요? 노력은 가상하네요. 지금은 아무도 안만난다면서요. 내가 그렇게 잊기 힘든가?"


"..."


"아니면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나?"


"...!"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나를 절망으로 끌고 간 기분이었다. 난 뭐하러 여기에 나온 거지. 고작 저딴 얘기 들으러? 날 비웃는 저 표정 좀 봐.



얼마나 주먹을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것 같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그대로 얼굴에 꽂아버리고 싶은데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지고싶지 않다는 생각에 눈 앞이 뿌옇게 변했는데도 그를 노려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너 말 함부로 하지마.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


"또 또 시작이네. 누나는 그게 문제야. 존나 자기 애도 아닌데 가르치려 들어. 내가 누나 아들이예요?"








그가 했던 말은 예전에 보냈던 카톡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래도 너를 잊으려고 용서하려고 애썼는데. 그가 여전히 나를 그런 식으로만 생각한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 표정 웃겼어요. 근데 확실히 어린 애들게 좋죠? 다른 늙은 것들 보단..."


"맞아요. 늙은이들 것보단 어린 애들게 좋죠. 그래서 누나가 저 엄청 좋아해요. 근데 그쪽은... 이제 싫을만 하겠어요."













그 때 누군가 내 어깨를 감싸면서 무덤덤하게 전남친의 말을 받아쳤다. 목소리를 들으니 전정국일게 확실했지만. 거짓말을 한 것도 있고 이런 상황을 들켰다는게 너무나도 민망하고 싫었다.



정국은 내 어깨를 자기 쪽으로 당기며 말했다. 고개는 내 쪽으로 숙이고 있었지만 시선은 전남친에게 향해있었다. 언뜻 본 그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웃음기가 빠져 전혀 다른 사람같았다.









"가영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도서관 갔다길래 와봤는데 뭐 이런 놈을... 이럴 거면 나랑 밥이나 먹지 그랬어요."


"이건 또 뭐야? 아 신입생 중에 얼굴 믿고 여자애들 후리는 놈 하나 있다더니 그게 너였냐?"






전남친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이미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 넘치는 상태였지만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점점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야 너 능력도 좋다? 저새끼 집안도 좋다던데 어떻게 꼬셨냐?"


"왜 너보다 어리고 잘나서 질투나? 이상한 소리 지껄이지말고 갈길 가."


"그래 갈길 가야지. 우리 후배님한테 한마디만 해주고 가야지."









전남친은 성큼성큼 정국에게 다가왔다. 정국은 여전히 말없리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차가운 그의 시선에 한 번 움찔한 전남친은 에써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얘기했다.












"쟤가 액면은 좀 낡았는데 몸은 좋아. 할 때 기분은 좋을 거다."


"미친 새끼가...!"


"한 번만 더 그딴 얘기하면 죽여버린다."











정국이 전남친의 얘기를 듣자마자 내 어깨에서 손을 떼고 바로 남자의 얼굴에 세게 주먹을 날렸다. 제대로 맞은 것이지 뻑소리가 났고 전남친은 머리를 감싼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를 때릴 때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평소 내게 보여주었던 살가운 표정과는 많이 다를 거란 것을 알고 있다. 그 느낌은 정국의 뒷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정국은 굳은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 너머로 황급히 도망가는 전남친의 모습이 보였다. 가면서 다리를 한 번 부딫이고는 절은 다리로 도망가는데 그 모양새를 보니 속이 좀 시원해졌다. 정국은 내 앞에 서더니 금새 시무룩해진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를 제 품에 가두어 꼭 안았다. 그리고 내 귓가 옆에다 힘 풀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게 당황스럽지만 그 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리 깔리고 낮은 것이 귓가가 간질간질했다.








"미안해요... 나 누나한테 밉보이기 싫었는데... 사람 때리고 그러는 사람 누나도 싫죠..."


"아냐 오히려 난 고맙지. 내일인데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고. 그리고 내 동생들이 워낙에 사고를 많이 쳐서 남자가 누구 때리는 거 별 생각 없어."


"내가 남자답게 누나 지켜주려고... 어? 방금 누나가 남자라고 했어. 그쵸?"







정국은 평소같은 목소리로 아니 보다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품에 안고있던 내 어깨를 잡고 날 떼어낸 뒤 쳐다보는데 입가에 웃음기가 맴돌았다.








"남자한테 남자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평소에는 나보고 남자라고 한 적 없으면서. 나도 이제 스물인데 맨날 애기야, 동생아 이랬잖아요."


"그건 네가 정말 그렇게 보였으니까 그렇게 말한 거지."


"그럼 오늘은 남자처럼 보였어요? 동생처럼 안보이고?"










정국이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괜히 심술맞게 굴고싶어지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이나마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손을 들어 그의 볼에 가져갔다. 그리고 살살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래."







아. 해맑에 웃어오는 정국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 지를 모르겠다. 아직 이런 건 익숙하지가 않아서 괜히 잘못한 기분이 든다. 갈 곳 잃은 눈동자는 여기 저기를 돌다 결국에는 정국에게로 향한다.












"오늘은 '남자'로 만족할게요."


"오늘은 이라니?"


"나중에는 남자친구처럼 보일 거니까. 오늘은 남자까지만."











정국은 저의 볼을 쓰다듬는 내 손을 감싸며 웃어보였다. 그래도 아직은 분유냄새가 나는 얼굴이었다. 그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다음 강의 시간이라며 가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등을 돌려 걸어가는데 뭔가 저 뒷모습이 사실은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대로 보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한테 굴러 들어온 복이면 환영을 해줘야지.










"전정국!"


"네?"


"저기 나는 그, 너를 어떻게 생각하나면. 그 뭐냐 물론 내 친동생은 아니고 그렇다고 막 어른이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아 망했다. 솔직히 전정국 입장에서 보는 내 모습은 엽기였을 것이다. 눈썹이랑 입꼬리는 쳐져있고 콧평수가 넓어지게 벌름 거리고 있겠지. 게다가 말도 어순을 모르는 바보처럼 더듬고 있다. 지금 이 모습은 조금 창피하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



혼란스러워 죽겠고 다시는 연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왔다고. 정말로 네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입은 도무지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떨어지질 않는다. 정국은 아까부터 나만 쳐다보며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재촉하거나 지루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웃으며 나를 기다려주었다.



한참동안 시간을 끈 내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드디어 말을 하려는 순간 시계를 확인한 정국이 먼저 선수를 쳤다.



내 입술에 무언가 부드러운게 두 번정도 짧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눈을 제대로 떠보니 전정국의 얼굴이 코 앞까지 와있었다. 그게 또 부끄러운 나는 눈을 아래로 깔았고 정국은 내 얼굴 구석 구석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 입술을 응시하느라 약간 깔린 눈이 조금은 야했다. 이건 정말 미친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나 지금 강의라서요. 알았죠 누나?"


"야...너..!"











내가 급히 자리를 뜨려는 정국의 소매를 붙잡았다. 정국은 다시 나를 돌아보더니 빵-하고 터져서 웃는다. 아마 내 얼굴이 귀부터 시작해 전체가 붉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국은 한참을 웃다가 눈가에 눈물을 닦는 척 하머 웃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내게 눈 높이를 맞추고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확히 맞춰오는 시선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정국은 내 턱을 가볍게 감싸쥐고 다시 저를 보게 했다.









"먼저 말 안해주는게 얄미워서 제대로 안하려고 했는데 난 누나한테 약해서 안될 것 같아요."


"너 진짜.."


"내 눈도 안보는 사람 뭐가 귀엽다고 내가."









정국은 일부러 한숨을 쉬는 척 하면서 툴툴 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뚱한 얼굴로 쳐다보니 '귀엽게 봐달라고 그렇게 보는 거죠, 지금?' 이라고 말한다. 이게 누구한테 귀엽다고. 내가 저를 노려보니 한 번 웃고는 다시 말한다.






"지금부터는 제대로 하고 싶은데 괜찮아요?"


"...괜찮아."


"고마워 단아."











아까 친구가 해보라고 했던 말도 안되는 상상처럼 정국이 내게 다가왔다. 상상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나도 그에게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는 그 순간 느껴지는 느낌이 진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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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워..세상에..워..
7년 전
독자2
헐 작가님 애교부리는 연하남이라뇨ㅠㅠ너무 설렙니다!혹시 암호닉 받으세요?받으시면[캔디]신청할게요!
7년 전
니냐니
넵 알겠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7년 전
독자3
헐 세상네ㅠㅠㅠㅠㅠㅠ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댜박이네녀ㅠㅠㅠㅠㅠㅠㅠ아 심쿠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연하ㅠㅠㅜ정국이라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어유ㅠㅠㅠㅠ정구가ㅠㅠㅠㅠㅠㅠㅠㅠ꾹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귀엽게 설레네요ㅠㅠㅠㅠㅠ잘읽고가요!
7년 전
독자5
헐 대박 진짜..... 전정국 미쳤다ㅠㅠㅠㅠㅠ 설렘 폭발
7년 전
독자6
끼야아아아아앙앙 정국이 넘나 설레요...
7년 전
독자7
악ㅠㅜㅜㅠㅜ이게 끝이 아니라고 해줘요ㅠㅜ계속 숫자가 붙을거라고ㅠㅜㅜ해줘요ㅠㅜ너무좋아ㅠㅜ
7년 전
독자8
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민윤기]로 신청해요!♥
7년 전
독자9
이거 너무 설레잖아요ㅠㅠ 설렘폭격 맞은것같아요
7년 전
독자10
세상에ㅠㅠㅠㅠㅠㅠ정국아ㅠㅠㅠㅠㅠㅠㅠ정국ㄱ어ㅜㅜ우ㅜㅜㅓㅇ어어어ㅓ어ㅓ어어아아
7년 전
독자11
아 ㅠㅠㅠㅠ대박 연하남 전정국은언제나옳습니다.... 으아아아ㅏㅇ아ㅏ가 ㄷ박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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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요시와라 라멘토 中5 니냐니 01.26 21:5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요시와라 라멘토 上15 니냐니 01.04 00:0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남준] Reflection4 니냐니 11.27 00:4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백수 아저씨13 니냐니 11.23 23:3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태형학생13 니냐니 11.15 00:4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박지민] 첫인상과 현14 니냐니 10.30 00:1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보건계장과 농구부13 니냐니 10.25 00:4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나만 보면 짖는 개16 니냐니 10.22 23:4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박지민] 옆집누나 너탄X옆집동생 박지민13 니냐니 10.21 00:2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연상녀9 니냐니 10.18 22:3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연하남12 니냐니 10.18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