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kerBell
얼마나 지났다고 또 계절이 바뀌려나 보다.
선선했던 바람은 좀 더 쌀쌀함을 풍기며 불어왔고
뭐 이 정도쯤이야. 하며 그대로 바람을 맞아준 결과,
감기에 아주 제대로 걸리고 말았다.
-
아침에 일어나니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몸에 기운이 싹 빠진 것 같기도 하고..
거울에 비친 얼굴에 볼이 새빨개진 걸 보니 열도 나는가보다.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자고 출근 퇴근을 반복한 탓에
열까지 나는 몸살감기에 걸려버렸다.
정 안되겠다 싶어 선배한테 연락을 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오늘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을 가야할 것 같긴 한데 도무지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조금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하며 그냥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오랜만에 가만히 따뜻함에 몸을 담구고 있으니 잠이 솔솔 온다.
그대로 몇 시간을 잠들었을까.
계속 핸드폰을 봐달라고 외치는 카톡 소리에 눈이 뜨였다.
[오늘 날씨 갑자기 추워졌던데 옷 잘 껴입고 갔냐?]
[오늘 집 갈 때는 추우니까 걸어가지 말고]
[아니면 또 내가 집까지 데려다 놔야 돼?]
분명히 출근 안 했다고 하면 왜냐고 오두방정 떨게 뻔하니까
말 안하는 게 낫겠지.
[됐네요. 꽁꽁 잘 껴입고 왔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답장해?]
평소엔 일이 바빠 적어도 30분 이상은 있어야 답장을 했었기 때문에
바로 답장을 한 게 지 딴에는 이상했나보다.
쓸데없이 이런 거에만 예리하다.
[그냥 한가하니까 그렇지, 뭐.]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고 전화까지 할 줄은 몰랐던 나는
당황해서 거절을 눌러버렸다.
감기 때문에 목소리도 이상한데 받아버리면 무조건 눈치 챌 권순영이다.
[뭐야, 전화 왜 안 받아. 안 받으면 직접 만나러 간다.]
카톡을 확인하기 무섭게 또 한 번의 전화가 바로 걸려왔고
잠시 망설이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전화를 받았다.
-....
- 성이름? 여보세요?
- 왜
- 주위에 왜 이렇게 조용해? 어디 다른 데 놀러 갔냐?
- 무슨, 내가 어딜 놀러가.
- ? 야, 목소리 왜 그래? 설마 아직 겨울도 아닌데 혼자 감기 걸렸냐?
- 별 거 아니야. 약 먹었어.
- 뭐 별 게 아니야. 출근 안 했어? 집이야?
- 어, 그냥 오늘 감기 조금 걸린 김에 가기 귀찮아서 꾀병 좀 부렸어.
- 야 무슨, 일 안 나갈 정도ㅁ..
- 아아, 그 정도 아니라니까. 나 오랜만에 푹 잘 거야. 끊어-
계속 받아줬다간 끝도 없이 잔소리 할 게 뻔하기 때문에 미리 내 쪽에서 끊어버렸다.
끊은 뒤에 혹시 카톡이나 전화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런 연락도 오질 않는다.
그나저나 좀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머리가 조금씩 더 지끈지끈 아파온다.
-
다시 누워서 한 30분을 뒤척였을까.
뜬금없이 벨소리가 울려 선배인가 하는 마음에
서둘러 손을 뻗어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니 권순영이다.
- 야, 성이름 너 어디어디 아픈지 의사 선생님한테 똑바로 알려드려야 돼.
- 에..? 의사 선생님?
- 나 지금 병원 왔으니까 의사 선생님한테 다 말씀드리라고.
갑자기 무슨 의사 선생님인가 했더니 그 새 병원까지 갔나보다.
아니, 고맙긴 한데..
- 선생님, 죄송한데 지금 아픈 사람이 직접 여기까지 못 와서..
결국 전화기 너머에 계시는 의사 선생님께 갈라진 목소리로
아까 권순영한테 별거 아니라고 거짓말 한 게 무색할 정도로 아픈 곳을 다 말했다.
- 야, 이게 별 거 아니야? 혼자 사는데 쓰러지기라도 했으면 어쩔거야. 장난하냐?
- 나도 눈치 못 챘었으면 일주일 내내 그러고 있었겠네 아주.
거짓말의 대가로 권순영은 우리 집을 찾아오는 내내 전화를 끊지 않고 잔소리를 퍼 부었다.
- 다 왔으니까 문 열어.
-
- 약 하루에 3번 다 먹는거야. 아침, 점심, 저녁.
너 밥 안먹을 거 같아서 그냥 죽도 사왔어. 조금이라도 먹고 약 먹어.
그리고 또 일해야 된다고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지 말고, 그냥 다 하지마. 누워 있어.
- 귀찮게 해서 미안, 약 고마워.
- 미안하다는 소리 들으려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니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그냥 푹 쉬라고, 알았지?
나 갈 테니까 편하게 따뜻하게 잘 누워 있어. 갈게.
권순영은 문을 열자마자 신발을 벗지도 않고 약 봉지와 죽만 쥐어준 채 나갔다.
괜히 사람 오라가라 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오늘 고마워.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갈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마.]
[계속 신경 쓰게 만들잖아 니가.]
[아프지 좀 말고, 니 몸부터 신경 써, 제발 좀.]
-
그냥 요즘들어 자꾸
권순영도 나랑 같은 마음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든다.
물론 여전히 또 나 혼자만 써내려가는 이미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일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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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스토리가 망했네요ㅠㅠㅠ... 스토리 구상을 좀 더 해봐야겠어요 잘 안 떠오르지만ㅠㅠㅠㅠㅠ지루해지지 않게만 됐으면 좋겠네요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