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천만번째남자 17. 명수가 입술을 서서히 떼고 성열과 눈을 마주하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그만울어, 안그래도 못났는데 더 못나지고싶어?"
"맞을래..?...으허흐...흡..."
"뚝해, 안하면 나 갈거야"
"웃기시네.."
"진짠데? 우습게 본다는거지, 집에갈거야"
명수가 일어서서 겉옷을 다시 챙겨입곤 성열에게 등을 돌리며 가려는 순간, 성열이 긴팔로 명수의 팔뚝을 잡으며 멈춰서게 했다.
"너 지금 나가면 기자들한테 매장이야.."
"괜찮.."
"안울게..뚝 그칠게 여기있어"
"봐, 꼭 말을 한번에 안들어. 말같아선 꿀밤한대 먹였을텐데 환자니까 참는다"
명수가 발로 의자를 끌어와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녀석은 진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웃음기를 띄지 않았다. 솔직히 내 입장이라고 생각해도 지금 이상황에선 절대로 웃음이 나올거같지 않긴 하다만 그 모습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가슴이 쓰려왔다. 성열은 고개를 축 내리다가 옆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성종이..걱정많이 할텐데..나 이런 모습보면 또 국자로 때리러오겠다" "개 너 걱정많이했어, 쓰러지기도 했었으니까 전화 지금해봐"
"쓰러졌었다고?.."
"연락와서 집에 가봤는데, 막 심한건 아니고 그냥 조금 아팠어"
성열은 잠시 핸드폰을 다시 침대에 내려놓았다. 이대로 성종에게 전화했다간 또 울거같아서 전화는 엘이 간 이후에 하기로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명수는 손가락을 서로 맞부딪히다가 고개를 들어 성열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바로 해주었다.
"해명 기사 안낼거야?..자진하차 아니잖아" "...내야지, 내야되는데.."
"..."
"아직까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뭐라고 말할수 있는 용기가 나질않아" "..."
"엘아, 너도 말아껴"
"무슨 소리야"
"너희 콘서트로도 지금 난리잖아..최대한 피해안가게할게, 말아껴..누가 나에대해서 물어보면"
"..."
"그냥 모른다고 잡아떼..나때문에 피해보는거 싫어"
성열이 창백한 얼굴로 명수를 바라보니, 명수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끄덕였다. 또 저 말에 반박하면 당장이라도 저 허연얼굴에서 또 눈물이 새어나올거같아서 애써 말을 감췄다. "입원 언제까지 하래?"
"한 일주일,"
"아참 나 궁금한거 있었는데"
"뭐?"
"너 손줘봐, 반지안뺐지?"
"안뺐어..빼면 죽는다며..죽기 싫어서.."
성열이 약간 볼을 부풀리며 제 손을 어루만지며 반지를 보는 명수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고, 명수는 곧 성열의 검지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어냈다. 갑작스런 명수의 행동에 놀란 성열이 손을 뿌리쳤을땐 이미 반지가 명수의 손에 쥐어졌을때였다. '줘' 눈치를 살피며 성열이 얘기를 꺼내니, 명수는 또 말없이 성열의 손을 잡아와 네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껴주었다. 성열의 중얼 거림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콘서트 끝나고 제대로 말하고싶어서 남아있으라는 거였는데."
"..."
"그날 그렇게 가버리고.."
"..."
"늦었지만 지금이라도할게" "..." "이성열, 어디가지말고" "..." "이젠 내 옆에 계속 있어줘, 안울릴게, 정말 잘할게."
"..."
"그리고 무슨일이 있어도 너만 믿을게, 좋아해. 아주많이 너를." "...엘아"
"짜잔, 이거봐"
"똑같은거네?"
명수가 뒤에 숨겨왔던 손을 성열에게 내보였다. 명수의 두번째 손가락에 끼여있던 반지는 어느덧 네번째로 옮겨져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해지며 성열은 제 손을 봤다 웃고있는 명수의 모습을 보았다를 번갈아했다.
"이제 좀 예전같이 한번만 웃어보면안되냐?"
"..."
"나이거 되게 어렵게 말한건데, 내가 원래 누구 좋아한다고 티내면서 말하는 그런.."
"나도 좋아해"
"뭐..?"
"니가 날 믿어주는 만큼 엘아 나는.."
"..."
"널 위해 살아갈게 너만 믿고 따를게, 그러니까..나도 많이 좋아한다고 엘아"
성열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설프게 웃어보였다. 이제야 진심어린 웃음이 비춰졌다. 볼이 살짝 붉어진 성열의 볼을 양 손으로 부여잡고 얼굴을 살짝 흔들었다. 쳐진 눈매를 더 처지게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내리며 웃어보였다. 성열도 제 두손으로 명수의 볼을 어루만지듯 감싸잡았고, 곧이어 짧은 뽀뽀가 오갔다. 명수는 입을 살짝 맞댔다가 떨어뜨렸을때 부끄러워하는 성열의 표정을 보고 제 품에 폭 안아버렸다. 오늘 따라 왜이렇게 웃음이 가시질 않는거야, . . .
'맥시멈 전 멤버 성열, 자진하차 아닌 강제퇴출'
'성열, "인피니트 콘서트는 퇴출 당하기전 있었던 일" 해명'
일주일후 성열이 퇴원한 후에. 성열의 정식 해명 기사가 올라왔다. 딱히 성현의 언급은 아꼈던 성열은, 강제 퇴출에 대한 일만 밝혔고, 여전히 집안한구석에서 노래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기사를 내준것도 엘의 탓이 상당히 커왔다. 기사를보고서는 성열은 명수에게 카톡을 날렸다.
[엘아 고마워..유유] - [그거 가지고 뭘 고맙데 고마우면 오백원 - 엘] 요즘따라 엘이 자주 보는 개그 프로가 있단다. 거기에선 뭐하면 오백원 이라면서 대사가 있는데 요즘따라 미친듯 뭐만하면 오백원 오백원 거리니 성열은 명수를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참 잊었던 일이 하나 있었지, 성종에겐 퇴원하는날 펑펑 울면서 전화를 하고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포옹이 아닌, 국자가 성열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악! 소리를 내며 성열이 주저앉았고, 성종은 울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꺼냈다. 사실 성종이 했던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고, 오로지 머리가 띵 울리는 아픔에만 집중했다. 결국엔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털어냈고, 성종과도 작은 오해를 풀었다. [진짜 진상이다, 내가 그거 하지말랬지?] - [ㅋㅋㅋㅋㅋ재밌잖아 안재밌어? 안재밌음 오백원 - 엘] [그냥 끝내자, 진상 으구 진상]
성열은 핸드폰을 던져놓고 전에 우현과 함께 했던 노래를 불렀다. 그러고보니..우현이형을 잊었다. 사실, 제일 먼저 우현이형에게 전화를 해야되는게 옳았다. 예상치 못하게 우현도 같이 욕을 먹어버렸으니까, 핸드폰을 한동안 뚫어지게 보다가 액정을 바닥으로 보이게 핸드폰을 덮었다. 다시 컴퓨터를 켜서 기사를 확인하는데 점점 또 성열쪽으로 기울여졌다. 보아하니 전 소속사는 계속 강제퇴출이 아니라며 잡아떼고 있다고 하는 기사를 보고 성열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에 변하는지, 참으로 무서워지는 순간이였다. . . . "사장님.."
"또 그애랑 계약해달라고 얘기하러온거야?"
"노래 정말 잘하고, 목소리도 좋고..무엇보다 노래를 무척이나 하고싶어해요..이대로 꿈을 막을순 없잖아요"
"..."
"한번만 부탁드려요, 사장님이 그러셨잖아요..저 사람 보는 눈있다고"
"흠.." "저랑 같이 노래한것도 들으셨잖아요, 그만큼..사연도 많고..한번만 믿어주세요 저를"
"..."
"그애, 제가 어떻게든 키워올릴게요. 제가 책임질게요"
"그애 프로필 가져와,"
사장은 머리를 한번 툭툭 털다가 우현의 미소머금은 모습을 보고 샐쭉 웃었다. 성열이 자진하차 설이 돌고 한 이틀후부터 우현은 시도때도없이 사장실에 와서 성열과 계약해달라며 여러번 부탁해왔다. 녀석이 부른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고, 사진, 영상 할것없이 다 모아서 가져다 보여주었다. 사장은 귀찮은듯이 우현을 돌려보내기도 몇번이였지만, 우현이 가져다준 시디를 돌려보며 성열의 능력을 캐치해 집어보기도 했다. 한번은 우현이녀석에게 왜이렇게 이 녀석을 다시 되돌리긴 원하냐고 물었더니, 우현은 녀석의 묻혀져만 가는 목소리를 그 이쁜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영상들을 돌려보니 비주얼은 대단하지만 그만큼의 비중을 차지 하지 못한건 크게 아쉬웠다. 우현이 웃으며 사장실 문을 툭 닫고 나갔다.
. . . . 늦은 저녁쯤이 되어서야 성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바람을 쐬겠다며 아파트 복도로 나왔다. 사실은 엘이 지금 차안에 있으니 잠시만 나오라며 전화해 한달음에 나가는 셈이였다. 아파트 현관에 나오니 눈에 띄게 큰 벤 하나가 서있고, 그 문앞에 엘이 서있었다. 성열은 츄리닝 바지를 질질 끌며 명수앞에 웃으며 섰다.
"왠일이야 이시간엔?"
"꼭 이유가 있어야지오냐? 나 지금 일엄청 많이 하고왔어"
"수고했어,..피곤해 보인다"
"그러니까 가서쉬지 여기 왜와서"
"내 유일한 안식처"
"뭐?"
"는 너," "뭐야 진짜...흐" 성열은 헛웃음을 내질르며 명수의 어깨를 툭 밀었고, 명수는 자신도 이런말을 한게 끝내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헛기침을 큼큼 했다. 성열은 잇몸웃음을 내심 명수에게 선사하며 명수의 손을 꼬옥 잡았다. 명수는 그대로 성열의 뒷목을 당겨 끌어안았고, 성열은 '많이 힘들었지? 힘내 엘아' 등을 토닥토닥 쳐주었다. 안던 손을 풀고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성열의 어깨에 손을 두르며 성열에게 시선을 꽂은채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뭐했어?" "노래연습, 흐.."
"그래도 언론이 다 니쪽으로 기울여져서 다행이다"
"이제 소속사를 알아봐야되는데..다시 오디션을 볼수도 없고..날 받아줄곳도 없을테고"
"그런말 하지말랬지, 조금만 기다려봐"
"응?" "내가 너 꼭 노래하게 해준다고 했잖아"
"...내가 늘 너에게 받는 느낌이다"
"그런 표정짓지마, 웃어. 웃는게 제일 이뻐 이성열은"
"치.."
성열이 명수의 가슴팍을 치며 부끄러움을 표현했고, 명수는 미소를 잔뜩 머금은채 성열이 하고온 목도리를 다시 따뜻하게 매어주었다.
"엘아"
"응?"
"너 목도리 매는 모습 되게 멋있다"
"이제알았냐?"
"칭찬을 못해.."
"성열아,"
"왜"
"그렇게 푹 숙여서 보지마, 그 퉁퉁한 볼살 확 물어버리고싶으니까"
"뭐야"
명수는 웃어보이며 성열의 볼을 잡아 꼬집었고, 성열은 아프다며 눈을 찡긋거렸다. 예뻐죽겠다, 이성열, 둘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콩깍지가 더 심해져만 갔다. 그리고 날이 가면 갈수록 스킨쉽도 거침없이 하며 진도를 이어갔다. 오늘밤의 마지막 스킨쉽은 진하디 못한 진한 키스였다. 쪽쪽 입술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진하게 울리는 키스랄까, . . . ♪♬♪ -
아침에 인피니트의 벨소리가 크게 울려 성열의 귀를자극했다. 사실 이 노래를 해놓은 인물도 엘이다. 자기 파트부분만 어떻게 그렇게 딱 잘라서 해놨는지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눈을 덜뜬채 성열은 전화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 "이성열씨?"
"네, 제가 이성열..맞습니다.."
- "여기 울림엔터테인먼트입니다"
"네..네"
- "이성열씨와 계약하고싶은데, 혹시 회사로 오실수있으신지.."
"네...네...네!!!!!!!!!?" 성열의 눈이 번뜩 뜨였다. 이불을 박차고 자리에서 퍽 일어서며 머리를 털며 입을 떡벌린채 다시 되물었다.
"어디라고 하셨죠 지금..? 울림이라고요..? 제가 지금 잘못들은거 아니죠!!!?"
- "이성열씨 노래를 듣고 계약하고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오늘 2시쯤 시간 되시는지요"
"다..당연히 되요!!!!갈게요.."
- "그럼 좀이따가 뵙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성열은 소리를 지르며 방을 나왔고, 성종은 또 무슨일이 벌어졌냐며 필수템인 국자를 들며 성열에게 물었다. "성종아...나..나 계약하고시...싶다고 전화왔어!!!"
"뭐..?"
"엘있는 회사인데..계..계약하고싶데!!!!"
"정말이야? 잘됐다!!!"
성종이 국자를 집어던지며 성열을 얼싸안았다. 성열의 입에선 끊임없는 웃음소리가 번져왔다. 욕실로 냉큼들어가 싹 씻고 머리 매무새와 옷 매무새를 만지작 거렸다. 성종도 옷을 봐주며 오케이 신호를보내고 모처럼 즐거운 아침식사를 하고 성열은 두근대는 마음으로 집을나왔다. . . . "안녕하세요...계약 문제로.." "아. 이쪽으로 들어가세요"
직원이 안내해주며 성열은 쭈뼛거린채 사장실로 들어갔다. 무언가 위엄있어보이는 모습에 성열은 어깨를 좁혀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사장은 프로필을 살펴보더니 이내 말없이 계약서를 내밀었다. "누가 그러던데, 그 이쁜 목소리좀 듣고싶다고"
"네..?"
"그 이쁜 목소리가 얼마나 이쁜지 자기가 장담한다던데"
"..네..그게 무슨말인지.."
"성열씨는 솔로로 나갈거고, 계약하자마자 내일부터 녹음하러 나와요"
"네?"
"딱 괜찮은 곡들 썩혀놓은거 이제 꺼내놓을때가 된거같아서, 나오라고. 이제 우리 소속이잖아"
"아.."
"띄워줄수 있는데까진 도와줄테니까, 성열씨도 열심히해요, 내가 누구말 크게 믿고 밀어주는거니까"
"감사합니다..감사...흑..흡.." 끝내 성열의 눈에서 눈물이 새어나왔다. 사장은 그 간 성열이 마음을 다 안다는듯 휴지를 뽑아 성열에게 건넸고, 성열은 휴지를 돌돌 말아 눈물을 닦아냈다.
"제가..아니..저에게 노래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사장님.."
"앞으로, 잘해보자고. 성열씨 내가 믿어도되지?"
"네..."
"그만가봐, 그만울고,"
사장이 성열의 등을 툭툭 쳐주었고, 성열은 90도 인사를 숙여서 한뒤에 계약서를 손에 쥔채 사장실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바로 다시 계약서를 보고 그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다시 노래를 할수 있다는 그기쁨이 성열에겐 얼마나 벅차고 기쁜일인지, 하염없이 울었다. 성열이 울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는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다 웃어보이며 녹음실로 조용히 다시 들어갔다.
'성열, 울림엔터테인먼트와 전격 계약, 인피니트와 한솥밥'
'성열, 울림엔터테인먼트 소속 첫 솔로가수로 출격예정' 성열과 계약이 끝나자마자 언론들이 다시 들고 일어섰다. 그 누군가는 그 기사들을 보며 이어폰을 꽂아 성열의 목소리를 다시금 되새기며 들었다. 앞으로 성열이 웃는 모습을 계속 볼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풋 터져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