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두번째 달 - The boy from wonderland
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이렇게 소설을 들고 찾아뵙는건 진짜 오랜만인 것 같네요 으앜 쑥스렁..
제 문체를 잃어버린 것 처럼 굉장히 어색하게 써내려간 편이지만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떼 엉엉..
이번 편은 깨알 같은 현성+야동 (매우 깨알. 마치 좁쌀처럼) 그리고 수열이네예.
우열이들의 조합은 쓰기 쉬운 것 같기도 하면서 어렵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살벌한 디스를 달리는 우원과는 다르게 성열이 때문인지 아니면 나무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욱 초딩 같아보이는 우열이들의 조합이네요 ㅋㅋㅋㅋㅋㅋ
아잌, 사실 커플링들의 꽁냥꽁냥을 쓰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저는 사실 아이들이 친구로써의 대화를 나누는걸 쓰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참! 그리고 선물이 추가 되었어요.
현스 그대께서 선물해주신 나혼자 성규 합성과 생김 표지랍니다! 너무 예쁘지 않나요 엉엉.
사실 3달 전에 받았던건데 경황이 없어서 올리지를 못했었네용 ㅠ.ㅠ
그래서 늦게나마 이렇게!
그리고 생김 다른 표지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밑을 뙇! 하고 눌러주세요!
앞으로는 이렇게 숨길글 표시를 해서 올릴 예정이에요.
항상 감사한 마음에 받는 즉시 생김과 함께 업뎃을 하고 있었는데
로딩이 길어지는 문제점이 있더라구요 허허헣.
비루한 제게 선물을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ㅜ.ㅜ
항상 말씀드리는거지만, 내세훌거 없는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그리고 독자 여러분 사랑해요!
+다음 연재일은 토 or 일 !
+32편은 야동이들 + 현성이들의 이야기에 대해 다룰 예정이랍니다!
+공지글과 31편의 리리플들은 다음 연재글이 올라오기 전까지 모두 달겠습니다!
생리하는 김성규 표지 |
생리하는 김성규 31 |
"어? 야, 이제 보니까 너 강아지 같이 생긴 것 같아. 부엉이보다 더 닮음." "아잌, 진짜? 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명수 형이 저번에 나보고 토이푸들처럼 앙증 맞다 그랬다? 우현이 너도 그렇게 생각해?" "아니, 그거 말고 이제 막 이 갈이 시작한 새끼 비글. 그 중에서도 정확히 말하면, 음, 예방 접종 주사 맞을 때 수의사가 혈관 잘못 찾아서 뇌세포에 손상간 새끼 비글 정도?"
존나 불의의 사고다, 그치. 더 이상 용도 자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애처로운 모양새를 자랑하고 있는 빨대를 멍하니 바라보던 우현이 연애 초기 특유의 콩깍지 냄새가 진동하는 성열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개성열에게는 빨대란 음료수를 마실 때 필요한 보조수단이 아닌, 껌 대신 심심풀이 땅콩으로 씹는 존재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였다. 음, 자신의 치아로 모든걸 해결하려고 하는 저 모습, 역시 존나 개 같아. 무한남고 안에서도 과연 다섯 손가락에 꼽힐 수 있다고 할 법한 (하지만 우현을 제외한 전교생에게는 개풀 뜯어먹는 자화자찬이라고 느껴질 법한) 제 통찰력을 향해 한 차례 마음의 박수를 멋드러지게 쳐준 우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너야 말로 진짜 개랑 닮은거 많은 것 같은데! 얼굴도 개 같고, 성규만 보면 꼬리 살살 흔드는 모습도 개 같고! 음, 디게 똥오줌 못가리는 강아지들 있잖아. 주인 눈치 잘 못살피는! 아잌, 진짜 걔네들 같아! 누가 해맑은 저격수 아니랄까봐 친구의 덕담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쳐준 성열의 안면근육은 아니나 다를까 웃음꽃이 만발한 채 였다.
자꾸 그러면 영화 시작하기도 전에 집에 가고 싶어지니까 그만 하자, 우리. 그래, 우현아! 절친들의 특권으로 오고 가는 영양가 제로 맞디스 전쟁의 전리품은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반가운 절교 욕구와 유통기한 지나버린 빈정 상태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기 때문인지 이 두 남고생은 현명하게도 으르렁거리던 담소를 멈추고 저마다 앞으로 맞이할 긴 러닝타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제 집 안방에서 시청하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싶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가장 편안한 각도를 탐색하던 우현이 평소 같으면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CF 스타 모두의 찌라시 루머를 입으로 읊어줬을 성열이 오늘따라 묘하게 가라앉은 것을 느끼며 제 친구에게 힐끔 시선을 던졌다. 심지어는 영화 등장인물들이 코빼기 조차 내비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달짝지근한 캬라멜맛 팝콘과 짭쪼롬한 버터맛 팝콘의 오묘한 조화에 매료 당해 정신없이 움직였을 손을 핸드폰 위에 살포시 내려놓고 무언가에 홀린 표정으로 뚜당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제 아무리 상상초월로 눈치코치가 존재하지 않는 남둔탱이라지만, 이건 딱 보면 척 하고 답이 나왔다. 오지선다형 문제가 나와도 보기를 보지 않고도 답을 찍을 수 있고, 주관식 문제에도 고민 하나 하지 않고 정답율 100%를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스크린의 불빛이 비추는 얼굴에는 퐁퐁, 봄도 아닌데 핑크빛 기운이 물씬 풍겼다. 살풋 접히는 눈매에서까지 애정이 넘실넘실 흘러넘치는 광경은 성열이 다리미로 판판하게 핀 빳빳한 뇌주름의 대명사라는 사실까지도 빛이 바래지게 할 정도로 진귀하게 느껴졌다. 반 이상은 줄어들었어야 할 팝콘이 빼곡히 차올라있는 모양새를 눈에 담은 뒤에서야 우현은 제 친구가 알콩달콩한 연애질 삼매경에서 행복하게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아, 하고 실감했더랜다.
"그 형이냐?" "응응." "뭐라셔?" "2시간 동안 나 보고싶어서 어떡하녜."
아, 미친. 손발이 짜부라들어버렸네. 존나 손발 펴주실 안마사 급구요. 빙하기 시대에도 맨손 빨래를 해내도 동상에 걸리기는 커녕 간지러워하지도 않게 생긴 주제에 의외로 저런 오그라드는 뻐꾸기도 날려댈 줄도 아나보다. 2시간 동안 보고싶어서 어.. 어떡하냐니. 그리고 또 뭐라셔? 심장이 간질간질, 덩달아 목구멍까지 간질간질해진 성열이 큼큼, 헛기침을 했다. 날 주머니에 넣어서 항상 가지고 다니고 싶대! 아잌, 난 몰라! 우현의 안색이 충격으로 어두워졌다. 소사소사 맙소사, 존경하는 시바신이시여! 이건 완전 격동의 일렉트릭 쇼크랑께요! 저 멀대 새끼를 넣고 다니는 주머니가 있다면 그게 어디 주머니입니까? 이미 주머니의 본질을 상실해버린 포대 자루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자신이 성규에게 아낌없이 퍼다나르는 팔불출 발언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초기화 시켜버렸는지, 깨소금 직공장장 연애 버러지 (일명 연버) 들의 네이트판 마다 올라오는 자타공인 18번 베스트 리플 "여기 누구 둘만의 소소한 연애담 물어본 사람"에 추천을 누르기 위해 로그인하는 솔로부대의 기분을 절실히 느낀 우현이 역류해 올라오는 위액의 시큼한 내음을 꾹꾹 눌러담았다. 그리고는 잇몸 노출을 삼가한 채 부끄러운 듯 작게 웃으며 속눈썹을 내리까는 제 친구를 보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자신의 닭살들이 같이 영화 감상이라도 하고 싶은지 하나둘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은 독서실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포스트잇이나 주고받으며 노닥거리고 있을 호원이 본다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며 아주 신명나게 우현을 비웃어줄 법한 반응이었다. 그런 우현의 생동감 있는 리액션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장 제 잘생긴 애인을 위해 손수 뜨개질이라도 한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자태를 일관하며 핸드폰과 일심동체가 되어있던 성열이 갑작스레 우현에게 말을 건넸다.
"우현이, 너 성규한테 말안하고 왔어?" "어, 왜?" "성규가 너랑 같이 있녜."
없다 그래.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대답에 키패드를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뚜당기던 성열이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성규가 나랑 있는거 싫어해? 아니, 그럴리가. 이 형이 다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거란다. 능글 맞은 목소리로 너스레를 떠는 우현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비웃음의 표본이 무엇인가를 손수 보여준 성열이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쯧쯧, 깊은 뜻은 무슨. 아잌, 우현이 넌 참 웃기는 짬뽕 끓여먹는 소리 하는데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그냥 성규한테 꿇리기 싫으니까 괜히 호원이 뻘소리에 맞춰 작두춤까지 추고 있는건 아니고? 비록 머릿 속에 채워져있는 지식 용량은 추억의 향수를 불어일으키는 386 컴퓨터 내장 하드의 반의 반도 안되지만, 남의 배알을 효과적으로 꼴리게 만들기 위한 노하우 만큼은 모태충전 되어있는 우리의 저격수는 그만 반도의 흔한 남자병에 감염되어있는 우현의 정곡을 사정없이 찔러버리고 말았다. 에이, 설마 우현이 너 꼴에 밀당이랍시고 차가운 도시 남자 흉내 내고 있는건 아니지? 아하하, 그냥 해본 말이야! 설마 그러겠어? 나중에 성규한테 걸리면 머리 뜯기고 컴퓨터 앞에서 탈 부착식 하이모 가발이나 공동구매 하며 질질 짤게 분명한데! 아잌, 아니겠지, 뭐.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비틀었다. 에이, 그냥 나만의 착각이겠지. 호원이 일 틀어지면 백퍼 지 살 길만 만들고, 니가 발목 잡으면 발목까지 자르고 토낄 새끼인거 니가 더 잘 아는데.. 설마 우현이가, 이호원의 영원한 맞수 남우현이 이호원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겠어? 게다가, 찌르고 비트는 행위도 모자라다고 느꼈는지, 자비less한 최후의 일격까지 거침없이 날렸다. 지금의 우현이 자신 때문에 팝콘 씹는 방법, 아니 이를 사용하는 방법까지도 머릿 속에서 포맷시킨 채 돌하르방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걸 알 리가 없는 성열이 꺄르르 웃으며 우현의 입에 캬라멜 팝콘을 더 넣어주었다.
"나도 알지. 넌 그냥 호원이랑 야동 동지일 뿐인데! 우현이 니가 요즘에 필요 이상으로 호원이랑 음흉한 얼굴로 붙어다니니까 그런 쓰잘데기 없는 오해나 받잖아. 아잌, 물론 스트레스를 그런 방향으로 푸는 것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진 마! 요즘 아청법 감시가 심해졌다더라. 대열이도 p2p 아이디들 지우면서 몸 사리고 있어!"
친구가 가까운 미래에 경찰서에서 날아온 소환장에 까무러칠까 걱정 섞인 덕담을 해주었지만 돌아오는건 우현의 흔들리는 동공 두 개와 다물어질 줄 모르는 입이었다. 아잌, 우현아, 팝콘 먹다 남은거 다 보여. 완전 더러워! 음식물 쓰레기 같아! 생글거리는 얼굴로 이미 충격의 도가니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친구에게 돌직구를 날린 성열이 굳이 손가락질을 함으로써 자기 의사 표현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자아내었다. 아하하! 지금은 음식물 쓰레기통이니까 이거까지 마시면 완전 하수처리장 같겠다! 참 친절하게도 벌려진 입 속에 빨대를 낑겨 넣으며 코웃음도 안나오는 개그까지 날려주는 센스를 발휘한 성열의 웃음소리가 우현의 달팽이관을 혹사시켰을 때, 반도의 흔한 남고생의 혈기왕성한 욱하는 성정이 번쩍 눈을 뜬 것은 바로 한 순간의 일이었다.
"아잇, 왜 머리를 때리고 그래!" "니 새끼가 자꾸 사람 복장을 들었다 놨다 하잖아! 시발, 니 같은 초딩 새끼랑 영화를 보러 오는게 아니었는데!" "우현이 너 혹시 기억 상실증 걸렸니? 제임스 본드 빠돌이들끼리만 와서 아가리 묵념하고 팬질하자고 노래를 부른게 누군데? 아, 그리고 또 호원이 영화 보면서 하는 혼잣말 듣기 싫다고 걔 몰래 가자고 꼬셨었잖아!" "미친, 멸종된 도도새들이 저승에서 요단강 건너와서 손수 리바이벌 하는 소리 하고 앉아있네. 그 새끼 꼭 영화 시작하기 직전에 이프X 사오는거 까먹었다고 편의점 가는거 지겹다고 동의한건 너잖아! 옆에서 이프X랑 팝콘이랑 동시에 먹는거 보면 토 쏠린대매!" "뭐? 도도새가 어쩌고 저째? 시..발, 어려운 말 하지말라고! 너 내가 상식에서 아주 약-간 아주 조-금 떨어진다고 존나 어려운 말 섞어하고 그러더라? 내가 이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우현이 너 요즘 존나 위험한거 몰라? 아청법 때문에 때아닌 콩밥 원푸드 다이어트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나 해! 너 어려보이는 AV 배우들 것만 찾아보다가 훅 간다고 내가 했어? 안했어?" "왜 여기서 야동 취향이 나와! 그러는 너는 중 3 때 메일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한테 야동 보내주다가 실수로 사회 선생님도 껴서 보냈잖아!" "헐, 미친. 까먹고 있었는데. 내가 그거 때문에 그 선생님 결혼식에도 못갔는데..!"
흑역사의 강제 봉인 해제에 정신도 못차리고 헤롱거리는 성열을 향해 우현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을 때 였다. 우수수, 뜬금없는 팝콘 세례가 우현의 뒷통수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see bird?! 누가 직접 조준해서 던지기라도 하는지 정확히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팝콘들의 행렬에 멍청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던 우현이 오른쪽 눈두덩이에 기름기 가득 펀치를 맞고 중얼거렸다. 우현아, 남우현, 너 왜 그래? ...아니야, 영화 시작한다. 마침 귀신 같은 타이밍으로 극장의 불이 모두 꺼진터라 정황을 확인하지 못한 우현은 그대로 찜찜한 기색이 가시지 않은 얼굴을 코드번호 007 형아와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제임스 본드와 그의 새로운 본드걸을 이리저리 살펴보기에도 바빠죽겠는데 몰입에 제대로 방해 되게 산만하게 구는 성열을 고나리질 할 때 마다 쏟아지는 의문의 팝콘들에 자타공인 남둔탱도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으니, 이건 뭐 기분 탓, 착각 탓으로 돌릴 수도 없게 된 형색이었다.
"아, 다음 시리즈는 또 언제 나오지?" "내년? 다음 본드걸도 존나 새끈한 누나였으면 좋겠다." "아잌, 우현이 너 호모잖아! 이성애자인 척 쩐다." "누가 누구 보고 호모래? 너 한번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이랑 같이 성불 한 번 못해보고 80일간의 세계일주 실사판 찍어볼래? 나는 성규가 남자라서 좋은게 아니라 성규를 좋아하고 보니 성규가 남자였을 뿐... 어?"
임무를 멋지게 완수한 제임스 본드와의 작별인사 후에 이제는 등장하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로 잦은 디스 맞교환으로 성열과의 끈질긴 우정을 자랑하고 있던 우현이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대로 굳었다. 한번 보면 누구도 잊지 못할 법한 비범한 이목구비의 소유자가 구면이라는 사실을 확신이라도 시켜주듯 여유로운 미소를 띄운 채 우현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우현아, 거기 서서 뭐해? 얼른 뭐라도 먹으러 가자. 아잌, 배꼽시계가 나 완전 못살게 군단 말야. 성열이 배가 고파 난동을 부리던지 말던지, 우현은 언젠가 제 친구가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구현이 불가능할게 분명하다며 침을 이리저리 튀겨가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 그림 같은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모양새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성열아, 이성열. 너네 형 뭐하고 계신댔지? 응? 서점에서 책 사서 집에 가자마자 읽는댔는데? 왜? ... 아무것도 아니야. 혹여나 보너스 영상이라도 나올까 싶어 끝없이 올라가는 크랭크인을 쳐다보던 성열이 금새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우현의 얼굴로 힐끗 시선을 던졌다. 무슨 일인지 당최 영문을 모르겠지만 제 007 빠돌이 동지의 안색은 귀신 영화라도 본 것 처럼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우현아, 너 얼굴이 새하얘. 똥마려? 똥 참아서 그런거야?" "... 그런거 아니야. 가자, 내가 원피스 빵 사줄게." "와, 무한남고 최고의 짠돌이가 왠일이야? 너한테 얻어먹을 수 있는 방법은 사기 치는거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꿈이야, 생시야?"
평소 같으면 나한테 사기라도 치는 날에는 쌩이야, 쌩! 알아? 라며 펄쩍펄쩍 뛰었을 우현이 참 답지 않게도 관세음보살이 지을 법한 자애로운 미소로 성열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개 사줄게. 두 개. 그렇게 말하는 우현의 눈가가 나라 잃은 전쟁터 고아 보듯이 촉촉해진 것 같아보였지만, 이상하게 보일 법한 그 광경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성열이 셔플 스텝을 맛깔나게 밟으며 기쁨을 표출했다. 아싸! 두 개! 이번엔 꼭 핸콕 나와라! 천진난만하게 헤실거리며 방방 뛰는 제 친구 몰래 아련한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던 우현이 방금 영화관을 빠져나가버린 누군가를 떠올렸다. [팝콘 맛있었어?] 간단하지만 내포한 뜻만은 명확했던 그 입모양도. 얼굴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유치한 짓거리를 일삼던 친구의 애인이라 쓰고 스토커라 읽는 그 잘생긴 올블랙 패션의 남자의 의기양양했던 표정까지도. 헬기까지 타고 제임스 본드를 따라온 무서운 집착을 발휘하던 이번 시리즈의 악당보다도 무시무시한 상대에게 걸려버린 것도 모르고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해보이는 성열의 셔플 삼매경을 관람하던 우현이 찡 하고 울려오는 코를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핸콕 스티커 나올 때 까지 사줄게. 아청법의 위기는 개뿔, 오히려 지가 더 위험해 보이는 걸 개미 눈꼽 만큼도 모르는 저 어린 양의 앞날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우현은 원피스 빵을 종류별로 7개나 사다 바쳐야만 했다. 핸콕 스티커를 디자인한 사람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싶은 충동을 겨우겨우 억제하며 우현은 가벼워진 지갑을 씁쓸하게 집어넣어야만 했다.
"형, 그게 무슨 꼴이에요? 제과공장에 취직이라도 했어요? 형이 빵을 든게 아니라 빵들이 형을 지탱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잌, 성종아! 듣고 놀라지 마라! 우현이가 이거 다- 사줬다? 새로운 띠부띠부 씰도 3개나 득템했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가방에 빵을 넣고 오면 될 것을 굳이 일일이 다 들고 현관에 들어서는 제 형을 한심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성종이 그 뒤에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발언에 몸을 크게 경련시키며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몸을 빵 진열대로 내어주고 있는 희생정신을 발휘하던 성열이 그 생동감 있는 반응을 보며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 아잌! 너 지금 팝핀한거야? 디게 잘한다! 형이 개소리를 지껄이던지 말던지 고막에 닿을 리가 없는 성종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형은 왜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셨대요? 우현이 형 혹시 불치병에 걸린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병이라던가, 또 알츠하이머 병이라던가, 알츠하이머 병 같은거 말이에요. 네, 그렇습니다. 영화 속의 예진이 누나처럼 소중한 기억을 하나 하나 잃어가다가...결국에는 한 철에만 만발했던 꽃처럼 스러지는건 아닐까 저는 근심 걱정으로 뿌얘진 눈가를 닦을 수 밖에 없겠네요. 오늘은 자기 전에 꼭 우현이 형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자야겠어요. 하, 미치겠다 별들아. 내 이야기를 들어줘. 귀 기울여줘. Do you hear me?" "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니가 내 동생이 아니었다면 상종 조차도 안했을거라는 생각을 말야! 아잌, 가서 발이나 씻고 잠이나 자야겠다!" "...형은 일상이 지식 빈혈 상태라 상당히 일차원적인 생각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 뭘 모르겠지만, 사실 60억이라는 거대 인구를 품어주고 있는 이 지구라는 생명의 터전은 만만치 않은 곳이거든요. 불과 400년 전에만 해도 생존하던 도도새들이 멸종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인생은 예고 없이 눈 앞에 던져지는 수수께끼들을 풀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해보는 바입니다. 그 끊임 없는 자기 탐구의 시간을 제 유일한 동무, 별들은 지켜봐ㅈ.."
야, 이 미친놈아! 도도새 얘기 하지마! 나 걔네 모른다고! 시발, 대체 도도새가 뭐하는 조류 새끼들이야? 초록창에다 쳐봐야지 안되겠네. 왜 오늘따라 다들 도도새 도도새 거리고 지랄이 풍자르크야! 갑작스레 폭풍처럼 거실을 휩쓸고 간 형의 폭언세례에 어버버 거리며 백치 아다다 성대모사를 하고 있던 성종이 뒤이어 들려오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가출했던 너갱이를 되찾을 수 있었다. 에그머니나, 어떻게 저런 상스러운 말들을 할 수가! 안되겠다. 오늘 잘 시간을 줄여서라도 형을 위한 기도도 해주고 자야겠다. 하, 미치고 파쳐버리겠다, 별들아. 지금부터 시작되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래. This is my story. 지금 내 볼에 흐르는건 눈물일까, 아니면 다른 이들을 감싸안고 싶어하는 나의 박애주의적 사상의 결과물일까? 성종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제 형의 방문을 응시하며 아련한 분위기를 연출해보였지만, 거실 한복판에서의 한밤 중 꼴갑은 전혀 소년을 미화시켜주지 못했다. 저 형은 또 왜 저래. 물을 마시려 잠시 부엌에 마실을 나온 대열이 언제나처럼 특이한 사촌 형의 표정 연기를 목격하였지만 못본 척 조용히 방문을 걸어잠궜다. 괜히 말걸었다가는 밤새 취미에도 없는 천문학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아는 자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네.. 이번 편은 수열이었습니다! 허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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