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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티슈와 면봉 전체글ll조회 661l 1

 

머리가 지끈 거렸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이 꼭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만 같았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게 힘들어 그냥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었는데, 차가운 무언가가 이마에 올려졌다. 차가운 물수건이겠거니 한 그것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고, 이내 목덜미를 건너 가슴, 그리고 배 까지 몸의 구석구석에 닿기 시작했다. 누군지 모를 손길이 꽤나 정성이 어렸다. 이에 거칠게 몰아쉬던 숨길도 점차 잦아들어갔다. 한참을 몸에서 맴돌던 손길이 멈추었을 때, 나는 힘겹게 눈을 떴다.  

   

 

   누구?” 

    

    

눈에도 열이 올랐는지 한 번에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눈에 힘을 주고 다시 봐도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당장 눈앞의 남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인상을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꽤나 미남형의 얼굴에, 왜인지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의 손에는 방금 나를 닦은 듯 물수건이 들린 채였다. 누구지. 머리가 계속 어질어질했다.  

 

  

일어났어?” 

  

 

 남자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저음이었으나, 역시 낯설기만 한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에, 깔끔하게 정리 되어있는 방이었다. 이도 역시 처음 보는 방인 게 분명했다. 여기는 어디지. 그제 서야 내가 지금 낯선 방에서 낯선 사람에게 간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납치당한 건가. 아니면 어디서 기절이라도 한 건가. 눈을 뜨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 보려고 했는데 누구한테 기억을 삭제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만 할 뿐이었다. 

    

, 소리와 함께 작게 인상을 찌푸리자 남자는 손을 들어 물수건을 이마에 갖다 댔다. 많이 아파? 조심스럽게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묻는 그 한마디가 너무 다정해서 그래,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다시 스르륵 감겼고, 그는 여전히 나의 이마를 부드럽게 닦는 중이었다. 머리가 시원해지면서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입술을 앙 다물었고,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내 가슴팍을 일정한 속도로 토닥였다. 방안에는 조금 거친 숨소리와 토닥이는 소리만이 가득 찼다. 그렇게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세븐틴/아찌] 다정도 병이다 

w. 물티슈와 면봉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한결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코가 조금 막히고, 목이 쉰 것만 빼면 머리가 아프다거나 몸이 으슬으슬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손으로 이마를 짚어봤을 때 딱히 뜨겁거나 하지도 않았다. 열이 내린 모양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배게는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들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방안을 살폈다. 혹시나 꿈인가 해서. 그러나 여전히 하얀 방안은 확실히 잠들기 전에 본 방의 모습이 맞았다. 흰 벽지에 흰 색 책상, 의자, 그리고 침대. 넓지도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방은 딱 필요한 가구들만 배치되어 있었다. 깔끔하나 정이 없어보였다. 사람 사는 방인가 이게. 어쩐지 잠들기 전 남자에게 간호를 받았던 일이 더더욱 꿈같이 느껴졌다.  

   

    

진짜 꿈이었을지도 몰라.” 

    

    

    

다행이도 방안에는 남자는커녕, 사람의 흔적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모르는 남자가 아까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거나, 간호하고 있었다면 엄청 당황스러웠을 텐데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마음도 심란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딘지 모를 곳에서 간호를 받고 있다면, 누구라도 당황스러워 할 것이 분명했다. 누굴까 도대체. 그리고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기억하려고 애써도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혹시나 하는 생각들에 점점 무서워지는 기분이었다. 자는 척을 해야 하나. 아니면 방문을 열고 나가봐야하나. 그 남자가 다시 오기를 기다려야 하나. 기다리면 다시 오기는 하는 건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답은 없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를 나왔다. 조금 어지러웠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다. 일어났을 때 , 새하얀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다는 것에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놀랐으나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혹시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은 없는 지 둘러보아도 딱히 그런 건 없는 것 같고. 고민 끝에 나는 하나밖에 없는 방문의 문고리를 세게 잡았다. 그래 나가보자. 정성스레 간호해 주고 있었던 사람이면 딱히 해코지를 하거나 나쁜 짓을 할 사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크게 마음을 먹고, 문고리를 힘차게 돌렸다. 

    

    

? 일어났어?” 

흐익!” 

 

    

두 번째 들어보는 목소리와, 두 번째 보는 얼굴에 미칠 듯이 놀라 바닥에 주저앉은 것만 빼면 아주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긴장이 극에 달아서 심장이 쿵쿵 거리는 소리마저 들렸다. 소파에 앉아서 커핀지 차인지 모를 무엇을 마시고 있던 남자는 놀란 얼굴로 주저앉아 있는 나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다가왔다.  

    

    

괜찮아? 아직 움직이기 힘들 텐데 

    

    

남자는 자연스럽게 내 이마에 손을 갖다 대 열을 짚었다. 다행이다 열은 안 나네. 하곤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주저앉아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엉겁결에 일으켜진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른데 아픈 곳은 없어?” 

? , 코 조금 막힌 거 빼면아픈 곳은 없어요.” 

토할 것 같거나, 속이 울렁거리진 않고?” 

? 괜찮아요 

    

    

남자는 이마에 짚고 있던 손을 내려 목덜미에 손을 갖다 댔다. 손이 차가워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했다. 남자는 그 모습에 파르르 웃었다. 가까이서 본 남자는 열이 한껏 올라있던 그때 본 것보다 훨씬 잘생긴 모습이었다. 짙은 쌍꺼풀에, 오뚝한 코, 적당히 두툼한 예쁜 입술에 웃는 모습이 예뻤다. 그는 심지어 키도 나보다 한 뼘이나 컸다. 아차, 하면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미모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인 게 분명했다. 

    

남자는 내가 그의 얼굴을 샅샅이 살피는 동안 느긋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시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내 시선을 따라오는 그 눈빛에 어쩐지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는 씩 입 꼬리를 올려 웃었고, 나는 그제 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 근데 그쪽은 누구세요?” 

?” 

   

    

그걸 이제야 묻는 거야? 남자는 다시 한 번 파르르 웃었다. 그리곤 내 머리에 손을 얹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이 파스스 하고 흐트러졌다. 나는 남자의 손을 잡아 내리곤 다시 한 번 물었다.  

    

    

누구시냐니깐요?” 

, 미안. 귀여워서. 내 이름은 지수야. 홍지수.” 

, 아니, 그걸 묻는 게 아니라.” 

?” 

저랑 어떻게 아는 사인지, 또 제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어떻게 여기 왔는지. 그런 걸 묻는 거예요.” 

    

    

아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은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덩달아 나의 얼굴도 긴장으로 가득 찼다.  

    

    

글쎄 나는 오늘 너를 처음 봤고, 아 아니다 정확히는 어제 처음 봤고. 그래서 누군지는 모르고, 네가 우리 집 앞에 쓰러져 있 길래 집에 데리고 들어왔어. 아파보여서 치료해 줬고, 그랬더니 지금 이렇게 괜찮아졌네?”  

?” 

이게 다야. 이젠 내가 물을 차례인 거 같은데. 넌 이름이 뭐야?” 

    

    

남자는 물었다. 아주 기본적인 것을. 뭘 먹을래?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같은 질문 보다 더 쉽고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내 입은 꾹 다물어져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모르니까. 몰라서 대답을 못하는 것은 아주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애초에 남자가 말해준 것들도 진짠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기억이 안 나요 

    

 

머리가 다시 어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작게 인상을 썼다. 순간 남자의 얼굴에는 당황함과 놀람이 스쳐지나갔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걱정스레 되묻는 그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지금 내가 누군지, 왜 이 집 문 앞에서 쓰러져 있었는지. 사람은 두 명인데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당황스러워 죽겠는데, 내 앞의 사람은 나보다 더 당황스러워 보이고. 눈가가 시큰시큰한 게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아서 고개를 푹 숙였다. 이를 앙 물고 안 울어야지, 안 울어야지 하는데 어느새 눈물이 방울방울 볼을 타고 흐르는 중이다.  

    

    

? 울어?” 

 

, 왜 울어? 미안해. 울지 마. ? 미안해 울지 마.”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두 손이 내 어깨에 닿았다. ? 내가 미안해. 남자는 그 말만 계속 되풀이 하면서 안절부절 했다. 아까의 여유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자기가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나보다 더 울상을 짓는 얼굴에 더 서러워져 눈물이 났다. 토닥이던지, 아니면 쓰다듬기라도 하던지 애매하게 어깨에 걸쳐 있는 손끝이 우스웠다.  

    

    

괜찮아, 괜찮아. . 아픈데 울면 열나요.” 

 

모르면 같이 찾으면 되지. 울지 말구 

    

    

무슨 애 달래는 것도 아니고,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훔쳐내며 건네는 말이 퍽 다정스러웠다. 다행이다. 이 심각한 와중에 그래도 이렇게 착한 사람을 만나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감이 들자 마음이 좀 진정되는 지, 눈물도 서서히 멎어갔다. 남자는 내 눈물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좀 진정돼? 하며 다정스레 웃는 모습에 또,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이제 어떻게 될 까요?” 

그러게 

경찰서부터 가야 되겠죠? 아닌 가 병원부터인가 

. 그전에 일단 너 짐부터 보는 건 어때?”  

?” 

네 짐. 내가 주워놨거든.” 

?” 

?” 

아니, 그 중요한 걸 왜 지금 말해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니 남자는 괜히 어깨를 으쓱한다.  

    

    

아니, 말하려고 했는데 울 길래 

    

. 

    

    

남자가 이끄는 곳으로 뒤따라 걸어갔다. 아깐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집이 정말 넓고 컸다. 대략 세 봐도 방이 열 개는 훨씬 넘었다. 집이 참 넓네요, 하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남자가 또 멀겋게 웃었다.  

남자는 이내 여기야, 하며 멈춘 뒤 방문을 열었다. 역시나 하얗게 도배된 방 안에는 웬 두툼한 가방 하나가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어디 흙탕물에라도 굴렀는지, 먼지와 흙이 한 가득이었다.  

    

    

입고 있던 옷은 흙이 많이 묻어 있 길래 빨았는데, 가방은 건드리기 좀 그래서 나뒀어.”  

, 그래서 옷이 

    

    

갈아입혀져 있었구나, 하며 가방을 풀었다. 무슨 짐이 그렇게 가득 들어있는지 다 꺼내는 데만 한참이었다. 대략적으로 나온 것들은 여벌 옷 몇 벌에, 속옷과 양말들 그리고 일회용 세면도구들이 다였다. 

 

    

이게 끝?” 

    

    

한 숨이 푹 나왔다. 짐을 풀었는데 더 막막해진 기분이었다. 가방 안은 누가 봐도 어디 여행가는 사람이 싼 것 마냥 잡다한 짐만이 가득했다. 신분증이라던 가, 면허증 같이 도움이 될 만 한 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카드 대신 현금이었다. 내가 누군지, 또 어디 사는지 알만한 물건은 어느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는 중이었나 보다.” 

 

, 아닌가. 하하.” 

    

    

멋쩍은 남자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웃을 기분이 아니라고요. 손은 혹시나 뭐 도움이 될 만한 게 없을까 옷들을 탈탈 터는 중이었다.  

    

    

, 뭐 떨어졌어.” 

    

    

남자가 가르치는 곳엔 웬 사진 한 장이 떨어져있었다. 다급히 손을 뻗어 사진을 잡았다. 사진 속에는 교복을 입고 있는 소년이 둘이었다. 하나는 나였고, 다른 한 명은 누구지? 왠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인 내 어깨에 손을 두르고,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어쩐 지 익숙하면서도 반갑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지? 친구인가? 나랑 많이 친했나? 그렇다 기엔 어색하고 불편해 보이는 내 표정이 걸렸다. 사진을 보는데 자꾸만 이유 없이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어떻게 내 기분을 알았는지 손을 올려 뒷덜미를 가볍게 움켜졌다. 그리곤 말없이 두어 번 쓸어내렸다. 마치 괜찮아. 괜찮아 하고 나긋하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뚫어져라 사진을 보다가 뒤집었다. 사진 뒤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단 여섯 글자만 적혀있었다. 

    

    

이지훈. 그리고 권순영. 누군가의 이름일 테인 여섯 글자. 

    

    

나는 그 여섯 글자를 봄과 동시에 머리가 아찔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막혀 있던 도로가 뻥 뚫린 것 같은 느낌. 그 느낌과 동시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기억이 났다. 

    

    

왜 내가 이곳에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또 사진 속의 남자가 누구인지. 갑작스럽게 되돌아온 방대한 양의 기억때문인지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놀란 표정의 남자가 나를 안아 올리는 기억을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잠에 들었다. 

무려 두 번째 기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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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209
헐 여기서 멈추면 어떡해요!
연재해주세요~~

7년 전
비회원61.21
뭐지 뭐지!!!뭘까요 무슨 일인지 너무 궁금해요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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