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누나는 알아요? 언제쯤 형이 나보고 네가 정말 싫다고 할지?
Back street Boys
일개 팬
안녕, 오랜만이지. 아름다운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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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없었다, 솔직하게. 권순영의 목을 움켜잡고 그 목줄을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내가 되었다는 게, 그리고 그 권순영이 내게 지금까지 받지 못했던 애정들을 비정상적이게 갈구하는 것 까지도. 알고 있었다니까, 결말은. 내가 권순영을 망가트릴지, 아닐지. 둘 중 하나임에 뻔하니. 나는 결국 아직도 내 손안에서 식어갈 생명에 대한 두려움을 꺼트리지 못했다.
방에 돌아와서, - 소년의 기도는 내게 말만 하면 언제든 권순영을 죽여줄 수 있다고 씩씩 댔고 권순영은 덩달아 나는 지금 네 잘난 면상에 총구멍 몇 개를 얹어줄 수 있다고 총을 흔들어댔다. 그것도 내 얼굴 앞에서. - 나는 여전한 두려움에 숨죽였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게 사실이었다. 나는 죽음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 뒷 골목 이 거리로 들어온 것만으로도 그 증거는 충분하다 - 내 인생이 충분히 무료했다. 쓸모가 없다고 느낀 것도 어느정도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오프 초콜릿과 같은 달달한 것들을 찾아 방황했던 것 이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스쳤다.
그런데 지금, 나는 한 사람을 가졌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한 사람.
그 것은 내게 두려움과 동시에 기쁨이기도 했다. 내 것, 이니까. 권순영의 집착은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내 것이니까.
" 야, 너 안 자고 있지? "
소년의 기도와 나를 분리시켜주는 방의 벽은 쓸데없이 얇았고, 건너편에서 울리는 나직한 목소리는 내 귓가에 박히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대꾸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너무 피곤했으니까.
" 너 안자는 거 다 알거든? 파란머리 새끼 때문에 걱정이 많지? "
" 꺼져, 아는 척은. "
" 씨발, 걱정해줘도. "
" 걱정하지말고 책임을 져, 네가 나 대신 책임지면 되잖아. "
" 거절. 그 스머프같은 파란머리 볼 때마다 머리가 울려. "
" 얼마나 비었으면. "
" 계집애, 진짜 죽어 봐야지. "
나는 소년의 기도가 작게 궁시렁대는 소리를 들으며 편하게 이불을 둘러 썼다. 내가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3시간 쯤 후였다. 이 거리의 모든 영업이 끝나고, 완벽한 침묵과 함께 아침이 찾아 올 즈음.
" 누나. "
" ..... "
" 누나, 총명 누나. "
" ....... "
" 형, 이 누나 죽었어. "
" 안 죽었어, 뺨 때려봐. "
" 그러면 안돼, 그러면, "
" 최승철한테 안 일러, 때려. "
" ... 죽을래? "
너무 적은 시간동안 눈을 붙여서인지 눈가가 시큰했다. 얼핏 눈물이 고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대충 눈을 비비고 내 침대맡에 찾아온 불청객들을 살폈고,
" ... 뭐야, 얜 ? "
이 거리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예쁘장한 남자아이가 호시의 품에 안겨있었다.
너무 하얗고 맑아 이 거리와 대조될만한.
" 최승철 동생. "
" 안녕하세요, 승철이 형아 동생 최유준입니다. "
기껏 해야 열 살 정도 되었을까 싶은 아이는 호시의 파란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또박또박 말해왔다. 이 미치광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저렇게 안길 정도면 얘도 꽤나 많은 못볼 꼴을 모두 보고 살아왔다는 말이 될까. 나는 갑작스러운 동정심이 생겨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물론 자신을 최유준이라고 소개한 소년은 경계없이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아마도 내 내밀어진 손을 악수의 의미로 오해한 듯 싶었다. 이 아이는 이 골목에서, 이 거리에서 어떤 모습을 보고 살아왔을까? 어땠길래 이 어린 것이 어른의 흉내를 내고 있는가.
" 쓸데없는 동정심 갖지마, 여기서 가장 안불쌍한 애를 꼽으라면 얘니까. "
" 뭐? "
" 얘, 최승철 동생이랬잖아. "
" 나 최승철이 누군지 모르는데. "
" 아, 정말. "
호시의 눈이 길쭉하게 찢어졌다. 왜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한 흘김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내 표정을 따라하려는 듯 호시는 짜증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는데, 평소에 실없이 웃는 모습이라던지 소년의 기도에게 총을 겨눌 때라던지와는 달리 진정으로 예민하고 또 말 그대로 으르렁 대는 것 같아 새삼스레 달리 보였다. 물론 멋있어 보였다던가 그건 아니다. 절대 그럴리 없다.
" 이 거리 쫙 잡고 있지, 그 새끼가. "
" 우리 형이거든요? "
" 걔는 너 그렇게 생각 안할걸? "
최승철이랑 엄마가 다르거든. 아이를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게 호시는 말했다. 배려심이 없다고 질책하기엔 아이의 표정은 너무나 아무렇지 않아 보였고 나는 그 말 대신,
" 걔는 오프 초콜릿 안와? "
호시에게 최승철이라는 남자를 물었다. 물론 호시는 그 질문에 바로 낯빛을 바꾸며 혹시 이 거리를 꽉 쥐고 있다는 소리때문에 그러냐며 내 어깨를 아프게 몰아세웠지만 나는 딱히 그런 불순한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이 거리를 쥐고 있다는데, 인사정도는 해둬야 편하지 않을까 하는 아주 얍삽한 계산과 동시에 호시의 약점을 너무 잘 쥐고 흔드는 나를 다시 보고 싶었던 것. 그게 내 진정한 목적이다. 내가 손에 쥔 가장 쓸모 있는 것은 아마 분명히 - 호시였으니.
" 어어, 형아! "
나와 호시가 옥신각신하는 동안, 아이는 무언가를 보고 열심히 달음박질 쳤다. 그 뛰는 모양이 하도 간절해보여 나는 호시에게 대꾸하던 것을 멈추고 그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형아하며 매달리는 아이를 정말 말 그대로 친절히 손가락 하나 하나 떼어내고는 아무런 눈길조차 주지않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저 사내를 보았다.
" 쟤야. "
호시는 내 끈질긴 시선에 정말 귀찮다는 듯, 그리고 뭣같다는 듯 예의 그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눈빛을 하며 턱짓을 했다.
" 최승철. 차기 보스. "
정말, 너무나 순한 얼굴이었다. 그 행동을 눈으로 목격하지만 않았더라도 믿지 않았을.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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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혹시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실까요... ?
인티에 접속할 때 종종 독자님들께 댓글 알람이 울렸어요, 돌아오고 싶었지만 너무 오랜 공백이라 ...
사실 백 스트릿 보이즈의 그 감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었고, 기억해주시는 분도 사실상 없으실거라고 믿었는데
오늘도 한 분이 ... 댓글을 달아 주셨더라고요. 너무 감동받아서 짧지만 느낌을 살리려 애쓰며 써보았습니다.
실망하시는 건 아닌지.. ㅠ.ㅠ 늦은 밤 안녕히 주무세요.
앞으로 엄청난 성실 연재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아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해요
++ 혹시 필명 어떻게 다시 쓰는 지 아시는 분.... 저 필명 선택으로 일개 팬 눌렀는데 사라진 것 같아 보여요... 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