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비극
커튼을 치지 않은 창에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한 얼굴로 눈을 떴다. 핸드폰을 열어 생각보다 이른 시간을 확인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다음 이불 정리를 마치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작은 소음이 거실에서 들려 내다보니 엄마가 커피잔을 든 채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신다. 누나는? 내 말에 엄마는 대꾸 없이 가만히 고개를 내저으신다. 누나, 또 자고 있구나. 살금살금 누나 방으로 다가가 문을 벌컥 열었다. 이불에 폭 싸여 있는 누나. 유난히 아침잠이 많아서 누나는 스스로 잘 일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우리 누나 깨우는 데는 이게 효과 짱이지. 조심스럽게 활을 꺼냈다. 자기 꺼 만지는 걸 질색하는 누나라 얼른 하고 도망쳐야 한다. 방 한 켠에 얌전히 놓인 첼로 곁으로 다가가 마구잡이로 활을 움직였다. 첼로 전공 음대생인 누나와 다르게 음악적 재능이 전혀 없는 내가 내는 첼로 소리는 시끄럽기 그지없다. 찍찍 갈라지는 소리.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누나가 결국 몸을 벌떡 일으키며 내게 소리를 질렀다.
"야!! 이성열!!!!!"
활을 휙 집어 던지고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내 뒤를 열심히 쫓는 하얀 원피스 잠옷 차림의 누나. 우리 남매는 둘 다 희멀건하고 길쭉하게 생겨서 아마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간 애들로 볼 거다. 한참 마루를 뛰어다니는데 누나 방 안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누나보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뛰어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성열…이니?"
"네, 형!"
누나 애인이다.
"…이거 누나 전화 아니야?"
"맞아요. 누나 지금 자요."
"야, 이성열! 장난치지 말고 빨리 전화 줘."
옆에서 내 종아리를 발로 차며 내 놓으라고 악악대지만 나는 아픔을 무시하고 누나보다 큰 키를 이용해 누나 애인과 계속 통화를 한다.
"형. 이따 우리 누나 몇 시에 어디서 만나요?"
"…그건 왜?"
"나도 같이 형 만나려구요."
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시간과 장소를 알려준다. 이따 봐요! 통화를 마치고 누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자 누나는 빽 소리를 지르며 제 방으로 돌아간다. 누나한테 내내 걷어차인 허벅지와 종아리가 아프지만, 어쨌든 누나 깨우기 미션 석세스.
누나 애인 만나는데 같이 가려면 얼른 씻고 준비를 해야 한다. 누나는 혼자 가버리기 선수기 때문에 일찍 준비를 마치고 현관 옆에 서서 기다려야 한다. 매정한 누나. 시계를 확인하며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고, 톡톡 두드려 선크림도 바른 다음, 거실로 나간다. 엄마는 아까 그 자세 그대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신다. 무슨 아침 드라마 같은 건데, 어제도 보고 또 본다. 지겹지도 않나. 누나를 기다리며 엄마 옆에 앉아 나도 같이 텔레비전을 본다. 진부한 장면이 쏟아진다. 가난한 여자는 재벌 2세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뭐 알고 보니 배다른 남매고, 그러다가 여자는 불치병에 걸리고, 설상가상으로 임신도 하고. 그렇고 그런 막장 드라마. 쯧쯧 혀를 차며 보는데 화면 하단에 파란 줄이 눈에 띄었다. 뉴스 속보다. 피아니스트 장유란, 공연 전회 취소. 지난 달 27일 교통사고로……. 여기까지 읽었을 때 누나가 나왔다. 또 날 두고 갈까봐서 난 먼저 현관으로 가 신을 신었다. 누나는 날 보고 처음에는 좀 툴툴대다가 곧 신을 신고 밖으로 나간다. 그를 만나러 간다. 함께.
사실, 나는 누나의 애인인 그를 사랑한다.
우리 남매는 원래 서로에게 거친 말도 서슴없이 하는 사이다. 수틀리면 서로에게 쌍욕을 퍼부어 대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죽어버리라는 저주도 심심찮게 하곤 했다. 물론 사람들 눈앞에서는 더 없이 다정한 오누이 연기를 하지만 둘만 남겨졌을 땐 장난 없었다. 한 살 터울인 나이 차 때문인지 나는 누나가 친구처럼 편했다. 한편 누나에게 묘한 경쟁의식도 있었다. 뭐든 누나를 이기고 싶은 마음. 누나보다 더 잘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누나가 가진 걸 다 빼앗고 싶은 마음.
누나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괜히 시선을 내려 핸드폰만 만지작대는 그의 넥타이를 잡아끌었다. 닿아오는 입술. 잠시 놀랐다가 이내 눈을 감고 혀를 섞어오는 그. 질척한 소리. 문 열리는 미세한 소리에 살짝 눈을 뜨자 그와 입술을 맞대고 있는 나를 살짝 열린 문틈으로 지켜보고 있는 누나가 보인다. 아쉬운 숨을 뱉으며 내가 먼저 입술을 뗐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 끝에 늘어진다. 잡고 있던 넥타이를 놓고 소파에 등을 기대면 그는 흐트러진 옷을 가지런히 하며 실없는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테이블 너머에 앉아 있는 내 입가를 손가락으로 닦아준다. 날 보고 웃는 그. 그를 보며 웃는 나.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날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누나.
악몽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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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랜만이다....... 일단 석고대죄부터ㅠㅠㅠ 한달만에와서 죄송합니다.... 한달만에와서 한다는 짓이 이런 망글이라서 죄송합니다.... 스아실 나 오늘 실습 마지막 날이어서 동기들이랑 술을 좀 마셨음^^ 술 마시면 졸려야 되는데 차에서 많이 자서 잠이 안 옴ㅠㅠ 그래서 한다는 짓이 망글 쓰기... 그리고 확실하게 깨달았어요 난 글을 쓸수 있는 시간과 활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게으름을 피운 거야 바쁜 건 핑계였어 나보다 더 바빠도 글 열심히 쓰시는 분들 있는데.. 난 게으름뱅이였어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하자ㅠㅠ 조각만 몇 개를 혼자 써놓은 거야ㅠㅠ잉잉 앞으로 귀가해서 꼬박꼬박 글 좀 써봐야지ㅜㅠㅜㅜ 미, 미뤄놓은 애도 처리 좀 하고ㅠㅠ 이렇게 반성했음ㅇㅇ 근데 진짜 오랜만에 글이란.. 걸 써서.. 표현도 하나도 생각 안 나고ㅜ 이건 알콜의 힘으로 올리는 거에요ㅜㅠㅠ 그러니까 질타하기 없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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