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헤어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애를 끝냈다
*
"안녕"
갑작스럽게 어느샌가 우지호는 나에게 아는척을 해왔다. 처음엔 씹고 두번째도 씹고 세번째 아는척에도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데 우지호는 떡 하니 내 앞을 막아왔다
옆으로 피해가려는데 막고 가려는데 또 막고 짜증이나 가만히 서서 우지호를 그냥 쳐다봤다. 잠시 서있었을뿐인데 우리는 주목받고있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고있는 우리들의 연애사는 독특했다
"왜 내 인사 무시해?"
"그냥"
대충 대답하고 피하려는데 내손목을 잡아 당겨 나를 돌아세운다. 사람들 보는앞에서 이러는걸 싫어하는걸 알면서 우지호는 항상 내가 싫어하는짓만 했다
사겼을때도 헤어진 사이인 지금 이순간도
"너 왜자꾸 피하냐"
"피한거 아닌데"
"아니긴 너 맨날 나볼때 벌레보듯 도망가잖아"
"누가 도망을가 너 같은애랑 상대하기 싫어서그래"
잡힌 손목을 비틀어 빼내고 뒤돌아 빠르게 우지호 근처에서 벗어났다. 내말에 기가찬다는 우지호 표정 우지호는 항상그랬다
태생이 잘난놈이라 그런지 자기 밖에 모르고 언제나 막무가내였다
****
"응,먹었지 형은 먹었어?"
-어 먹었어 이따 언제볼래?
"글쎄,형 일끝나고 전화해 그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나 하지뭐"
-알았어,이따보자 경아
"응"
경은 민혁과의 전화를 끝내고 책을 챙겨 강의실을 나오려했지만, 지호가 앞을 가로막고있었다 무언가 말을하고싶어하는 뚱한 표정으로 경을 노려봤다.
"이민혁이야?"
"형이야"
"이민혁이냐고"
"민혁이 형이라고해"
"잤어?"
날카롭게 말하는 지호에 경은 기가차 지호를 노려봤다. 경이 입을 꾹 다물고 회피하려하자 지호는 빠르게 경의 앞으로 다가와 손목을 잡아챘다
표정이 일그러진 경은 지호를 째려봤지만 신경도 안쓰는듯했다. 경이 팔을 빼 벗어나려하면 지호는 더 잡아당겼다
"잤냐고 물어보잖아"
"잤으면 어쩔건데?"
"뭐?"
순식간에 지호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잤으면 니가 어쩔꺼냐고 너랑 나랑 이미 끝난사이아니야? 틀린말은아니다 지호와 경은 이미 헤어진 사이였고
이렇게 경이 다른남자와 잤다고 자기가 화낼처지가 아니란것도 지호는 알고있었다. 경의 태연함에 지호는 벙어리마냥 입을 열지않았다.
"내가 민혁이형이랑 자던말던 너랑 무슨상관인데"
"어,내 알바는 아니지 혹시나 나랑 사겼을때또 했나 싶어서"
지호는 욱하는 마음에 경을 비꼬았지만 경은 지호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았다. 걱정마 그렇게 더러운짓은안해 너처럼 이말을 끝으로 경은 지호를 지나쳐
강의실을 나갔다.
***
"너,김유권이랑 잤어?"
박경은 심심했다. 늘 공부만했고 흔한 데이트로 하려하지않았다. 사귄지 200일 될쯤에 친구들은 박경이랑 잤냐고 물어봤다. 생각해보니까 박경이랑 포옹은 제대로 해봤나
손은 종종 잡았지만 먼저 손을 빼던건 나였고 포옹은 박경이 싫어했다, 섹스는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궁금했다 박경이 나를 진짜 좋아하는지
"진짜 잤어?"
"어"
"왜?.."
박경의 코끝이 빨개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음이 섞인 목소리 박경은 울었다. 입술을 깨물고 소매로 눈을 벅벅 닦았다가 결국 주저 앉아 펑펑 울고말았다.
아마 우는 모습이 보고싶었는지 나는 계속 김유권과의 만남을 가졌고 박경은 지쳤는지
헤어지자했고 나는 그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