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따뜻한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두 손 안에 더욱 꼭 그러쥔 경수가 생각했다.
보슬보슬 따스한 스웨터와 다리에 착 감긴 면바지, 그리고 온 집안을 아늑하게 채운 난방 덕분에 추울 일은 전혀 없었으나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은
너무나 시리고 아려와 경수의 몸 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의 앞에 놓인 모니터 속의 글자는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책상 한 켠에 쌓여있는
원고 또한 머릿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리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경수는 벌써 한 달 째 만나지 못한 자신의 연인을
떠올렸다. 장거리 연애라고는 해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꼬박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일이 바쁘더라도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하루 종일
연락을 하며 핸드폰을 손에서 떼어놓지 않을 정도였는데. 어째서 요즘은 항상 먼저 하던 연락도 자신이 하지 않으면 뜸하고 가끔은 그마저도 일이
바쁘다며 끊어버리기 일쑤였다. 도대체 우리 사이에 무엇이 언제부터 이리 어긋나기 시작한걸까. 처음에는 일이 정말 바쁘고 힘든가싶어 경수 역시
그대로 수긍하고 특유의 낮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그를 위로해주곤 했다. 그런데 늘 먼저 만날 약속을 정하던 그는 요 한 달동안 만나자는 말은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먼저 만나자고 얘기해볼까 싶어도 연애에 지극히 수동적인 경수는 매번 망설이기만
반복하다가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고 마는 것이었다. 첫 일주일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갔고, 2주 째 접어들었을 땐 마음 속에
조그마한 의구심이 피어올랐으며 3주가 되고나선 설마, 혹시... 하고 내내 고민하다 결국 꼬박 한 달을 채운 지금 그 '혹시'는 거진 '확신이'되어 경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었다. 다른 어떤 이유를 갖다붙인다해도 지금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커다란 단 한 가지의 이유를 떨쳐버릴 수 있을만큼
그런 것들은 강력한 것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려해도 경수가 혼자 할 수 있는건 오직 그와 헤어지는 상상을 하는 것 뿐이다.
그는 내가 싫어졌구나. 잘 표현하지 못하고 항상 수동적이기만한 내가 싫증이 났구나. 그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생겼구나. 다 내가 못나고 그를
힘들게 해서 얻게 된 결과지... 하며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는 경수는 어느새 그와의 이별에 대해서도 혼자 상상하고 결론을 내고 있었다.
눈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그렇게 머릿 속으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는데 드르륵-하며 책상 위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화들짝 놀란
경수가 서둘러 액정을 바라보니 화면 안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그의 이름이 밝은 빛을 내며 어서 받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꿀꺽- 목울대로 침을 삼키고 잠시간 고민하다가 심호흡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에 떨리는 손을 들어 귓가로 핸드폰을 가져다대고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나야
"응..."
-지금 바빠...?
"아니, 별로... 왜...?"
-그럼 좀 만나자
요 일주일은 거의 문자를 주고받다가 오랜만에 전화로 듣는 목소리는 더욱 낮고 어딘지모르게 가라앉아있었다. 주말이 끝나가고 있는 일요일
늦은 저녁, 갑작스레 만나자는 그의 연락은 경수를 더욱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지금...?"
-응. 너희 집으로 갈게
"아.. 아니야... 내가 나갈게..."
-그래 그럼. 집 앞 카페로 나와. 기다릴게
그렇게 간단하게 마무리된 전화가 끊기고 경수는 한동안 핸드폰 화면이 꺼질 때 까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미 그의 목소리에서 이별을
예감한 경수는 일부러 집 안에서의 만남을 피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이별통보를 받는다면 앞으로 계속 이 집에 살고있는 한 그 악몽같은
기억이 반복되어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차림새 그대로 위에 가디건 하나만을 걸친 채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집을 나섰다. 목도리나 장갑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정신을 차릴만한 무언가가 필요했기에 경수는 쏟아지는
눈과 찬바람을 맨몸으로 맞고서 카페로 향했다. 혹시라도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그가 본다면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라도 조금 더 자신의
곁에 오래 남아줄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품은 채.
"왔어...?"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눈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확인한 경수가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언제그랬냐는듯 금새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경수를 향해 웃어주었다. 마주보며 어색하게 웃어주고 앞자리에 앉기 무섭게 종업원이 가져다주는
커피가 둘 앞에 놓였다.
"미안. 그동안 이래저래 바빠서 만나지도 못하고 연락도 뜸했네"
"아냐.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데 왜 그렇게 얇게 입고 나왔어.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찬열아..."
"응?"
꽁꽁 언 경수의 손을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가져가 녹여주던 찬열이 나즈막한 그 부름에 고개를 들고 경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딱히 무슨 말을 꺼내려 그의 이름을 부른게 아닌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워 무의식적으로 나온 부름이었지만 막상 찬열의 얼굴을 보니
이런 정적이 어색하고 신경쓰여서 쓸데없는 말이라도 꺼내야 할 것 같았다.
"밥은... 잘 먹고 다녀? 어디 아픈 데는 없구...?"
"밥도 꼬박 잘 챙겨먹고 살짝 피곤하긴 하지만 아프진 않아"
난 네 연락을 기다리면서 전전긍긍하느라 잠도 잘 못자고 밥도 못먹었는데...
찬열의 대답에 씁쓸하게 웃은 경수가 마른 손가락으로 찻잔을 어루만졌다.
"밥은... 먹었어...?"
"시간이 몇신데. 오면서 간단하게 빵같은거 먹었어. 근데 왜 자꾸 밥 얘기야?"
"아니 그냥... 걱정되서... 일도 바쁘다는데 밥이라도 잘 챙겨먹어야지..."
"그건 걱정말고 네 몸 좀 신경써. 너야말로 못본 새에 마른 것 같아... 넌 밥 잘 챙겨먹는거 맞아? 요새도 원고쓴다고 밤 새니?"
찬열이 손을 뻗어 경수의 해쓱해진 뺨을 쓰다듬으며 걱정스레 바라본다. 평소와 다를거 없는 그 따스한 눈빛과 손길에 경수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혹시나 정말 그냥 바빠서 연락도 못하고 만날 시간조차 없었던게 아닐까. 괜히 내가 조금 예민하게 받아들인건 아닐까.
찬열은 여전히 전과 같은 온정 가득한 눈길로 경수를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갑작스레 눈시울이 붉어진 경수를 의아하게 바라보면서.
"왜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어디 아파?"
"아니... 그냥 오랜만에 너 보니까 너무 좋아서..."
"어유 그랬어 우리 순둥이?"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기색 없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소소한 얘기를 하며 이따금 미소짓는 그 모습에 경수는 어쩐지 안심했다.
역시 괜히 혼자 착각을 하고 조금이라도 마음 속으로 찬열을 의심한 자신을 탓하면서 경수 또한 점점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동안 짧은 데이트를 즐긴 두 사람은 헤어지기 위해 카페를 나섰다.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눈 내리는 추운 바깥으로
나오자 추위에 경수가 몸을 한껏 웅크리며 부르르 떨었다.
"그러게 왜 그렇게 춥게 입고 나왔어- 감기 걸리면 어쩌려구"
"으으... 괜찮아..."
딱딱- 이를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도 코를 훌쩍이며 괜찮다고 말하는 경수에 찬열이 피식- 웃으며 자신의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
훤하게 드러난 경수의 목에 칭칭 둘러매주고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코트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 덜 춥지?"
"으응..."
"우리 좀 걸을까? 집까지 바래다줄게"
"괜찮은데..."
찬열이 둘러준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은 경수가 콧 속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특유의 향기에 기분좋게 베시시 웃는다.
카페와 집의 거리는 걸어서 대략 십분 정도 되는 거리였지만 어째서인지 둘은 별 말 없이 그저 손만 붙잡고 묵묵히 걸었다.
아파트 앞에 도착해서도 아쉬운 듯 발만 꼼질거리는 경수를 바라보던 찬열이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열였다.
"저기, 경수야"
"응?"
"나 할 말 있는데..."
"무슨... 말...?"
답지않게 망설이는 찬열의 모습을 보자 경수는 내심 불안해진다. 카페에 있을 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평소와 똑같아서 안심했었는데
이렇게 헤어지기 전에 갑작스레 불러세우며 말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니 경수 역시 초조해하며 찬열의 입술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머릿 속에서는 이미 저 멀리 날려버렸던 찬열과의 이별장면이 다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상상의 나래를 뻗친다.
아니지.. 아닐거야 설마... 왜 이렇게 망설이는거야 불안하게...
"왜 이렇게 망설여... 무슨 말인데... 응?"
"그게 사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나름 고민도 많이 해봤어..."
"그러니까 뭘..."
"우리..."
우리 뭐... 헤어지자고..?
자꾸만 달싹이는 찬열의 입술만 바라보는 경수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니까... 오늘 이렇게 잘해준 것도 설마 마지막이라서 그런거였어...?
추위에 빨개진 코 끝이 찡해지며 경수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한다. 결심했다는 듯 입술을 떼는 찬열과 경수의 눈물방울이
톡- 하고 떨어지며 소리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
"싫어...!!"
"...어...?"
"싫어.. 싫단말야...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단말야...!!"
불현듯 눈물을 뚝뚝 흘리며 훌쩍거리는 경수에 순간 당황한 찬열이 경수의 양 어깨를 그러쥐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온통 눈물로 뒤덮인 얼굴을
마주하려는데 그 작은 얼굴은 자꾸만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빠져 찬열의 눈과는 마주치기를 꺼린다. 찬열이 그러거나 말거나 봇물터진 경수의 입술은
이제 속사포처럼 두서없는 말을 뱉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있잖아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어 찬열아... 아니 준비하고 싶지도 않구..."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네가 무지 좋단말야... 지금도 너 보면 막 두근거리고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히고 그런데..."
"저기 경수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계속해서 경수와 눈을 맞추려 노력하는 찬열이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경수의 두 볼을 감싸쥐었다.
두눈은 꼭 감고 양 손은 주먹을 꽉 그러쥔 채 덜덜 떨면서 살면서 가장 빠르게 말하는 듯한 경수는 이제 애처로워보이기까지 했다.
"흐윽... 나는.. 네가 정말 좋아... 근데 왜 그런 말을 해... 응...?"
"경수야 잠깐만.. 뚝- 울음 멈추고..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말해봐 응? 나도 네가 좋아. 응?"
"근데... 그런데 왜 그러냐고오... 흐어엉"
아 얘 뭐래니...
자신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이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 경수에 찬열이 이마를 짚으며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거린다.
도대체 지금 경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이렇게 우는지도 알 수 없고 주어, 목적어 다 빼놓고 무작정 서술부터 해버리니
어디서부터 무슨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울지말고 천천히 말해봐 경수야. 뚝-"
"흐으..."
"옳지... 너 울면 내가 속상해. 이제 그만 그치고... 그렇게 울면 볼도 다 얼고 눈도 붓고 아프잖아. 그치?"
"응..."
"그래, 그럼 지금 무슨 말 하는건지, 또 갑자기 왜 운건지 말해줄래? 혹시 나한테 뭐 속상하거나 서운한 일 있었어?"
"그건 아닌데..."
"아닌데...?"
차마 입이 안떨어지는지 입술을 깨물다가 곧 결심한 듯 경수가 심호흡을 하고 찬열을 향해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입 안에서
맴돌던 말을 내뱉었다.
"왜... 헤어지려고 해..."
"뭐라구...? 잘 안들렸어"
"왜... 헤어지려고 하냐구..."
"하?"
"...훌쩍..."
"누가..?"
"...네가..."
"내가...?"
"네가..."
뜬금없는 경수의 말에 당황을 넘어서 황당하기까지 한 찬열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디서 부터 꼬이기 시작한거야- 머릿 속에서 차근차근
정리하며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온건지 생각하고 있는데 대답없는 그 모습에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경수가 다시금 훌쩍이기 시작한다.
"거봐... 너 나랑 헤어지려고 오늘 만나자고 한거잖아..."
"뭐...?"
"흐윽... 난 그러기 싫은데..."
"있잖아 경수야... 우리가 왜 헤어져야하는데...?"
"난 헤어지기 싫어... 네가 헤어지려고 하는거잖아..."
"...응...?"
정말 뭐라는거지 얘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경수의 말에 이젠 어이없는 웃음마저 나오려한다. 일단은 이게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오해를 풀어야했기에
찬열은 경수의 어깨를 감싸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그래...? 내가 너랑 헤어진다고?"
"누가 그런건 아니구..."
"그럼...?"
"내가 그냥..."
"왜..?"
"아니... 너는 연락도 잘 안되구... 한달동안 만나지도 못하구 연락되도 금방 끊고... 혹시 내가 질린건 아닌가... 싫증났나...
이제 그만 헤어지고 싶은건 아닌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생겼나해서... 막 불안하고... 근데 너는 또 이렇게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망설이기만 하구..."
손가락을 꼼질거리면서 힘겹게 말을 마친 경수는 이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찬열을 향해 눈을 올려뜨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잠시 아무 말도 없이 경수를 내려다보던 찬열이 자신의 앞에 잔뜩 긴장한 채 서있는 사랑스러운 연인을 품 안으로 끌어와 양 팔 가득 껴안고 토닥였다.
"미안... 내가 오해하게 만들었다"
"응...?"
"나 정말 그동안 일이다 뭐다 이것저것 바빴거든... 그래서 만나지도 못하고 연락도 자주 못한건데, 네가 그런 식으로 생각할 줄은 몰랐어...
혼자 마음 졸이게 해서 미안... 괜한 걱정하게 한 것도 미안하고 울린 것도 다 미안해"
"그럼... 우리 안헤어지는거야...?"
"우리가 왜 헤어져. 너 나 좋다며. 나도 네가 이렇게나 좋은데 헤어질 이유가 없잖아"
"근데... 그럼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망설인건데...?"
경수의 물음에 잠시 대답이 없던 찬열이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
"......"
"같이 살자"
"...어...?"
"같이 살자구. 오늘 이 말 하려고 왔어"
난데없는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듯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뜨고 꿈뻑거린다. 이에 찬열이 계속해서 하려 했던 말을 내뱉는다.
"우리 이렇게 장거리 연애 계속 하는 것도 힘들고... 매일 보고 싶은데 왔다갔다 하면서 보는건 겨우 주말 뿐이잖아.
매번 헤어질 때마다 아쉽고...그냥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고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눈을 감는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게 네 얼굴이었으면 하고 바랬어. 그래서 네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그 동안 둘이 같이 살면 좋을 집 여기저기 찾아보고
전부 둘러보고 서류작성하고 계약도 하구... 그러느라 바빴어... 깜짝 놀래켜주고 싶어서..."
"아..."
"내 회사에서 지금 집 보다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잡았어. 너는 어차피 글 써서 원고 보내는 일 하는거니까 별로 상관 없을 것 같아서...
아! 서재도 있어. 너 쓰라고 따로 만든 방이 있거든..."
아무 말 없는 경수를 보며 천천히 말을 이어가던 찬열이 여전히 묵묵부답인 경수의 눈치를 살핀다.
"아, 저기.. 혹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거나 별로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돼. 어차피 내가 혼자 결정한거니까...
또 꼭 지금이 아니어도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면 그 때 얘기해줘도 되고... 지금 있는 집이 좋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솔직히 사는 곳을 옮기는게 그렇게 가볍게 결정할 일도 아니고..."
"찬열아"
"어...?"
"내가 같이 안살았으면 좋겠어?"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근데 왜 자꾸 내가 같이 안산다는 가정 하에 말해...?"
"난 그냥 네가 부담스러워할까봐..."
"그럼 같이 살지 말까?"
"아, 아니..."
"그러면...?"
품 안에 안겨있는 경수가 대답을 듣기를 원하는 듯 뚫어져라 찬열의 눈만 쳐다보자 찬열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경수야, 나랑 같이 살-"
찬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수가 그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어리벙벙하게 그 자세로 굳어버린 찬열이 곧 정신을 차리고 경수의 허리를
좀 더 깊숙이 끌어안아 품에 가둔다. 한동안 그대로 입을 맞추던 두 사람의 고개가 서서히 떨어지고 핑크빛으로 물든 입술을 훔친 경수가 찬열을
향해 웃어보였다.
"이게 내 대답이야"
품 안에 안겨 온통 하트입술을 만들어 웃고 있는 작고 사랑스러운 연인을 바라보던 찬열이 다시금 경수의 입술을 훔쳤다.
어느새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선 암호닉!
잇치 조무래기 백설 울지요
모두 감쟈해요!! 암호닉은 따로 받는건 아니지만 신청해주시면 다 적어놔요(수줍)
저는 늘 마무리가 이상해요..ㅠㅠㅋㅋㅋ 사실 저것도 원래 마무리가 저런게 아닌데 방금 막 수정했어요.
뭔가 흑역사 생성의 기운이 스물스물해서...(눈물) 늘 어정쩡;;;;;;;
이건 그냥 문득 딱 떠올라서 아 써야겠네 하고 쓴... 뭔가 삽질하는 경듀가 보고팠어요..ㅋㅋㅋㅋㅋㅋ
요 전편이랑 전전편이랑 자꾸 경수가 애기들이랑 엇갈려서 이번에는 짝짝꿍 시켜줬어요 예헷♡
아!! 제 썰들 중에서 번외 원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시더라구요.. 반응 없을 줄 알았는데 사실 좀 놀람(당황)
그래서 혹시 제 썰 꾸준히 봐주신 분이라던가 보고서 이거 번외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썰이 있으셨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구상해서 들고오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사랑해요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