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정갈한 손동작으로 마시던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너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이 차분하고 흔들림없이.
너의 그 눈동자에 단호함은 없었지만 망설임 또한 없었다.
"그래"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너는 카페에 들어왔던 모습 그대로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남겨진 것은 네가 마시던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잔 하나와 창 밖으로 사라지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
단지 그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른 커플들과 특별나게 다를 것도 없었다.
우리 둘 다 남자라는 점만 빼면.
너는 예쁘고 아름답고 눈부시게 빛났다.
네가 날 보고 웃어줄 때면 세상을 다 얻은 것 처럼 행복했고,
너를 껴안고 있을 때엔 네가 언제 내 품 안에서 빠져나갈까 두려워 행복함과 동시에 불안에 떨어야했다.
너는 착하고 순수했으며 날 위해선 뭐든지 해 줄 정도로 나에게 헌신했다.
그런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게 뿌듯했고, 나 또한 그만큼 너를 사랑했다.
우리의 사랑은 언제까지나 깨어지지 않을 다이아몬드같다고 생각했고, 확신했다.
나는 포근하고 안락한 '도경수' 안의 세상에서 맘껏 날아다녔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그 세상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으며
너 또한 '김종인' 안의 세상에서 한 마리의 고고한 백조처럼 유유히 헤어치며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런 우리가 무엇 때문에 깨지게 되었을까.
사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언제나 네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나를 기다려줄 줄 알았다.
이것은 단지 나의 오만하고 방자한 생각일 뿐인걸까.
내가 너의 세상 안에서 잠시 일탈을 꿈꿀 순 있어도, 네가 내 품 안에서 날아가버릴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네가 싫증이 난 것도, 그렇다고 싫어진 것도 아니었으며,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너에게 나는 언제나 최선이었지만, 어느순간 나에게 너는 차선이 되었다.
그렇지만 너는 묵묵히 너의 자리를 지켰으며, 불평 한 마디 없이 웃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너와 함께하던 시간을 밥 먹듯이 어겼어도 죄책감 따위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너는 이별을 준비했다.
언젠가 너는 약속시간에 6시간이나 늦어버린 나를 보고 물었다.
"뭐 하다가 이제 나왔어?"
"아, 미안. 태민이 자식이 여친이랑 헤어졌대서 위로해주다보니 그렇게 됐다"
"... 그래?"
그 뒤로 별 말이 없길래 그냥 조용히 넘어간 줄 알았다.
네가 태민이에게 전화해서 물어본 줄도 모르고.
사실 그 때 나는 전 날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영화를 보고 식사를 했다.
한창 남들이 보면 데이트라고 칭했을 행동을 하고 있다가, 너에게서 온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곤
그때서야 너와의 약속을 떠올리곤 부리나케 약속장소로 향했다.
너는 짜증 하나 내지 않았고, 본래 영화를 봤어야 했지만 내가 이미 봐버려서 영화보는 것을 포기했고,
식사를 하려 했지만 내가 벌써 먹어서 배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너 또한 식사를 하지 않았다.
네가 하루종일 나를 기다리느라 굶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무의미하게 얼굴만 보곤 헤어졌다.
미련하게도 나는 이런 거짓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네가 눈감아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로.
한 때 잠깐 네가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네가 나에게 이별을 고한 날이었다.
내 옆에는 너만큼이나 나를 어떤 의미로 가득 채워준 새로운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고,
나는 언젠간 너에게 돌아가려고 했지만 네가 내 곁을 떠나갔으므로 그냥 이 사람에게 정착할 생각이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니까.
네가 한 때 내 삶의 전부였던 날이 있었지만, 여타 다른 만남과 마찬가지로 너 또한 스쳐지나가는 그런
인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붙잡지 않았다.
이별이 아프긴 하지만 언제까지고 슬퍼할 수만은 없으니까.
멍청한 나는 너에게 상처만 주고 너를 내 세상 안에서 미련없이 내쫓았다.
물론 먼저 나를 떠난 것은 너였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었다.
너를 배려할 줄 몰랐으며, 너를 외롭게 만들었고, 너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죽을만큼 아프고 힘든건지도 모르겠다.
도경수는 김종인의 세상에서 떠나갔지만 나는 여전히 너의 세상 안에서 살고 있다.
매일 밤 꿈 속에서 너를 품에 안고 행복에 젖어있다가도 눈을 뜨면 새까만 어둠만이 나를 덮쳐온다.
이대로 꿈에서 깨지않고 아침이 오지않길 바라고 또 바라지만 어김없이 아침는 밝아오고 난 또 너를
그리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너는 내 곁에 없는데 눈을 감아도 너의 모습이 떠올라서 미칠 것만 같다.
떨쳐내고 지워보려고 무던히 노력해도 네가 없는 빈자리는 너무 크고 공허하기만 하다.
너를 찾아가 무릎꿇고 용서를 빌어서라도 다시 너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나는 겁쟁이라서 뒤에서
지켜볼 수 조차 없다.
애써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어봐도 이미 바뀌어버린 너의 전화번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전화를 걸어 대답없는 너에게 말을 건다.
그러다가 네가 보고싶으면 책장 한켠에 꽂혀있는 앨범을 펼쳐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너의 사진을 보며 나 역시도 따라 웃다가 허전한 옆자리를 바라보며 다시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잘 지내고 있을까, 편지라도 써볼까 수도없이 고민하지만,
혹시나, 정말 혹시라도 너의 곁에 새로운 사람이 생겼을까 그것조차 조바심이 나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리워하며 네가 다시 돌아와주기만을 기도할 수 밖에 없다.
너는 나 없이 잘 지내고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 매일을 슬픔에 잠겨 지내고 있을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잘못한건 나지만 먼저 날 떠나버린 네가 밉다가도 역시 걱정이 앞선다.
너무나도 어이없이 널 떠나보내고 그런 널 잊지못해 바보처럼 가슴으로 울고 있지만,
그럼에도 너를 포기할 수 없는 내가 너무나도 싫어진다.
그 때 왜 너를 잡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 널 떠나보낸걸까.
어쩌면 너는 내가 너를 잡아주길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져버린 나지만, 이제는 내가 너를 기다릴게.
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올 때까지 이 자리에 그대로 서서 너를 기다릴게.
내 가슴이 터져버릴 때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으니까 돌아와.
사랑해 사랑해 널 사랑해
돌아와... 제발 다시 돌아와 경수야
저는 왜 이렇게 막 (경)수가 마음아픈게 좋을까요.. 저는 좀 보면서 수가 마음아파서 제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썰
굉장히 좋아해요....(새디인가보다 소금소금) 물론 해피엔딩이 좋은데 왜 전개는 이런... 허허허....
후회공 좋아하시길래 묵혀있던거 들고와봤는데 짜..짧아요 그대들.... 그래도 클럽썰이랑 길이는 거의 비슷...ㅎ.ㅎㅎ..
암호닉!!
잇치 조무래기 백설 울지요
모두 감쟈해요!! 암호닉은 따로 받는건 아니지만 신청해주시면 다 적어놔요(수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