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금 나랑 헤어지자고?"
"어. 니가 싫증났거든. 그러니까 지금 이 시간 이후로 내 인생에서 꺼져줬으면 좋겠어."
휘몰아치는 눈보라 보다 더 차가워 보이는 태형은 제 앞에 있는 연인인 탄소의 감정은 중요치 않은듯 그녀를 향해 모질게 이별 선언을 하기 시작하였고
탄소는 그런 태형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는지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태형을 힘겹게 바라보았다.
"나쁜 X끼...그래 이유나 들어보자. 너 얼마 전까지는 나 밖에 없다고 말했잖아 근데 왜 맘이 바뀐건데?"
"왜 그런거 있잖아. 권태기...
너에대한 예전같지 않은 내 식어버린 감정은 어느샌가 그 단어에 충실해진거고...
그리고 너도 요즘들어 많이 힘들었던건지 시도때도 없이 나한테 짜증만 냈잖아 안그래?"
"진짜 어이없다 너."
"그렇게 억울하고 화나면 나 버리고 다른 남자 만나. 내가 먼저 너 버린거니까 구차하게 붙잡지는 않을게."
"야 김태형 너...내가 미쳤다고 널 두고 다른 남자를 왜 만나야 되는건데?
그리고 지금 니가 나한테 이렇게 얘기하는거 진짜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거거든 알기나 해?"
"뭐? 예의? 이별하는데 있어서 구질구질하게 예의 같은거 갖출 필요있어? 어차피 헤어지면 남이 되는게 깔끔하게 끝내면 그만이잖아."
"넌 진짜 바보야. 권태기라는거 어느 연인에게나 찾아올 수 있어 그건 나도 잘 알아.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되는거잖아. 그렇게 해도 모자랄 판국에 단칼에 날 내쳐도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너?!"
이별이라는게 자신의 뜻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태형 또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놓아주기 싫은 탄소가 야속했던건지 아니면 이 상황을 단칼에 끝내버리고 싶었던건지
결국 태형은 탄소를 향해 비수가 되는 말을 가차 없이 더 하기 시작하였다.
"김탄소. 넌 결국 끝까지 내 본심을 드러내게 만드는구나.
나라고 니 앞에서 이렇게 말하기까지 한번도 고민 안해보고 안 힘들었는 줄 알아?!
...넌 몰랐겠지 아니 알았어도 크게 심각성을 못 느꼈겠지만 난 오래전부터 우리의 삐걱거리는 관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왔어.
김탄소 너랑은 다르게 가진거 하나도 없고! 얼굴 딱 하나만 반반한 내가!!
...너, 너한테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때...그때 내 마음이 칼로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고 어?!"
"태형아..."
"하...이것까진 너한테 얘기 안할려고 했는데...얼마 전에 너희 어머님께서 나한테 찾아오셨어.
다른 미사여구 하나도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자마자 돈 봉투 하나 내미시면서 이거 받고 너랑 헤어지라고 하더라.
23년간 귀하게 자라온 내 딸. 너 같이 가진거 없는 놈한테 주고 싶은 마음 눈꼽만큼도 없고
곧있으면 내 딸이랑 약혼할 사람이 생길테니 말귀 알아들었으면 조용히 떨어지라고..."
"어, 엄마가...엄마가 널 찾아갔었다고? 그게 정말이야?"
"그래. 솔직히 그 말듣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
넌 동화속의 공주님처럼 평생동안 행복하게 사랑받고 자라야 되는데...
내 욕심 하나 때문에 이대로 널 붙잡아두면 내 곁에서 평생을 불행하게 살지도 모르잖아. 안그래?"
"하 진짜..."
"그러니까 좋은 말 할때 나한테서 떠나가. 그게 너한테 있어서 최상의 선택이니까."
"김태형. 왜 넌 항상...말할 때마다 이기적으로 말하는 걸까? 진짜로 널 버리고 가는게 나한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지금?"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그러니까 제발!"
착-! 공기를 매섭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태형의 고개는 어느새 옆으로 돌려져 있었고
저도 모르는 사이 태형의 뺨을 때린 탄소는 멋대로 나간 제 손이 원망스러웠는지
결국 그 자리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것 처럼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하였다.
"지 밖에 모르는 쓰레기 같은 자식...
내가...내가 너 붙잡을려고...허락 받기 위해서 집안 식구들한테 얼마나 욕을 먹어가면서 그 고생을 했는데!!"
"..."
"심지어 너 잡을려고 가출까지도 생각했어!!
집안에서 너랑 나 사이를 죽도록 반대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기들 멋대로 약혼자 붙이는게 죽는 것보다 더 싫어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너랑 도망치고 싶었단 말이야! 알아?!"
"...미안하다."
태형은 더 이상 탄소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던건지 끝내 고개를 바닥으로 떨궜고
그런 태형의 모습에 탄소 또한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어떻게든 이별이 오지 못하게 애원하듯이 얼음장 처럼 차가워진 태형의 두 손을 꼭 잡으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미안? 야 김태형...너랑 나 사이에 그런 말 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니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우리 사이가 끝날거라 생각하는거야?"
"그럼 어떡해?! 이젠 널 붙잡을 명목도 자신도 하나 없는데...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넌 나한테서 안 떠날거잖아!"
"그런 착각 좀 하지마...난 무슨일 있어도 너랑 안 헤어져! 내가 꼭 그렇게..."
주체 못할 정도로 눈물이 흘러서 제 두 눈을 가리는 상황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제 연인을 보내기 싫은 탄소는 있는 힘껏 태형의 두 손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으나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 니 번호 차단할 테니까 앞으로 연락하지도 말고."
냉정하게도 태형은 제 두손을 꼭 잡은 탄소를 있는 힘껏 내친 다음 미련도 남기지 않은채
끝내 뒤돌아서 떨어지지도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힘겹게 옮겨 탄소에게서 멀어져 버렸고
그와 동시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던 손이 풀리며 그동안 억눌려졌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진 나머지 눈물이 한두 방울씩 눈에서 떨어져 흘러 내렸다.
한 때 제 목숨까지 바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사랑한 연인이였던 탄소였기에...
니가 그리워질꺼야.
꽃 피는 봄, 무더운 여름, 쓸쓸한 가을, 매서운 겨울이 지나도
하루 24시간 아니 1년 365일 내내 너만 생각해도 내 시간은 항상 모자라니까.
내가 많이 미안해.
나같은 놈 사랑하느라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마음 같아선 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그 약속 지금은 못 지킬거 같아.
많이 보고 싶겠지만 너를 위해서 꾹 참을게...
그리고 탄소야. 나한테 이럴 자격 없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알지만 욕심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할게.
널 사랑해...
(일단 스토리의 시작은 이별로 써봤습니다...ㅠ 다음 화부터 스토리를 조금씩 더 추가해야겠죠! 댓글 많이많이 남겨주셔욥ㅎㅎㅎ)
(마지막의 글은 앞으로의 스토리에 복선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분위기를 더 끌어내는 역할도 하기때문에 제가 몇마디 끄적였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