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연애
w. F코드
[갑을연애.11]
똑딱똑딱. 곳곳에 곰팡이가 핀 벽에 아이러니하게 걸린 시계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웠지만 그와 다르게 속 안은 똑딱이는 소리의 원인인 시침이 빠져있었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시침소리에 성규가 무료한 발을 의미 없이 까딱였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발끝을 바라봤다. 누구하나 먼저 입을 떼지 않았지만 딱히,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성규는 성규대로 우현은 우현대로 그럭저럭 이 무료한 시간을 침묵으로 보냈다.
“..........”
“..........”
-지이잉, 지이잉
“여보세요, 아니요, 제가 지금 가겠습니다.”
“..........”
전화를 끊은 우현을 쳐다보던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우현도 그런 성규를 따라 일어서 현관으로 걸어갔다. 현관에 서서 신발을 신는 우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성규가 이내, 신발을 다 신은 우현을 바라봤고 우현은 그런 성규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자고 있어요.”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성규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집을 나섰다. 닫히는 문 사이로 우현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동으로 문이 잠기자 현관 앞에 서 있던 성규가 방금 전 우현이 앉아있던 소파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우현의 온기가 남아 따뜻한 소파에 앉은 성규가 밑으로 떨어진 다리를 끌어 올려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우현이 없는 성규의 밤은 그렇게 지났다.
“노래는 연습 많이 했어요?”
“하루 연습 안 한다고 내 실력이 어디 가겠어?”
자신만만한 성규의 대답에 못 말리겠다며 우현이 귀엽게 웃자 성규도 그런 우현을 따라 기분 좋게 웃었다. 어제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태도가 어제의 일을 암묵적으로 묵인 하겠다는 뜻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은 오로지 성규와 우현의 생각이었을 뿐. 녹음실에 들어선 순간, 보이는 우영의 모습은 성규와 우현의 얼굴에 그려졌던 예쁜 웃음을 지워버렸다.
“늦었네.”
“장사장님이 여기는 어쩐 일이시죠?”
“말에 가시가 느껴지는 건 제 착각인가요?”
“...........”
“혹시, 제가 여기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 건 없지만 딱히, 이곳에 계셔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하겠네요.”
우영이 무의미하게 넘기고 있던 잡지에서 손을 떼고 우현을 쳐다보자 우현이 그런 우영을 보며 지극히 꾸며진 미소를 지었고 우영도 그에 맞서 우현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그 이유를 제가 찾아 드리죠.”
“..........”
“전 오늘 투자자의 입장에서 온 겁니다.”
“.........”
“제가 투자한 사람이 내가 투자한 돈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오늘 이 자리에 온 겁니다.”
처음 성규와의 관계를 묻던 날 자신을 향해 형이라 소개하던 성규의 뒤에서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던 순간은 어디 갔는지 성규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러 왔다는 우영의 말에 한 소리 더 할까 했던 우현이 옆에서 자신의 손목을 부여잡는 성규의 모습에 떼었던 입을 다시 꾹 다물었다.
“뭐, 투자자가 싫으면 보호자로 할까요?”
“보호자로 오신 거면 더욱 이곳에 있으시면 안 되죠.”
“아- 그럼, 그냥 투자자하죠. 이제 됐죠?”
알 수 없는 우영과 우현의 신경전에 오늘도 애꿎은 피디만 가시방석에 앉은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이 둘을 지켜보고 있던 성규가 둘의 신경전이 오가는 중간에 서서 시선을 막아섰다.
“둘 다 거슬리는데 좀 나가지?”
성규의 말에 우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지만 우현의 표정은 그와 다르게 뭔가 크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성규는 그런 우현의 표정을 무시하며 직접 녹음실 문을 열어 나가라는 듯 제스처를 취했고 결국,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에 쓸쓸히 녹음실을 나섰다.
***
“목 아파.”
“벌 받은 거예요.”
아까 자신을 내보낸 거에 아직도 삐졌는지 툴툴거리는 우현의 모습을 보며 우현 모르게 미소를 지은 성규가 피곤한 몸을 일으켜 우현에게 다가갔다. 성규가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서류를 뒤적이던 우현이 뒤에서 갑자기 안아오는 성규의 행동에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이미, 우현의 씰룩이는 입술을 본 성규는 끌어안은 우현의 목에 짧게 입을 맞추며 더 꽉 끌어안았다.
“그래도 당신 없어서 더 일찍 끝났어.”
“무슨 뜻이에요?”
“아무것도 못할 만큼 당신이 좋다는 뜻.”
“하여튼 김성규 앙큼해.”
“잊었어? 이게 내 매력인거?”
우현이 앉은 의자를 돌리 성규가 마주본 우현을 향해 싱긋 웃었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얼굴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는 성규를 끌어안았다. 듣고 싶었는데. 투정 비슷한 우현의 말에 성규가 우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현의 머리를 꽉 끌어안았다.
“불러줄게.”
“정말요?”
“나중에.”
“참 어려운 남자네요.”
“그것 또한 내 매력.”
“인정.”
처음 해보는 녹음과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는 불안감에 말은 안했지만 얼굴 가득 긴장과 피곤함이 가득한 성규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우현이 안 되겠다며 성규를 사무실 안에 딸린 작은 간이침대에 눕혔다. 안자겠다며 떼를 쓰던 성규를 억지로 눕히고 자신도 그 옆에 누워 성규의 몸을 두드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품에 안겨있는 성규의 몸이 규칙적으로 들썩였다. 규칙적인 성규의 숨소리가 마치 자장가 같아서 잠에 빠질 거 같아 눕혔던 몸을 일으켜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이잉
진동소리에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한 우현이 까만 화면만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저 멀리 탁자 위에 올려 진 또 다른 핸드폰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걸어갔다. 우현이 탁자 앞에 서자 전화가 끊어졌지만 탁자 위에 올려 진 전화가 성규의 것이라는 걸 알아챈 우현은 전화가 끊겨진 핸드폰을 잡아들었고 그 순간 다시 한 번 핸드폰이 울렸다.
“김성규씨 핸드폰입니다.”
[..........]
“여보세요?”
[..........]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왔네요 ㅠ_ㅠ 이게 얼마만인지....
늦게 온다고 트위터를 통해 짧막한 멘션을 올렸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랜시간 자리를 비운 거 같네요.
갑을연애도 너무 소중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비웠지만
너무 오래 비우면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그렇고 갑을연애를 잃을까봐 ㅠ_ㅠ 설마 잊으신건 아니죠?
오늘은 좀 짧지만 다음에는 이번보다 더 알찬 내용으로 돌아올게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러분 모두 메리솔로마스 > _
안녕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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