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부장 정재현 X 체육젬병 너심 01
Written by. 츄츄
정재현의 한 마디에 조용해졌던 교실이 잠시 후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당황한 듯 목소리를 더욱 더 높이는 여자 아이들의 말이 귀를 찔러왔다. 쟤네는 왜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개지랄이야 진짜.
"재현아, 너도 체육부장이니까 어느 정도 이런 생각 하지 않아?"
"재현이 네 입장에서도 이런 애 좀... 그렇잖아... 솔직히 말해도 돼, 괜찮아."
시발. 제가 안 괜찮은데요? 니가 뭔데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를 판단함?
예의상, 아니면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그냥 한 번 쉴드쳐주는 건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여자 아이들의 말을 받아치는 정재현이었다. 오, 뭐지. 정의의 사도? 좀 멋진데. 여자 아이들과 정재현의 말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가만히 듣고 계시던 선생님께서도 짜증이 나셨나보다. 길다란 막대기로 이번에는 칠판을 치셨다. 아까 전 교탁을 치셨을 때보다 더 큰 소리에 아이들이 귀를 틀어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너네들 그만 싸워. 정재현 너는 체육부장이 되어가지고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죄송합니다."
마치 자기 일인듯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싸우던 정재현이 선생님의 꾸중에 바로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정재현은 멀리서 저를 쳐다보던 나와 눈을 맞춘 후, 미안하다는 듯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나는 정재현과 눈이 마주쳐서인지 정재현을 쳐다보고 있던 걸 정재현에게 들켜버려서인지 얼굴에 열이 올라 볼이 빨개졌고, 정재현은 그런 나를 보고서는 보조개를 드러내며 더욱 큰 미소를 지어보였다.
*
점심시간, 도저히 여자 아이들의 쏟아지는 불평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으셨나본 담임 선생님께서 나의 손을 꼭 붙들고 말씀하셨다.
"시민아, 정말로 미안한데 이번 한 번만 긴 줄넘기 뛰자. 이번 한 번만."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보다 더 울상인 선생님의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답을 드리게 되었다.
"고맙다 시민아..정말 고마워..."
빈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마워하시는 듯한 선생님의 말투에 하하하 하고 어색한 웃음소리를 만들어냈다. 담임 선생님께서도 어지간히 그 여자 아이들에게 잡혀 사시는 것 같았다. 담임 선생님의 처지가 마치 나의 처지와도 같아 동질감과 동정심이 겹쳐 느껴졌다. 선생님.... 화이팅.... 저희 함께 열심히 세상을 살아 봅시다...
"10분 후에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한다더라. 가서 애들하고 같이 연습해, 알았지?"
음.. 이런 건 내 예상에 없었는데. 좆된듯. 나지막이 욕설을 뱉고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푹푹 쉬며 운동장으로 나갔다.
*
탁- 탁- 탁-
모래바닥에 줄이 맞닿아 나는 소리가 얼마 지속되지 않고 줄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야, 김시민!!!!"
이게 몇 번째지, 줄에 걸리는 게. 내가 이래서 안 한다고 했잖아. 내 차례만 되면 흐름이 끊겨버리는 줄넘기에 여자 아이들이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하필이면, 교실에서 나를 말로 신나게 후드려 팼던 그 여자 아이들과 한 조가 되어버렸다. 쟤네 분명히 자기들 마음대로 나한테 소리 지르려고 날 부른 걸 거야. 합법적으로 다굴시키기 위해서.
"미안, 똑바로 할게."
"사과하면 다야? 지금 너 때문에 애들 힘들어하는 거 안 보여?"
"미안하다니까. 그래서 내가 지금 사과하고 있잖아."
"야, 김시민. 지금 짜증내는 거야? 너 존나 웃긴다. 지금 짜증낼 사람이 누군데."
시발. 말이 안 통해. 사과를 안 해도 지랄, 해도 지랄 어쩌라는 건데... 처음에는 '그래 체육 못하는 내가 죄지' 하고 받아들였지만, 그 말들이 점점 강도가 심해진다. 쟤네는 지금 날 사람으로도 안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또 비참해졌다.
저 멀리서 친구들과 급식을 먹고 오는 정재현이 보였다. 여느 남자애들처럼 장난으로 서로 치고 박으며 하하호호 웃는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돼 눈물이 나오려 했다. 김시민, 울면 안 돼. 절대로 울면 안 돼.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 아플 때까지 주먹을 꽉 쥐었고 입술에 감각이 없어져 얼얼할 때까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번에도, 정재현이 날 구해주면 참 좋을 텐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그러면 정말 좋을 텐데. 부질없는 바람을 머릿속에 되뇌며 계속해서 눈물을 참았다.
"비겁하게 한 사람 상대로 뭐하는 짓이야. 쪽팔리지도 않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저거 지금 정재현 목소리 맞지? 우리 반 체육부장 정재현 맞지?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어 뻐근한 고개를 들어 눈 앞의 정재현을 마주했다. 정재현은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여자 아이들에게 한 글자 한 글자 말했고 나는 그런 정재현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네 이딴 짓 하고 다니는 거 존나 멍청해보이는 거 알지. 내가 김시민이었으면 너네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도 남았을 텐데 김시민이 착해서 그런 거니까 다행으로 생각해. 그리고 김시민 절대로 너네랑 긴 줄넘기 같이 안 시킬 거니까 알아서 해라. 제발 정신 좀 차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좀 하란 말이야, 병신들아. 죄 없는 애 괴롭히지 말고."
캬, 사이다! 존나 멋져, 정재현! 한 번도 아이들 앞에서 제대로 욕을 한 적이 없던 정재현의 욕설 섞인 거침 없는 말에 꽤나 놀란 것처럼 보이는 여자 아이들이었다. 정재현은 그대로 내 손목을 잡아 학교 뒤 사람이 잘 오지 않는 벤치로 날 데려갔다. 그러고서는 벤치에 날 앉히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너 왜 아무 말도 못 해. 쟤네가 너 욕하잖아."
나는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울음을 와앙 터뜨렸고 정재현은 눈을 크게 뜬, 매우 당황한 얼굴이었다. 내가 훌쩍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자, 정재현은 안절부절하며 날 달랬다.
"야... 김시민... 내가 너무 무섭게 말했어..? 응...? 울지 말고... 뚝 하고..."
날 달래는 정재현의 목소리가 너무 따뜻해서 나는 이제 거의 통곡하는 수준으로 울기 시작했다.
"시민아 뚝. 많이 울면 나중에 머리 아파."
그 한 마디에 나는 울음을 서서히 그치고 짧은 시간에 많이도 울었는지 화끈화끈한 눈가를 비비며 정재현을 바라보았다.
"시민아, 너 걔네랑 긴 줄넘기 하지 말고 나랑 2인 3각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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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세상에..... 제가 보고 있는 이 쪽지가 진정 초록글 알림 쪽지가 맞나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첫 화부터 초록글이라니 이렇게 부족한 글이 너무나도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아 많이많이 부꾸롭습니다..// 처음 쓰는 글이라 어색하고 읽기 힘드실 텐데도 모두들 좋게 봐 주셔서 넘넘 감사해요! 무관심 속에서 그냥 묻혀버릴 줄로만 알았는데 암호닉 신청도 많이 해 주시고 신알신도 많이 눌러주시고...(감동) 오늘 밖에 나갔는데 날씨가 넘나리 추운 거 있져ㅜㅜㅜㅜㅜㅜㅜㅜ 옷 두껍게! 따뜻하게! 입고 다니셔요♡ 암호닉은 회원 분들 비회원 분들 모두모두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 누락되거나 틀린 암호닉이 있다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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