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05
"야, 형이 배가 고픈데 돈 없냐?"
"..."
"시발, 입은 뒀다 뭐하냐?"
마음을 겨우 추스리고서 교실로 돌아가보니 항상 보던 풍경 그대로, 물론 표지훈과의 일 때문에 깁스를 한 채로, 이태일을 괴롭히고 있는 박경이 보였다. 언제나 같았으면 관심 끄고 제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을 터인데 들어가자마자 원하는게 있는지라 나를 빤히 쳐다보는 표지훈 그 개새끼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녀석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뭔가 진 듯한 기분에 이가 부드득 갈렸다.
".. 박경. 나대지 말고 앉아라."
"어?..아, 그래. 하하 지호야 뭐하다 이제 와?"
"그리고,"
"?"
"저 새끼 밖에 놀 애가 없냐."
"어? 무슨, 얘는 그냥.."
"됐고. 저 새끼 건드리지 마라."
"뭐? 갑자기 왜..야, 아니, 우지호!"
"시발 뭐. 더 할 얘기 있냐?"
"...이태일은 갑자기 왜?"
"건드리지말라고."
내 뜬금없는 말에 황당한 듯 보이는 박경과 의아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이태일, 외 기타 등등. 내게 쏠린 시선에 주위를 주욱 훑어보다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표지훈에 시선이 닫는 순간 놈에게 당한 그 상황이 오버랣되면서 순간적으로 열이 확하고 뻗쳐올랐다. 그래서 조금 치사한 방법이긴 했지만 놈이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이태일과 눈을 마주치고서 입꼬리를 잔뜩 말아 올린채로 말했다. 이태일에게 말하는 듯 했으나 표지훈에게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시발년. 몸이라도 대주나 보지?"
그 의미를 이태일이 알아들은 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맹하니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아까 내게 한 짓을 이태일에게도 비슷하게나마 했다면 사실이겠고 만약 그런게 아니면 저 말이 나온 상황 문맥을 파악하지는 못했어도 18살쯤 먹었으면 알것 다 아는 나이니까 그런 반응을 내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들어 바라본 놈은 분명 내 말 뜻을 알아들었을텐데도 아무런 동요도 없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덕에 괜한 짜증이 치솟아오르며 자리에 앉아 잠이나 실컷 퍼 자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교실을 나섰다. 끈질기게 나를 쫓던 그 시선을 뒤로 한채.
옥상을 가려다 아까 일 때문에 기분이 더러워져서 발길을 돌려 학교 체육관 창고로 향했다. 청소가 잘 되지 않는 덕택에 햇빛에 비치니 공간에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이 적나라하게 보여 조금 꺼려졌으나 아무 방해 없이 쉬기에는 꽤 적합한 장소였다.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뜀틀 위에 털썩하니 주저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별로 여자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게 내 주의라 최근 썸타고 있는 옆학교 여자애에게 연락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새 답장이 오는 탓에 꿀꿀했던 기분이 어느샌가 문자 한통 한통이 늘어가는 만큼 우월감으로써 탈바꿈되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서서히 그러고 있는 것도 싫증이 나기 시작했을 즈음 끼익하고서 녹이 슨 채 방치되어 약간의 움직임만으로도 비명 소리를 질러대는 철문이 알리는 누군가의 등장에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곳엔 달갑지 않은 존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니가 여긴 왠 일이냐."
"..넌 정말"
"왜 왔냐고"
"태일이 건드리지 말랬더니 그런 상스러운 말이나 해대고.. 애한테 왜 화풀이야."
"그 새끼 진짜 존나 아끼나 보지? 내가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놈이 나를 내려다보는 형세가 싫어서 몸을 일으키자 그제서야 눈높이가 맞다.
"한번 말해서는 말을 안듣는구나, 역시."
누굴 똥개 취급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저 놈의 말을 들을 이유가 애초부터 없었단 말이지. 서서히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에 몸은 아까의 기억으로 극도의 긴장 상태가 된 듯 했다. 아까는 표지훈에게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당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두 번 다시 그렇게 당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놈을 죽일 듯 노려보며 놈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가까이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울려 둘 밖에 없는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서 벽과 벽 사이에 부딪히며 메아리 형태로 울렸다. 그 소리에 맞춰 심장 소리 또한 속도를 더해 가면서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갑작스레 씩 웃는 녀석에 휴대폰을 들고 있던 오른팔을 먼저 뻗었으나 순식간에 빗겨 나가고 복부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숨이 멎는 듯했다. 순간 손이 풀리는 덕에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의 둔탁한 소리를 들으며 떨어진 그것이 한없이 놈 앞에서 추락해가는 나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었다.
"컥!..으아..윽..."
시발놈이 발로 복부를 차는 바람에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컥컥 거리며 복부를 부여잡고 있는데 또다시 놈이 발로 퍽하고 차는 바람에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아윽.....으...미,친..으으"
일부러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처음 발에 채였던 부위를 끊임없이 때리는 덕에 정신이 혼미했다. 처음 맞았을 때는 생각보다 강한 탓에 눈물이 찍끔나기는 했지만 정신을 금새 가다듬고 반격을 할 기회를 노리고자 했었다, 분명. 우지호가 겨우 그 정도에 당할쏘냐. 하지만 그 다음 발길질부터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그냥 맞아도 아프겠지만 맞았던 곳을 반복해서 맞으니 고통은 한대 한대 늘어갈 땜다 배가 되어가는게 혹시 뼈는 부러진것 아닌가 하는 생각 조차 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올라오는 격통에 그저 눈을 감고 이 더럽고 치사한 새끼의 발길질이 멎기만을 기다렸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인지 눈을 뜨니 해가 진 이후였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아까 정신없이 맞은 한 부위에서 엄청난 아픔이 밀려올라왔다. 어딘가 잘못된게 분명했다.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조차 불안정하게 들려왔다. 학교에 교실불이 켜져있고 꽤나 조용한 걸 봐선 야자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아 집까지 갈 수는 있으려나. 아무한테나 도움을 청하고자 주머니를 뒤져보았으나 나오지 않는 휴대전화를 찾아 체육관 바닥을 훑어보다가 그냥 포기하고서 벽에 몸을 기대가며 겨우겨우 움직였다. 도저히 더 이상은 못 가겠다 싶었을 때 우연히 만난 당황스러운 표정의 안재효의 품에 쓰러지듯이 안겼다.
+
김연아.............보려고 기다리고있어요.....시험기간인에듀ㅠㅠ.......공부해야되는데ㅠㅠㅠ....
김연아는 도대체 언제 낭는거인가! ㅇ으아
이번편 별 내용없음 하지만 필요한 내용이여요
김연아 여신님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이걸 잊어먹다니;;
쌀알님
새주님
이불님
Aa님
꼬리님
포비님
스릉스릉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