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같이 TV를 보던 엄마아빠의 말에 의하면 나는 어릴적부터 또래여자아이들과는 달랐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이 바비인형 머리를 빗겨주고 주방놀이 세트로 소꿉놀이를 할때, 나는 재현이의 로보트와 장난감 칼을 휘두르며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녔고, 성격마저 애교도 없고 거친편이여서 아빠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며 아빠는 우는 시늉을 했다. 그런 아빠의 말에 엄마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에휴, 우리 딸내미 저렇게 털털해서 누가 데려가려나" 엄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빠의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고 있던 내 동생 재현이는 말한다. "뭘 걱정해, 태용이형 있잖아. 누나라면 다 좋다는 진정한 사랑꾼!" 오늘도 언급되는 그 이름에 나는 짧게 한숨을 쉰다. 하...
오! 나의 꼬질이
어린이집 다니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흔히 말하는 불알친구인 이태용은 고2 여름방학때 내게 말했다. '오래전부터 널 좋아했어.' 다른 여자애들이었다며 심쿵했을 말에, 로망이라곤 1도 없던 나는 말했다. '근데 어쩌라고' 나의 말에 이태용은 예상했다는 듯이 다시 말했다. '사귀자' 나는 그런 이태용에 말에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싫어' 내 단호한 대답에 이태용은 입을 삐쭉이다가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내 팔을 붙잡고 흔들며 징징거렸다 '왜? 왜 싫어? 왜 싫냐니깐!' 그런 이태용을 떼어내며 말했다. '귀찮으니깐' 내 대답에 이태용은 힘없이 고개가 내려가더니 곧 다시 울먹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본 나는 아차하며 뒤늦게 수습을 하려했지만 이태용의 눈물이 더 빨랐다. 생긴건 차갑게 생긴 이태용의 반전이였다. 이태용은 눈물이 많다. 그것도 존넨 많이.....
이태용은 포기를 몰랐다. 아니, 이태용의 사전에 포기란 단어가 없는듯했다. 나의 단호한 거절에 눈물을 흘리던 이태용은 그 뒤로도 날 계속 따라다니며 구애를 했다. 내 친구들은 저렇게 잘 생긴애가 좋다고 따라다니면 좋다고 당장 사귄다고 했지만 평생을 같이 부대끼고 살아온 동생 정재현의 얼굴도 만만치않았기때문에 난 잘생긴 얼굴에 넘어가는 편이 아니였다. 이태용은 몇 달을 나를 따라다녔다. 이태용의 끈질긴 구애에 결국 나는 백기를 들었다. '그래 사귀자 사겨, 그러니깐 이제 그만 좀 따라다녀!'
이태용은 함박웃음을 보였다. 이태용과 나의 연애소식을 들은 재현이는 웃으며 말했다.
"와~ 태용이형 짱이다, 옛날부터 계속 우리누나 좋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오! 나의 꼬질이
유치원때인지, 초등학생때인지 몰라도 어릴적에 재롱잔치같은 행사때문에 선생님이 애들 얼굴에 화장을 해줬었다. 이태용은 나랑 같은 반이였고 우리반은 '갑순이와 갑돌이' 노래에 맞춰서 율동을 해야했다. 연습할때까지만 해도 잘만 하던 이태용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려니깐 긴장을 했는지 율동을 틀렸고 무대에 내려오자마자 으앙 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선생님들은 괜찮다며 달랬지만 이태용은 그칠 생각을 안 하고 얼굴을 손으로 부비적거리며 오열했다. 그 결과 화장은 다 번지고 지워지고 난리가 났다. 선생님은 이태용의 눈물을 닦아주며 "에구, 태용이 얼굴이 꼬질꼬질해졌네 세수해야겠다.' 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이태용을 보고 '꼬질이' 라고 놀렸다.
내 말을 들은 이태용은 다시 울기 시작했고, 그렇게 꼬질이의 역사가 시작됐다.
꼬질이 = 이태용을 부르는(놀리는) 애칭 아닌 애칭
우리집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이태용을 불러본다.
"야, 꼬질이"
"(나를 보며) 응? 나 불렀어? (윙크)"
";;;;아니 나한테 수작부리지말고;;; 다른거 보자고"
말은 이렇게 했어도 수작부리는게 나름 귀여운거 같기도....ㅎ
오! 나의 꼬질이
고3때 진로 때문에 한참 예민하던 때가 있다. 이태용은 원래 무용으로 진로를 정해놓은 상태였고 나는 마땅히 하고싶은게 없어서 갈 학과도 정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던 때가 있었다. 재현이도 내 눈치를 보고 부모님도 스트레스 받는 나를 보며 아무말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다가 사소한걸로 핀트가 나가서 애꿎은 이태용한테 터트려버렸다. 이태용은 그런 나한테 당황을 했고 나는 나대로 이태용한테 미안한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 뱉었다.
"연애하지말자, 그냥 헤어지자 무슨 연애야"
그 당시엔 이태용에 대한 마음이 없었던것도 아닌데 그냥 괜히 옆에 있는 이태용한테 짜증만 내는게 싫어서 한 말이다.
그러니깐 내가 이태용이 싫어서 한 말이 아니고 내 자신한테 현타가 오고 내 자신이 미워서 한 말이였다.
이태용은 그런 내 말에 벙쪄있다가 이내 눈물을 뚝뚝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거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해?"
교복 소매로 눈물을 닦는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서 미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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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안녕하세요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자급자족으로 질러봅니당ㅎㅎ
연재를 하고싶은데 잘 써 내려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여서 고민이에요..ㅎㅎ
연재텀도 어떻게 될 지 모르겠공..흐흐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용~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