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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Lovely D.O. 전체글ll조회 1196l

  

  

 

 

  

  

  

  

  

  

  

"종인이, 메릴랜드대 다닌다며?" 


"...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 


"너네 형이 얘기하던데?" 


"... 우리 형이 내 얘기도 해요...?" 


"그럼-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착하다면서" 

  

  

  

  

의외의 말에 조금 놀라 그를 쳐다보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주보다가 눈을 휘어접어 웃는다. 형이 이 남자에게 내 얘기를 했을 줄은 몰랐는데. 

  

  

  

  

"그럼 영어 잘 하겠네?" 


"미국에서 살았으니 당연히 하죠" 


"헤헤- 나도 어렸을 때 미국 살았는데..." 


"미국 어디요?" 


"뉴욕. 잉글랜드에서도 살았었구..." 


"영국에서도 살았어요?" 


"응. 나 되게 많이 옮겨다녔어. 미국, 영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본 등등... 유럽에서도 살고" 

  

  

  

  

다 불어터진 시리얼을 숟가락으로 쿡쿡 쑤시는 그는 죽처럼 섞여버린 그것을 더 이상 입에 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내 생각만큼 입도 짧다.
뭔가를 생각하는지 잠시 아무 말이 없던 그가 이내 표정을 바꾸고 혀를 내밀어 샐쭉 웃는다. 

  

  

  

  

"나 5개국어 한다?" 


"... 뭐뭐 하는데요" 


"음... 한국어랑 영어랑 중국어랑, 일본어 등등?" 

  

  

  

  

생긴건 무기력하고 좀 멍해보여서 솔직히 말하면 그냥 생각없이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처음에는 그저 업소 같은 곳에서 몸을 파는 딱히 가진 재주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며 믿을만한건 반반한 얼굴과  

한 품에 안길만큼 자그마한 몸뚱아리 밖에 없는 그런 남자가 우리 형에게 붙었나보다 했다.
그래서 더욱 그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어쨌든 형에게 여자가 아닌 남자가 붙었다는 사실 또한 내키지 않았고.
또, 뭐가 그리 당당해서 자꾸 나에게 말을 걸고 가까이 다가오는지, 그 속을 알 수도 없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대체 저 작은 머릿 속엔 뭐가 들었을까. 어찌보면 생각없어보이는데, 가끔가다 새벽에 마주치는 그는 온 세상의 고민을 전부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사람처럼 온통 흑빛으로 새까맣게 물든 눈동자를 하고 있다. 발치에는 허리가 꺾인 담배꽁초가 그 수를  

알 수 없이 흩어져 그의 발 위에 재를 뿌리고. 

  

  

  

  

"교환학생으로 온거라면서? 언제 돌아가?" 


"이번 학기 마치고요" 


"안갔으면 좋겠다" 

  

  

  

  

어딘지 아쉬운 목소리로 뜻 모를 말을 내뱉은 그는 조금 아련하게 웃어보였다.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괜시리 목이 메어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 형이랑 사겨요?" 


"음.. 왜...?" 


"동생이니까. 그 정도는 알 권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 뭐 말하기 싫으면 굳이 얘기 안해도 돼요" 


"있잖아... 나 뭐 하나 물어보고 싶은거 있는데..." 

  

  

  

  

내 물음엔 그다지 대답해 줄 생각이 없는 듯, 조금은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너는 내가 싫어...?" 


"... 갑자기 그런건 왜 묻는데요" 


"아니, 그냥..."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떳떳하게 얼굴 마주보면서 얘기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 쪽, 우리 형이랑 몸 섞는거 다 알고 있는데,
당신이라면 편하게 대할 수 있어요? 난 좀 많이 불편한데. 형한테 얹혀살고 있는 처지고, 또 내가 간섭할 일은 아니라서 터치 안하고 있지만
친형이 남자랑 뒹구는거 좋아할 동생이 있을까 싶은데 난" 

  

  

  

  

꽤나 담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유하게 나올 수도 있는 말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뱉어버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 앞의 이 남자 얼굴만 보고 있자면 자꾸만 날카로워지는 내 자신을 느낀다.  

생각보다 더욱 가시돋친 나의 말에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평소보다 조금 더 커진 두 눈을 하고 한동안 나를
바라보던 그는 곧 시선을 아래로 내려 꼼지락거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올렸다. 또다.  

새벽녘 쯤이면 볼 수 있는 먹먹하게 젖어들어간 짙은 흑요석같은 눈동자. 대체 그 안엔 무엇을 담고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애잔하고 바라만봐도 시큰거리는 눈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싫어...?" 


"아니 뭐, 딱히 싫단건 아닌데..." 


"그래... 그럼 됐어"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대답한 나의 말에 그는 다행이라는 듯 미소지었다. 그럼에도 그의 두 눈은 여전히 어둡고 무거워서  

나는 그만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려버렸다. 블랙홀 같이 깊고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눈동자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자꾸만 나도 모르게 그의 눈을 쫓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바다에 외로이 고립된 돛단배처럼 다시금 가슴이 죄어왔다. 

  

  

  

  

  

  


책을 읽고 있다가 깜빡 잠든 모양이었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빽빽이 들어찬 글씨를 보고 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는
온통 새까맸다. 손에 들고 있던 책은 펼쳐진 장 그대로 가슴 아래에 주르륵 미끄러져있었다. 손을 더듬어 베개 옆에 있는 핸드폰을 찾아들고
홀드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뜬 시계의 숫자는 어느새 12시 20분을 넘어선 시각이었다. 낮잠이라고 말하기에도 뭐할 정도로 꽤나 오랜 시간을 자고
일어난지라 다시 잠에 들기엔 무리일 것 같았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한 번 켜고 껄껄한 목을 축이려 방문을 여는 순간, 흠칫- 하며
멈춰섰다. 

  

  

  

  

- 아, 아아...!! 


- 하... 경수야... 


- 아파... 아파, 준면씨...!! 

  

  

  

  

내 방 앞에 자리한 형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언제 들어온건지 모르겠지만 형은 또 오자마자 그를 붙잡고 질펀한 정사를
나누고 있음이 분명했다. 방문이 닫혀있긴 했지만 야심한 새벽의 아무런 소음 없이 가라앉은 집 안에선 형의 숨소리와 물기에 축축하게 젖은
그의 신음소리가 내 온 고막을 가득 울린다. 어째서인지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향하지도, 그렇다고 다시 내 방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계속해서 멈춰서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현관 앞에 붙어있는 방을 내 방으로 내달라고 할 걸 그랬다.
신경쓰기 시작하니 소리는 이제 내 심장소리만큼이나 커져 머리에 울리고 가슴에 울려퍼졌다. 삐걱거리는 침대 스프링만큼 내 마음도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 처럼 갈피를 못잡고 울렁였다. 정말 오랜만에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베어물고 불을 붙였다. 거의 지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새벽이면 늘 이 자리에서 담배를 태웠지만 그것도 그가 우리 집에 드나들면서부터 어느샌가 자연스레 자리의 주인은 나에서 그에게로 넘어가있었다.
치직-거리며 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배끝을 바라보다 창문을 열고 회색빛 연기를 내뱉었다. 차가운 바람이 답답한 머릿 속을 정리해주는 것 같았다.
빽빽했던 담배 한 갑을 거진 다 태워갈동안 소리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매일을 저렇게 보내다보면 어쩌면 형은 복상사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만큼 빨리 늙어버릴까. 에너자이저인가? 어떻게 하루도 안거르고 저럴 수가 있지. 도대체 밖에서 뭘 먹고 다니는거야.
강한 추위에 뇌가 얼어버리기라도 한건지 뜬금없이 떠오르는 엉뚱한 생각들에 어이가 없어 혼자 피시식 웃었다. 그리고 생각의 끝은 어느새
그에게로 흘러가 멈췄다. 형의 아래에서 신음하는 그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어..."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서서히 고개를 돌리자 멀뚱히 서있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베란다 난간에 기대있던 몸을 떼고 담배를 비벼끄는데
그가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와 자리를 잡았다. 오늘도 역시나 얇은 나시 한 장 걸친 채로. 말라서 툭 튀어나온 쇄골과 어깨뼈가 바람을 맞아
더욱 시리고 추워보여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연속해서 줄담배를 펴댔더니 입 안이 텁텁하기도 하고 으슬으슬 추워져서 그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그가 슬그머니 손을 들어 내 팔목을 잡았다. 

  

  

  

  

"왜요" 


"나도 담배 한 대만 줄래?"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 그에게 건내자 그가 고개를 들이민다.
입술에 물려준 후 담뱃불까지 붙여주고 다시 거실로 들어오려는데 작은 목소리로 'Thank you'라고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에 발이 멈춰섰다.
담배말린다. 돛대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담뱃갑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그것마저 꺼내서 입에 물어 불을 붙이고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손 안에 있는 담뱃갑이 힘없이 구겨졌다. 몸을 돌렸던 내가 자신의 옆에 서자 그가 흘끗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다가 후욱- 하고 연기를 내뱉는다.
공중에서 흩어지는 흐릿한 회색빛 연기가 온통 뿌옇게 시야를 가렸다. 

  

  

  

  

"나랑 같은거 피네. 말보로 레드" 


"형은요" 


"잠들었어" 

  

  

  

  

밤하늘의 그 흔한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도심 속 한가운데에 그와 내가 서있다. 마치 이 세상에 우리 두 사람만이 존재하듯 도로에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 하나 없이 텅 비어있고 주위는 온통 고요 속에 잠겨있다. 영원히 이 정적이 깨지않을 것 같다 생각했을 때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 추워? 반팔티 하나 입고..." 


"자기는... 달랑 나시 한 장 입어놓고선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어, 자기? 지금 자기라고 했어?" 

  

  

  

  

뭐가 그리 웃긴지 말을 내뱉고나선 푸하하- 거리며 웃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 한참 진지하던 표정은 어디로가고 지금은 한없이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자 기가 차서 나도 헛웃음이 나왔다. 필터 끝까지 다 타들어간 담배를 비벼끈 후에도 그는 계속 같은 자리에서 요지부동이다. 

  

  

  

  

"왜 새벽마다 안자고 여기 이렇게 나와있어요?" 


"음... 글쎄? 아마도 너랑 같은 이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잘도 둘러대는 꼴이 밉살맞아 보였다. 어쨌든 확실한 것 한가지는 그 역시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가슴 속에
응어리진 답답한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 특별히 주위를 기울여 들여다 볼 필요 없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주한 눈동자는 심연에 잠긴 듯 깊숙이 가라앉아 그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탁하고 어두웠다.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면 꼭 나를 좀먹어가는
느낌이다. 조금씩 나를 갉아먹는 것도 모자라 마지막에는 그 자신마저 삼켜버릴 것 처럼. 대체 그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알 수 없다.
딱히 알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밤마다 무의식을 가장해 그의 곁을 멤도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 얼굴을 마주보는 빈도수는 늘어나지만 그것과 반비례해서 오히려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그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는 인물이다.
더 이상 같은 공간 안에 있고 싶지 않아 그대로 등을 돌려 거실로 들어서서 방으로 향했다. 이번엔 붙잡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있는
그의 시선이 내 등에 와 박힌다고 생각한 순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낮고 조금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잘자..." 

  

  

  

  

또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인사였지만 오늘은 가슴이 욱신거렸다. 애써 갑작스레 많은 양의 니코틴을 흡수해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하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눈을 감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잠은 오지 않았다. 문 밖에선 슥슥거리며 맨바닥을 스치는 그의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머지않아 주위는 다시금 적막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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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도경수 정체가 넘 궁금해요 ㅎㅎㅎ 담편도 빨리 써주세요~~~
10년 전
Lovely D.O.
담편은 좀 이따 들고올게요 딱히 정체같은건 없...(소금)
10년 전
독자2
경수는 준면이랑 단순한 잠자리 파트너인가요? 궁금해요ㅜㅜ
10년 전
Lovely D.O.
혹시 상편 읽어주셨나요..ㅎㅎ 글쎄요... 담편 보시면 아실 수...ㅎㅎㅎ 근데 왜 그거에 중점을 맞춰주시는거죠 다들..ㅠㅠㅋㅋ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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