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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미성에 폭풍 가창력이지만, 매번 형들에게 밀려서 파트는 별로 없고
프로필에는 175로 나와있지만 사실 실제 키는 16X에
여장 한번 시켜보고 싶을 정도로 남자치고는 선이 곱고, 하얗고, 예쁘게 생긴 너징은
사실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어쩌다 보니, 남장을 하고 SM의 신인 보이 그룹 엑소의 13번째 멤버이자 막내가 되었지.
물론 너징이 여자라는 사실은 SM의 고위 간부급 사람들과 너징의 담당 코디 스타일리스트 말고는 아무도 몰라.
심지어 엑소 멤버들도.
이런 너징의 썰을 풀어볼게.
회사에서 약속했던 크리스마스 휴가 마지막 날인(그래봤자 이틀밖에 주지 않았지만) 26일이야.
너징과 멤버들은 어차피 새해가 되면 5일 정도 휴가를 또 주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휴가도 짧아서 굳이 집에 내려가지 않고 숙소에서 뒹굴거리며 휴가를 보냈어.
별로 의미 없게 빈둥빈둥거리며 따땃한 숙소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거나, TV를 보거나 하며 오전 시간과 오후 시간의 앞부분을 보냈는데, 침대 위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팬들 반응 확인하던 너징은 문득 이렇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휴가잖아. 휴! 가! 비록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크리스마스 휴가! 그런데 이렇게 숙소에서만 빈둥빈둥 보낸다면 주어진 휴가가 너무 아깝다고 느낀 너징이야.
시간을 확인하니까 이제 막 5시였어. 너징은 어중간한 5시에 멤버들끼리 어디 놀러갈 수도 없으니까, 차라리 숙소 대청소를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하곤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준면의 방으로 토도도 달려갔어.
" 형! 형! "
" 어? 무슨 일이야, 징어야? "
제 침대에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던 준면이 너징이 들어오자, 읽던 책을 덮어서 옆에 두고는 너징에게 웃어주며 물어.
상냥하게 웃는 준면에 너징도 방글 웃으며 너징이 방으로 들이닥친 이유를 말했지.
" 우리 크리스마스 휴가 마지막 날인데, 지금 다들 의미 없이 뒹굴고만 있잖아. "
" 그렇지. "
" 오늘 하루도 조금 있으면 끝나는데, 뒤늦게라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서! "
" 어떻게? "
어떻게 보낼 거냐는 준면의 물음에, 너징은 예쁘게(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뭔가 그리 순수하게 보이지만은 않게) 웃으며 말했어.
" 오랜만에 숙소 대청소를 하는 거야! 어때? 좋지!!? "
" ...대청소? "
" 응! 솔직히, 우리 숙소가 좀 많이 더럽잖아. 밖에 있다가 숙소로 들어오면 좀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오늘까지 휴가인데, 그냥 확 대청소 해버리게. 응? "
언제 또 이런 날이 올 지 모르잖아., 너징의 말에 준면은 잠깐 어색한 웃음을 지었어.
준면도 언젠가는 숙소 청소를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멤버들도 귀찮아하고 피곤해보여서 말을 꺼내지는 못했거든. 자신도 힘들었고 말이야.
그런데 막상 이렇게 너징이 대청소를 하자고 하니까 음.. 뭐랄까, 조금 귀찮았다고 해야 되나?
따뜻한 방 안, 푹신한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독서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쳐서 대청소를 하자니. 당연히 귀찮겠지.
너징도 준면의 어색한 웃음을 보고는 ' 이 사람이 지금 귀찮구나. '라고 딱 알아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
(너징은 여자지만) 시커먼 남자들끼리 꾸역꾸역 몰려있는 이 숙소에서 나는 퀴퀴한 홀아비 냄새가 정말 지긋지긋했거든.
아니, 파릇파릇하고 멀쩡한 20대 청년들밖에 없는 숙소에서 홀아비 냄새가 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너징이 준면의 입에서 " 그래. 대청소 하자. "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절대 안 움직일 것처럼 굳게 그 자리에 서 있으니까, 준면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러자고 했어.
준면의 말이 끝나자마자 너징은 활짝 웃으면서 " 그럼 내가 멤버들에게 말하고 올게!! "라고 하고는 팔랑거리며 방을 나왔지.
팔랑팔랑 방을 나서는 너징의 뒤에서, 아직 침대 위에 앉아있던 준면이 휴일에 귀찮은 청소를 하게 되어서 힘들어질 것 같은지 작게 한숨을 쉬었지만, 곧 해맑게 웃는 너징의 얼굴을 보고는 아빠 웃음을 넘어선 할아버지 웃음을 지었어.
" 형들!!! 준면이 형이 대청소하래!!!! "
" 뭐? 뭔 소리야? "
" 대청소? 휴일에? "
" 그럼 휴일에 하지, 또 언제 해! 아, 형들 얼른 일어나! "
" 아.. 귀찮은데... "
" 그냥 다음에 하면 안 돼? "
" 응. 안 돼. "
대청소 하자는 너징의 말에 믿기지 않는 듯 물어보는 종대, 찬열과 귀찮다며 밍기적거리는 종인, 다음에 하자는 크리스까지 있었지만, 대청소 하는 날만 벼르고 있었던 너징은 칼같이 쟈갑고 단호박같이 단호하게 잘라버렸어.
막내 말이라서 그런가, 별로 할 생각 없이 앓는 소리만 하던 멤버들이, 마침 방에서 나오던 민석이 대청소하자는 너징의 말을 들었는지 간만에 대청소 좀 하자고 동의하고는 소파에 퍼질러 앉아있던 백현, 세훈, 종인을 퍽퍽 치며 일으키자 툴툴거리면서도 조금씩 일어났지.
민석이 방에서 나온 후에, 뒤늦게 그 뒤를 따라 나온 루한도 어느새 팔을 걷어붙이고는 부엌으로걸어가고 있었어.
너징은 이제 드디어 청소를 하기 시작하는 구나! 하면서 거실 테이블 위에서 굴러다니는 볼펜과 흰 종이 위에 각 멤버들 이름을 적고는 청소 구역을 정하자고 했지.
" 사다리 타기, 콜? "
" 콜! 누가 그릴래? "
" 나나나나ㅏ나나ㅏ나!!!! 나 사다리 완전 잘 그림. "
청소 구역은 사다리 타기로 정하고, 찬열이 자기 사다리 잘 그린다며 너징 손에 쥐어져 있던 볼펜과 종이를 가져가더니 몇 번 쓱쓱 그리고 아래에 청소 구역을 적었어.
그리고 다른 종이로 청소 구역이 적힌 곳을 가린 후에 돌아가면서 1부터 13까지 있는 번호를 선택했지.
너징은 13번을 택했고, 다른 멤버들도 슬슬 번호를 선택했어.
*
사다리 타기를 끝낸 너징과 멤버들은 자기가 맡은 청소 구역을 청소하기 시작했어.
너징은 쓰레기 처리를 맡았기 때문에, 멤버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모아서 마지막에 버리기로 했지.
덕분에 너징은 멤버들이 청소하는 동안에는 할 일이 없어서, 그냥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멤버들이 청소하는 걸 구경하거나 조금 도와주거나 했어.
" 형들은 어떻게 청소 구역도 같은 곳으로 걸리냐. "
" 응? 뭐라고? "
" 아니, 그냥 혼잣말이야. "
부엌 청소 담당은 민석과 루한이었어.
싱크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들과, 일회용 쓰레기들, 그리고 오늘 점심 먹고 안 한 설거지들을 둘이서 나눠서 청소하고 있었지.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서로 앞치마까지 두른 채 나름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모습에 너징은 뭐 도와줄 건 없나, 하며 기웃거리다가 그냥 없다고 판단하고는 부엌을 빠져나왔어.
거실 창문과 배란다 창문까지 화알짝 열고 거실을 청소하던 준면, 크리스, 종대가 할 일 없어서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너징을 잡아다가 창문 좀 닦아달라고 했지만, 너징은 아까 대청소 하자고 했을 때 싫다고 앓는 소리 냈던 멤버들에게 했을 때와 같이 쟈갑게 거절해.
거실이 넓긴 해도, 별로 청소할 것도 없는데 남자가 셋이나 있으면 됐지 굳이 너징까지 도와야 할 건 없다고 생각되었달까.
종대가 찡찡거리며 너징한테 매달리기 전에, 너징은 너징 방으로 들어갔어.
" 아, 너 마침 잘 왔다. 안 입는 옷들 모아서 버리게, 니 서랍 좀 뒤진다. "
" 어... 어?!?!!!! 잠깐!! 내 서랍을 왜 형이 뒤져!! 내가 할게, 내가! "
" ? 너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이냐? 서랍에 뭐 먹을 거라도 숨겼냐? "
" 아.. 그건 아닌데... 아, 아무튼 형이 내가 안 입는 옷이 뭔지 어떻게 알아! 내가 이따가 쓰레기 버리기 전에 정리해서 가지고 나갈게. "
" 너는 다 입는 옷이라고 안 버릴 것 같아서 그런다. 원래 옷 버릴 땐 다른 사람이 옆에 있어줘야 돼. "
" ㅋ그건 대체 무슨 논리야. "
너징 방을 청소하던 찬열과 종인이 너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너징 서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맨 윗 칸을 열었어.
너징은 그 둘이 정말로 너징 서랍을 뒤질 줄은 몰라서, 당황한 채로 그 둘 뒤에서 어떻게든 둘을 서랍에서 떼어놓으려고 등짝에 달라붙거나 등판을 주먹으로 쿵쿵 치거나 했지만, 이럴 때만 끝내주는 단합력을 보이는 엑소라서^^ 너징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
너징은 너징 서랍 속에 너징이 입는 속옷이나, 아니면 생리대를 깊숙히 숨겨서 넣어놓기 때문에 그냥 열어보면 모르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뒤지면 너징이 숨겨놓았던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단 말이야.
다행히 너징이 숨길 물건들은 맨 아랫칸에만 숨겨놓아서 아직 첫번째 칸을 뒤지는 둘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첫번째 칸을 들쑤셨던 두명이 볼 거 없다면서 이제 두번째 칸을 열어재끼니까, 너징은 더 다급해져서 있는 힘껏 너징의 서랍 두번째 칸을 연 찬열의 등에 찰싹 매달려서는 떨어지지 않고 있었어. 그리고는 찬열의 어깨를 있는 힘껏 퍽퍽 때렸지.
" 아, 진짜!! 이거 사생활 침해야! 침해라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와, 혀엉!!!!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징어, 더 아프게 때려야지 내가 물러나던가 말던가 하짘ㅋㅋㅋㅋㅋ 손도 쬐끄만게 힘도 약해서는ㅋㅋㅋㅋ쯧쯧. "
" ㅋㅋㅋㅋㅋ그러니깤ㅋㅋㅋㅋㅋㅋ너 찬열이 형한테 업힌 것 같앸ㅋㅋㅋㅋㅋㅋㅋㅋ우쭈쭈, 막내야 그렇게 어부바하고 싶었쪄여?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형이 어부바해주까?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놀리지 말고 그냥 나와주면 안 될까, 형들..? "
" 뭐라고 대답할 것 같아?ㅋㅋㅋㅋㅋㅋ "
"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표정봨ㅋㅋㅋㅋ 알았어, 알았엌ㅋㅋㅋㅋㅋ 우리 징어 울겠네, 아줔ㅋㅋㅋㅋ "
" 아씨..ㅠㅠ 진짜 놀리지 말라고ㅠㅠ "
너징이 자꾸 너징 애기 취급하면서 놀리는 찬열과 종인에 퍼드득 찬열의 등에서 떨어지면서 놀리지 말라고 말을 해도, 둘은 그저 너징이 귀여운지 그냥 놀리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어도 웃기만 해.
결국 너징은 입을 퉁하니 내밀고는 너징 서랍 건들지 말라고 말하고는 툴툴거리며 방을 나왔어.
방에 남은 둘은 서로 낄낄거리며 웃다가, 마침 거실 청소를 하다가 멤버들이 청소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한다는 이유 하에(사실은 그냥 청소 땡땡이) 숙소를 누비고 다니며 참견하던 준면이 들어와서 놀지 말고 제대로 청소하라는 말과 함께 약간의 잔소리를 투척하자, 금방 조용해져서 청소하기 시작했지.
*
" 허어... 진짜 쓰레기 많다.... "
" 막내 수고. "
" 진짜 수고. "
" 그냥 수고. "
" 다녀와, 징어. "
" ㅋㅋㅋㅋㅋㅋ쓰레기가 징어 몸만햌ㅋㅋㅋㅋ "
" .....하. "
너징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너징 몸만한(혹은 너징 몸보다 조금 더 큰) 쓰레기 봉투들을 쳐다보다가 아무도 너징 도와준다고 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곤 쓰레기 봉투 하나를 들었어.
근데 크기와 무게가 비례하는 지, 너징이 한 손으로 절대 들고 갈 수 없을만큼 무거운 거야. 두 손으로 옮겨야 좀 수월하게 옮겨질 것 같다고나 할까.
너징 몸만한 쓰레기 봉투에 꾹꾹 눌러담아서 겨우 묶은 쓰레기 봉투는 똑같은 게 6개나 되었어.
너징은 숙소와 쓰레기장을 적어도 6번은 왕복해야 한다고 생각되자, 다시 저절로 한숨이 나왔지.
" 내가 도와줄게. 아무리 봐도 너 혼자서는 좀 무리임. "
" 헐... 형 고마워, 진짜. "
너징이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나머지 5개의 쓰레기 봉투 중 2개를 양 손에 든 사람은 백현이었어.
너징은 양 손으로 하나를 들었는데, 정작 백현은 한 손에 하나씩 들었으면서도 가뿐한 표정이야.
이것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가, 아니면 백현이 그냥 힘이 센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 있던 너징에게 백현이 장난스럽게 말해.
" 고마우면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이나 사주던가. "
" ..내가 그렇게 돈이 많아 보여? "
" 거지같아 보이진 않는데? "
" ......알았어, 알았어. 까짓거, 사줌. "
너징이 사주겠다고 말하니까, 어느새 신발까지 다 신은 백현이 씩 웃으며 그럼 가자고 현관문을 열었어.
너징도 따라서 나서는데, 너징 뒤에서 또 다른 사람의 기척이 느껴져.
또 누가 신발을 신나? 하는 생각에 너징이 뒤를 돌아보면, 왼 손에 쓰레기 봉투 하나, 오른 손에 두개를 든 경수가 있었어.
" 형도 도와주려고? 진짜? "
" 그럼 가짜로 도와주냐? 얼른 나가. 변백현 엘리베이터 잡고 기다린다. "
" 아, 응! "
너징은 잠깐 백현에게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해서 경수도 따라오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경수가 그럴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생글생글 웃으며 엘리베이터로 갔어.
*
청소를 다 끝낸 시간이 8시 쯔음이었는데, 지금이 겨울이다보니 6시만 되어도 어두워져서 그런가 길거리가 한밤중처럼 어둑어둑했어.
너징은 낑낑거리며 쓰레기 봉투를 옮기면서 내심 속으로 혼자 왔으면 무서웠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 정도로 8시밖에 안 되었는데 오늘따라 아파트 단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추워서 그런가 사생들도 안 보여서 그런가 딱 범죄가 일어나기 좋아보였어.
비록 지금 너징의 모습이 남자였기만, 그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래도 백현과 경수가 같이 나와줘서 다행이었지.
" 여기에 버리고 가면 되지? "
" 응. 와아- 이제 진짜 청소 끝이다!!! "
" ㅋㅋㅋㅋㅋ진짜 오랜만에 대청소했다. "
" 이제 아이스크림 사러 가야지! 가자! "
" 근데 너 돈은 갖고 나왔냐? "
" ...아. 맞다. ㅋㅋㅋㅋㅋㅋ..돈 안 갖고 나왔어. 미안... "
청소가 끝났다며 너징이 해실해실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기도 웃던 백현이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고 했는데, 너징이 돈을 놓고 온 거야.
당연한게, 현관 앞에서 막 쓰레기 봉투 들고 나가려던 너징 불러세우고 도와준다며 대신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했잖아.
그러고 그냥 바로 나왔는데 너징이 돈을 들고 나왔을 리가 있나.
미안하다며 침울해있는 너징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 백현이 입을 열었어.
" ㅋㅋㅋㅋㅋㅋ그럴 줄 알았다. 그럼 넌 추우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 우리가 아이스크림 사가지고 갈게. "
" 어? 나도 같이 가도 되는데.. "
" 너 얇게 입고 나왔잖아. 그냥 먼저 들어가. 내일부터 다시 스케줄 해야 하는데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
" 아.. 음, 그럼 먼저 들어갈게. 이따가 숙소에서 돈 주면 되는 거지? "
" 응응. 얼른 들어가라, 막내. "
너징은 대답 대신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고는 뒤돌아서 숙소로 걸어갔어.
숙소로 걸어가던 너징이 슬쩍 뒤를 돌아서 아까 셋이서 헤어졌던 쓰레기장을 보니까, 백현과 경수가 근처의 마트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거야.
깜깜하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쓰레기장에 슬쩍 소름이 돋은 너징이 괜히 무서워져서 걸음을 빨리 해서 다시 숙소 쪽으로 걸어갔지.
엑소 숙소는 아파트이긴 한데, 사람들 눈을 피해서 좀 구석 쪽에 위치했어.
그래서 아파트 단지 안인데도 불구하고 그곳은 좀 골목같이 보였지.
실제로 구석에 위치한 곳이다보니까, 낮이나 조금 어둑해질 때 쯔음이면 좀 논다, 싶은 학생들이 주저앉아서 지들끼리 담배를 피거나 얘기를 하다가 가는 곳이거든.
오늘따라 유난히 어둡고 칙칙해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몸을 움츠리며 지나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너징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사생들의 조금 높고 당당한 것 같은 여자 목소리가 아닌, 걸걸하고 낮은, 중년 남자의 목소리로.
" 야, 너. "
" ......? ㅈ, 저요? "
" 그럼 너 말고 여기 또 누가 있, 냐? "
후줄근하게 차려입은 옷차림과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희미한 가로등 빛에 비춰진 꾀죄죄한 얼굴과 산발 된 머리카락으로 보아, 아마 이 근처 공원에서 노숙하는 노숙자인 것 같았어.
겨울 공기에 약하게 풍겨오는 술냄새와 비틀거리는 발걸음, 너징을 불렀던 어눌한 발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손에 쥐여진 술병이 지금 이 노숙자가 조금 심하게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려줬지.
너징은 노숙자가 그냥 너징 쪽으로 비틀대며 걸어오기만 했는데도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느꼈어.
그런데 이상하게 너징 발이 땅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어.
그냥 마음 속으로만 다급하게 다가오는 노숙자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게 얼른 움직이라고 생각하기만 했지.
" 으흐흐.. 가까이에서 보니까 꽤 예쁘게 생겼네? 여자야? 남잔가? "
" ...어, 어어.. "
" 꼬마야, 너무 겁먹지 마.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
" ......으.. "
너징 바로 앞, 가까이까지 다가온 노숙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어.
그러자 역하게 풍겨오는 술 냄새와, 그 밖의 다른 냄새에 너징은 인상을 찌푸렸지.
너징이 인상을 찌푸린 걸 보자, 노숙자가 손을 들어 너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낄낄 웃어.
" 꼬마는 얼굴을 찡그려도 이쁘네. "따위의 말을 하며 말이야.
그리고 손을 내려서 너징의 얼굴을 쓰다듬는데, 너징은 온 몸에 소름이 끼쳤어.
금방 울음이 나올 것도 같은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지 않는 그런 기분 알아? 지금 너징이 딱 그런 기분이었어.
그 노숙자가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너징과 마주보며 서서 낄낄 웃은 채로 너징의 얼굴만 진득하게 만지는데 그게 너무 싫고 그냥 벗어나고 싶었지.
빨리 벗어나야 되는데, 도움을 청해야 되는데,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주변에 사람들은 없어서 뒤죽박죽 엉킨 머릿속이 시끄러워서 너징은 눈을 꼭 감았어.
너징이 반항도 못하고 벌벌 떨면서 눈만 꼭 감으니까, 노숙자는 그게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얼굴을 진득하게 만지던 손을 내려서 위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맨투맨 티만 입은 너징의 어깨를 주무르다가 허리를 쓸어내려.
그 순간 그 노숙자가 너징을 보면서 웃는데, 너징은 그게 너무 소름끼치고 싫었어.
진짜 위험한 것 같고, 싫은 느낌에, 너징의 큰 눈에 결국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왔어.
" 흐.. 아저씨, 제발... "
" 제발? 제발 뭐, 꼬마야? "
그 때였어. 누군가가 아직도 너징의 허리를 지분거리고 있는 노숙자의 손을 억지로 잡아 떼어서 그대로 꺾어버린 거야.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노숙자라, 갑자기 너징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손을 꺾으니까 놀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
너징이 너징의 허리를 지분대던 손길이 사라져서 의아함에 노숙자를 바라보면, 굳은 표정, 혹은 조금 살기를 띈 눈으로 노숙자의 팔을 꺾어 제압하고 있는 경수가 눈에 들어왔어.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뜬 너징이 멍하니 경수가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멀리서 뛰어왔는지 헉헉거리던 백현이 노숙자를 제압하고 있는 경수와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눈물을 흘리고 멍하니 경수의 손에서 제압당학 있는 너징을 발견하고는 제빨리 상황파악을 했지.
" 당신이 뭔데 얘를 손대. "
" ..으, 윽. "
" 당신이 뭔데. "
경수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그대로 보일 정도로 노숙자를 제압하는 손아귀가 점점 꽈악 눌려지자, 노숙자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었어.
이미 상황파악을 끝낸 백현이 경수와 똑같이 표정을 굳히고는 너징의 눈물을 닦아준 후에 경수에게 힘을 빼라고 하곤 112에 전화를 걸었지.
백현이 뭐라고 말을 하는지, 경찰이 언제 왔는지, 노숙자가 어떻게 끌려갔는지 계속 멍한 상태로 있던 너징은 경수가 너징에게 제 웃옷을 벗어줄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
" 오징어, 괜찮아? "
" 아.. 혀, 형... "
" 어디 다친 곳은 없고? "
" ...형, 형.. "
" 어, 나 여기있어. 왜? "
" 형... 형.. 흐으, 형.. "
백현이 경찰서에 진술을 하러 갔는지, 없었고 너징은 너징을 달래주는 경수에게 안겨서 한참을 울었어.
무서웠고, 또 무서워서. 그리고 너징에게는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뻔 했고, 놀라서. 안정되어서.
너징이 다 울 때까지 너징을 안고 토닥여주던 경수가, 너징의 눈물을 닦아줬어.
처음엔 아까 노숙자가 얼굴을 만졌을 때가 생각났는지 조금 흠칫하던 너징이, 곧 얌전히 경수가 눈물 닦아주는 걸 받아들이고 있자 조금 쓰게 웃던 경수가 너징을 다시 품에 안았어.
너징이 울고 있었을 때처럼 다정하게 등을 토닥여주던 경수가 말해.
" 진짜 괜찮은 거지? "
" ......응. 아마도.. "
" ...진짜? "
" ..응. "
" 나 지금 남자인 엑소 멤버 오징어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라, 여자인 오징어에게 물어보고 있는 거야. "
" ......!? "
" 알고 있었어. 니가 여자라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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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니까! 최대한 많이.... (그래도 별로 없는 것 같은 건 제 착각인가요..? 아..갑자기 눙무리...☆★)
이거 불맠 안 달아도 안 걸리겠죠?ㅠㅠ 별로 수위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ㅠㅠ....혹시 위험할 것 같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저번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55분! 정말 제가 한분씩 다 사랑합니다ㅠ♡ㅠ
이번 주 주말에 17화 들고 오겠습니다! 그 때 뵈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