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지금 마인드가 찌질한 상태라 좀 못나보이긴 한데"
"..."
"못 봐줄 정도는 아니고"
바로 앞자리에 앉아 얼굴을 가까히 하고 있는 모습에 기겁한 나는 그만 소리를 빽 질러버렸어. 곧바로 걸치고 있던 겉옷을 벗어 머리 위로 덮어버리자 아 야야 왜 이래~ 웃으면서 가디건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진짜 미쳤어 김태형.
"모자랑 마스크도 안 쓰고 뭐하는거야!"
"우리 회사 근처에서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하면 '나 김태형이에요' 라고 광고하는 것 밖에 더 돼?"
뻔뻔한 대답에 헛웃음을 하자 입꼬리 끌어올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미워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자 고개가 뒤로 넘어가.
"내 카톡은 왜 씹는데"
"내 마음이야"
"지금 처량하게 혼자 이러고 있는것도 네 마음이고?"
받아치던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어. 데뷔조에 들지 못하는 날이면 늘 이렇게 잠수 아닌 잠수를 타려 했고 그러기도 전에 김태형이 먼저 나를 찾았어. 기껏해야 내 집, 카페, 연습실이 다인 뻔한 루트였지만. 눈 앞에 있는 김태형을 빤히 바라보자 아예 꽃받침까지 하고 웃어. 나랑 같은 시기에 들어온 그는 4년전 먼저 데뷔를 했고 지금은 대한민국 탑 인기 아이돌 가수가 됐어. 나랑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게 현실이야. 같은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서로의 노래를 들어주고, 끝나면 야식을 먹으러 가는게 일상이었던 우리가 언제 이렇게 멀어진걸까?
"낯설다"
"뭐가"
"너 낯설다고"
흐음. 내 말에 김태형의 눈썹이 찡긋해.
"오빠가 너무 잘생겨져서?"
"나 장난 아니거든?"
그래 나도 장난아니야. 단번에 웃음기 어린 목소리를 거둔 김태형이 손을 들어올려 내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어놔. 하지말라고 인상을 구기자 그제야 느릿히 쓱쓱 쓰다듬어. 모습과 달리 크고 남자다운 손으로.
"아이고 우리 여주 속상했어?"
그 누구도 아닌 김태형이 이럴때마다 한없이 비참하면서도 큰 위로가 됐어. 빌어먹게도.
"뭐 먹고 들어갈래?"
"됐어"
"영화볼까?"
"아니"
"어 그러면..
됐으니까 좀 꺼져! 졸졸 뒤따라 오던 김태형이 심장에 두손을 얹고서 입술을 쭉 내밀어. 방금 그 말 태형이 상처 받았어. ..하는 말이 더 가관. 한쪽 눈을 구기자 다시 웃으며 내 어깨에 팔을 둘러. 갑작스럽게 기대오는 무게에 순간 발이 휘청해.
"아 쫌"
"나 오늘 한가한데 놀아줘"
"좋은 말로 할때 떨어져라 니 팬들한테 죽기 싫다 나는"
"김여주"
고개를 내 쪽으로 갸우뚱하며 표정을 살피고 있던 김태형의 두눈이 반짝여. 불안하게 왜 이래 얘. 그 순간 발을 뒤로 주춤했어.
"우리 한번 제대로 미쳐볼래?"
미쳤..!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어깨에 두른 팔을 내린 김태형이 손목을 잡아 끌었어.
얍얍 |
러빗 입니다 ^0^/ 앞으로 잘부탁드려오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