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안전벨트"
"..."
"왜 놀라고 그래"
환하게 웃는 얼굴에 얼굴이 잘 익은 사과 마냥 빨갛게 달아올라. 김태형 진짜 싫어. 괜히 민망함에 그런 말을 하고선 차문을 열자 아예 소리내 웃더라.
"안녕하세요 형"
"어 태형이 오랜만이네"
익숙하게 걸어들어가는 김태형의 뒤를 따라 들어가니 한 남자가 반가운 얼굴을 보이며 우리쪽으로 다가와. 이거 이거 유명해졌다고 전화도 잘 안 받더라? 목에 팔을 두른 뒤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모습이 서스럼없어. 아 형 진짜 뒤끝. 김태형이 웃으며 손을 뻗어. 친구랑 같이 왔는데 올라가도 되죠? 불쑥 튀어나온 팔에 잡힌 손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남자가 웃으며 감고 있던 팔을 풀어. 여자친구? 묻는 질문에 고개를 크게 저었어.
"저 여자친구 아니에요"
"아 죄송해요 얘가 여기에 여자친구를 잘 데려...
남자의 입을 빠르게 막은 김태형이 손을 놓아 위쪽을 가리켜. 너 먼저 올라가 금방 갈게. 계단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옆을 지나쳤어. 뭐지 이건. 남자 입에서 튀어나온 여자친구 얘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곤 걸음을 떼. 아 형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마요. 내가 뭘~ 억울함이 섞인 김태형의 목소리와 웃음끼 어린 남자의 말 소리가 점점 멀어져.
"우와"
도착한 곳은 옥상이었어. 캠핑장 같이 꾸며 놓은 주변에 입을 떡하니 벌리곤 핸드폰을 꺼내들었어. '찰칵' 카메라 소리와 올라가는 입꼬리에 정신이 팔려 다른 소리를 못 들은게 실수라면 실수. 한바퀴 빙 돌던 중 눈에 밟힌 인형에 순간 멈칫 했어. 가만히 문 앞에서 나를 보고 있던 김태형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제 핸드폰을 흔들어 보여. 뭔가 쎄한 느낌에 가까이 다가가자 바로 주머니 속으로 넣어. 뭐야. 뭐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에 손을 내밀자 다시금 손을 잡아와.
"?"
"손 잡자는거 아니였어?"
깍지 까지 끼고선 흔드는 모습에 표정을 굳히자 몸으로 어깨를 툭 밀어. 알았어 표정 좀 풀어. 싱긋 웃으며 손을 이끄는 김태형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어.
내가 뭐라고. 너는 왜 자꾸 그렇게 웃는거야.
"기분 안 좋을때마다 오는 곳인데 너도 좋아할 것 같아서"
모닥불을 피워준 남자가 내게 윙크를 하곤 먹을 것을 내려놓고 나가. 다리 위로 얹어진 담요를 끌어 앉은 뒤 발을 꼼지락 했어. 뭐, 나쁘진 않네. 중얼거리는 내 말에 되려 신나서 이것저것 말을 붙이는데 그제야 예전의 김태형 같아 슬쩍 웃었어. 이제까지 계속 멀게만 느껴졌는데 연습 땡땡이 치고 놀러나왔을때 생각도 나고 말 그대로 나쁘진 않아.
"그나저나 너 완전 살판 났다? 나랑 이러고 있을 시간도 있고"
"콘서트 끝나고 여유 좀 생겨서 그래"
얼씨구 좋겠네. 콘서트라는 단어에 기분이 묘했어. 나도 무대 위에 설 수 있을까? 수 많은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쥐고 춤을 추고.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끌어 모은 두 무릎에 턱을 올리곤 탁탁 튀고 있는 모닥불을 바라봤어. 잠깐의 정적이 흘러. 푹 꺼질 듯한 한숨을 내뱉자 "땅 꺼지겠다" 말이 곧장 날라와. 너가 뭘 알겠니 만년 연습생의 마음을. 눈을 위로 치켜 올리곤 입 안쪽을 잘근잘근 씹었어. 얄미워. 너가 너무 부러워서 보는 것 만으로도 미워. 속으로 말을 삼키곤 눈을 돌렸어.
"야 나도 그렇게 막 한가한건 아니야"
"그러시겠죠 슈퍼스타가-"
"너니까 시간 낸거지"
비꼬던 말이 쏙 들어가. 김태형 탓이 아님에도 자꾸만 툴툴거리게 됐고 이런 내가 싫어서 일부로 더 마주치기 싫었어. 사람이 찌질해도 정도가 있지 안그래?
"내 노력 가상하게 여겨줘"
그런 틈을 자꾸만 깨부실려고 하는 김태형이 제일 두려워. 말 없이 코를 훌쩍이자 어깨를 으쓱하고 말아.
"나도 너 처럼 될 수 있을까.."
"왜 나처럼 되려고 해"
"어?"
"더 잘되야지"
꽤 작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대답에 손가락만 만지작 만지작. 얘는 무슨 멘트 학원을 다니나. 아까부터 자꾸만 기분이 붕 뜨는 느낌이야. 불편하면서도 좋은 그런.
"어떠냐 이 김태형의 힐링코스"
"그 말만 안 했어도 참 좋았을 것을"
기여코 데려다 주겠다는 김태형에게 두손 두발 다 든 나는 집 앞으로 멈춰선 차에 벨트를 풀었어. 잠깐만. 내릴려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노트 한권을 건네. 얼떨결에 전해 받은 나는 뭐냐는 시선을 던졌고 연습생 부터 쓴건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설명을 덧붙여. 두꺼운 노트를 이리저리 보다 품안에 안았어. 고마워. 의외였는지 눈썹이 위로 치켜올라가.
"자존심 빼면 시체인 김여주가 웬일이야"
"나 꼭 데뷔 해야되거든"
내 말에 손을 들어 또 쓰담쓰담. 내가 니 개냐? 아 예쁘다~ 해줄때 그냥 받지 그래? 하여간 지는 법이 없어요. 퉁명스러운 말투에 능글맞게 말을 받아친 김태형이 웃으며 고개를 까딱해. 어서 들어가 늦었어. 그 말에 문을 밀며 차안을 빠져나와 집 앞에 섰어. 창문을 내린 김태형에게 어서 가라는 말을 건넨 후 몸을 돌렸지만 김여주. 불린 이름에 다시 고개를 돌릴 수 밖에.
"딱 그 거리"
고개를 내려 내 발과 김태형을 번갈아 보다 응? 멍한 얼굴로 반문했어.
"내가 찾을 수 있는 거리에만 있으라고"
"..."
"그럼 나 간다 내일 봐"
쥐고 있는 노트에 힘이 들어갔어. 웃는 얼굴이 창문 사이로 사라지고 나서야 멈춰 있던 숨을 쉴 수가 있었지. 김태형의 이해가 안되는 행동은 저게 다가 아니야.
이런식으로 밤 늦게 영상 통화를 걸어올때면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나 좀 살려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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