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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처음 만난 날을 기억 하나요 - 316
할머니의 손녀인 칠봉이가 여기에 놀러 왔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어릴 때라 선명하진 못해도 할머니의 말을 듣다보면 계속 함께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항상 밝기만 했던 아이였다. 아니 듣기에 그랬다. 근데 요즘은 할머니가 칠봉이의 얘기를 잘 안 해주신다. 내가 있는 곳으로 자주 안 오셔서 들을 수가 없다. 칠봉이가 어떤 애인지 더 듣고 싶은데.
"밍구야, 이리 온."
드디어 오셨다. 근데 할머니께서는 무릎이 편찮으신지 한 손에는 내 밥을, 한 손으로는 벽을 짚으시며 걸으셨다. 점점 악화되는 할머니의 건강에 괜히 내 마음이 더 아파지는 것 같다. 그때 이후로 통 놀러오질 않는 할머니의 손녀는 잘 살고 있는 건지. 할머니가 기억을 되감을 때면 나도 그 옆에서 속으로 맞장구를 치며 그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곤 했다.
"할미가 몸이 많이 안 좋은데 내가 저 세상 가뿔면 우리 밍구는 우얄꼬.."
"끼잉.."
할머니를 조금이라도 웃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 할머니는 날 보며 똥깡아지- 똥깡아지 하시면서 웃으셨으니까. 밥을 열심히 먹자 잘 먹는다며 내 등을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는 내가 바랐던 것과 달리 눈물을 뚝뚝 흘리셨다. 한참을 쳐다보자 내 곁에 의자를 가져와 앉으시며 조곤조곤 말씀하셨다.
"전설 기억 나나. 할미가 입이 닳고 불어 터지게 말 했던 거. 할미는 너랑 우리 똥깡아지가 행복하는 게 소원이다. 신이 오걸랑 너랑 똥깡아지가 행복하게 해 달라고 빌어. 알겠제..?"
"…멍!"
이 말씀을 해 주시고, 며칠 뒤. 할머니는 주무시다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이 말씀을 내게 꼭 해주고 싶으셨나보다.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할머니를 데려가고 내게 먹이를 산 만큼 쌓아주고는 그냥 가버렸다. 그래. 내가 짐처럼 느껴지겠지. 밥그릇에 있는 이 사료도 다 먹게 되면 굶어서 죽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눈 앞을 가려 정신이 아득할 때 쯤이었다. 기억 끝에 자리잡고 있는 낯설지만 익숙한 향기였다. 그리고 반가운 냄새.
온 힘을 다해 내가 여기 있다는 표시를 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있는 곳으로 한 소녀가 들어왔다. 아, 쟤가 칠봉이구나. 할머니, 드디어 할매 똥깡아지랑 만났어요. 내가 할머니 몫까지 행복하게 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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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솜사탕 - 물고기꿈
"얘가 어디갔지…? 밍구야, 밍구야!"
분명 내가 잠깐 잠에서 깼을 때 밍구가 옆에 발라당 누워있는 걸 봤는데 이불 위엔 아무 것도 없었다. 보일러 온도가 너무 높아서 거실로 간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방 문을 붙잡고 나가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았다. 어, 왜 현관문이 열려있지..?
"현관 누가 열었어?"
"내가. 환기 좀 시키려고 방금 열었어."
거실 소파에 누워 치토스를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던 이석민은 뭐가 그리도 웃긴지 깔깔 거리고 있다. 대답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선 채로 초조해 보이는 내가 이상한지 먹던 과자를 다시 과자 봉지 안에 넣어 놓고는 내게 물어왔다.
"뭘 봐. 내가 그렇게 잘 생겼어? 하, 또 내 미모에 뻑이 가서는."
"…구."
"뭐?"
"밍구 없어졌다고, 이 멍청아!!"
한껏 소리를 지르고는 신발도 짝짝이로 신은 채 수면바지와 반팔 차림을 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지금 내가 무얼 신었는지, 입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제 데리고 온 애를 하루 만에 잃어버리는 게 어디있어...! 동네방네 밍구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녀봐도 털 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숨이 턱까지 차게 뛰어봐도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해선 못 찾겠다 싶어 집으로 다시 돌아가 전단지를 만들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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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 소파에 누워 배를 긁으며 누워있었던 이석민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아무도 없는 집 같이 조용했다. 부모님은 일하러 가셨으니까 당연히 없고, 이석민은 방으로 들어갔나..? 추운 바깥 날씨와 다르게 천불이 나는 내 가슴을 진정시키려 부엌으로 가 차가운 물을 한 잔 떠서 방으로 가려는데,
"내가 방 문을 닫았던가…?"
내가 열어야 할 문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잘 닫지도 않는 방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뭐야, 무섭게. 근데 보나마나 이석민이겠지, 또 장난치려고. 문 고리를 잡아 돌리자 밝은 빛이 새어나와야 할 형광등은 빛을 발하지 않았다. 불도 켜 놓지 않은 채로 누군가 침대 위에 뒤 돌아 앉아있었다.
"야, 이석민 장난치ㅈ.."
"…."
"끄아아아악!!"
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던 남자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얼굴이었다. 뭔데 나를 잘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저렇게 예쁘게 웃는 거야? 여자보다 더 예쁘네. 너무 놀라 뒤로 자빠진 나는 악을 질러가며 방에서 나오려 안간힘을 썼다. 내 비명이 워낙 크게 들렸는지 헤드셋을 낀 채로 다급하게 달려오며 내게 왜 이러냐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다 방 안을 한 번 보더니.
"왜!! 아이씨, 거봐. 너는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고 밍구가 집을 나갔다는 거야. 여기 떡하니 있구만."
"…ㅁ, 뭐? 누가 밍구라는 거야!"
"침대 위에 앉아있잖아. 저기!"
형광등까지 켜서 침대 위에 앉아있던 남자에게 삿대질을 하더니 저 남자에게 밍구란다. 이석민, 얘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정신이 나갔나. 미칠거면 곱게 미치던가.. 이석민의 등을 몇 대 치면서 어떻게 사람한테 개라고 할 수 있냐는 내 말에 도리어 나를 퍽퍽 쳐대며 너나 정신 차리란다.
"밍구 찾았으니까 됐지? 승급전인데, 이씨."
"…."
"봐, 밍구도 형님 얼른 가서 게임 하십시오- 하잖아."
"…네 방으로 꺼져."
꺼지라니, 동생아. 내 머리에 딱밤을 한 대 놓고는 방으로 피신한 이석민이었다. 아픈 머리를 문지르며 눈은 이석민 뒷통수에 고정했다. 아, 겁나 아파.. 뒷통수를 문지르는데 내 앞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다가오는게 느껴져 고개를 천천히 들자 방에 있던 남자가 내 앞에 서 오른손을 뻗고 있었다. 살짝 놀라 움찔하자 한 발 물러서며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나 밍구 맞아."
"ㄴ, 네?"
"잘생겼어, 나?"
당황스러웠지만 내 앞에 있는 얼굴은 못생겼다고 말 하면 돌 맞을 정도였다. 앞서 말 했지만 웃는 모습이 여자보다 예쁘다니까..? 일단 놀란 가슴 진정시키며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의 얼굴을 더듬거리며 '신이 맞긴 맞나 보네.' 하더니 일어나더니 내게 다시 손을 뻗는 남자였다. 아니 밍구…였다.
"얼른 잡고 일어나."
손을 살며시 잡자 내 손을 아프지 않게 꽉 잡고 일으켜줬다. 마치 제 방 인양 안으로 들어가더니 어제 밍구에게 깔아줬던 이불을 안아 들고는 침대 위로 털썩 앉는 남자였다. 이 이불이 너무 좋다고 꽉꽉 껴안다가는 제 옆을 팡팡 내리쳤다. 그러곤 내게 이리 와 앉으라더니 우물쭈물하는 내가 웃겼는지 혼자 웃음을 터뜨리다 갑자기 진지한 얼굴을 하더니 내게 묻는다.
"…내가 싫어?"
"에? 아니, 그게 아니라…"
"말 더듬는 게 좀 걸리긴 하네."
입을 삐죽 내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 웃기만 하는 사람 밍구였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거야? 이석민이 대체 왜 못 알아 보는 거냐고!! 내가 어제 밍구에게 들려준 전설이 정말 있기라도 한 걸까..
"주인."
"어?"
"이제 네가 내 주인이야."
덤덤하게 말 하다가 천천히, 활짝 웃으며 내가 자신의 주인이라는 것을 말하던 밍구는 내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자 그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손을 잡아 자신의 머리 위에 얹었다. 그러곤 앞뒤로 왔다갔다 거리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게 했다. 밍구의 머리에 꽂혀있던 내 시선이 노란 털이 풍성하게 나 있는 꼬리를 향했다.
잠깐만. 꼬리? 사람한테 꼬리가 왜..
"아직 완전한 사람은 아니야. 갑자기 꼬리나 귀가 나오기도 한다나 뭐라나. 신이라는 작자가 그러더라고."
"신?"
"응. 네가 어제 자기 전에 나한테 말해줬잖아.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자신의 꼬리를 한두번 만지작거리던 민규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벌떡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자 오늘 새벽에 잔뜩 내렸는지 차 보넷 위에 눈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아까 밍구 찾으러 나갔을 때도 정신은 없었지만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던 것 같기도 했고. 할머니가 말해준 전설이 진짜 있던 거 였어…?
"넌 무슨 소원 빌었는데?"
"안 알려줄 거야."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자신의 소원에 대해 입을 꾹 다물겠다던 밍구는 '뭐, 차차 알게 될 거야.'하며 내 코 끝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밍구였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니 괜히 어색한 느낌이 들어 얼른 이 분위기를 깨기 위해 떠오르는 아무런 말을 다 내뱉었다. 그러다 밍구의 사람 이름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민, 민규!"
"뭐?"
"네 이름! 사람이니까 밍구 말고, 민규 하자."
원래 네 이름은 민규였거든. 이 말은 쏙 집어넣은 채로 이름을 밍구에서 민규로 바꾸자는, 분위기에 휩쓰려 막 내뱉은 내 말에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던 밍구의 고개는 천천히 끄덕이다 점점 빨라졌다. 그러곤 좋아! 하고 대답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어보이는 밍ㄱ, 아니 민규였다.
@@@@@@@@@@
캬핳. 아낌쪄입니다.
빨리 올리고 싶은 마음에 아까 실수로 확인을 눌러부러써... 글도 다 안써놓고...
설레는 맘으로 들어오신 분덜 뎨둉하게 됐습니다..^0^
뭔 첫 눈이 저렇게 빨리 오나 싶으시죠..?ㅋㅋㅋㅋㅋㅋ
전개상 여러분들이 얼른 빙구밍구 보고싶으실 거 같아서 제가 아는 도깨비한테 부탁해서 눈 좀 내리게 했습니다.
오늘도 티격태격美쩌는 서쿠오빠는 잘 보셨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뭐, 그렇다고요..^^
이제 곧 개학개강시즌인데 힘냅시다..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화이또간바레짜요화이팅..!♥
그럼 안녕!
:)
♡아낌쪄가 상당히 아끼는 독자님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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