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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섭/물방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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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배포허용. 커플링, 작가명 수정 불가

그날 당신은 내게 왔어. 당신이 내 앞에 서 있을 때 나는 놀랐으면서도 태연한 척 미소를 지었어. 그러면 내 기다림이 티나지 않을 것 같았어. 정말 오랜만이었어. 당신이 나를 찾아온 건. 하지만 나는 당신이 왜 나타난 건지 묻지 않았어. 그냥 웃으면서 말을 건넸지. 뭐 먹을래. 당신은 대답이나 수긍은 하지 않았어. 나도 그런 반응을 기대한건 아니었기때문에 조용히 수조 앞으로 갔어. 뿌연 수조 안에는 아침에 들어온 광어가 유영하고 있었어. 내 눈에는 광어가 주저 앉은 걸로 보였어. 그건 아마도 싱싱함을 잃어가기 때문이겠지만, 가슴이 아팠어. 당신에게 회를 떠줄 때마다 매번 가슴이 아팠어. 살아있는 생선살을 저며서 당신의 앞으로 내밀 때, 그 살점들은 이미 내가 되어 있었어. 인어공주가 생각났어. 왕자를 죽여야 자신이 살지만 사랑하는 왕자를 죽이지 못해 결국 자멸하는 인어공주는 나였어. 당신 앞에서 나는 항상 형체가 없었어. 물방울처럼 사라지고 결국은 당신에 대한 내 감정까지 묻히고 말았어. 당신은 내가 떠준 회를 먹지 않고 있어. 지금 상에 올려놓은 살점들이 내 고통들이었다는 걸 조금이라도 눈치챈 걸까. 당신은 소주잔만 계속 입가에 가져가고 있어. 나와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않아. 그저 서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야. 시간이 우리 사이에서 멈춰버린 듯 조용한 정적만 흘러. 나는 이렇게 웃는 것이 참 지겨워. 하지만 당신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어. 광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어. 어쩌면 내 감정도 이미 죽어버렸어야 하는 것이었는 지도 몰라. 당신은 끝까지 술만 들이켰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철저히 회접시는 무시했어. 봐주지도 않았어. 나는 항상 어느 부분에서는 당신을 포기해왔어. 당신의 상냥함이나 따사로움은 내것이 아니었어. 당신의 밝은 부분은 다른 사람이 차지해버렸기 때문에 나는 당신의 어두움이라도 가지고 싶었어. 그래서 당신의 그림자는 내것이었어. 오늘따라 그림자조차 내쪽으로 기울지 않았어. 나는 점점 당신이 나를 떠날 것이라는 걸 알아. 그게 정말 싫은 일이지만 말릴 수도 말려서도 안된다는 것을 알아. 당신은 내 곁을 떠날 것이고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나는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서 이를 악물었어. 계속 미소를 지었어. 당신은 그런 나를 경멸스럽다는 듯이 쳐다봐. 무표정이었던 당신의 얼굴에 새로운 표정이 덮여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아팠어. 당신은 자꾸 날 아프게 해. 당신은 입을 열었다. 다시 닫고 소주잔을 움켜쥐었어. 해연이 죽었다. 그리고 당신은 나지막하게 뱉었어. 너희 누나 죽었다고. 나는 계속 미소를 잃지 않았어.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 데 굳이 슬퍼해야하는 이유는 없어. 다만 이번에도 가슴이 아팠어. 당신을 볼 때마다 아려오는 가슴과는 다른 통증이었어. 눈가에 눈물이 맺힌 걸 알았어. 하지만 닦지는 않았어. 닦는 순간 당신의 앞에 서 있는 나는 물방울처럼 산산히 부서지고 말것 같았어. 당신은 흐느끼기 시작했어. 사랑하던 사람이 죽으면 그런 슬픔이 묻어나오는 거구나. 나는 당신이 죽으면 저런 슬픔에 빠지게 될 거란 걸 알게되었어. 하지만 당신은 나를 위해 울지 않아. 당신은 일어나려고 조금씩 몸을 움직였어. 나는 이제 다신 당신이 내게 오지 않을 거란 걸 알아. 두준아, 라고 불렀어. 얇은 내 목소리가 물기어리게 잔잔히 떨려오는 걸 느꼈어. 이거 먹고 가. 한 입도 대지 않았잖아. 더 이상 웃는 표정을 짓기 힘들었어. 아마도 당신 본 나는 이를 데 없이 처절한 모습이었을 거야. 당신은 뒤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어. 광어회는 점점 싱싱함을 잃었고 지금은 생명이 없어. 나는 울고 있어. 인어공주가 죽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어. 나는 이제 철처하게 물방울이 되었어. 내 횟집에서는 모양없는 울음소리만 커져갔어. 당신은 이제 없어. 나는 이 지독한 사랑을 끝내야만 해. 당신까지 죽일 순 없으니까.  도마 위에 놓여진 칼에는 새 빨간 핏물이 묻어있어. 그건 아마 내가 저민 광어의 피일거야. 아니면 인어공주의 흔적이거나. 나는 조금씩 호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어. 사랑해서 사라지는 중이야. 안녕 윤두준, 내가 사랑하는 나의 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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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잘쓰신다...ㄷㄷㄷ.........슬..픙ㅇ...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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