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은 너의 책상위에 흰종이를 가르키며
눈짓을 하고있어.
" 지방...발령..?"
" 이번 프로젝트건 때문에 지방발령공문이 내려왔었어요. ㅇㅇ씨는 몰랐던거같은데, 회사분들 다 꺼려하고 있던 참이였는데 하필..."
이 상황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너야.
요 며칠간 머리아픈일에 온갖 신경이 곤두서있는 너여서 지방발령을 가서 머리도 좀 식히고 오자 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ㅇㅇ씨 이번 발령 못가는걸로 보고드려요."
" 아뇨, 저 괜찮아요. 어차피 이번 프로젝트건만 마치면 바로 다시 복귀할거고 저 아니면 또 다른분께 미뤄야하는 일이잖아요. 그냥 제가 갈게요."
당장 내일부터 지방으로 출근을 해야하는 너라서, 너는 급하게 너의 짐들을 간단히 챙겨놓고 퇴근을 했어.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으로 오피스텔로 들어서는데, 현관에 기대 서있는 재환과 마주쳐.
" 나 때문인거에요? 지방으로 가는거.
혹시 그런거면 가지마요. 앞으로 조금의 관심도, 이렇게 대화하는것도 ㅇㅇ씨가 불편한거면, 나 안할게요."
" 그런거 아니에요 부장님."
" 그런게 아니면 가지말라고, 대답해요. 가지않겠다고"
너는 아무 대답없이 재환을 지나쳐, 집으로 들어왔어.
이제 다털어버리고 내일부터는 새회사, 새동료들과 함께하는것만 생각하기로 하는 너야.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그때 초인종이울려.
인터폰으로 확인해보니 학연이야.
" 어쩐일이에요, 학연씨?"
" 아..내일이면 얼굴 못볼텐데, 좀 봐두고싶어서요."
" 뭐에요, 싱겁게."
갑자기 점점 가까이 너에게 다가오는 학연이야.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 너를 본 학연은,
" ㅇㅇ씨 왜이렇게 귀여워요, 진짜."
후끈 달아오른 두 볼을 손으로 감싼 너는 놀리지 말라며 학연에게 한마디 하는데,
너의 손위에 학연이 손을 그대로 감싸 얼굴을 잡고 짧게 입을 맞췄어.
깜짝 놀란 눈을 하고있는 너를 보고서 학연은 그대로 너에게 입을 한번 더 맞춰와.
학연의 따뜻한 입맞춤에 너도 학연을 밀어내지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어.
너는 먼저 입술을 떼고 학연의 눈을보지못하고 부끄러워해.
" 저 이거 ㅇㅇ씨 마음, 나한테 온걸로 알아도 되죠?"
최근 방황하고, 기댈곳없는 너의 지친마음이 학연으로 인해서 풀린것같았던 너는 긍정의 대답으로 살짝 미소를 지어보여.
" 그럼 오늘부터 ㅇㅇ씨, 내 여자된거네요.
피곤할텐데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미안해요. 일찍 자고 내일 아침에 잠깐 얼굴보러올게요. 잘자요"
언제부터 서있었던건지, 현관 복도에 재환이 서있어.
너와 눈을 마주치고도 재환은 아무말없이 허탈한 웃음을 짓고 문을 닫고 들어가버려.
너는 재환에게 어떤말도 할수가 없었어. 재환의 눈시울이 붉게물들어있는걸 본 너였으니까.
학연이 가고 아무래도 재환이 마음에 걸렸던 너는 재환의집 현관앞에서서 초인종을 눌러.
" 부장님, 저에요. ㅇㅇㅇ"
" 무슨일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재환의 차가운 표정과 말에 당황한 너야.
" 아..저기 아까 학연씨랑 저보신건...오ㅎ.."
" 어떤말이 하고싶은건지 잘모르겠는데 ㅇㅇ씨 변명같은거, 별로 들을 필요없는거 같은데요."
말을 끝내고는 이내 신경질적으로 문을 세게 닫아버리는 재환이야.
' 이렇게라도 안하면 내 맘 변할거같으니까, 상처받더라도 조금만 이해해줘요 ㅇㅇ씨.'
늦게와서 죄송해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