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낙원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본적 있습니까?
낙원과 나락은 같으니, 낙원은 나락이고, 나락은 낙원이라는 모순.
각자의 낙원은 다릅니다. 이 세계를 거쳐 도달할곳이
낙원이라고 믿는다면 그곳은 낙원이며 나락이라고 믿는다면 그곳은 나락입니다.
낙원과 나락이 같다는 논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새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다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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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가면 쓸쓸하니까 너도 데려가는거야. 그러니까..... 죽였다고해서 나 미워하지마...? 알았지.......? ...응?"
짙은 피의 도취감은 검날마저 새빨갛게 물들여간다. 검은 모든것을 살려두지 않았다.
눈동자의 초점을 아름다운 실바람에 조금씩 빼앗겨가는 상근이의 어깨를 잡고 미친듯이 흔들며,
주르륵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정신이라도 분열된듯이. 미친듯이 눈물이 흘러내리는데도 조금도 자각하지 못하는듯 싶었다.
"......응? 상근아? 알았지? ....난.........상근아..., 상근아, 상근아......"
"....그만 일어서세요. 상근이는 죽었어요. 어서."
인티인이 주르륵을 재촉했다. 벌써 같은말을 열댓번은 더 한것같은데도 주르륵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인티인이 다시한번 같은말을 던졌다.
".....제발 그만 일어서세요. 상근이는 죽었어요."
".......상근이가? ...죽었어?"
고개를 돌리지도않고 되묻던 주르륵을 보던 인티인이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죽였잖아요."
".....내가? ..........아냐, 난 상근이를 죽이지 않았어...."
그래서, 끝내 인티인은
"제발 좀 정신 차려요! 당신이 죽였잖아요!"
"................아냐.....아니야...아니야 그만해 제발 그만!!!!!!!"
"........."
주르륵이 말을 들을리가없었다.
주르륵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였으니까.
모두가 언젠가는 모순된 낙원을 갈망하듯이 그는 지금 그가 만들어낸 모순의 낙원을 찾는거니까
자신이 죽인 사람을 죽지 않았다고 치부하는것은 모순인걸까, 그 이유로 주르륵의 낙원은 모순된것일까.
이 세계는 어쩌면 이렇게 진실도 거짓도 아닌것으로 가득 차있는걸까
그래서, 그는 느끼기 시작한다
무엇인가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충동이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너를...........
그리고 곧 그의 이성이 잘리는 소리와 그의 살이 잘리는소리가 함께 들렸다
"............!!"
모순을 거부한것일까, 낙원을 찾은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상근이를 따라간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낙원을 찾지 못한채로 분열된걸까
낙원을 찾기 전까지 그는 끝까지 상근이에게 질문하겠지
집요하게... 낙원으로 향하는 대답을 들을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