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아
w. 파란비
승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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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번에도 널 놓쳤다.
함께 영생을 살자던 네 한마디에 널 안았다.
널 잃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널 찾은 게 얼마나 되었다고.
내가 널 탐한 후 네가 어떻게 될지 내가 더 잘 알고 있었으면서.
따뜻한 봄날, 휘날리는 벚꽃잎처럼 해사하게 웃어주던 너는 그렇게 나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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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처음 본 건 꽤나 오래전 이야기다.
네 전생, 아니 네 전생의 전생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지금처럼 해사하게 웃어주던 네 얼굴에 반했다.
내가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 속삭이던 네가, 늦은 밤이면 내 옆에 누워 작은 입을 오물거리던 네가 좋았다.
어디서 들어온 건지 나와 영생을 살겠다며 자신을 물어달라며 하얀 목을 들이밀던 널 밀어내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내 행동에 토라지던 널 달래주는 것도 내 삶의 낙이였다.
그랬으면 되는 것이었다.
평소처럼 목을 들이밀던 널 밀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하지 못하였다.
너와 영생을 살고 싶은 내 욕심이 너무 커져 그렇게 널 안았다, 그러곤 널 물었다.
내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다.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각성이라는 것. 그들은 그 고통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인간에겐 그것이 큰 독이 될 것이라고.
그때 그 말을 생각했더라면, 평소처럼 널 밀어냈더라면 너와 나는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처음 널 잃었다.
네가 죽고 난 후 난 널 살릴 방법을 모색했다.
하지만 나를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얼마 뒤 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네가 원래 없던 것처럼, 꿈을 꾼 것처럼.
그렇게 몇십 년을 방황했다.
혹시나 네가 나타날까, 혹시나 어디선가 날 찾고 있지는 않을까 해서.
몇십 년이나 지났을까 내가 그리 찾던 널 보았다.
전보다 더 아름다웠고, 더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난 네게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혹시나 네가 날 기억할까, 그때 널 안던 내 얼굴을 무서워할까.
그렇게 먼발치서 널 지켜보았다.
하지만 네 전생과 넌 다르지 않았다.
얼마 안가 내게 관심을 보였고 날 사랑해주었다.
그 아이가 행복하길 바랬더라면 난 밀어냈어야 했다.
하지만 난 그러하지 못했다.
그리고 넌 다시 날 시험에 들게 하였고
그리고 난 널 다시 안았다.
그렇게 또 널 잃었다.
처음으로 널 원망했다.
왜 나 같은 걸 사랑한 건지, 왜 나를 밀어내지 않았는지. 원망의 끝은 자책이었다.
모든 걸 알고선 왜 다시 널 안았을까.
그 끝은 처참하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또 그 아이를 힘들게 보냈는지.
네가 떠난 이곳은 황량했다.
내 집은 네가 남겨둔 모든 것으로 가득했다.
곳곳 남아있던 네 흔적을 지우며 다짐했다.
널 다시 보게 된다면 모른 척 지나가리라, 사랑한다 외치지 않으리라.
내가 널 밀어내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기에.
또 너를 떠나보내야 하기에 그렇게 다짐하고 다짐했다.
그렇게 또 수십 년이 지났다.
잊힐 줄 알았던 네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생생하게 각인되어왔다.
평소처럼 걷던 거리에 네가 환영처럼 보였다.
내 손을 잡으며 부끄럽다고 귀를 붉히던 네가 보이는 것 같았다.
저와 어울리는 옷을 입곤 제 친구들과 웃으며 거리를 걷던 아이
너다
네가 맞다
내가 찾던 그 아이다
본능이 이성을 삼켜버렸다.
했던 모든 다짐들이 잊힌다.
그렇게 나는 널 또 한번 아프게 한다.
역시 너는 전생과 같았다.
네 눈앞에 밟히던 날 좋아해 줬고, 내게 사랑을 속삭였다.
알고 있었다, 이 사랑의 끝은 네 희생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기적인 나는 그것을 외면했다, 그저 내 행복을 위해, 내 앞에 있는 너로 인해 고통을 잊기 위해.
얼마 안 가 넌 내게 영생을 함께 하자는 말을 꺼내왔다.
신은 또 내게 시험을 들게 한다.
나는 네게 입을 맞췄다.
네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네가 이야기를 꺼내려 하기만 하면 그 입술을 막아버렸다.
더 이상 네가 나를 떠나지 않게 하려는 내 마지막 발악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 넌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내 앞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내뱉으며 울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거냐며 내게 물었다.
네게 뻗으려던 손을 거뒀다.
난 정말 널 사랑하는 걸까.
내가 널 사랑해도 되는 걸까.
난 네게 사랑한다 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하나다, 난 널 사랑하고 사랑했고 사랑할 것이다.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널 사랑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또 그렇게 널 안아 버렸다.
역시나 그 끝은 참담했다.
멍청한 나는 그렇게 또 널 잃어버렸다.
널 그렇게 떠나보낸 후 또 멍청히 다짐한다.
널 보면 멀리 도망 치리라, 내 목숨을 걸고 널 피하리라.
나로 인해 네가 힘들지 않도록 하리라.
네 벚꽃 같은 웃음을 지켜주리라.
혹여나 너와 다시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의 마지막은 네 죽음이 아닌 내 죽음이리라.
읽어주세요 :) |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글 속의 승철이는 뱀파이어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언젠가 환생할 그녀를 기다리는 순애보 승철이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짧은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