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내 여자
너쨍
정택운
어느 덧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낙엽이 떨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캠퍼스 길을 걷는 내 뒤로 나와 함께 움직이는 발소리,
너구나. 오늘도 어김없이 내 뒷모습을 보고 있구나.
“.....”
“...... 언제까지 뒷모습만 볼 거야?”
“.....”
“..... 택운아”
“..... 싫어. 뒤에 있는 게 더 편해”
“.....”
늘 그랬다. 너는, 옆에 있는 것보다 내 뒤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택운아, 사실은 말이야. 난 니가 내 옆에 서줬으면 했어.
니가 내 뒤에 있으면 난.... 니 모습을 볼 수가 없잖아.
“...... 나 고백받았어”
“...... 응”
“..... 근데 아직 대답 못해줬어”
“...... ”
진짜야. 학연이가 나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근데, 대답 못해줬어.
고백을 받는데... 근데... 니가 내 뒷모습을 보고 있을 것만 같은거야.
니가 어김없이 내 뒤에서 내 뒷모습을 보고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럼, 니가 너무 아플 것 같아서 받아줄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런데..
“택운아, 옆으로 오면 안돼?”
“......”
“...... 응? ”
또, 거절하면 안 돼. 택운아, 그럼 이번에는 진짜... 나...
“ .... 내가 니 옆에 있으면 참지 못할 것 같았어”
어느 새 내 옆으로 다가와 내 어깨를 잡아 내 눈을 바라보는 너.
드디어 마주했네. 우리. 그치 택운아.
내 옆에 와서 내 어깨 잡고 내 눈 보고 있네 너.
“......”
“이렇게 눈도 보고 싶고, 이렇게 어깨에 손도 올리고 싶은데, 그럼 안 되니까,
그러니까 니 뒷모습을 보는 게 차라리 편했어.
“.....”
나는 싫었어, 니가 내 눈도 이렇게 봐줬으면 좋겠고, 내 어깨에도 이렇게 손 올려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니가 내 옆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
“... 니가 시작한거야”
응, 내가 시작한거야 택운아.
“믿을 거야. 그러니까 이거 하나만 약속해”
끄덕끄덕,
당연하지, 니가 이렇게 내 옆으로 왔잖아.
그러니까 너와의 약속도 지킬 거야. 그럴 거야 택운아.
“너쨍, 오늘부터 내 여자야”
조심스럽게 나를 안아오는 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응. 당연하지, 오늘 부터 니 여자야. 나,
그런 너의 허리에 조심스럽게 허리를 감는다.
“정택운, 너도 오늘부터 내 남자야”
피식- 내 말에 미소 짓는 너, 그런 너의 팔에 들어가는 힘을 느끼고
나도 모르게 너를 힘껏 안는다. 나 지금 진짜 너무 행복해 택운아.
“오늘부터 너 내 남자니까 다른 여자는 쳐다도 보지 마”
품에서 살짝 떼어놓고는 단호히 말하는 나를 바라보는 너,
당연히 나만 봐야지, 이 이쁜 눈으로 다른 여자 보기만 해봐~
“내가 해야 할 말 아니야?”
하더니 고개를 숙이며 웃는 너,
그런 너의 모습이 좋아 나도 모르게 너의 정수리를 쓰다듬는다.
“이렇게 이쁘게 웃지도 마,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렇게 이쁘게 웃어?”
내 말에 주저앉아 소리 내어 웃는 너다.
택운아, 나 지금 너무 행복해, 내 앞에서 웃는 니 모습이 너무 좋아.
“이것도 내가 해야 할 말 아니야?”
벌떡 일어나 품 안에 나를 안는 너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아?
“너쨍. 이거 꿈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늘 내 뒷모습만 바라보던 니가
내 눈 앞에서 나를 안고 있는 이게 지금 현실이야?
“택운아, 이거 현실이야?”
내 말에 피식- 웃더니 내 볼을 꼬집는 너.
야! 나 아프단 말이야!
“정택운! 이게 뭐야! 여자 친구 볼을 이렇게 꼬집는 게 어디 있어!”
“현실이라고 느끼게 해주려고”
미소 지으며 이야기하는 너를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맞아. 현실이네. 그렇네. 우리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이 모습
진짜였어. 꿈이 아니었어. 택운아.
**
“헝, 조정석 오빠 진짜 멋있는 거 같애”
“..... 응?”
“조정석 오빠! 진짜 어떻게 저렇게 멋있지? 나 진짜 설레어 택운아”
“...... ”
“왜? 너는 재미 없었어?”
“너쨍”
“응?”
“로맨틱 코미디보다 나랑 하는 연애가 더 설레지 않아? 자기야.”
자...기야? 정택운 지금 너 자기야라고 한거야?
맙소사, 그렇게 듣고 싶었던 자기야를 이렇게 귀엽게 질투하면서 하는 거야?
“.... 아 반칙이야 정택운!”
“뭐가 또 반칙이야”
“해달라고 할 때는 안 해주고! 이렇게 갑자기 하기 있기 없기!”
“있기-”
쳇- 단호하시긴! 그래도 너한테 자기라는 이야기도 듣고 기분은 최고네!
“너쨍”
“응? 왜 택운아?”
“... 자기야”
“.........”
오늘 왜이래 정택운, 진짜 나 오늘 죽겠다 죽겠어. 심장이!
“마음 속으로는 수백번 수천번 이야기하는 데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게 아직도 어렵네.
그래도 이렇게 가끔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감사해.“
.... 택운아, 멍하게 너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너,
헝-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있는 거야 진짜!
“이렇게 꼭 안겨있어. 내 꺼니까. 너랑 있으면 1분 1초도 모자라.
딴 놈들이 너 볼까 걱정도 되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나도, 나도 그래 택운아- 누가 너 보고 한눈에 뿅~ 갈까봐 그게 너무 불안해.
니가 나 두고 가버릴까봐. 내가 니 뒷모습 보고 있을까봐
다시 우리가 옆자리가 아닌 앞과 뒤에서 서로를 바라봐야 할까봐 그게 제일 불안해.
“걱정 마,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넌, 나만 따라와”
내 눈을 보며 이야기 하는 너를 꼬옥 하고 안았다.
절대 안 놓쳐야겠다 이 남자. 평생 같이 해야지.
사랑해 정택운
*
안녕하세요 미니입이라고 합니다.
어휴 밑도 끝도 없는 글 솜씨로 이렇게 찾아왔네요.
재미없는 글이지만 잔잔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