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곳을 다 오게될 줄이야. 그것도 의뢰건으로.
이름이 신은 검은색 하이힐이 매끈히 빛났다. 긴 복도를 걸을 때마다 또각또각 소리가 공허히 울렸다. 몸에 딱 붙은 검은색 원피스가 뱃살 하나 없는 배와 허리를 드러내주고 있었다. 다이어트 한 보람이 있네. 벽면에 붙은 큰 전면 거울을 보며 이름이 생각했다.
순간 그녀의 목에서 목걸이의 보석이 빛을 받아 반짝하고 무지개빛으로 빛났다. 그 멍청이, 나 끔찍이도 좋아했지. 뭐, 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준 건데, 사실 커플 목걸이었다. 커플 목걸이라는 사소한 사실에 신경쓸 이름이가 아니었다. 예쁘면 장땡이지, 분명 그 놈 목에도 하나 걸려있을 테지만.
이름이 파출소도 아닌 도시 한복판에 있는 큰 경찰서에 제 발로 들어오게된 건 놀랍게도 자백을 위해서도, 신고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글쎄, 나한테 경찰로부터 직접 의뢰가 들어오다니. 그것도 경찰 나으리께서 직접.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예쁜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말간 웃음과 달리 속내는 자만감에 가득찼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봉투 속 돈은 얼마나 되려나. 그 돈으로 뭘 사지. 의뢰와는 관련이 하나도 없는 영양가 없는 생각들이었다.
검정색 크레파스보다 까만 생머리를 한 쪽으로 넘기고 자신이 걸어온 경찰서 복도를 쓱 둘러보았다. 음, 여기 쯤이겠지. 약속했던 경찰서 내부의 회색 문 중 하나를 열었다. 얇고 하얀 손목은 그저 당차기만 했다. 문을 열자마자 코튼 느낌의 공기가 그녀를 덮쳤다. 경찰서가 원래 이렇게 포근한 냄새가 났던가. 그리고 눈에 띄는 하얀 얼굴.
"오셨어요."
일주일 전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생각하며 입꼬리는 올리고 눈꼬리는 내리며 웃어보였다. 이지훈 형사라고 했던가. 그랬던 것 같다. 꽤나 앳된 목소리가 전화를 할 때와 꼭 닮았다. 실제로 보니 목소리보다도 얼굴이 어째 더 동안인 듯 했다. 어린 나이에 형사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날 불러낸 걸 보면 이 프로젝트에서 작은 역할을 맡은 건 아닌 듯 보였다. 집안에 돈이라도 많은 걸까, 능력이 좋은 걸까.
이지훈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손님을 세워두고 말이야. 표정을 구길까 하다가 관뒀다. 커피포트에 물을 받아 올려놓은 이지훈 형사가 손으로 날 안내했다.
"이쪽으로."
검은색 소파에 몸을 뉘었다. 빨리 말해달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녹차 좋아하시죠? 묻는 그에게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렸다. 찻잔에 물을 붓고 녹차 티백을 꺼내 찻잔에 담군 그가 내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녹차예요.
"놀라셨죠."
누가 안 놀라겠어. 경찰이 나에게 전화를 해왔는데 말야. 정작 해야할 말은 안 하고 시간만 끄는 듯한 형사에게 짜증이 날 무렵이었다. 내가 먼저 말해야지, 답답해서 죽을 노릇이었다.
"그래서 제가 해야할 일은 뭐죠? 제가 좀 성격이 급해서."
"푸흡- 네, 얼른 말씀드려야죠."
그렇게 간단한 사건은 아니어서요. 복잡한 사건 중에서도 가장 심한 축에 속하죠. 그래서 꽤 오랫 동안 준비해오기도 했고. 그 만큼 위험 부담도 커요. 그럼에도 제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경찰로서의 사명감 때문이랄까요?"
"참 멋진 사명감이네요. 그래서 제가 해야할..."
"일단 사건 설명부터 하고 말씀 드릴게요."
욕을 하려다가 목 안으로 쑤셔 넣었다. 너 이 새끼, 이따가 봉투 얇으면 보자. 위험 부담 어쩌구 하더니 페이까지 작으면 정말 이 판 엎고 나갈 테니까. 이런 저런 생각들을 삼긴 채 입가에 경련이 날 정도로 웃어보이며 어서 말을 해보라 일렀다.
"대호 그룹, 아시죠?"
"모르면 간첩 아닌가요. 그 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리가. 저희 나라, 대호 때문에 먹고 살아가는 거 아니었나요?"
"그렇죠."
"설마......"
"......"
대호라는 이름이 내 귓가에 쏙쏙 박히고 그렇구나 하고 잠자코 듣고만 있던 내 평정심은 와장창 깨져버렸다. 뭐? 대호? 대호를 여기서 왜 꺼내. 설마... 정말...
이 사건 잘못 걸리면 인생 쫑나겠네. 속으로 오만 욕은 다 씨부렁거리는 이름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걸지도 몰라.
"정말요? 정말?"
"네, 뭐 그렇게 됐네요. 그룹 규모가 큰 만큼 뒤도 더러운 법이죠."
입이 떡 벌어졌다. 내가 웬만해선 놀라는 사람이 아닌데. 대호라니. 대호를 건드린다니. 믿을 수 없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위험 부담 수준이 아니지. 핸드백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봉투부터 확인해보실래요?"
큼큼- 헛기침을 하며 다시 앉았다. 네, 뭐. 굳이 확인시켜주시려한다면야. 이지훈 형사가 자켓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건넸다. 계좌이체는 기록이 남아서 안 되고요, 항상 현금제일 거예요. 봉투 안에 손가락을 집어 넣어 확인해보았다. 이럴 수가, 할렐루야! 그 자체였다.
"급여는 여러 번에 걸쳐 지급해 드릴 거예요. 이게 다가 아니고."
광대를 급히, 아주 급히 다시 내렸다. 뭐든 말만 하세요, 홍홍 하려다가 그 말투도 참았다. 급하게 자본주의 미소를 내보였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이지훈 형사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
"이름씨가 해주실 일은 간단해요."
이지훈 형사가 처음보는 팔찌를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굉장히 얇은, 은색의 팔찌였다. 뭐 흔히들 하는 그런 팔찌. 구려-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이름씨는 이제 갑자기 뜬, 새로 생긴 그룹의 딸이 될 거예요. 그 쪽 세계 사람들이 보통이 아니라 이 밑작업을 하는 데에 거의 몇 달이 넘게 걸렸죠. 위장 신분증, 위장 그룹, 위장 가족 모두 다 준비되어있으니 이름씨는 연기만 완벽하게 해주시면 돼요. 이름씨의 그룹 이름은 '신일'. 뭐 이건 별 뜻은 없구요.
아무래도 갑자기 뜬 그룹이다 보니까 그 쪽 사람들의 무시가 장난이 아닐 거예요. 그 정도는 뭐 봉투를 보며 견디시고. 한 마디로 신일은 하루 아침에 뜬 졸부 그룹이죠. 잘 나가는 그룹끼리는 사교 파티다 뭐다 이런 저런 만남의 장이 많은 거 아시죠? 그런 파티에 참가하시면서 이름씨는,
'호시' 본명은 '권순영'
대호의 작은 아들이자, 후계자. 그리고 망나니. 걔를 완전히 이름씨 편으로 만들어주시면 돼요. 걔, 망나니라고 소문나 있을 만큼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거든요. 다가가는 건 별 문제 없을 거라 봐요. 권순영 빼고는 딱히 친해져야 할 사람은 없어요. 그 쪽 사람들, 눈치 장난 아니니까 항상 조심하시고요, 꼭. 그리고 여기 이 팔찌, 사실은 녹음기예요. 어때요, 감쪽같죠? 여기 이 작은 버튼을 누르시고 권순영이랑 하는 모든 대화를 녹음해서 저희에게 가져다 주시면 돼요. 간단하죠?"
그 정도는 껌이죠- 봉투 속 돈에 속아 승낙을 하긴 했지만, 경찰서를 나오며 마음이 무거웠다. 천하의 성이름인데 대호라는 대기업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건가. 이렇게 된 이상 즐기는 수밖에 없지. 대기업 내로라하는 애들은 어떻게 놀까- 생각만 해도 재밌어질 듯 했다. 난 잃을 것도 없으니까.
이름이 들어왔었던 복도를 다시 검은색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벗어났다. 핸드백에는 대호의 사람들에 대한 서류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
샤워를 마친 후 머리를 수건으로 틀어올린 이름이가 와인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던졌다. 와인잔 옆에는 아까 지훈에게서 받은 서류가 놓여 있었다. 어디 한 번 봐볼까.
"권순영... 호시... 호시?"
웬 예명이람. 아이돌도 아니고. 호시, 무슨 뜻인진 몰라도 웃겼다. 조소를 띄우고 주의사항을 읽어내려갔다.
"주의, 권순영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제할 것."
"호시인가 뭔가. 자기 예명이 그렇게 마음에 드나?"
알면 알 수록 의문투성이인 권순영이었다. 같이 붙어있는 그의 사진으로 눈길을 돌렸다. 날카로운 얼굴형에 날카로운 눈매. 누가봐도 나 곱게 자랐어요- 날카로워요- 하는 얼굴을 한 채 룸 같은 곳에서 양주잔을 든 모습이었다. 이지훈 형사, 낙하산이 아니라 능력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뒷조사를 하다니. 그것도 대기업 자제를. 뭐 신체 정보 같은 것을 대충 눈으로 보고 넘겼다. 뒷 장은 누굴까.
"최승철."
사진을 힐끗 보았다. 아, 뉴스에서 봤던 것만 같다. 번듯하던 그 남자. 주로 대호의 일처리를 담당하는 모양이었다. 대호에 관한 뉴스에서는 항상 이 최승철이라는 남자의 사진이 따라다니곤 했으니. 그런데 의문점은 같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는데도 성이 다를 수 있냐는 점이었다.
"주의사항은..."
주의사항을 보며 와인을 한 모금 들이키려다가 푸후흡-하고 몽땅 뱉어내었다. 아니 이게 웬...
"첩의... 아들?"
대기업답게 얘네도 개족보구나. 웬 첩의 아들. 요즘 세상에. 대기업에서 이런 일이 흔하단 걸 소문으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알게 된 건 처음이었다. 성은 어머니, 그러니까 첩의 성을 따왔고. 그래서 성이 최였던 것이다. 하지만 본처의 성이 우연히도 똑같은 최씨였던 지라 사회적으로 큰 이슈라던가 의문점은 되지 않은 듯 했다.
그나저나 이지훈 형사 정말 대단하네. 이 정도로 깊은 내용을 수사해 온 것을 보아 하니 꽤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지 않게 경찰로서의 사명감도 투철한 것 같고. 제대로 된 의뢰인을 만난건가 싶었다.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싶기도 했고.
이래서 봉투가 그렇게 두꺼웠나.
이 밖에 여러 사람들의 정보가 나열되어있는 서류철을 눈으로 대강 훑고 넘겼다. 자료 조사 장난 아니게 했네. 승철이라는 사람이 첩의 아들이라는 게 나로서는 가장 큰 충격이었다. 첩의 아들이라 그렇게 아둥바둥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걸까. 정작 후계자라는 권순영은 망나니라 불리며 탱자탱자 놀고 있는데 말이다. 나를 알지도 못 하는 그가 난 안쓰러워졌다. 마지막 남은 와인을 마저 들이켰다.
***
이지훈 형사와 만나 대호에 대한 것에 대해 공부하고, 대기업 자제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들을 습득했다. 나의 아버지라 불릴, 위장 기업인 신일의 회장이라 불릴, 사실은 형사인 딱 아버지뻘의 포근한 인상의 남자분도 소개받았다. 우리 딸, 이 프로젝트 꼭 성사시켜 보자구요. 비리의 뿌리를 뽑자고- 하며 허허 웃으시던 모습에 나도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비리 그딴 건 모르겠고, 제대로 된
그러는 사이 이지훈은 기자들을 매수해 신일이라는 기업을 세상에 널리 알렸고, 신일이 위장 그룹이라는 사실을 당연히 모르는 대호는 파티에 나를 초대했다. 모든 게 일사천리처럼 휙휙 지나갔다. 나는 그 동안 이지훈이 지원해준 지원비로 쇼핑을 즐겼다. 대기업 자제라면 이런 옷, 이런 귀걸이 하나 쯤 있어줘야지. 내가 정말 신일의 외동딸인 것 마냥 동화되어갔다. 이지훈은 좋은 현상이라며 오히려 칭찬해줬다.
블랙 리무진에서 하얀 다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새로 산 이름이의 구두가 바닥에 딛어졌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외관 상 유럽풍의 커다란 파티홀. 역시나 이름이의 빨간 입술이 시선을 끌었다. 바깥에 나와 있던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대기업 자제들이라더니 별 거 없네. 매혹적인 미소가 얼굴에 퍼져나갔다. 홀에 들어가려하자 경호원이 이름이의 앞을 막아섰다. 이름이의 눈빛이 한 순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경호원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혹시... 신일의 자제분 되십니까."
이름이는 아니꼽다는 표정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경호원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파티장을 안내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대기업 외동딸, 생각보다 좋잖아? 웃음이 나왔다.
들어선 파티장 안은 환한 불빛이 가득하고,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사람이 몇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파티는 이게 아니었다. 이게 뭐지? 원래 이런 건가? 당혹한 표정을 숨기려 애썼다. 오히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있어 보였다. 저 사람들이 대기업 자제들이라고? 일단 들어가보려는 생각에 하이힐을 신은 발을 내딛으려 하는데,
"저기."
누군가가 팔을 휙 끌어당겨 제 몸으로 밀착시켰다. 어쩔 수 없이 나도 팔과 함께 끌어당겨진 몸을 그에게 밀착할 수밖에.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안겨있는 우스운 꼴이 되었다. 뭐야 이 새낀- 입모양으로만 욕짓거리를 씹은 채 날카롭게 눈을 뜨고 올려다 본 그는.
권순영이었다.
분명 권순영,호시였다. 내가 받은 서류철의 사진과 닮았지만 사진보다 더욱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어두운 분위기. 몸에 흐르는 달콤한 냄새. 그에 정신이 아득해져 정신을 놓을 뻔 한 걸 이지훈 형사의 얼굴을 생각하며, 높은 페이를 생각하며 다시 다잡았다.
"누구세요?"
이미 그를 알지만 모르는 척 그에게 잡혔던 팔을 휙 쳐내며 물었다. 그의 얼굴에 당혹감과 왜인지 모를 미소가 퍼져 올랐다.
"너, 날 몰라?"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은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컨셉은 뭘로 하지. 순수? 섹시? 내 옷차림을 보아하니 순수는 물건너 간 듯 했다. 권순영이 신기하다는 듯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갑작스레 실물을 마주하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원래 이렇게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가. 부담스러워질 때 쯤 제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올린 권순영이 한 쪽 입꼬리만 올린 채 다시 입술을 움직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너가 있어야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저기 같은데."
그가 턱 끝으로 옆 쪽을 가리켰다. 시선을 그 쪽으로 돌리자 보인 것은 검고 붉은 커다란 문. 굳게 닫혀있는 듯 보였다. 저긴 어디길래. 뭐, 방금 들어가려 했던 늙은 사람들만 가득했던 곳보다는 나은 곳이겠지.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 야."
다시 팔이 붙잡혔다. 이번엔 정말로 짜증이 났다. 눈을 날카롭게 세우고 그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한 쪽 입꼬리만 올린 채 나를 쳐다보는 권순영이었다.
"넌 누구야? 처음 보는데."
그를 무시한 채 그냥 문을 향해 걸었다. 문 안의 풍경을 먼저 본 후에 답해줘도 늦지 않을 만한 질문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문을 휙 끌어당기자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어젯밤 내 상상과 똑같은
붉고 휘향찬란한 불빛들, 쟁반 한 가득 샴페인을 서빙하는 직원들, 귀를 울리는 시끄러운 음악들. 어두컴컴하지만 불빛으로 가득찬 커다란 홀. 술 냄새와 향수 냄새로 가득한 장소. 각종 보석들이 휘향찬란하게 사람들의 몸에 매달려 있는 곳. 소파에 술인지 약인지 모를 것에 취해 널부러져 있는 형체들.
섞여 춤추고 있는 남녀들. 술과 노래 그리고 인간들. 말 그대로 사치였다.
그래, 이게 파티지. 이게 어울리지.
그리고 집중되는 이목들.
그들의 시선은 나에게 한 번,
내 뒤를 향해 한 번.
"호시!!!!!"
너나 할 것 없이 호시를 부르며 달려오는 사람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한 번 훑어준 다음 쌓여있는 샴페인 탑으로 가서 샴페인을 하나 빼들었다. 샴페인 잔을 들고 주변을 훑어 보니 나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일히 그에 답해줄 필요는 없다. 샴페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시끄러운 음악이 고막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본 입구 쪽에서는, 호시가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달라붙어 있는 여자들을, 웃으며 손짓 몇 번으로 떼어내곤 예의상 한 듯한 넥타이를 더 풀어헤치며 다가오는 그다.
"너, 신일 그룹 맞지."
그를 빤히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그가 환히 웃었다. 왜지.
"성이름. 맞지?"
그가 호탕하게 몇 번 웃어제꼈다. 그게 너구나- 그의 주변에 다시금 사람들이 몰렸다. 쟤가 걔야? 아, 졸부 기업? 뭐 반짝 기업이겠네. 좀 있으면 망하겠지. 이런 시덥잖은 험담들이 들려오고,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애착도 없는 위장 기업일 뿐인데 기분이 나쁠리가.
"호시! 여기 냄새 난다, 그치. 거지 냄새. 우리 저기 가서 놀자, 응? 응?"
찡얼찡얼. 안 그래도 동물원 원숭이가 된 듯한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은데 권순영의 팔을 붙잡고 되도 않는 애교를 부리는 여자애의 말이 내 신경을 건들었다.
샴페인을 말없이 기울이던 팔을 멈추었다. 그에 이목이 다시 나에게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시발, 한 마디 할까. 야- 내뱉으려는 순간,
"왜, 더 있자. 얘 예쁘잖아."
권순영이 선수를 쳤다.
연재 사항 |
연재 느릴 지도 몰라요. 만약에라도 신청할 분이 계시다면 감안해서 암호닉 신청 해주세요. 시놉은 다 짜져있지만 시간이... 날 지가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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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