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능력이 있다.
팩이 차가워 손이 벌겋게 변하면서도,
웃으면서 맛있게 먹는 그 아이스크림.
달달한 우유 맛 얼음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을 때.
그 어떤 때 보다도 설렌다.
"자, 여기."
무심한 듯 툭툭, 치며 아이스크림을 건네준다.
역시나 설레임이다. 내 취향을 너무 잘 안다.
손에 쥐어 주고는 내 옆에 딱 붙어, 긴 다리를 자랑하며 앉는다.
"아싸, 설레임. 벌써 막 두근두근 해."
"참나, 한낱 아이스크림에 두근두근은."
평소처럼 나를 비웃으며 제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뜯는다.
역시나 메로나였다.
촌스럽다 생각되는 폰트와 연두색 포장비닐.
내가 설레임만을 고집한다면, 그는 메로나만 좋아했다.
"있잖아, 설레임은 잘못 된 말이래."
"뭐가?"
시원한 바람에 아이스크림을 잡은 손이 더 차가웠지만,
입 안으로 들어오는 달콤함은 환상이었다.
"설렘이 맞춤법에 맞는데, 이거 때문에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하더라."
"머리카락은 먹는 거 아니야."
흩날리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입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란히 앉아 있는데도 계속 나를 지켜본 것인지,
재빨리 내 입에서 머리카락을 떼어주었다.
"히히, 고마워."
툴툴 거리면서도 늘 세심하고 다정하게 챙겨준다.
이런 식으로 피부가 닿을 때면,
얼굴이 벌개지고 피부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너 또 빨개졌어."
"아 그래? 뭐 맨날 이러니까."
"나 하나 궁금한 거 있는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묻는다.
"뭔데?"
"진짜 그 아이스크림 먹으면 설레?
고작 먹을 거 하나에?"
눈짓으로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며
어쩐지 삐진 듯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게 얼마나 맛있고 설레는데.
"얼음이 입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달콤한 우유 향이 번질 때.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으면서 막 설레."
"내가 가까이 가도 벌개지면서 소름 돋고.
막 그러잖아, 너."
아니, 그거야 뭐. 몸이 그렇게 반응하니까.
그렇게 얼버무리려고 했다.
그 얼굴이 확, 들어오기 전까지는.
"맨날 그러던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술에 무언가 닿은 느낌이 들었다.
쪽, 하는 소리도 들렸던 것 같다.
감았다 뜬 눈에 송곳니가 드러난 미소를 짓는
그가 보였다.
"이런 게 진짜 설레는 거 아니야?"
"..."
"얼굴 벌개지고, 소름이 오소소 돋고 그러는 거."
"..."
"근데 우유 향 달긴 하다.
너라서 달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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