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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박지민/민윤기/전정국] 제 남자친구는 죽었어요 02 : 우연 | 인스티즈

제 남자친구는 죽었어요

01


:우연












오늘부터 진정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의뢰를 확인하고 건축주들과 미팅을 하고 직접 그 장소나 건물을 찾아가 사진을 찍었다. 직원들과 회사 앞 순두부찌개 집에서 점심을 먹었고 석진이 쏜 커피도 마셨다. 퇴근 시간엔 직원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 회사에 남아 못한 일을 보충했다. 건축주는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신혼부부였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도시를 잘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신혼부부는 각자 연봉이 억에 달하는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근데 왜?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 퇴근을 안 했었는지 대표실 문이 열리며 석진이 나왔다.






"너무 무리하지 마."


"네. 먼저 들어가세요."


"안 되겠다. 가방 챙겨 나와."


"네?"





무작정 밀어붙이는 석진 때문에 나는 어느새 차에 타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창에 기댄 머릿속에는 내일 가구공방을 가 봐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내려. 집에 도착하려면 10분은 더 가야 하는데 차가 멈추고 내리라는 석진의 말에 차에서 내리자 보인 곳은 우리가 자주 가는 고깃집이었다. 문을 열고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석진에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사장님이 가장 먼저 반겨주셨고 그 뒤로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손을 흔드는 태형이 보였다.






"뭐야."


"헤, 나는 석진이 형이 고기 사 준다고 해서 왔는데?"






해맑은 웃음을 짓는 태형은 정말 미워할 수가 없다.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팔을 잡아 맞은 편에 앉혔다. 내 코트도 벗겨 옷걸이에 걸어주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 앉는 태형에게 석진이 섭섭하다며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태형이 아니라며 웃어넘기자 타이밍 좋게 고기가 나왔고 두 사람은 고기에 집중했다. 고기가 잘 굽히자 태형과 석진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내 앞에 고기를 놓아줬다. 이후에 석진은 혼자 먹방을 찍었지만 태형은 계속 나를 챙겼다. 자기가 마시고 싶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나를 위해서라며 사이다도 주문했다. 어차피 계산은 석진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고깃집을 나와 다 같이 석진의 차를 타고 가는 중이다. 늦은 저녁이라 사람들은 술집에 가득했고 그런 화려한 거리를 나와 우리 동네로 접어들면 완전 다른 세상에 온 듯 고요하고 평화로움까지 느껴졌다.






"조심히 들어가요. 너도 조심히 들어가."


"그래. 내일 보자."


"춥다. 얼른 들어가."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가방에서 열쇠를 찾았다.






"누나!"






대문에 열쇠를 꽂아 돌리는데 갑자기 들린 소리에 깜짝 놀라 문을 쳐 더 큰 소리가 났다. 열쇠를 다시 가방에 넣고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그 사람의 팔을 쳐내고 뒤를 돌아봤는데 놀랍게도 정국이었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자 정국은 오히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저는 운동하고 집에 가는 중인데 누나는요?"


"저녁 먹고 이제 집에 오는 길이지."


"근데 누나 아까 많이 놀랐어요? 표정이 아직 안 좋아 보여요"


"조금? 누나라는 호칭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김여주?"






아직 쿵쿵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 중인데 정국이 눈치를 채고 나에게 물어온다. 그에 대답을 해주는데 정국의 뒤로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태형이었다. 내 이름을 부르며 왔지만 우리 사이에 선 태형은 우리가 아닌 정확히는 정국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정국이 태형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것 같아 태형의 팔을 잡아당겨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 다시 왔어?"


"휴대폰 떨어뜨렸더라."


"고마워."


"그리고 할 말도 있는데, 그 전에... 소개 안 해줘?"


"응? 아, 이쪽은 전정국. 우리보다 두 살 어리고 이 앞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학생이야."


"근데 둘이 어떻게 친한데."


"그냥 오다가다 자주 보다 보니... 정국이도 이 동네에 산데."






할 말이란 게 뭐야?

태형을 올려다보며 물었는데 태형이 입을 열기 전에 정국이 또 다른 질문을 했다.






"그쪽이 누나 남자친구예요?"


"그게 왜 궁금한데?"


"내가 누나한테 관심이 많거든요. 먼저 다가간 것도 저예요."


"그거 별로 좋지 않은 취미인 거 같은데."


"그쪽이 남자친구가 아니면 상관없잖아요."


"나랑도 상관있지. 얘랑 얘 남자친구가 내 친구여서 말이야."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에 몰래 석진에게 문자를 보냈고 문자를 확인한 석진은 바로 차를 돌렸다. 태형의 마지막 말에 정국이 받아치려던 때 석진이 클랙슨을 울리며 우리 세 사람 앞에 차를 세웠다. 석진은 아직 안 들어갔냐며 나를 집안으로 밀어 넣었고 잘 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닫히는 문틈으로 봤을 때 정국은 벌써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고 태형은 조수석에 앉아 석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국의 갑작스러운 고백도 당황스러웠지만 그보다 태형의 태도에 더 놀랐다. 일할 때 말고는 이렇게까지 태형이 날카로워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잠시 후 태형에게 문자가 한 통 왔다.






[내일 오후에 꼭 우리 서로 와. 중요한 일이야.]











-






"좋은 아침이에요!"






밝게 인사를 하며 회사로 들어갔는데 모두 대표실 문에 붙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민경 씨가 손짓을 했고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처럼 문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대표실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아 집중하려고 하면 눈썹이 절로 찌푸려졌다. 궁금함에 민경 씨에게 물었지만 쉿, 검지로 입을 막고 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나는 어떡할까 하다가 가장 먼저 눈에 띈 성재 어깨를 툭툭치고 그대로 끌고 자리로 왔다.





[방탄소년단/박지민/민윤기/전정국] 제 남자친구는 죽었어요 02 : 우연 | 인스티즈


"아! 실장님~"


"무슨 일인데 이 난리야."


"아, 완전 대박이라니까요. 실장님, 제가 이 시계 진짜 좋아하는 거 아시죠."


"알지. 너 입사 동기가 그 시계 사는 거 아니었나?"


"맞아요. 그런데 지금 이 회사 대표가 우리 대표님 방에 있다니까요?!"


"무슨 소리야. 그런 회사 대표가 왜 우리 회사에 있는데?"


"그야 그건 모르죠!"






성재가 팔을 뻗으면 옷이 올라가 몇 천만 원 상당의 시계가 빛을 받아 반짝였고 이미 흥분해있던 성재는 내 말에 더 흥분된 상태가 돼 버렸다. 성재가 흥분을 못 이겨 목소리가 커졌을 때 대표실 문이 활짝 열렸다. 문에 기대 있던 사람들은 당황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각자 자리로 뛰어갔다. 성재의 말대로 대표실에서 석진과 어떤 남자가 함께 나왔고 나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남자였다.


소나기가 내리던 날 나에게 우산을 씌워 준 남자.

자신을 민윤기라고 소개했던 남자.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이 이렇게 만나게 될 걸 알고 했던 말인가.






"대표님."






멍한 정신을 붙잡고 두 사람 앞에 섰다. 남자는 나를 아는 체하지 않고 보고만 있었고 석진은 새삼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이 사람을 소개했다.






"김 실장님, 이 분은 AGUST 대표 민윤기 씨."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윤기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런데 어거스트 대표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석진에게 눈짓을 보내자 크게 한 번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 우리에게 한국지사를 맡기고 싶으시다네."


"아 한국에 어거스트가 생길 거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요."


"그래. 그 일을 우리가 하기로 했어."


"벌써 계약하신 거예요? 근데 어거스트 같은 회사가 왜 우리같이 작은 회사랑..."


"아이고, 대표님께서 다음 약속이 있으시다네. 김 실장, 질문은 다음에 해야겠다."






석진이 내 말을 끊었다. 저 어색한 말투는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거다. 석진은 자신이 거짓말을 할 때 특히나 더 말투가 이상해지는 걸 모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석진이 숨기는 걸 파고들어 알고 싶은 마음도 나를 모르는 척하는 윤기를 붙잡고 아는 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길을 비켜 윤기와 석진이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기에 석진은 우리와 상의도 없이 계약한 걸까. 의자에 최대한 기대앉아 머리를 감쌌다. 지금 진행 중인 일들도 있는 데다가 어거스트같이 큰 회사와 일을 하는 건 처음이라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김석진 때문에 미치겠다. 진짜.






"성재 씨가 지금 김 실장이 진행 중인 일 맡아서 하고 김 실장은 오늘부터 어거스트일 진행 해요."


"넵!"






빠른 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석진은 이렇게 말을 하고 대표실에서 옷을 챙겨 다시 회사를 나갔다. 평소의 성재면 일이 늘었다고 싫은 얼굴을 했을 텐데 웬일인지 즐거워 보이는 게 더 불안하다.






"실장님, 이거 다 끝나고 나면 저도 어거스트에 끼워주시는 거예요?"






그럼 그렇지.






"끼우지 말라고 해도 끼울 거야. 이런 큰 프로젝트는 흔한 일이 아니니까 경험하기에 딱 좋지."


"예스!"






곧바로 성재에게 내가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넘겼고 성재는 환호를 하며 자료를 들고 팀원들과 회의실로 들어갔다. 성재는 우리 회사에 가장 늦게 들어왔지만 재료를 고르는 센스가 있었고 생각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가끔 미친놈같은 행동을 하긴 하지만 업계에서는 천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성재가 빨리 일을 마무리해준다면 나는 절이라도 할 만큼 감사했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남는 일손이 없어서 어거스트는 온전히 석진과 내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속으로 석진의 이름을 부르며 화를 삭였다.



자세를 고쳐 앉아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그제야 생각이 났다. 아직 회의도 멋도 안 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당장 폰을 들어 석진에게 전화했다.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뚝 하고 끊기고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공허함이 느껴졌고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건지. 흘러가는 시간을 그냥 흘러가게 놔둘 수가 없어 결국 나도 회의에 참여했다.






"밥 먹으러 가시죠?"






다들 회의에 집중하다 보니 배가 고픈 줄도 몰랐는데 점심시간이 되자 성재가 테이블이 손으로 똑똑 두드리며 말을 꺼냈다. 그제야 점심시간인 것을 안 팀원들도 배가 고프다며 회의를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다 같이 뭘 먹을지 이야기하며 회사를 나오는데 회사 앞에 검은 차 한 대가 세워져 있다. 소나기가 내리던 날 봤던 그 차였다. 우리가 회사에서 나오자 운전석에서 남자가 내리더니,






"김여주 씨?"






나를 찾는다.

"





"제가 김여주인데요."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거스트 임시 사무실이나 조용한 카페에서 만날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남자는 한 레스토랑 앞에 차를 세웠다. 남자가 먼저 내려 차 문을 열어주었고 윤기가 있는 자리까지 안내해 주었다. 윤기는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내가 맞은 편에 앉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가게 안은 사람들로 조금 시끌벅적했다.






"왜 여기서 저를 보자고 하신 거예요?"


"혹시 점심 먹었어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그럼 밥부터 먹어요. 주문은 내가 해 놔서 곧 나올 거예요."






윤기의 말이 끝나자마자 음식들이 나왔다. 파스타를 주문하진 않았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처음엔 버섯 스프가 나왔고 다음으로 가든 샐러드와 시즌 스페셜 스테이크가 우리 앞에 놓였다. 이곳은 내가 지민이와 자주 오던 식당이고 우리는 항상 가든 샐러드와 시즌 스페셜 메뉴를 주문했다. 익숙한 음식에 지민이가 생각이 났고 살짝 웃음도 났다.






"스테이크 싫어해요?"


"아, 아니요. 잠깐 누가 생각이 나서요."






그 이후로 우리 사이에 대화는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분명 스테이크는 맛있을 텐데 나는 그 맛을 거의 느끼지도 못했을뿐더러 답답해진 가슴을 두드리기에 급급했다. 나를 체하게 만들려고 부른 건 아닐 텐데 아무 말도하지 않고 묵묵히 고기를 썰고 포크로 찍어 먹기만 했다. 결국, 나는 물 한 잔을 더 시켜 벌컥벌컥 마셨다.






"우리 구면 맞죠?"






잔을 테이블에 놓으며 참고 참아 온 말을 뱉었다. 다행히 윤기가 내 말에 반응했다. 고기를 썰던 칼질을 멈추고 시선을 나에게 옮겼다.






"네."






나는 속으로 외쳤다. 네? 네에?? 지금 할 말이 그게 다야? 하지만 이런 내 속마음이 윤기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윤기는 멈췄던 칼질을 다시 했고 나는 조용히 포크를 들어 샐러드를 찍어 먹었다. 윤기가 미리 주문했던지 식사가 끝나자 디저트가 바로 이어서 나왔다. 내 앞에서는 녹차 아이스크림이 윤기 앞에는 딸기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놓였다. 문득 이것도 우연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떠 한 입 넣었다. 살짝 쌉쌀한 녹차 맛이 혀 전체에 진하게 느껴졌다. 역시 디저트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런데 윤기는 아닌가 보다. 딸기가 들어간 예쁜 분홍색의 아이스크림에 불만이라도 있는지 뚫어져라 쳐다만 보고 있다.






"안 드세요?"






내 말에 망설이던 윤기는 스푼을 들어 조금 떠먹었다. 맛을 본 윤기는 눈이 둥그레졌다. 이번엔 크게 떠 입안 가득 채웠다.






"...맛있네요."


"여기 디저트 맛있어요."


"나는 단 걸 안 좋아해서 아이스크림은 안 먹거든요."


"대표님이 주문하셨는데... 그럼 처음 드시는 거예요?"


"아마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마지막 말은 윤기가 혼자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 말이다.






"혹시 생각하신 도면은 있으세요?"


"아니요."






식사도 다 했겠다. 이제 진짜 일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먼저 말을 꺼냈다. 윤기는 진짜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는지 그릇을 싹싹 비웠다. 하는 행동이 보면 볼수록 지민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만들었다. 머리를 흔들어 일과 관련없는 생각들을 날려 버리려고 노력했다.






"설계도면은 김여주 씨가 그려줬으면 합니다."


"네... 네? 제가요? 저희 회사 말씀하시는 거죠?"


"아니요. 김여주 씨요. 자세한 건 저희 쪽에서 연락을 드릴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혼자맡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건 김여주 씨께서 알아서 할 일이죠. 그리고 이건 제 연락처입니다. 필요하시면 연락하세요."






윤기는 끝까지 들고 있던 스푼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그런 윤기를 멀뚱히 보고만 있자. 다음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럼. 수트핏을 고쳐 입고 먼저 식당을 나갔다. 디저트도 다 먹었는데 이왕이면 같이 좀 나가지. 아직 윤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어떨 땐 귀엽다가도 금방 저렇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린다. 대체 왜 나를 부른 건지 아직도 혼란스럽다.



나도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데 어제 태형이 보낸 문자가 생각나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혹시나 늦어서 태형이 서에 없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서 앞에 도착해 태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곧바로 태형이 전화를 받았다.






"태형아. 나 지금 서 앞인데 들어가면 돼?"


-어. 어딘지는 알지?


"응. 걱정 마."






폰을 다시 가방에 넣고 경찰서로 들어갔다. 복도를 지나는데 몇몇 형사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기분이 좀 묘했다. 더는 인사를 받고 싶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태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문 앞에 도착했는데 태형의 자리에 태형이 보이지 않아 어떡해야 하나 입구에서 서성거렸다.






"제수씨?"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복도 반대편에서 반가운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반장님.






"맞네. 근데 여긴 어쩐 일이에요?"


"태형이가 불러서 오긴 했는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설마 그거 때문인가."


"네?"


"아니에요. 태형이 좀 있으면 오니까 자리에 앉아 있어요."






종이컵에 커피믹스를 타 가져다주는 호석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태형을 기다릴 수 있었다.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며 마시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비우고 나서야 태형이 뛰어들어왔다. 숨을 헉헉거리는 걸 보니 내가 기다릴까 봐 얼마나 뛰어왔는지 눈앞에 그려졌다. 자신의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보더니 미안한 얼굴로 다가왔다.






"많이 기다렸지. 안 불편했어?"


"반장님이 커피 타 주셔서 괜찮았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근데 왜 부른 거야?"






태형은 빈 의자를 가져와 내 옆에 앉으려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노트북을 들었다. 나가자. 태형을 따라 나와 사람이 없는 방으로 들어왔다. 태형은 드라마에서 봤던 조사실 책상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반대쪽 의자를 가져와 내 옆에 앉았다. 진지해진 태형에 나도 긴장이 됐다.






"어제 우리 서로 제보가 들어왔는데 일주일 전 그날이 담긴 CCTV 영상이야."


"뭐...?"


"이건 원래 관계자 외 열람 금지이기도 하고 너한테만은 안 보여 주려고 했는데.."


"그런데."


"하아... 일단 봐."






태형이 파일 하나를 열어 CCTV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 영상에는 강력 1반이 잠복근무를 해 가며 잡으려던 범인을 지민이 혼자 쫓아가는 부분부터 시작이 됐으며 두 사람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다시 범인이 나타나 먼저 화면을 가로질러 사라진다. 곧바로 지민이 화면에 나타나는데 그와 동시에 범인이 사라진 방향에서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나타나 뛰어오는 지민을 덮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두 사람 사이에서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던 물체는 어느새 지민의 피로 물들어 붉은빛을 낸다. 힘없이 쓰러지는 지민을 붙잡고 서 있던 검은 후드의 사람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확인하곤 지민을 잡고 있던 손을 놔 버린다. 지민은 바닥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내가 기억하는 병원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지민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힘들겠지만, 끝까지 봐."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데 태형이 말했다. 힘들게 화면을 지켜보는데 사람들이 몰려와 구급대를 부르고 지민의 상처를 지혈하는 것을 찍던 카메라가 아래로 확 꺾이더니 검은 후드를 쓴 사람이 나타났다. 방금 지민을 무참히 죽인 그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검은 후드에 눈이 가려져 분홍빛의 입술만 보였다. 그리고 그 입술이 움직였다.






'안.녕.누.나.'











---

안녕하세요, 신입자까입니다.

01화에서 댓글을 달아주셨던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답글을 달아드리고 싶었지만 이 글을 먼저 쓰는 게 맞을 것 같았어요.

사실 이 글은 충동적으로 쓴 글이라 부족한 점도 많고 결말도 전개도 정해지지 않았죠.

그래서 연재가 아주 느릴 수도 있어서 암호닉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 글을 읽어주신다면 정말 천사...♥


가능하면 앞으로 계속 글을 쓸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로맨스를 기대하신다면 글쎄요... 좀 많이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이 글의 장르는 아무도 몰라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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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6.74
땅위입니다... 소오름... 지민이를 죽인 사람이 정국이인건가요...? 질투해서 그런건가요? 정국이 2개의 인갹을 가지고있는거같아서 무섭네요... 그리고 탄소가 범인을 안 후 어떻게 그 사람을 대할지 궁금하네여!
7년 전
독자1
국..이...!
7년 전
독자2
아닌가
7년 전
독자3
아 작가님 사당해요..
7년 전
독자4
[뎡이랑] 심청이여.!
7년 전
신입자까
앗 저도 ♥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7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7년 전
신입자까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저도 너무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6
혹시 설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국이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허...좋은 글 읽고 갑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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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새 - 남혜승 및 박상희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경성블루스 一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 피가 잔뜩 배어 너덜너덜해진 수의를 입고. 꽤 오랜 시간 곪은 듯한 얼굴 상처는 짐승이 뜯어 먹은 듯 찢어져 있고, 다 빠진 손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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