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다행히 마침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던 아저씨의 말에 쉽게 일자리? 알바자리 ? 정확하게 하기엔 뭐하지만 일자리를 구한거같았다. 내일부터 오후3시부터 12시 . 나의 근무시간이다.너무 많이 한다며 뭐라뭐라 하는 아저씨에겐 넉살좋게 웃으며 괜찮다고 어차피 할일도 없다고 여러번 일러드렸더니 못이기는척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아 , 내일부턴 좀 할일이 생기겠구나. 왠지 기분이 좋아져 검은봉지를 바르작 거리며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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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밟힌 눈보다 새롭게 밟히며 뽀드득 소리를 내는 느낌이 좋아 아이 같이 안 밟은 눈만 골라서 정신없이 밟다보니 어느새 내가 와보지 않은 곳에 왔다. 그곳엔 그전에 어린아이들이 살았던 것을 보여주듯이 아주작은 놀이터 , 놀이터라고 하기에도 조금그런 아주작은 놀이터가 있었다. 그 좁은 빈터엔 왠지 페인트가 다떨어져 만지면 쇠맛이 날꺼같은 낮은 철봉과 아주작은 부서질듯한 나무와 철로된 미끄럼틀 , 앉으면 가시에 찔릴것만 같은 벤치 4개(그중에 한 두개는 벤치라고하기에 뭐할정도로뼈대밖에남지않았다), 그리고 2개 2개씩 붙어있고 흔들리면 쇠가 오래움직일때 나는 끼익 소리가 날껏만 같은 그네가있었다. 그리고
“ 어 … ”
첫번째 그네에는 눈으로 뒤덮힌 바닥을 헤집는 그가있었다. 아까 마법처럼 사라졌던 그가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발걸음이 그가 타고 있는 그네 옆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도중에 생각한건데, 핫팩을 잘샀다는 생각이들었다.
“ 안녕 ”
끼익- 내 목소리와 앉자마자 나는 오래된 쇳소리가 아울러 조심스럽게 났다. 동시에 고개를 휙꺾곤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서 의구심이란 단어가 약간 비슷하게 났다. 이유는 몰랐다. 그냥 , 아마도 이유가 그냥이 아닐까 생각이든다. 나는 이대론 말조차 못붙여볼꺼같아 아직 따뜻한 기운이 서려있는 두유를 봉지안에서 꺼내 조심스럽게 건네보았다. 그와 나의 거리는 멀지않고 가깝다는 생각이 오히려 들었지만 손을 건네는 동안 왜이렇게 그거리가 길게 느꼈는지 , 나도 모르겠다. 그는 내가 건넨 두유를 살짝 흘기더니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아마도 자기꺼냐고 묻는거같은데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약간 들뜬 표정을 한채 두유를 받아들고는(정확하게는뺏어들었다) 뚜껑을 따고는 급하게 입을댔다. 아 호빵도살껄그랬나 .. 그 모습이 약간 배고파보여 두유만 산것이 후회되었다. 그래도 생각컨데 그냥 말없이 줬을때 확뺏어 먹지 않은걸 보면 평생 길바닥에서 자란 아이가 아닐것이 뭔가 확신되었다. 아몰라몰라, 내가 왜이런 뒷일 까지 생각해야되 , 나는 봉지안에 남아있는 핫팩하나를 뜯어 흔들기 시작했다. 한 20 번은 더 흔든거 같은 순간 사그락사그락 흔들리는 소리가 하나가더 늘어났다. 이게 뭔 소린가 싶어 옆을 보니 다 먹은 두유병은 어디로간지 예상이 되는 약간 불룩해진 그의 거적대기 주머니와 나와 똑같은 포즈를 한채 왼손으로 왠지 어제새벽 내가 준 핫팩으로 추정되는 핫팩을 흔들고있었다. 딱봐도 식어보이는 얼마나 흔든건지 검게 때탄 핫팩을 보며 왠지 그 모습이 귀여워웃음이 나왔다.
“ 바보 ”
“ … ? ”
나는 핫팩을 오른손에 그는 왼손에 들고있기에 바꾸기 쉬워 이제막 따뜻해진 핫팩과 그의 핫팩을 바꿔서 흔들었다. 그는 이게 뭐지라는 눈빛을 계속 하다가 내가 싱글벙글 앞만 보고 핫팩을 흔들자 그도 곧 사그락사그락 흔들기시작했다. 분위기가 약간 풀어진거같아 이젠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지란 생각이들었다.
“ 있잖아 … ”
“ … … ”
“ 이름이 뭐야 ? ”
“ … 어 …어 …? ”
“ 이름이 뭐냐구 ~ ”
“ 아 … 쑤 … 쑨 … ”
아수..순뭐 ?
들릴듯말듯한 목소리에 내가 귀가 안좋아진건가 싶어 그네에 앉은채로 다리에힘을주곤 그의쪽으로 밀었다. 그네가 쇠로 되있어 끼익 거리긴 했지만 쉽게 움직여 그와 쉽게 가깝게 됬다. 그바람에 얼룩진 피부가 신경쓰였지만 잘들릴거같았다.
“ 미안, 못들었어 이름이 뭐라고 ? ”
“ … 쑨 … ”
“ 쑨 ? ”
“ … 양 … ”
“ 쑨양 ? 이름 특이하네 ”
궁금증이 풀린나는 그네에서 일어나 얼굴을 가까이 했을때 약간 얼룩진 그의 피부가 거슬려 주변에 있는 깨끗한 눈을 가지고그의 앞에 서서 나를보라는제스쳐를 취했다. 그는 뭐하냐는 눈빛으로 날 올려다봤고 , 나는 나쁜의도는 전혀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차가울꺼야’ 라는 말과함께 손에 있는 눈을 조금 덜어 얼룩진 볼에 가져다 댔다. 그는 약간 움찔거리더니 고개를 푹 숙여 내시선을 피했다. 아씨 이러면 얼굴이 안보이잖아 .. 생각이들어 손으로 얼굴을 올리려는데 버티는힘이 얼마나쌘지 결국 나는 한쪽다리만 무릎을꿇고는 쭈그려 않아서 그를쳐다보았다. 생각보다 가까워서 내가더 움찔거렸지만,
“ 고개 또 숙이면 혼나 ”
그래도 고개를 더 숙이려는 그 , 아니 쑨양때문에 입으로 ‘스읍’ 이라고 소리를 냈다. 그제서야 얼굴을 살짝 들어 나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내가 불편하지만 아까보단 이 자세가 씻기가 편했다. 오른쪽볼에 눈을 문질러 얼룩을지우고 , 왼쪽볼에도 눈을문질러 얼룩을지우고 , 코에도 눈을문질러서 얼룩지우고 , 중간중간에 눈을 마주칠때마다 어색하지 않게 웃음을 지어보이는것도 잊지않았다. 얼룩진 얼굴이 지워지고 더욱이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
“ 아 다됬다 ! ”
은근 깨끗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얼룩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던 한번도 밟지 않은 눈처럼 깨끗한 얼굴이 드러났다. 나는 이제 할말도 떨어지고, 이제 어둑어둑 해지려는지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물에 보라색 물방울을 한방울 떨어뜨린듯한 하늘색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공터입구쯤에 있는 노란빛 가로등이 켜졌다. 나는 내일볼지 안볼지 모르지만 내일봐 하는 말과 동시에 손을 흔들곤 그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오늘은 왠지 많은것을 알고 쑨양과 가까워진것만 같아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 *
쑨양은 그자리에 남아 그의 뒷모습에 두손을 조심스럽게 좌우로 흔들었다. 그의 뒷모습이 멀어지고 , 그의 뒷모습이 자신의 눈밖으로 나도 , 차가운 겨울바람이 자신의 손가락사이사이에 들어도 , 계속 흔들었다. 한 30번은 흔들었나 , 손이 거두어지고 차가운 눈바닥에 떨어뜨렸던 핫팩을 다시주워들어 약간 묻은 눈을 살짝털어내었다. 아직도 따뜻한 핫팩이 마음까지 녹여주는것 같아꼬옥 쥐었다. 그리곤 왠지 나를 향해 웃어주던 미소와 가까이 했을때 느껴졌던 체취가 생각나 얼굴이 약간 붉게 달아올랐다. 이곳에 버려진 뒤로 처음으로 나에게 이름을 물어봐주던 첫번째 사람. 웃을때 휘어지는 눈꼬리가 이쁘던 사람 . 사람을 배려할줄 알던사람 . 그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고민이 되는 쑨양이였다.
우복 |
안녕하세요 !! 우복이예요 !! 저번편에 댓글이 많이 달려서 너무행복합니다 ㅠㅠㅠㅠㅠ 이런 보잘것 없는글에 댓글이 많이달려서 ㅠㅠㅠ 쑨환은 식고있지만 쑨환을 향한 저의 사랑을 불이타오르고있습니다 !! 걱정 마세요 독자님들 !! 그럼 감기걸리지 않게조심하세요 !! 표지를 언제다시 만들죠 ..하 ..☆★ |
사랑합니다♥ |
크리님, 하이블루쑨님, 아스님, 눈물루님, 리엔님, 부레옥잠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