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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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자는 거야?
답장을 보내려다가, 됐나 싶어서 휴대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씻으러 들어가 씻은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저씨에게 잘 잤냐는 문자를 하려고 휴대폰 홀드를 풀었을 때 그 여자에게서 온 문자를 또 봤지만, 그때도 답장하지 않았다. 그 문자를 보낸거 자체가 배알이 제대로 꼴렸다는 건데, 굳이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무시 자체로도 그 여자는 충분히 열이 오를 테니까. '일어났어요?' 아저씨에게 문자 한통을 보내고, 아침상을 차리고, 할머니와 아침을 먹으면서, '응. 오늘 날씨 엄청 좋네.' 아저씨의 답장을 확인하며 그 여자와 번호 교환을 한 적이 없다는 게 생각이 날 때까지는 꽤 덤덤했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우둔한 내가 차마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
내가 입 닫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그 여자가 아저씨에게 얘기한다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걸 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나와 그 여자가 미리 만난 걸 알게 된다면 내가 아저씨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할 수도, 아니. 그저 실망이라면 다행이지만 화를 낼 수도 있는 거였다. 대담한 척은 다 해놓고……. 아저씨가 나에게 화를 낸다는 게 이제 와서 무서워졌다.
책상 앞에 앉아, 아저씨가 사준 책을 펼쳐놓고 공부에는 집중하지 못한 채 그 생각만을 하다가 결국은 내가 졌노라 시인하는 문자를 보낸다. '오늘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일진이 영 안 좋을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몰라도, 그전에 나한테 할 말이 있지 않아요?" "……." "없으면 그냥 가보구요."
차마 여자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없어 고개가 절로 떨구어졌다. 한참 후 고개를 들었을 때, 여자는 승리했다는 만족감에 휩쌓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치욕스러워. 형형색색의 네일아트로 치장된 그녀의 손 끝과, 부드러울 것이 당연한 잔주름 하나 없는 손등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녀는 그 고상한 손으로 물잔을 들고 말없이 물을 한모금, 한모금 천천히 들이키고는 씩 웃으며 운을 떼었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요?" "시간을 좀 주세요." "하?" "여름까지만……. 여름까지만."
"제발, 부탁드립니다."
단호한 목소리에 저절로 그렇게 됐다. 어차피 굴욕이고 치욕인 거, 갈데까지 가보자고. 바닥에 내려앉아 무릎을 꿇으니 여자가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내려다봤다.
놀란 표정조차 예쁘다. 적잖은 가격일 것 같은 좋은 재질의 옷은 그녀를 위해 만든 옷인 양 어울렸고, 몇십만원이나 하는 화장품을 매일 바를 피부는 나보다 더 고와보였다. 내 눈 앞에 보이는 구두 또한 브랜드 제품임을 뽐내듯 광이 났고. 그에 비해 그 발밑의 나는 옷은 싸고 맨살만 가리면 된다는 모토로 샀던 티셔츠을 입고, 고등학교 입학 때 샀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스킨 로션을 챙겨바른게 언젠지도 잘 모르겠다. 점퍼는 할머니가 어디선가 얻어온 것이었고.
내 자신이 참을 수 없게 초라하다. 울지만 말자, 울지만.
"알아보셨으면 아실 거잖아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실 거잖아요. 저 진짜 몰랐어요, 맹세해요, 정말이에요. 알고도 밍기적거린 것도 죄송해요. 근데, 근데 어떻게 그래요……. 한순간에 헤어질 수는 없잖아요……. 8월, 8월까지만. 그 다음에는 제가 알아서 물러날게요. 정리할게요. 그러니까 아저씨한테는 아무 말도 말아주세요……."
시선이 몰린 것이 느껴졌다. 따가운 눈길 속에서 개의치 않고 그 여자의 발밑에 무릎꿇고 감정에 호소했다. 비웃는 듯한 표정에도, 어쩔 수 없었다. 전에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이런 잘난 여자의 눈에 보이는 나는 대체 어떻게 비칠까.
"좋아요." "……네?" "나야 손해될 건 없으니까. 그 사람한테는 아무 말 않을 거에요. 대신, 그 날짜 꼭 지켜요. 마지막 경고야."
마지막 경고─ 라고 주의주는 그녀의 눈빛이 소름끼치게 무서워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이만, 짤막히 인사한 여자가 그날처럼 먼저 자리를 떴다. 근데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또 그날 같았다. 초라하다. 모든게 밉다. 얼굴도 기억 안나는 엄마도, 연락조차 없는 아빠도, 아빠의 여자도, 그 여자도, 나도.
그런데 아저씨……. 이상하죠. 나도 미운데, 아저씨만은 미워지지가 않아요.
아주 미워져서 내치고 싶은데, 아저씨를 만나기 전처럼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되요, 아저씨.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저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ㅡ집에 없는 것 같네, 어디야?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쉬이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울음을 참아내느라 숨이 턱 막혀왔다. 휴대폰 마이크를 가리고, 작게 헛기침을 해보았다.
ㅡ여보세요? 애기야, 무슨 일 있어요?
그런 것을 헛수고를 만들었다, 아저씨는. 애써 냉정해지려고 하는 나를 다정한 말로 자꾸만 달군다. 그렇게 걱정된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지 마요. 다 아저씨 때문이잖아요. 이게 다 아저씨 때문이잖아요.
"잠깐, 나왔어요. 어디에요?"
와중에 보고싶다는 말에 기뻐지는 나는, 정말로 미친 것이 분명했다. 결국 내일 보자는 약속을 잡고 끊긴 전화.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익숙한 차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뒷걸음질 쳐 담벼락 뒤로 숨은 내 꼴이 왜 이리도 비참한지.
밑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었다. 이제 1월에 막 접어들었다. 시간은 일곱 달이나 있는 거니까 괜찮아……. 이제 내가 나를 위로하는 것도 지쳐가고 있었다. 누가 나를 좀 죽여줬으면 좋겠다. 죽는건 무섭고 그럴 용기도 나지 않으니까. 누가 제발 나를 좀 죽여줬으면 좋겠다.
쓸데없이 걱정이나 끼치고 최악이다.
"열은 다 내렸누?"
약 먹고 푹 자고 일어났더니, 그럭저럭 나아졌다. 머리맡에 있을 휴대폰을 찾아 팔을 뻗어 더듬었더니 휴대폰이 잡힌다. '일어나면 문자해.' 아저씨에게서 온 문자에 잊고 있던 어제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지금 일어났어요.' 답장을 하자마자 2분도 안 되어, '출발한다.' 는 문자가 온다. 바보 같을수도 있고, 미친 사람 같을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바보거나 미쳤거나. 왜 그렇게까지 놓지 못하고 미련하게 구냐고 나를 책망해도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거 아무 상관없기도 하고. 이제는 그런 답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아야겠다.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고, 내가 정한 결말만 완벽하게 내면 되는 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씻고, 머리를 말리고 그 여자가 생각나 건조한 얼굴에 로션을 펴발랐다. 그래봤자, 그옷이 그옷인 옷을 대충 챙겨입었지만.
"애기야, 얼굴이 왜 이래? 아팠다더니. 완전 반쪽이네." "그래요……?" "그러게 집에 있지, 몸도 안 좋은데 돌아다니니까 이렇잖아. 밥은 먹었어?" "아직. 근데 밥 생각 없어요." "안돼. 죽이라도 먹어."
여자는 약속을 지킨 모양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저씨는 계속 밥을 먹어야 한다며 우기고 우겼고 결국 싫다는 나를 끌고 근처 죽집으로 왔다. 전복죽인지 뭔지, 안 먹는다는데 기어이 시키고는 나오자마자 후후 불어 연신 떠먹여주는 바람에 몇 숟갈 먹고 말았다. 그만 먹는다고 손사레치면, 조금만 더 먹으라고 꼭 아빠같은 표정을 지어보이고. 그 모습에 또 마음 약해져서 어쩔 수 없이 먹어주고. 반도 못먹고 남기고 말았지만.
"먹고 싶은거 없어?" "음……. 오렌지 쥬스." "알았어. 기다려, 사올게."
도로변에 차를 대고 아저씨가 근처 편의점으로 쥬스를 사러갔다.
오렌지 쥬스를 원래 좋아했냐하면 그건 아니다. 잘 안 먹었다, 시니까. 근데 언제부터였더라. 아저씨가 처음 내 손에 오렌지 쥬스를 쥐어준 날부터, 여전히 맛있는 건 모르겠지만 좋아한다. 모순적이지만 그렇다. 아저씨가 두손에 오렌지 쥬스를 들고 와 차문을 열어주었다. 운전석에 앉더니, 두개 다 나에게 건네준다.
"아저씨, 왜 그날 나한테 오렌지 쥬스 줬어요?" "언제?" "맨 처음에." "그거? 그냥. 여자애들은 그런 거 좋아한다고 생각했거든." "아─ 그럼 나 어디가 좋았어요?" "뭐야, 갑자기?" "궁금하잖아."
야무지게 일하는게 얼마나 귀여웠는지. 자꾸 보다 보니까 그렇게 되더라. 그럼 애기는?" "나요? 뭐?" "나 언제부터 좋아했는데?"
"뭐야─ 난 다 대답했잖아."
"쥬스? 그게 왜?" "그냥, 관심받는 것 같고 그래서요. 뭐야. 표정 왜 그래요." "에휴─ 이쁜 것."
아닌 것 같아도 동정하고 있다. 오른 손으로 내 왼손을 꼭 잡는 모양새가 그렇다. 전에는 이런 식으로 동정받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 이런 얘기를 안하려고 했다. 지금에 와서야 동정이라도 받고 싶은 걸 보면 나는. 나는 진짜.
"아저씨, 나 오늘 일찍 들어가볼게요." "왜, 또 몸 안 좋아?" "아니. 그런 건 아니구요." "오늘 우리 집 데려가려고 했는데." "……뭐라구요?" "왜 그렇게 놀라?"
말없이 도리질하자, 아저씨가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차를 출발시켰다. 아저씨네 집이라니─ 전혀 생각도 못했던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도착한 건, 부부가 함께 살 법한 곳이 아닌 평범한 오피스텔이었다. 완전히 새건물, 어딜 봐도 지은지 육개월 이상 지나보이지 않는 흰 벽과, 흔한 껌딱지 하나 없는 엘리베이터 바닥. 들어선 집 내부도 그러했다. 마치 어제 들인 듯한 가구들과, 방금 닦은 듯 반질거리는 나무 마루 바닥.
"……집이 진짜 깨끗하네요. 꼭, 방금. 이사. 온 것처럼." "어? 어. 그렇지? 남자 혼자 사는 집 같지 않지?"
아저씨가 멋쩍게 웃는다. 박종우, 어디까지 날 속일건데? 나 때문에 산 집이야? 나 속이려고? 그래도 나 때문에 산 거란 걸 기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그 여자는 이것까지 눈 감아줄 수 있을까. 아저씨가 침대에 걸터앉아 옆자리를 툭툭 친다. 평소같으면 쪼르르 쫓아갔겠지만 상황이 좀 다르다. 어디까지 모른 체 해줘야 되는 건지 가늠이 안된다.
"왜?" "내가 어려서 그런가." 뭐가?"
대놓고 내가 만만했냐며 화낼 수도 없어서 속이 미어터졌다. 마음같아선 뺨이라도 한대 후려치고 싶었건만.
"아니에요."
그냥 꾹 참고 아저씨 옆에 앉았다. 자연스레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오늘은 별론데……. 아─ 이제서야 배고프다! 아저씨, 나 밥 해줘요." "어? 배고파? 그래, 해줄게, 말만 해! 밥이면 돼?" "응."
그냥 이렇게 심통부리는 걸로 마무리할까. 자기 집 부엌에서 후라이팬을 찾아 헤매면서 '얼마 전에 정리를 해서 잘 못찾겠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있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휴대폰을 꺼내 아저씨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아본다.
그래, 속아줄게요. 아니, 속아줄 수 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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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축보느라 바쁘실 거 같은데 올리고 가요
전 그냥 안보려구요.. 귀찮아ส็็็็็ส็็็็็็็็็็็็็็็็็็(ಠ益ಠส็็็็็ส็็็็็็็็ส็็็็็ส็็็็็็็็็็็็็็็็็็(ಠ益ಠส็็็็็ส็็็็็็็็ส็็็็็ส็็็็็็็็็็็็็็็็็็(ಠ益ಠส็็็็็ส็็็็็็็็
ㅎㅎㅎㅎㅎ그나저나 내용이 점점 막장스러워진다구여?
어쩔 수 없어.. 내가 아내의 유혹부터 욕망의 불꽃 최근엔 그래도 당신, 내딸서영이를
닥본사하며 본방땐 숨도 안쉬고 보는 애청자라서 '-^
그럴거 같았다그??????? 브금부터 아침드라마 삘이라그????????
눈치가 대단하시네..'-^
그래도 출생의 비밀은 없으니까 안심하세여...ㅁ7ㅁ8
근데 불마크없다고 님들 안 들어오는 거 아니여..?????????
암호닉은 요기 보갱이여친루팡 님, 기식빵 님, 아저씨 님, 똥코렛 님, 포프리 님, 하트뿅뿅 님, koogle 님, 바나나 님, 꾸쮸뿌쮸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