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소년X소년
w. 레녹
점심시간이 되도록 찬열은 나타나지 않았다. 뭐, 찬열의 무리들의 말로는 양호실에 누워있다고 했다. 아무렴 뭐 어때. 내 눈에만 안보이면 되는걸. 백현이 한결 나아진 기분으
로 급식실로 향했다. 혼자 급식을 받고 구석 자리 하나를 찾아 앉았다. 건더기가 몇 없는 이 말간 국물도 먹을만 했다. 박찬열이 없어서 그런걸까. 점심을 반쯤 먹었을까, 제 이
름을 부르는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백현이 뒤를 돌아보자마자 그 무리들 중 하나가 식판을 그대로 백현의 머리에 엎었다. 빨간 김치가 툭, 교복 바지 위로 떨어졌다. 백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찬열의 친구
들이었다. 뭐야. 백현이 자리에서 일어서 제 머리 위로 식판을 엎은 아이 하나를 쏘아보았다. 아이가 비열하게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그냥. 그렇게 말하고는 저들끼리 낄낄거
리며 웃는다. 백현이 제 머리에 쌓인 음식물 더미들을 손으로 치우고는 제 식판을 집어들었다. 백현이 저에게 그 식판을 엎어버릴까 약간 긴장했던 아이에게 백현은 그저 웃어
주었다. 불쌍한 새끼들. 박찬열 대신 심부름왔니? 백현의 말에 아이가 발끈한다. 박찬열 밑에서 걔 발가락이나 쪽쪽 빨아, 새꺄. 백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유유히 급식실을 빠져
나갔다.
온 몸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났다. 수돗가에서 대충 머리와 교복에 묻은 찌꺼기들을 씻어냈다. 아, 그래도 찝찝한 건 마찬가지였다. 백현의 인상이 한없이 찌푸려졌다. 백
현이 한숨을 쉬었다. 머리에서 물이 뚝, 뚝 떨어졌다. 물기를 대충 털어낸 백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 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었다. 옷에 묻은 음식물 찌꺼기들을 씻어내고나
니 옷이 잔뜩 젖어있었다. 체육복도 집에 있는데! 백현이 옷자락의 물을 손으로 짜냈다. 짜낸 물이 백현의 운동화 바로 앞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닫혀있던 화장실의 미닫이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백현이 반사적으로 열리는 문 쪽을 쳐다봤다. 아. 백현이 멍청하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박찬열이었다. 뭐가 그리
짜증이 나는지,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서 화장실로 들어왔다. 둘의 눈이 마주치고, 먼저 고개를 돌리는 건 백현이었다. 아, 뭐야. 안 그래도 굳어있던 백현의 표정이 더 굳어졌
다. 놀란 건 찬열도 마찬가지였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있으니. 찬열이 백현의 어깨를 세게 쥐었다. 너 왜그래. 찬열의 말에 백현은 제 어깨에 얹은 찬열의 손을 내쳤다. 아, 뭔
상관이야. 백현의 말에 찬열의 인상이 굳어졌다. 뭔 일이냐니까. 계속 물어오는 찬열에, 백현이 찬열을 노려보며 대꾸했다. 니네 친구들이라는 새끼들이 이랬다, 왜! 백현은 그
렇게 쏘아부치고서 찬열을 지나쳐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찬열은 백현이 나가고나서도 한참을 화장실에 서있었다. 물에 옷이며 머리카락이며 다 젖은 백현의 모습은, 지나치게 야했다. 저에게 말을 쏘아부치던 빨간 입술도 계속해서
잔상에 남았다. 씨발, 나 돌았나봐, 진짜. 찬열이 고개를 들고일어서는 제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맨 마지막 칸으로 들어가 변기에 앉았다. 후으….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찬
열은 백현을 떠올리며 마스터베이션을 했다. 변백혀언…. 씨발. 찬열은 곧 얼마 안가 사정했다. 뒷처리를 하고 교실로 돌아오는 내내 찬열은 끝없는 비참함을 느꼈다.
*
백현의 책상 위로 감색 체육복이 툭, 얹어졌다. 찬열의 것이었다. 입어. 찬열이 말했다. 싫어. 백현이 그 체육복을 제 책상 위에서 바닥으로 내치며 대꾸했다. 찬열은 아무말 없
이 바닥에 떨어진 체육복을 주워 다시 책상 위로 놓았다. 그렇게 젖은 채로 있을거야? 찬열의 말에 백현이 고개를 숙였다. 백현은 한참을 우물쭈물하다 찬열의 체육복을 손에
쥐었다. 알았어, 입음 되잖아. 백현은 찬열의 체육복을 쥐고서 탈의실로 향했다.
물에 흠뻑 젖은 채로 탈의실로 향하는 백현을 몇몇 남자애들이 빤히 쳐다보았다. 씨발, 하여튼간에 좆나게 꼴리게 생겼다니까. 한 번 박아볼까? 남자애 하나가 낄낄대며 음담
패설을 늘어놓았다. 정말로 그 일을 하려는 듯 자리에서 슬금슬금 일어서는 그를 찬열이 막아섰다. 찬열이 거칠게 그의 멱살을 잡아채었다. 어어…. 그는 적잖이 당황한 듯 제
멱살을 쥔 찬열의 손을 잡았다. 왜 그래? 너 변백현 좆나 싫어하잖아. 그의 말에 찬열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제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지마. 찬열이 그렇게 말하고는 잡아
챘던 그의 멱살을 놓았다. 백현이 간 탈의실로 따라가면서도 찬열이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변백현 건드리면, 니 좆이 아작날 줄 알어. 찬열의 살벌한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
였다. 정말로, 백현을 건드리면 제 좆이 아작이 날 것 같았기 때문에.
찬열은 백현이 들어간 탈의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나무문 위로 노크를 두어 번 했다. 변백현. 찬열이 가만히 백현의 이름을 불렀다. 왜. 백현이 대꾸했다. 들어가도 되
냐? 찬열의 물음에도 백현은 아무 말이 없다. 아니. 얼마 안가 백현의 대답이 들려왔다. 문 열어. 찬열이 문고리를 돌리며 말했다. 할 말 있어. 찬열의 말에 백현은 망설이다 탈
의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탈의실로 들어서자 저보다 훨씬 큰 찬열의 체육복을 입은 백현이 보였다. 찬열은 탈의실에 들어서며 등 뒤로 손을 숨겨 탈의실 문을 잠갔다.
할 말이 뭔데. 백현이 손을 다 가리는 긴 소매를 접으며 말했다. 찬열은 젖어있는 백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아, 뭐야. 백현이 미간을 찡그리며 찬열의 손을 툭, 내쳤다. 찬열
은 아무 말없이 손을 뻗어 백현의 두 뺨을 감쌌다. 뭐야? 백현이 당황했는지 가까이 다가오는 찬열을 올려다보았다. 야, 박찬열. 뭔가 불안했다. 찬열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저 천천히 다가와 백현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댈 뿐이었다. 백현의 눈이 놀라 커다래졌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 움직이질 않았다. 머리 속이 새하얗게 번져갔다. 찬열은 백현
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백현의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찬열이 제 입술을 약하게 깨물고 아,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찬열의 혀가 제 입 안으로 침투했을 때에야, 백현의 정신이 돌아왔다. 백현은 있는 힘껏 찬열을 밀쳐냈다. 찬열이
작게 뒤로 밀려났다. 너 뭐하는 거야. 백현이 손등으로 제 입술을 닦아내며 물었다. 찬열은 또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 표정없이 저를 쳐다보는 찬열이, 백현은 두려워졌다. 전
에 저에게 했던 그 짓이 떠올랐다. 백현의 얼굴에 새하얗게 핏기가 가셨다. 하, 하지마. 백현이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찬열은 여전한 무표정으로 저에게 한 발자
국, 한 발자국 씩 다가왔다. 백현은 등 뒤로 차가운 벽이 닿았을 때,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백현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렸다. 찬열은 백현의 앞까지 다가와 백현의 턱을 잡아
올렸다. 두려움이 잔뜩 서린 백현의 눈동자와 찬열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씨발, 내가 인정하긴 싫은데 말이야. 찬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백현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찬열은 짧게 백현의 입에 입맞추고는 백현을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댔다.
백현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혀를 내어 백현의 귓볼이며 귓바퀴까지 핥고는 바람까지 후, 불었다. 흐으으…. 백현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났다. 난 니가 싫은데도 좋아. 찬열
의 말에 백현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뭔 소리지? 백현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찬열이 푸스스, 웃었다. 백현의 귓볼을 다시 핥았다. 흐으. 아마도 여기가 성감대인 듯 했다.
찬열이 백현의 귓가에다 작게 속삭였다. 나도 너를 좋아하는 내가 좆나게 싫은데 자꾸 니 생각이 나. 그 말에 백현의 눈이 놀라 커다래졌다. 찬열은 백현의 귓가에 짧게 입맞추
고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찬열의 눈과 백현의 눈이 또 한번 마주쳤다.
니가 나 좋아하라고 강요는 안 해. 그럼 내가 더 찌질해지니까. 찬열이 그렇게 말하고는 작게 웃었다. 찬열은 여전히 굳어있는 백현의 입술에 짧게 입 맞추고는 백현에게서 두
걸음 물러섰다. 가자, 수업 종 칠라. 찬열은 그렇게 말하고는 탈의실을 먼저 나섰다. 백현은 우물쭈물 그 뒤를 따랐다. 먼저 고백한 건 찬열인데 어색해하고 긴장하는 건 제 자
신 같았다. 백현은 흘러내리는 소매를 다시 동동 걷어올렸다. 아…, 뭔가가 많이 낯설었다.
레녹 |
안녕하세요! 레녹입니다!
맹구 복숭아 수녀 행쇼 거품 신의퀴즈 포르테 새싹 빙구 립밤 비회원 치킨 카스타드 큥 크리스탈 뱈 됴블리 보리밥 백야 두부 나메코 사과 향수 착한사람 콜라 백구배켠 체리새우 쪼꼬미 레고 빵떡 카레라이스 괴로
겨울병동에 암호닉 남겨주신 분들도, 소년X소년에 암호닉 남겨주신 분들도 모두 사랑합니다!
달달한 부분이 끝이 나고ㅠㅠ찬열이가 드디어 백현이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짝짝짝
소년X소년도 두 세편 내로 완결을 보겠네요! 뿌듯뿌듯ㅎㅎㅎ^^
내일 뵈요! 내일은 절거운 월요일입니다 핳하하핳하하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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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X소년은 매일 다섯시~일곱시 사이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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